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4)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5화(4/203)
005
살얼음 같은 표정과는 다르게 알폰소는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뒷골목에서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건달 정도는 살기를 담은 눈빛만으로도 다리가 풀리고 오줌을 지리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그런 경험도 있었고.
에반이 그런 자신의 살기를 견뎌냈다.
오히려 네가 날 죽일 수 있겠냐며 되묻는 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어떻게 아신 겁니까?”
“그게 중요한가? 아, 나밖에 모르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잡아먹을 거 아니면 그만 노려봤으면 하는데.”
“핫······.”
알폰소는 생각지도 못했던 답변을 듣고 헛웃음이 나왔다.
그의 시선이 에반의 목에 걸린 펜던트로 향했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악령과 각종 저주로부터 착용자를 보호하는 3왕비의 유품이 맞았다.
절대로 악령 따위가 빙의할 수 없었다.
머리를 크게 다치고 바보 천치가 된 사람의 이야기는 몇 번 주워듣긴 했다. 그런데 저렇게 다른 사람이 빙의라도 한 것처럼 바뀔 수도 있는 건가?
“언제부터 알고 계셨던 겁니까?”
묵묵부답인 에반.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할 것을 직감한 알폰소는 질문을 바꿨다.
“제가 왕자님을 해코지하고 도망가면 어쩌려고 이렇게 갑자기 저를 추궁하십니까?”
이번에는 에반의 입이 열렸다.
“알폰소, 날 죽일 수 있겠어? 너도 무슨 목적이 있어서 왕궁에 들어왔을 텐데. 아무리 내가 홀대받는 왕자라지만 왕궁에서 왕족을 살해하고도 네가 멀쩡히 살아나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신분을 숨기고 왕궁에 잠입할 정도로 해야 할 일이 있는 거 아니었나?”
맞다. 알폰소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인베르크 가문이 멸문하는 데 조금이라도 손을 보탠 원수들. 하나도 빠짐없이 심장을 꺼내 씹어먹으리라 다짐했었다.
베일에 가려 보이지 않는 놈들의 머리. 누군지 그 꼬리를 잡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왕궁에 숨어들었다.
그런데 에반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을 줄이야!
“그리고 사실 네 목적, 그 자체는 별로 궁금하지 않아.”
“그게 무슨?”
“정말 관심 있는 건 네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벌이는 일들이 내게 미칠 영향이지. 혹시 모르잖아? 주워 먹을 콩고물이라도 있을지.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조금 도와줄 생각도 있어.”
잠시간의 정적.
창가로 들어온 바람이 어색한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다시 나가버리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먼저 침묵을 깨트린 건 알폰소였다.
“왕자님의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
그의 말에 에반이 피식 웃었다.
“진짜로? 네가 왕궁에서 뭘 하고 다닐지는 모르겠지만, 내 옆에 붙어있어야 할 시간에 잠시 자리를 비우는 걸 묵인해 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될 텐데.”
부정할 수만은 없는 말이었다.
“제가 벌인 일로 왕자님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가 무슨 짓을 해도 내가 손해 볼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더라고. 알잖아, 내 상황이 이미 최악인 거.”
“제가, 폐하를, 시해해도 말입니까?”
농담이 아니었다.
알폰소는 꼬리를 잡고 거슬러 올라간 끝에 있는 이가 국왕일지라도 복수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흠······ 실현 가능성의 유무를 떠나서 그건 조금 곤란하긴 하네.”
말과는 다르게 전혀 곤란해 보이지 않는 에반의 표정. 알폰소는 속으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
“더욱더 네가 왕궁에 들어온 이유를 알아야겠어. 괜히 휘말려서 나까지 덤터기 쓰면 큰일이잖아?”
“하나만 대답해주실 수 있습니까?”
“물어봐.”
“정말 에반 왕자님이십니까?”
“맞아. 리오넬 왕국의 다섯 번째 왕자. 왕위 계승 서열 9위. 에반 솔 필리프 데 리오넬.”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즉답이었다.
“왜 갑자기 변하신 겁니까?”
“하나만 묻는 거 아니었어? 뭐, 서비스로 대답해줄게. 머리통이 깨진 후로 휙 돌아버렸다고 생각해.”
4왕자에게 맞았던 부분을 검지로 툭툭 두들기며 인상을 찡그리는 에반.
“뭐, 됐어. 당장 말하지 않아도 되니까 천천히 생각해 봐. 이대로 사라져도 고발하지 않을 테니까 괜히 가만히 있는 사람 해코지할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
무심한 어투로 몇 마디 더 내뱉더니 흥미를 잃었다는 듯 의자를 돌려버렸다.
‘재미있네.’
오랜만에 느낀 감정이었다. 알폰소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올리다 이내 화들짝 놀라 다시 가면을 썼다.
“앗! 바람이 많이 불어서 나뭇잎이 또 엄청 떨어졌네요. 먹구름이 잔뜩 긴 게 곧 비가 올 것 같은데 지금 안 치우면 길에 들러붙어 엄청 고생입니다. 얼른 치우고 오겠습니다!”
“그러시든가.”
***
철컥.
나는 알폰소가 문을 닫고 나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휴-”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한숨을 내뱉었다. 전생, 현생 통틀어 가장 긴장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원하는 건 얻었어.’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알폰소의 상태창을 바라봤다.
[관계 : 평상]알폰소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등을 돌린 순간, 갑자기 녀석과의 관계가 바뀌었다. 연한 붉은색을 띤 글씨로 ‘경계’라고 적혀있던 것이 하얀색 글씨의 ‘평상’으로.
그리고 정신없이 뜬 알림들.
「알폰소 아인베르크와의 관계를 개선하였습니다.」
「1,000RP를 획득하였습니다.」
「[업적]이 개방되었습니다.」
「업적, ‘나는 당신의 적이 아닙니다’를 달성하였습니다.」
「1,000RP를 획득하였습니다.」
「업적, ‘빈 지갑은 이제 안녕’을 달성하였습니다.」
「[도서관]이 개방되었습니다.」
「[도서관] 무료 체험권이 지급되었습니다.」
요약하면 알폰소와의 관계가 개선됨으로써 RP도 얻고 잠겨있던 항목 두 개가 열렸다는 것.
[업적]과 [도서관].정신없이 떠 있는 자잘한 알림창은 전부 지우고 새로 생긴 두 항목을 조사했다.
우선 [업적].
특정한 조건을 만족할 때마다 대량의 RP를 얻거나 잠겨있던 초기 상태창의 항목을 열어주는 것 같았다.
방금 달성한 것들 말고는 텅텅 비어있었다. 어떤 업적이 있나 미리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최소한 달성 가능한 게 몇 개인지라도 알려주지. 쉽게 가는 법이 없네.”
작게 투덜거리며 [도서관]으로 넘어가자 텅 빈 화면과 가상 키보드가 생겨났다.
이건 뭘까?
「도서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에반 님. 저는 도서관의 사서 ‘지니’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 TalkGTP 같은 건가?
유령손을 이용해 가상 키보드에 빠르게 질문을 입력했다.
┕ 여기서 뭘 하는 곳이지?
「저의 업무는 현재 이 세계에 ‘기록’되어있는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시공간을 초월해 모든 세계의 지식이 기록되어있다는 아르카나의 도서관이 연상될 수밖에 없었다.
슬쩍 운을 띄웠다.
┕ 이 도서관, 혹시 아르카나의 도서관이야?
「본 도서관에는 특별한 이름이 없습니다.」
아니라는데 더 추궁해봤자 뭔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도서관] 본연의 기능과 관련된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 정보는 공짜로 제공해 주는 건가?
「일정 등급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 양과 질에 따라 합리적인 수준의 RP가 필요합니다.」
그래, 공짜일 리가 없지.
‘또 무슨 질문을 해볼까······.’
잠시 고민하다 내가 전생을 자각하고부터 계속 궁금했던 걸 물어봤다.
┕ 왜 내가 이런 능력을 얻게 된 건지 알 수 있어?
「제가 이해하기에, ‘이런 능력’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지 않아 정확한 답변이 어렵습니다.」
척하면 척 아닌가?
┕ 황제 육성 시뮬레이션, 로스트 사가. 이 시스템 말이야.
「질문하신 내용에 대한 정보는 이 세계 어디에도 기록되어있지 않아 답변이 어렵습니다.」
┕ 기록되어있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야?
「작성자 이외의 존재에게 전달될 수 있게 보존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책, 문서, 영상구 등에 기록되어있는 정보들이 있습니다.」
┕ 내가 가진 RP로는 어느 정도 수준의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에반 님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2,000RP로 획득할 수 있는 정보 몇 가지를 예시로 들겠습니다.
1. 남작 부인의 첫사랑 상대.
2. 남작이 짝사랑하는 이의 정체.
3. 준남작의 숨겨진 사생아.
이상입니다.」
대충 감이 왔다.
‘하급 귀족의 가십거리 정도인가?’
귀족 부인들의 다과회에서 풀어놓으면 제법 인기 있을 법한 정보들이었다. 가십의 당사자는 상당히 불명예스럽겠지만, 그렇다고 치명적인 것은 아닌 수준.
문득, [도서관] 무료 체험권이란걸 받았다는 게 떠올랐다.
┕ 무료 체험권은 사용에 제한이 없는 건가?
혹시라도 있으면 소중히 보관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무료 체험권은 정보의 가치가 1,000RP 이내일 경우에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그렇지.
지니와의 대화를 잠시 중단하고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빗자루로 열심히 길을 쓸고 있는 알폰소가 보였다. 나의 시선을 눈치챈 녀석이 히죽 징그럽게 웃으며 고개를 꾸벅였다.
알폰소가 낙엽을 쓰는 걸 지켜보며 [도서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활용할 방법을 고민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덩치가 큰 남자 한 명이 알폰소에게 다가가는 게 보였다. 4왕자 자식의 전속 시종 중 하나로 알폰소를 참 싫어하는 놈이었다.
저 녀석, 에메랄드궁에는 왜 온 거지?
– ······ 폰소. ······ 팔자······?
– 하핫······ 그······
역시나, 놈은 바로 알폰소에게 헤드록을 걸고 괴롭히기 시작했다. 거리가 좀 있는지라 뭐라고 떠드는지 거의 안 들렸다. 별 시답잖은 내용일 게 뻔하니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다.
예전에는 저런 광경을 목격하면 알폰소가 조금 안쓰러웠는데, 지금은 뭐······ 가면을 쓰고 있는 걸 아는 탓인지 참 대단한 연기력이다 싶다.
그런데 저놈 이름이 뭐더라?
‘굉장히 흔한 이름이었는데.’
유령손을 날려 놈의 이마를 콕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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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워터슨
성별 : 남
나이 : 19
종족 :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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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조지 워터슨.’
오른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눈앞에 떠오른 상태창을 바라봤다.
툭하면 알폰소를 괴롭히는 것도 그렇고, 평소에 하인들을 대하는 걸 보면 전형적인 강약약강. 그다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놈이었다.
잠깐.
나를 불신하는 상대와의 관계, 친해지는 것만이 개선이라 할 수 있을까?
‘황제 육성 시뮬레이션······.’
로사의 장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지금으로선 참으로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지만, 이 시스템은 나를 ‘황제’로 만드는 것이 목적일 터였다.
그 이유야 모르겠다.
지금 당장은 어느 권태로운 신의 심심풀이 유희이길 바라며, 주어진 능력을 알뜰살뜰하게 써먹자는 생각뿐.
본론으로 돌아와서.
황제는 홀로 존재하는 이가 아니었다. 만백성, 그리고 신하들의 지지가 필수 불가결한 자리. 그게 내가 ‘신뢰’ 관계 이후는 군신과 관련된 관계이지 않을까 추측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모든 신하가 충신일 순 없지.’
아니, 오히려 충신은 극소수이지 않을까? 대부분은 서로에게 ‘이득’이 되기에 성립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 또······.
위엄, 두려움, 공포 등의 감정을 숨기고 군주를 따르는 신하들 역시 존재할 터.
나는 시야 구석으로 치워놨던 지니와의 대화창을 다시 끌고 왔다.
┕ 조지 워터슨이 시종 자리에서 쫓겨날 만큼의 치명적인 약점, 알려줄 수 있어?
「해당 정보의 이용료는 950RP입니다.」
[도서관] 무료 체험권의 한도인 1,000RP 보다 50RP 모자란 정보이용료.잠시 고민하다 한번 이용해보기로 했다.
무료 체험권의 한도에 딱 맞는 정보가 필요한 경우를 찾는 것도 힘들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 무료 체험권을 사용하겠어. 알려줘, 조지 워터슨의 치명적인 약점.
「조지 워터슨은 4왕자, 아카드 리오넬에게 진상된 루비 귀걸이를 빼돌려 에메랄드궁의 하녀 도로시 에스티나에게 선물했습니다.」
도로시 에스티나?
아! 아침에 방 청소를 해줬던 그 하녀. 어쩐지 착용한 귀걸이가 지나치게 비싸 보인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