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5)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6화(5/203)
006
<006>
‘4왕자에게 갈 선물을 빼돌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조지를 시종 자리가 아니라, 이승에서 쫓아낼 수도 있는 정보였다.
말단 시종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정보의 가치가 남작 부인의 첫사랑만도 못하다는 사실에 약간의 씁쓸한 감정도 느꼈다.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나?’
담이 어지간히 크지 않고서는 저지를 수 없는 일이었다. 탐욕의 화신인 4왕자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확률이 높았다.
루비 귀걸이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자신의 것을 빼앗겼다는 그 사실 자체가 그 자식을 미치게 할 거다.
뭐, 범죄자 대다수가 그렇듯, 본인은 안 걸리겠다는 확신을 했으니 일을 벌였겠지만.
– 으읔······ 이제 그만.
– 크크크, ······ 유령왕자······
우람한 팔뚝으로 알폰소의 머리통을 꽉 조이고 있는 조지. 내가 어떤 정보를 쥐고 있는지는 꿈에도 모르고 참 잘 놀고 있었다.
만만한 아이를 괴롭히는 양아치의 모습이 연상되어 더 이상 지켜보기가 거북했다.
슬슬 개입하기로 마음먹고 외투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
조지 워터슨.
그는 며칠 전, 평소 알고 지내던 상인이 4왕자에게 진상한 뇌물을 전달받았다. 직후, 상인이 비명횡사해버렸다.
붕 뜬 뇌물.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지랄 같은 4왕자 밑에서 개고생하는 자신을 가엾이 여긴 신의 선물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조, 조지 님. 그, 그만. 아파요.”
“크크크, 뭐가 아프다고 엄살이야.”
“끄윽.”
덕분에 그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오늘따라 알폰소가 앓는 소리도 귀에 착착 감겼다.
“오, 오늘은 휴가이신 걸로 아는데 어쩐 일로 여기에, 으읔······.”
“먼저 질문도 하고, 요즘 살만한가 봐? 유령왕자 옆에서 편하게 일하니까 좋지?”
“으읔, 잘못했습니다.”
조지가 에메랄드 궁을 방문한 이유는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 요즘 미묘한 감정의 줄다리기를 진행 중인 여인, 도로시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는 알폰소의 헤드록을 걸고 있는 반대 손으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그녀의 업무가 끝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오늘은 꼭······.’
조지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걸렸다.
엊그제, 뇌물 상자에서 도로시에 어울릴 것 같은 루비 귀걸이를 하나 챙겨 그녀의 귀에 걸어주었다.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던 목덜미, 다시 생각해도 미칠 것만 같았다.
갑자기 장이 꼬이지만 않았어도 분명 거사를 치렀을 터였다. 아쉬운 마음에 팔뚝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컥, 컥.”
숨이 막혀 발버둥 치는 알폰소 탓에 조지의 회상이 끝나버렸다. 기분이 팍 상한 그가 알폰소의 머리통을 한 대 쥐어박으려는 찰나.
“그만하지.”
조지가 알기로 에메랄드 궁에서 그의 행동에 제동을 걸만한 사람은 없었다. 오는 도중에 3왕녀 일행이 떠난 것도 목격한 상황.
조지가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모르는 사이에 새로 배속된 시종이라도 있었던 건가? 그렇다고 한들 에메랄드 궁에 처박힌 걸 보면 돈 없고 빽 없는 놈일 게 뻔했다.
순식간에 계산을 끝낸 그는 인상을 구기며 고개를 돌렸다.
“어떤 새······ 5왕자?”
무표정한 얼굴의 에반이 그곳에 있었다.
“5왕자? 말이 너무 짧은 거 같은데.”
그가 알던 5왕자가 아니었다.
알폰소를 괴롭히는 광경을 들킨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우물쭈물하다 고개를 푹 수그리고 사라지곤 했었다.
“귀가 막혔나? 분명히 그만두라고 말한 것 같은데.”
당황한 조지는 그제야 알폰소의 머리통을 옥죄던 팔을 풀었다.
“켁, 켁.”
“······ 워낙 친한 사이라 장난치는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변명부터 늘어놓았다.
‘응? 내가 왜?’
본래 왕족이 허하기 전에는 입도 뻥긋하기 힘든 것이 왕실의 사용인이다. 그래, 본래대로라면.
5왕자는 그 범주에서 벗어나 있었다.
물론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거나 하는 건 금물. 하지만 묻는 말에 대답을 안 하는 것처럼 없는 사람 취급하는 행동은 암묵적으로 허용되어왔다.
“그럼 저는 ‘4왕자’님이 시키신 일이 있어서 이만.”
“하핫, 살펴 가십시오.”
“어딜 가. 너는 나랑 잠시 같이 갈 곳이 있어.”
“으악!”
도망가려는 알폰소의 뒷덜미를 낚아챈 조지는 에반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던져준 후 등을 돌렸다.
“알폰소는 내가 시킬 일이 있으니 놓고 가.”
“······. 야, 볼일 봐.”
알폰소의 뒷덜미를 놓은 조지.
카악- 퉷.
바닥에 걸쭉한 가래침 내뱉고 에반을 한차례 쏘아본 후 발걸음을 옮겼다.
한 발짝, 두 발짝.
“알폰소.”
“넵! 에반 왕자님.”
“얼마 안 있으면 누님의 생일인데 선물을 하나 준비하고 싶어. 아침에 루비 귀걸이를 한 하녀가 있던데, 그런 거 비쌀까?”
조지의 발이 멈췄다.
‘내가 궁에서는 착용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잠시 뒤에 그녀를 만나면 다시 한번 주의를 시켜야겠다 다짐하며 힐끔 뒤를 돌아봤다.
‘헉!’
조지는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에반은 질문의 상대인 알폰소가 아닌,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얼음같이 차가운 에반의 검은 눈동자. 4왕자 밑에서 개처럼 구르는 동안 발달한 조지의 눈치가 비상등을 깜빡였다.
‘내가 귀걸이를 빼돌린 걸 아는 건가? 대체 어떻게!’
“알폰소, 대체 그런 건 어디로 가야 구할 수 있는 걸까? 넌 잘 모르려나? 아! 아카드 형님은 이런저런 선물을 많이 받으실 테니 잘 알겠지?”
여전히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하는 에반.
조지의 등골이 식은땀으로 축축해졌다.
어찌 된 영문인지 도무지 짐작이 안 가지만, 그가 4왕자의 진상품을 빼돌린 걸 아는 게 틀림없었다.
“에반 왕자님, 살려주십시오!”
생각 이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바닥에 넙죽 엎드린 조지는 에반을 향해 읍소했다.
휘잉- 스슥, 스슥.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소리만이 그의 귓가를 속삭였다. 1초, 2초가 억겁같이 느껴졌다.
피식, 하는 작은 웃음과 함께 조지가 그토록 기다리던 에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 누가 들으면 형님의 전속 시종인 너를 내가 죽이기라도 할 줄 알겠어.”
“살려만 주시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충성, 충성이라······.”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는 표정을 짓던 에반이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체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너의 충성 같은 거 별로 받고 싶지 않아. 아, 딱 하나만 해줬으면 하는 건 있어.”
“어, 어떤?”
“형님이 에메랄드궁을 방문할 일이 있으면, 미리 좀 알았으면 좋겠어. 불시에 형님을 만나면 당혹스럽더라고. 나도 준비를 좀 해야 하지 않겠어?”
“그, 그건······.”
4왕자, 아카드 리오넬은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는 5왕자와는 다르다.
2왕비는 자신을 쏙 빼닮은 붉은 머리의 아카드를 진심으로 아꼈다. 그런 4왕자의 동선을 흘리고 다닌 걸 들켰다간······.
생각을 마친 조지는 고개 살짝 들며 입을 열었다.
“아카드 왕자님에 관한 정보를 누설했다가 걸리기라도······.”
그리고 마주한 에반의 소름 끼칠 정도로 무심한 눈빛. 그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그럼 나는 볼일이 바빠서 이만.”
등을 돌리고 걸어가는 에반.
알폰소는 멀어지는 에반과 엎드려서 고개를 못 들고 있는 조지와 번갈아 바라봤다.
이내 ‘아!’ 하는 표정과 함께 입가에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는 엎드려 있는 조지의 곁으로 다가가 쪼그리고 앉았다.
“도로시 양에게는 ‘루비 귀걸이’ 같은 거 착용하고 일하지 않도록 제가 단단히 주의 주겠습니다. 하핫.”
즐거워 죽을 것 같은 어투로 귓가를 속삭이는 알폰소의 말에 조지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리고 아까 뱉어놓은 가래침은 깨끗이 싹싹 치우고 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앗! 왕자님!”
휙- 따악!
알폰소가 집어던진 빗자루가 조지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왕자님! 에반 왕자님! 같이 가요!”
조지는 에반을 쫓아가는 그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이 그의 미래 같았다.
***
조지와의 대화 중 총 두 번의 관계 개선이 있었다.
불신에서 불안으로, 그리고 공포로.
공포는 짙은 녹색, 불안은 옅은 녹색이었던 걸 보면 둘 다 나에게 이로운 게 맞았다.
불편한 관계는 붉은색, 긍정적인 관계는 녹색, 그리고 그 강도는 색의 채도와 명도로 표현된다는 것 정도는 옛날에 눈치챘다.
말하는 중이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던 알림들을 살폈다.
「조지 워터슨과의 관계를 극적으로 개선하였습니다.」
「1,500RP를 획득하였습니다.」
「조지 워터슨과의 관계를 개선하였습니다.」
「500RP를 획득하였습니다.」
‘좀 짠데?’
불신인 관계에서 서너 단계를 한꺼번에 개선했다. 시스템 알림도 한 번은 ‘극적’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나.
알폰소와의 관계를 경계에서 평상으로 개선했을 때 1,000RP를 얻은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았다.
지니에게 물어보려다 관뒀다. 또 이 세계에 기록되어있지 않아 답변할 수 없다는 소리를 할 게 뻔했다.
‘누구와의 관계를 개선했냐가 중요한 건가?’
하긴, 하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과 고위 대신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동급으로 취급되면 그것도 말이 안 된다.
표본이 많아지면 자연히 알게 될 일이었다. 그때 가서 확인해보기로 하고 다른 알림들을 살폈다.
「업적, ‘내가 만만해 보여?’를 달성하였습니다.」
「2,000RP를 획득하였습니다.」
「업적, ‘나 무서운 사람이야’를 달성하였습니다.」
「3,000RP를 획득하였습니다.」
처음으로 타인과 불안, 공포 관계를 형성하고 달성한 두 업적 보상이 굉장히 쏠쏠했다. 순식간에 RP가 두둑해졌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참기 힘들었다.
겨우 입술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알폰소와의 관계를 개선하였습니다.」
「1,000RP를 획득하였습니다.」
「업적, ‘우리 친하게 지내요’를 달성하였습니다.」
「2,000RP를 획득하였습니다.」
「업적, ‘두툼한 지갑’을 달성하였습니다.」
「[스킬] 검색 시 상세한 조건 설정이 가능해졌습니다.」
‘응?’
뜬금없는 알림에 이건 또 뭔가 싶었다.
“왕자님! 에반 왕자님! 같이 가요!”
때마침 기분이 좋은 티가 철철 나는 알폰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녀석······.’
시야 구석에 박아뒀던 알폰소의 상태창을 바라봤다.
[관계 : 우호]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동안 가면을 쓰고 시종 일을 하면서 조지가 어지간히 짜증 났었나 보다.
어느새 옆으로 달려온 알폰소의 얼굴을 힐끔 바라봤다. 한 일주일 화장실을 못 갔다가 해결하고 온 표정이었다.
“가서 네 볼일 봐.”
“하핫, 왕자님을 보필하는 게 제 일입니다.”
“됐어. 혼자 있고 싶어.”
우호로 바뀌면서 일부 확인이 가능해졌을 네 스탯과 스킬도 확인하고 말이야.
귀찮은 파리를 쫓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왜 안가?”
“왕자님, 너무하십니다!”
토라진 표정을 짓더니 저 멀리 달려가는 알폰소. 녀석의 본모습을 본 지 1시간도 안 된 나로서는 그렇게 가증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혼자 방으로 돌아온 나는 소파에 앉아 보유 RP부터 확인했다.
‘12,000.’
이걸 어떻게 사용해야 최고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을까? [도서관]에 들어가 지니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 현재 내 상황에서 RP를 가장 알차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뭐라고 생각해?
「저는 에반 님의 ‘현재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없습니다. 혹여 안다고 해도 원하시는 정보를 제공해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이건 또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 어째서?
「도서관 사서의 주관적인 의견으로 이용자의 판단을 제한하는 답변은 금지되어있습니다.」
‘도움이 안 되네.’
쯧, 혀를 차며 대화창을 옆으로 치웠다.
잠시 턱을 괴고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금방 생각이 정리되었다.
어차피 내가 RP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스킬]과 [도서관] 단 두 군데뿐.
[도서관]은 충분히 체험해봤다.마침 업적을 달성하면서 [스킬] 검색창의 UI도 전부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으니 이제 스킬을 익혀볼 차례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