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45)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45화(45/203)
045
쿠궁! 쿠궁─ 콰아아아아앙!
“어이쿠!”
엄청난 굉음이 터지며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땅이 울렸다. 밖으로 뛰쳐나가려던 족장이 균형을 잃고 바닥을 굴렀다.
나와 프란은 기둥을 붙잡고 겨우 버텼다.
“왕자님!”
“빨리 밖으로 나오십시오!”
밖에서 나를 찾는 기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쿠궁- 쿠구궁······.
천만다행으로 굉음이 울린 직후, 땅의 진동이 점차 줄어들었다.
콰앙!
족장 집의 문을 부수며 레이나가 뛰쳐 들어왔다.
“왕자님, 빨리 나오세요!”
“안 그래도 그러려 했습니다.”
족장, 프란과 함께 서둘러 집 밖으로 나갔다. 혼란에 빠진 드워프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지진인가? 아무런 징조도 없었는데!”
“마누라가 선반에 깔렸어! 도와줘!”
“어? 저기 연기가!”
누군가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새까만 연기가 뭉게뭉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9번 갱도다! 9번 갱도가 무너졌어!”
“거기가 갑자기 왜?”
“그놈의 둥지에서 제일 가까운 갱도 아냐?”
“헉! 서, 설마.”
아무래도 9번 갱도라는 곳이 동면하고 있던 얼굴 없는 용의 둥지 근처인 것 같았다.
“주모오오오오옥!”
족장의 우렁찬 목소리에 웅성거리던 소리가 일시에 멎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짐 챙길 시간도 없다! 부상자들만 챙겨서 빨리 산 밑으로 내려간다!”
“족장, 무슨 일인지는······.”
“설명할 시간 없어! 닥치고 빨리 부상자들부터 챙겨.”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가지고 있던 [바리사다]로 시선을 옮겼다.
‘설마, 이거 때문은 아니겠지?’
지금 [바리사다]를 둘둘 말고 있는 건 보통 천이 아니다. 혹시라도 [바리사다]의 기운이 새어나가는 걸 막기 위해 프란이 특수 제작한 것이었다.
힐끔 그녀를 바라보다 눈이 마주쳤다.
내 눈빛을 읽은 프란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검집이 이미 대부분의 힘을 봉인시키고 있던 검이야. 내 전문 분야는 아니더라도 그 정도에 실수하진 않아. 놈이 깨어날 때가 되어서 깨어난 게 맞아.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네.”
뜨끔했던 가슴 한구석이 시원해졌다.
“왕자님, 저희도 빨리 산에서 내려가야 합니다.”
“맞습니다. 조금 전 같은 지진이 또 일어나면 산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호위기사들은 방금 있었던 일이 단순한 자연재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뭐, 얼굴 없는 용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그들로선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바리사다]를 부지깽이처럼 들고 덩치가 300m 가까이 커질 수도 있는 지렁이를 쫓아내겠다는 계획. 그건 실현이 코앞에 닥쳤을 때 해주는 게 맞다.
미리 알아봤자 쓸데없는 걱정만 할 일.
“얼굴 없는 용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 같은데, 지금 놈이 깨어난 게 맞는 건가? 다시 잠잠해졌는데······.”
부족민들에게 피난 명령을 내릴 때는 모든 걸 다 아는 표정이던 족장. 내게 다가온 그가 굳은 얼굴로 물었다.
내가 학습한 얼굴 없는 용의 자료들은 대부분 드워프들의 기록이었다. 과거에는 놈들에 관해 전문가였을 드워프가 오히려 인간인 내게 묻는다는 것에 기분이 묘했다.
“아직 완전히 깬 건 아닐 겁니다. 아침에 막 일어났을 때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온 뒤, 다시 침대에 들어가 얕은 잠에 빠진 적 있으시죠? 지금 아마 그런 상태일 겁니다.”
기록상에는 일어나자마자 바로 활동을 시작한 개체도 꽤 된다고 했는데, 지금 깨어난 놈은 그러진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럼 언제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거지?”
“아침에 깨어났다 다시 잠들면 보통 언제 일어나세요?”
“으음······ 빠르면 거의 바로, 어떨 땐 그대로 늦잠을 자버리는 일도 있지.”
“똑같습니다.”
“그렇군. 대피를 서둘러야겠어.”
바쁘게 움직이는 드워프들. 그걸 보는 나의 머릿속도 바빠졌다.
지금 이 상황, 어떻게 보면 자연스레 검은 모루 부족과 협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남의 불행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조금 그랬지만, 크게 다친 이는 안 보이니 그걸로 되었······.
“로틴, 로틴이 없어요!”
“하스텐! 하스텐!”
“우리 아들도 없어!”
드워프 여인들이 패닉에 빠져 소리치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들이 사라진 모양이었다. 와하하 웃으며 어디론가 몰려가던 녀석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족장! 아이들이 몇이 사라졌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아!”
“몇 명이나!”
“로틴, 하스텐, ······ 총 7명이야!”
“염병! 그 녀석들이 어디 갔는지 아는 사람!”
모두 서로의 얼굴만 바라볼 뿐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아까 로틴 오빠가 엄청 재미있는데 놀러 간다고 했어요! 저는 위험하다고 안 데려간댔어요.”
그때 아까 아이들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아이가 외쳤다.
“어디로! 어디로 간다고 했어?”
“로네! 빨리 말해!”
“어, 어······ 몰라요! 가끔 유령도 나타난다고, 엄청 무서운 데라고 했어요. 우에에엥!”
다그치는 어른들이 결국 아이를 울려버렸다.
“유령? 유령······ 폐광이다! 놈들 폐광으로 놀러 간 게 틀림없어! 내가 얼마 전에도 발견해서 혼쭐을 내놨었는데!”
“안돼! 아까 정도의 흔들림이었으면 폐광이 무너졌을 거야!”
“네가 쫓아냈던 게 어디 폐광이었어!”
“17번 폐광이었어.”
“거긴 아니야! 그쪽에 볼일이 있어서 잠깐 다녀왔었어!”
17번? 대체 폐광이 얼마나 많은 거야.
나는 프란을 찾았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얼굴 없는 용이 지능이 낮은 대신, 다른 부분은 오히려 보통의 최상급 마수보다 뛰어나다고 네 입으로 그랬잖아. 마력을 감지하는 것도 마찬가지겠지. 탐색 계열은 내 취약 분야이기도 해서 자신이 없어.”
혹시나 해서 물어봤지만, 역시나.
“왕자님, 어서 내려가셔야 합니다.”
“맞습니다. 안타깝지만 저희가 도울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아돌과 버논이 나를 재촉했다.
레이나는 그녀의 손날과 내 뒤통수를 번갈아 바라보며 심각한 번뇌가 깃든 표정이었다. 나를 강제로 기절시켜서 데리고 가야 하나 고민하는 것 같았다. 뒷덜미를 손으로 가리며 유령손을 조종해 [도서관]에 입장했다.
┕ 검은 모루 부족의 아이들이 오늘 놀러 간 폐광을 알 수 있을까? 없다면 짐작할 수 있는 정보라도.
「해당 정보의 이용료는 1RP입니다.」
┕ 알려줘.
「검은 모루 부족의 어린 드워프인 로틴이 작성한 어제 자 일기에 따르면 오늘은 15번 폐광을 수색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갔으ㄹ│」
글자를 써 내려가던 커서가 갑자기 멈추더니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렉이라도 걸렸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현상에 혹시 시스템이 사라지려는 건 아닌지 심장이 쿵쾅거렸다.
「······ 새로운 기록이 생겨났습니다. 추가로 5,000RP의 정보이용료가 필요합니다.」
장난하나.
그래도 한시름 놓았다.
5,000RP라······ 아이들의 목숨값인가? 정보는 확실하겠네.
┕ 빨리 말해.
「지금으로부터 10초 전, 무너진 11번 폐광의 입구에서 300m 지점 무너진 벽에서 ‘엄마, 아빠, 사랑해요. 그동안 말썽만 피워서 죄송해요. 로네, 그동안 괴롭히기만 해서 미안. -로틴’이라는 메시지가 작성되었습니다.」
아까 15번에 갈 계획이었다며, 왜 전혀 엉뚱한 곳으로 가 있는 건데. 역시 아이들의 행동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왕자님? 왕자님!”
“왕자님, 죄송합니다!”
당장이라도 날 들쳐멜 듯한 기세로 다가오는 기사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도울 수 있는데 그냥 가는 것도 도리가 아니겠죠.”
“네?”
호위기사들로부터 뒷걸음질 치며 족장을 찾았다. 요 잠깐 사이 그는 어떻게 아이들을 찾을 방법이 없냐며 프란을 괴롭히고 있었다.
“족장님. 아이들은 11번 폐광 입구의 300m 지점에 있습니다.”
“뭐, 뭣?”
나를 바라보는 족장의 표정이 괴상해졌다. 너무나도 상세하게 아이들의 위치 정보를 알려줬나?
“그걸 어떻게 믿······.”
“믿어. 저 녀석 가끔 말도 안 되는 신통을 부리니까. 다른 짐작되는 곳 있으면 그리로 가든가. 아니라면 빨리 애들을 구하러 가!”
프란이 적당히 그의 말을 끊고 호통을 쳤다.
“아, 알았다. 아이들이 11번 폐광으로 갔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사내놈들은 연장 챙겨 빨리 뛰어와! 경비조는 어르신들이랑 여자들을 인솔해 밑으로 내려가고!”
화통 삶아 먹은 듯한 목소리로 쩌렁쩌렁 외치며 달려가는 족장을 보다 프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뭐 이정도야. 근데 너 진짜 뭐야? 조금 전까지 분명 모르지 않았어? 나한테 방법이 없냐며.”
그녀가 내 여기저기를 유심히 살폈다. 은근슬쩍 손을 내 허리춤 주변으로 가져왔다. 얼른 뒤로 물러났다.
“뭡니까?”
“겉에는 안 보이니 엉덩이 같은 곳에 성흔이 있나 해서. 무슨 신이야? 대가는? 7명의 생명을 구하는 정보라 대가가 만만치 않을 텐데······.”
“비밀입니다.”
“흐음······.”
날이 갈수록 나의 이해 불가한 정보력에 의문이 가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변명거리는 역시 성흔인데······.
‘당장 급한 건 아니니 천천히 고민하자.’
나는 호위기사들을 보며 말했다.
“따라가죠.”
그들의 입에 거품을 물고 나를 말렸다.
“안 내려가십니까?”
“산사태라도 나면 정말 위험합니다!”
“으음······ 역시 강제로 기절을······.”
“다들 시끄럽고 따라와. 뒤지게 만들지 않을 테니까.”
메어튼가의 만찬 자리에서 프란이 7개의 별을 다루는 마법사임을 알게 된 호위기사들이 입을 다물었다.
내가 설득하려면 한참 걸렸을 텐데.
나 자신의 무력을 하루빨리 올려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다.
마을에서 산을 조금 올라가면 나오는 11번 폐광의 입구.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꽤 가까운 곳이었다.
“최대한 조심해서 파!”
“말, 안 해도, 알아!”
드워프들이 곡괭이, 삽 등의 연장을 이용해 가공할 속도로 무너진 폐광을 뚫고 있었다.
“저 엄청난 속도가 조심해서 파는 거라고?”
“우리가 생도 시절에 전력으로 작업할 때보다 10배는 빠른 것 같은데?”
“역시 드워프······.”
일행들이 그들의 작업 속도에 혀를 내둘렀다.
“로틴!”
“하스텐!”
“누구 들리면 대답을 해라!”
얼마나 지났을까.
“사! 살려주세요!”
“저희 여기 있어요!”
“하스텐이 다리가 깔렸어요!”
어른들의 목소리를 들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또 다친 사람 없느냐!”
“로틴이 머리를 조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어요!”
“크하하. 기다려라, 이 말썽꾸러기들!”
신난 드워프들이 작업에 속도를 더했다. 족장이 한시름 놓은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고맙다.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다.”
「길루드와의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만날 때는 불신이었던 관계가 아이들 구출을 계기로 우호가 되었다.
나는 씩 웃으며 그의 집에서 했던 제안에 대해 다시 물었다.
“마정석 광산 개발. 같이 해보실 마음 생기셨나요?”
“으음······ 어차피 놈이 곧 깨어나면 마을이 쑥대밭이 되는 건 똑같을 테지. 네가 정말 얼굴 없는 용을 퇴치한다면 부족의 장로들은 내가 설득해보겠다.”
족장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사, 살았다!”
“이놈들! 폐광에서 놀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
“엉엉엉, 다신 안 그럴게요.”
“안 그럴게요!”
아이들이 하나씩 폐광 밖으로 구출되었다.
하나, 둘,······ , 일곱.
무사히 전원 구출에 성공했다.
“족장님, 서둘러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가시죠. 검은 모루 부족이 모두 산에서 내려간 걸 확인하면 바로 얼굴 없는 용을 쫓아내 보겠습니다.
“알았다. 어떻게 할 건지 궁금하지만······ 부탁한다. 너희들! 아이들을 업어! 당장 우리도 밑으로 내려간다. 사정은 내려가면서 설명할 테니······.”
쿠구궁! 쿠구구구궁─!
하아, 진짜.
그나마 아이들이 폐광에서 나온 직후 깨어나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어, 얼굴 없는 용이다!”
무너졌던 9번 갱도 쪽에서 아파트 한 동만 한 거대 지렁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1단 변신 상태인가? 저게 300m 넘게까지 커진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주변을 둘러보던 얼굴 없는 용이 마을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마, 마을 쪽으로 간다!”
광물 창고다!
드워프들이 채굴한 광물을 모아둔 창고는 놈에겐 5성급 레스토랑과 마찬가지.
“저 여편네들, 왜 아직도 피난을 안 갔어!”
족장이 바라보는 곳을 보니 보따리 짐을 잔뜩 싸맨 드워프들이 벌벌 떠는 게 보였다. 중요 가산을 챙긴답시고 미적댄 여자들인 것 같았다.
······ 그 심정은 이해가 간다만.
부상자만 챙겨서 튀라니까. 족장의 말을 귓등으로 넘긴 그녀들에게 짜증이 치솟았다.
나는 허리춤에 맨 [바리사다]를 한번 꾹 쥐고 마을 방향으로 전속력으로 뛰었다.
“어, 어! 왕자님!”
“가시면 안 됩니다!”
“빨리 잡아!”
레이나가 가장 먼저 나를 따라잡았다. 역시 5성 기사.
“레이나 경. 막지 마세요.”
그녀가 가타부타 나를 어깨 위에 둘러업었다.
“레이나 경! 레이나 경!”
“왕자님 속도론 늦습니다. 프란 님도 막지 않으신 걸 보면 분명 저희가 모르는, 저 마수를 막을 무엇인가가 있는 거겠죠? 그 천에 싸인 검이라든지요. 지금의 결례는 후에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나를 둘러멘 레이나가 마을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조금 체면이 구겨졌지만, 속도 하나는 열차보다 두 배 가까이 빠른 것 같았다.
“레이나! 레이나 너까지 왜 그래!”
“야! 미쳤어!”
아돌과 버논이 점점 멀어졌다.
그리고 도착한 마을.
아슬아슬하게 얼굴 없는 용보다 빠르게 도착했다.
“창고로! 저쪽 창고로!”
레이나가 나를 창고 앞에 내려주었다.
“그오오오오오.”
쿠구구궁- 쿠구궁!
나는 허리에 맨, 이중으로 봉인된 [바리사다]를 손에 쥐고 코앞까지 다가온 거대 지렁이를 바라보았다.
‘제발, 제발 내 생각대로.’
[바리사다]를 봉인하고 있던 천을 거칠게 풀어 재꼈다.쿠구구구······.
우뚝.
“그오오오······.”
움직임을 멈춘 얼굴 없는 용.
쿵! 쿵! 심장이 튀어 나갈 것처럼 두근거렸다. 긴장으로 인한 식은땀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다.
“그오오오오오···.”
바리사다는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얼굴 없는 용을 보이는 족족, 때로는 찾아서 학살했다고 전해진다. 그 정도면 천적을 두려워하는 본능이 유전자 단위로 틀어박힐 만했다.
자, 여길 봐라.
여기 그의 육체를 벼려 만든 검이 있다.
열에 아홉이잖아. 그 정도 확률이면 충분하잖아?
물러나, 물러나라고.
“그오오오···.”
성공인가?
내가 걱정했던 건 열에 하나.
간혹 고양이를 만나도 벌벌 떠는 게 아니라 물어버리려 덤비는 쥐도 있는 법이다. 인간으로 치면 항거할 수 없는 적에게 용맹하게 맞서는 영웅!
“그오오오오오오오!”
“씨바아아알!”
그게 왜 하필 내 앞에 있는 저놈이지?
왜! 왜! 항상 쉽게 가는 법이 없는데!
“레이나! 그 녀석 챙겨서 빨리 이쪽으로 튀어 와!”
공간 이동 마법을 펼치려는지 어마어마한 마력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프란.
아직 마을을 벗어나지 못한 드워프들, 방금 구조돼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아이들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크큭. 검을 뽑아. 나를 검집에서 뽑으면 저 녀석이 도망칠 거야. 난쟁이 놈들 다 죽게 할 거야?」
간드러진 여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
‘바리사다?’
진짜 바리사다인지, 내가 만들어낸 환청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 부아아아앙!
전생의 마지막 순간, 달려드는 차량에 뛰어들어 아이를 밀쳤던 장면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바리사다]를 뽑은 뒤 검이 부여한 시련을 통과 못 하면 폐인, 심하면 죽음에 이르는 건 알고 있다.“저 미친 새끼! 막아아아!”
프란의 외침과 동시에 [바리사다]를 검집에서 뽑고 나서야 그게 생각났다.
번쩍──!
눈이 멀어버릴 정도의 강력한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