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41)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41화(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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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잠시 밤하늘을 바라보던 베르트가 다시 나와 시선을 맞췄다.
“왕자님, 레이나 경의 정식 소속은 2기사단입니다.”
“일시적이지만 3기사단 소속이기도 하죠.”
“2왕자님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인재이기도 합니다.”
“그런 것치고는 군사재판에 넘겨질 뻔했을 정도로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고 있진 않죠.”
“으음······.”
솔직히 나도 조금 무리한 부탁이란 건 알고 있다.
지금 베르트는 나를 물에 빠진 걸 건져 주려 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몰염치한 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레이나를 데려올 수만 있다면 그런 시선 정도는 감당할만해.’
그녀는 내가 본 ‘진짜’ 천재다.
청문회 이후.
3기사단을 몇 번 방문했을 때, 레이나는 나의 검술 수련을 봐주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그때 알았다.
그녀는 스킬을 통한 검술의 각인 덕분에 천재인 척할 수 있게 된 나와 달리 진짜라는 걸.
솔직히 검술을 본격적으로 수련하기 시작하면서 ‘어라? 나 혹시 진짜 천재?’라는 생각, 조금 했었다.
5년 전, 이제 6년 전인가?
하여튼 그 사건 없이 제대로 된 기사 수업을 받았으면, 건국왕급 검술 재능이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1왕자와 비슷한 평을 받지 않았을까 즐거운 상상도 했었다.
스킬의 도움을 받았다지만, 3기사단 예비단원들이 펼치는 수호검술에서 미진한 점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내게 그런 자신감을 심어줬었다.
레이나는 달랐다.
나와 지도 대련을 해줄 당시 그녀가 펼친 수호검술은 특별했다.
가끔 이해할 수 없는 검로를 그리던 레이나의 검. 그건 수호검술이되 수호검술이 아니었다.
– 레이나 경······ 아까 내 공격을 막은 게 수호검술의 6초식 철벽이 맞습니까?
– 아, 맞습니다. 본래 수호검술의 철벽은 제 체형으로는 영 불편해서. 대단한 건 아니고 약간의 잡기술 비슷한 거니 왕자님도 금방 자신만의 철벽을 구사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녀는 잡기술 정도라 평했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레이나식 리오넬 수호검술]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그녀 고유의 검술이었다.
나는 침음을 흘리고 있는 베르트를 설득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미래의 검후라 평가받은 레이나 경. 다미안 형님이 눈여겨보셔 이례적으로 2기사단으로 데려간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2기사단은 그녀를 품을 수 없습니다. 그곳에 계속 있다가는 분명, 왕국의 보검이 되어야 할 레이나 경은 부러지고 말 겁니다. 그런 상황, 베르트 의원님이라면 당연히 원치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왕자님. 레이나 경이 눈부신 재능을 지녔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왕국의 보검이 될지는 가봐야 아는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저도 한때 ‘천재’라 불렸던 사람입니다. 가로막는 벽 없이 신나게 질주하던 이들이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없는 벽을 만나 그 앞에서 무릎 꿇는 일은 생각보다 흔한 일입니다.”
베르트의 표정에서 7성 기사로 가는 벽을 끝내 넘지 못한 그의 회한이 묻어나는 듯했다.
“왕자님의 외조부, 북부의 검처럼 차근차근 벽을 넘어온 대기만성형의 인물이 언제 두각을 나타낼지 모를 일입니다. 레이나 경이 ‘괴물’이란 별명으로 불리기 전 ‘괴물’이란 평을 받은 사관생도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들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였다.
“근위기사에 시험에 떨어지고 평범한 귀족 가문의 기사가 되었습니다. 무리해서 레이나 경을 왕자님의 호위기사로 데려왔는데, 그녀가 왕국의 보검이 아닌, 흔하디흔한 강철검이 되어버리면 어쩌시겠습니까?”
하고 싶은 말을 마친 베르트가 나의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 지금뿐이야.
누군가가 내 귓가에 레이나를 휘하에 둘 수 있는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내 안목을 내가 믿지 않으면 누가 믿겠나,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 안목이 부족했던 탓. 그 때문에 생긴 손해도 제가 감당하는 게 맞겠지요.”
베르트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왕자님이 레이나 경을 그렇게 원하시니 제가 힘을 써보겠습니다. 단! 그 결과로 3왕녀님이 바다 건너 아르야 왕국으로 건너가실 수도 있다는 건 알아두셔야 합니다.”
“······.”
그의 말에서 2왕자라면 능히 레이나를 내게 보내는 대신 누님을 볼모로 잡아둘 인간이란 걸 되새겼다.
머릿속이 바빠졌다.
하믈 제국이나 2왕비의 안마당인 아르야 왕국이나 어디든 최악의 혼처인 건 똑같았다.
힐끔 베르트를 바라보니 묘한 미소를 입가에 띠고 있었다. 베오르티오를 잘라냈던 비정함, 누님에게도 똑같이 발휘할 수 있겠냐고 묻는 듯했다.
나는 픽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라시아 누님을 제국에 보내는 걸 찬성해주실 생각이신가요? 그래야 아네트 누님이 아르야 왕국으로 건너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루카스 형님이나 밀로아 백작이 반길만한 일이 아니라 반발이 클 텐데요.”
“왕자님이 그리 레오나 경을 원하신다면 그리해야겠죠.”
“그렇군요. 그렇게 하시지요.”
내 칼 같은 답변에 베르트의 표정이 기괴해졌다.
“급하게 혼례를 치르는 것만 피해주십시오. 최대한 늦추다 어쩔 수 없다면 약혼 정도가 좋겠군요. 그 정도는 해주실 수 있으시겠죠?”
“그 말씀은······.”
나는 빙긋 웃었다.
“두어 달 전에 저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지 상상이나 해보셨습니까?”
“······.”
“누님의 약혼이 실현될 때쯤의 저는 지금의 저와 또 달라져 있을 겁니다.”
원래 귀족가에서 파혼 두세 번 정도는 흠도 아니었다. 당장 밀로아 백작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
에메랄드 궁으로 돌아왔다.
부스스한 얼굴의 알폰소가 나를 수행했다.
“왕자님, 되게 일찍 오셨네요?”
“자다 깬 목소리네?”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하십니까. 눈에 불을 켜고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피곤해서 그런 겁니다. 피곤해서. 큼큼.”
목을 가다듬은 녀석.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침실로 향했다. 간단히 씻은 후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런데 정말 왜 이렇게 빨리 오셨습니까?”
“신년 축사만 듣다 그냥 왔어.”
“헉! 도중에요?”
“어. 중간에 분위기가 개판이 되었거든.”
베르트와 서둘러 연회장으로 돌아온 찰나였었다. 다행히 늦지 않아 바로 몇 분 뒤 국왕과 두 왕비가 나타났었고, 곧 신년 축사가 시작되었었다.
그리고 그때.
– ((에이, 코딱지만 한 왕국의 계집들이 덩치는 왜 이리 큰 거야?))
– ((글러트 님! 국왕이 신년 축사를 하고 있던 모양입니다.))
– ((그게 나랑 뭔 상관이야?))
시끄럽게 연회장에 들어온 뚱땡이가 거침없이 뷔페로 가 제국 요리들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코가 썩는 역한 냄새가 연회장에 진동한 건 당연지사.
– ((에라이, 쓰벌. 맛도 X같네.))
몇 번 입에 대보더니 근처에 있던 시녀에게 그릇을 집어던졌다.
쨍그랑!
– 꺄악!
거기에 맞아 그릇이 깨지고 시녀의 이마가 찢어져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 ((기분 잡쳤네. 돌아가자.))
– ((넵, 글러트 님.))
그놈을 불러들인 2왕자조차 인상을 찡그릴 정도로 안하무인인 행동이었다
분명 놈도 먹을 게 있으니 왕국까지 기어 왔을 터. 그런데도 그런 행동이니 하믈 제국인들이 리오넬 왕국을 얼마나 멸시하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만약 방계가 아닌 직계 황족이었으면 국왕보고 무릎을 꿇으라고 하지 않았을까?
나는 당시의 일을 간략히 알폰소에게 들려주었다.
“와우! 그 뚱땡이 그러다 칼 맞으면 어쩌려고 그럴까요?”
“끌고 다니는 호위가 전원 5성 기사에 마법사야. 칼침 놓으려면 기사단이 움직여야 할 텐데?”
“그러면 바로 전쟁이겠군요. 북부해방군이 좋아하겠어요.”
“그 정도로 생각 없진 않겠지.”
“강경파의 또라이들을 모르셔서 하시는 말씀이세요.”
“······.”
알폰소의 말에 조금 불안해졌다.
혹시 북부해방군이 저 황족을 건들지는 않겠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겠지만, 언질 정도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스틴한테 황족,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해. 건드리는 날이 북부해방군과 내가 동시에 세상에서 사라지는 날일 거란 말도 꼭.”
“에이, 선배가 어련히 잘하겠죠.”
“그래도 해.”
“넵.”
“이제 나가 봐도 돼. 피곤해. 잘 거야.”
“편안한 밤 되십시오.”
창문과 경보 마법이 부여된 마도구들을 한차례 점검한 알폰소가 침실을 나갔다.
막상 불을 끄고 누우니 정신이 또렷해졌다. 이럴 때면 으레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상태창 점검.
‘올랐네?’
평균을 내보니 아슬아슬하게 5%를 넘었다.
왕도 바로나와 서부의 메어튼 영지가 특히 많이 올랐다. 특히 메어튼 영지 같은 경우는 마의 40%를 넘어섰다.
생각해보니 며칠 전 내가 아이라를 희롱하고 있던 뚱땡이를 제지했던 일이 신문과 잡지 등에 실려 뿌려질 때가 됐다. 그게 생각보다 왕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바로 [만물상]을 열어 메어튼에서 구매 가능한 물품으로 조건을 설정했다.
내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지지도 20%를 넘는 순간 해당 지역의 고급 아이템이 구매 가능했었다. 메어튼의 지지도가 40%를 넘겼으니 그곳에서 구할 수 있는 희귀 아이템이 상점창에 등장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산스레아]바로 메어튼의 희귀 특산물 산스레아 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역시.’
나는 흡족한 마음으로 새로 생긴 구매 가능 물품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한 곳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최하급 마정석]잠이 확 깼다.
메어튼에 마정석 광산이 있었어?
‘들어본 적이 없는데. 외부에 판매할 정도의 생산량은 아닌 건가?’
머릿속으로 왕국의 지도를 떠올려봤다.
메어튼 영지는 서부에 몇 없는 평지 지역으로 대부분의 영지가 농토였다. 마정석을 캘 곳이라곤······.
‘드워프들과의 접경 구역인가?’
아무래도 빨리 아이라와 차 한잔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떠올렸다면 바로 실천을.
나는 다음 날 바로 누님에게 기별을 넣었고, 바로 아이라를 초대한 티타임이 준비되었다. 이런저런 형식적인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다 적당한 때가 되었음을 느낀 나는 본론을 꺼냈다.
“참, 아이라 양. 제가 메어튼 영지에서 마정석이 생산된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어? 저희 영지에서 마정석이 쥐꼬리만······ 아니, 조금 나온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셨어요? 근래의 일인데.”
“어쩌다 주워들었습니다. 그렇게 소량 생산되는 건가요?”
“가문의 마법사들에게 연구용으로 나눠주면 남는 것도 없을걸요?”
그녀가 부끄럽다는 듯이 웃은 뒤 추가로 설명을 시작했다.
“사실 광산도 저희가 개발한 게 아니에요. 원래는 검은 모루 부족이 자기네 영토인 줄 알고 개발하던 광산이었는데, 알고 보니 저희 영지를 조금 침범했더라고요.”
“어머나, 누군지 몰라도 그걸 발견한 사람은 큰 상을 받았겠군요.”
“그게 사실 저랍니다. 헤헷.”
“아이라 양, 측량학에 상당한 지식이 있었군요.”
“요, 요만큼요.”
누님의 칭찬에 아이라가 엄지와 검지를 조금 벌리며 쑥스럽게 인정했다.
나는 힐끔 아이라의 스킬창을 곁눈질했다. [?]였던 하나가 해금되며 [측량학]이 생겨나는 걸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생겼다.
“그런데, 마정석 광산을 개발한 검은 모루 부족은 생산된 마정석을 어디다 팔고 있는 겁니까?”
“아, 저희랑 마찰이 있고 얼마 안 가서 광산 개발이 중단되었어요. 이유까지는 잘 모르겠네요. 광산이 영지를 침범한 문제로 조금 분위기가 험악해진 때였거든요.”
“그렇군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차를 한 잔 홀짝 했다. 갑자기 차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뭐지?’
불현듯, 깨달았다.
아! 이게 바로 돈 냄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