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50)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50화(50/203)
050
지드래곤의 훈련과 광산 개발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내가 잊지 않고 매일 한 일이 있다.
바로 ‘미래’에 있었던 일을 정리하는 것.
엄밀히 말하면 그건 전생이지만, 지구에서의 삶을 전전생이라 부르는 것도 이상하고 편의상 ‘미래’라고 칭하기로 했다.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미래’에서 나는 프란을 만난 적이 없다.
다만, 그녀의 유지를 이은 제자와 오랜 기간 전장을 함께했었다.
‘뇌전의 마녀 앨리스······.’
스승인 프란의 복수를 하기 위해 인간이 아님에도 리오넬 왕국군에 합류했던, 지금 왕도 바로나 여왕삼거리 34-231번지를 홀로 지키고 있는 그녀의 제자 말이다.
그렇다.
프란은 살해당했다.
그리고 그 범인은······.
“뭔 일이길래 그렇게 똥 씹은 표정을 하고 돌아다녀? 지렁이 새끼가 드디어 사고 친 거야?”
프란이 머물고 있다는 방으로 가고 있던 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고 창문 밖을 바라봤다. 그녀가 정원에서 시큰둥한 얼굴로 서 있었다.
창문을 훌쩍 뛰어넘어 정원으로 나갔다.
“잘 쉬고 오셨습니까?”
“뭐 그럭저럭.”
“잠시 이야기 나누실 시간 정도는 있으시죠? 조금 길어질 수도 있으니 앉을까요?”
“뭐야, 심각한 얼굴로. 긴장되게.”
프란은 투덜대면서도 근처에 있던 벤치에 궁둥이를 붙였다.
막상 그녀 앞에 서니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하나 조심스러웠다. 첫 마디부터 당신은 곧 살해당한다고 말하면 내 머리통을 향해 스태프를 휘두를 게 분명했다.
“프란 님.”
“이거 설마 그거냐? 하지 마, 하지 마. 처음 만났을 때도 말했지만, 나한테 반하지 말랬다.”
오죽 많은 놈팡이의 고백을 받았길래 저 정도 반응인지. ······ 그러고 보니 이곳의 주인도 그 놈팡이 중 하나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저번에도 비슷한 말씀을 드렸지만, 프란 님을 이성으로 생각하는 마음 단 한 톨도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래, 다행이네. 그런데 묘하게 기분 나쁜데?”
“뭐, 이성적인 면을 떠나 프란 님을 좋아하긴 합니다.”
[베이른 마나연공법]을 쾌히 돌려준 외조부의 친우, 거기에 7성 마법사인 그녀를 어떻게 싫어하겠나.인간 에반 리오넬은 그럴 수 있어도, 5왕자 에반 리오넬은 그럴 수 없다.
“됐고, 징그러우니까 본론이나 말해 봐.”
“프란 님, 저를 신뢰하십니까?”
일단 ‘관계’상에선 아직 우호이긴 하다.
“여태까지 네가 하는 짓들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뭘 믿어, 너 같으면 믿겠냐? 어떨 땐 72마왕 중 하나의 계약자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구만.”
으음······ 그래도 선량한 사람들에게 피해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너무하시네.
하긴, 내가 생각해봐도 수상한 구석이 좀 많긴 하다. 바로 얼만 전만 해도 그녀는 내가 폐광에 갇힌 아이들의 위치를 불현듯 알아내는 걸 목격했었다.
역시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그럼 상대의 ‘신뢰’를 얻기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그게 비밀의 공유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말해줄 수는 없다.
– 「두 번의 전생을 기억한다? 심지어 하나는 단순한 전생이 아니라 미래?」
– 일단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 어디 가서 떠들고 다니지 마. 혹시라도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 닥쳐도 최소한으로만.」
나의 대나무숲이 되어주었던, 모든 비밀을 공유한 바리사다가 경고했었다.
– 저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마음은 없긴 하지만, 어째서죠?
– 「······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세계의 법칙’이란 게 있어. 너에게 일어났고, 일어나는 중인 일은 그걸 비트는 정도가 아니라 갈가리 찢어버리는 수준이야.」
– 그렇군요.
– 「그렇게 담담히 말할 게 아닌데, 하······ 너도 신의 종자들이 그 ‘세계의 법칙’을 비틀기 위해 바치는 대가 정도는 알 거 아니야.」
– 보통 영구적인 장애를 안고 살아가죠. 때로는 생명을 불태우기도 하고.
– 「그래, 반면에 지금 네가 상태창이란 걸로 할 수 있는 일들은 그런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작은 대가가 필요하지.」
나름 목숨 걸고 RP를 얻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작은 대가라 하니 조금 섭섭하긴 했었다.
– 「어째서 네가 ‘세계의 법칙’의 눈에서 비켜나 있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네 비밀을 아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세계의 법칙’은 너를 주목하게 될 거야.」
– 그럼 바리사다에게도 괜히 말한 건가요?
「나야 한낱 검 쪼가리라 별 상관없을 거야. 네가 거울을 보며 네 비밀을 주절거려도 상관없는 것처럼.」
어쩐지 씁쓸한 말투로 대화를 마무리 지었던 바리사다. 나는 그녀가 해주었던 조언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비밀을 프란에게 털어놓기로 했다.
“프란 님, 저는 가끔 미래를 봅니다.”
“······?”
내 말이 뜬금없었는지 프란의 표정이 기괴해졌다. 이내 조금 이해가 간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역시 그런 거였나······. 그런데 넌 대체 무엇을 대가로 바치는 거지? 정교한 예언으로 유명한 파투라시트의 성자, 성녀들은 모두 맹인인 걸로 아는데. 혹시 다른 신인가? 성흔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그건 말씀드리기 조금 곤란합니다. 다만, 확실한 건 마왕이나 마족은 아니라는 겁니다.”
“뭐, 큰맘 먹고 말하는 것 같은데, 일단 믿어줄게. 그래서 대체 뭘 봤길래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내 방으로 가던 거야? 내가 죽기라도 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내 모습에 피식 웃던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 나 앞으로 살날이 생각보다 많이 남았거든. 자세히 말해 봐.”
“올해 6월에 있을 마법학회, 5년에 한 번 열리는 호라이즌에 참석하실 계획이셨죠.”
“어떻······ 아, 가끔 미래를 엿본댔지. 맞아, 그때쯤이면 내가 연구했던······.”
“거기서 프로젝트 ‘스텔라’를 발표하실 생각이셨고요.”
“······ 솔직히 조금 반신반의했었거든? 진짜네? 내가 어머니의 나무 밑에서 떠올렸던 그 프로젝트명을 네 입에서 들을 줄은 몰랐네.”
스텔라.
저출력 마정석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인공 마정석. 미래에 등장할 타이탄의 근간이 되는 핵심 부품.
“그거 때문에 살해당합니다. 모든 연구 결과를 도둑맞고요.”
“······.”
유력한 용의자는 황탑주.
하믈 제국의 황족, ‘미래’에서는 타이탄의 아버지라 불리며 칭송받았던 8성 마법사.
– 그 새끼가 분명해요! 내가, 그 자식은 반드시 죽여 버릴 거예요!
그게 모두 스승의 연구 결과를 빼앗아 만들어낸 허명이라며 울부짖던 프란의 제자, 뇌전의 마녀 앨리스가 잠깐 떠올랐다.
“범인이 누구야.”
“저도 잘 모릅니다.”
내가 프란에게 풀기로 마음먹었던 정보는 그녀가 호라이즌에서 스텔라를 발표하고 살해당한다는 데까지.
범인을 모른다는 것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황탑주가 범인일 거라는 것도 사실 앨리스의 추측이었을 뿐이니까. 99%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도 있다.
“가지 마시죠. 최소한 연구 결과를 지킬 힘이 생겼을 때 발표하세요.”
“안돼. 가야 해.”
이건 또 무슨 똥고집이야.
“절 아직도 못 믿으십니까? 혹시 투자자를 절실히 구하시는 거라면 제가 자본을 대겠습니다. 이번 광산 개발 건으로 저도 꽤 부자가 된 거 아시지 않습니까.”
“널 못 믿는 게 아니야. 돈의 문제도 아니고. 5년에 한 번 있는 호라이즌이야. 그동안 자신이 쌓은 연구 결과로 평가받는 마법사들의 전쟁터. 그동안 스텔라를 연구하느라 변변한 발표를 못 했어. 이미 몇몇 마법사에게 이번 학회에선 큰 걸 발표한다고 큰 소리 뻥뻥친 참이야.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면 7성 마법사 프란은 헛소리나 떠드는 노망난 할멈이라는 소리가 돌걸?”
솔직히 조금 이해하기 힘들었다.
목숨이 달린 일인데, 마법사로서 자존심이 그리 중요한 건가?
‘미래’의 황탑주 같은 경우는 프란의 연구를 도둑질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도 뻔뻔하게 타이탄의 아버지라 불리었는데.
“이해가 안 될 거란 건 알아. 하지만 누구에게나 양보할 수 없는 게 있는 거야. 나는 ‘마법사 프란’이란 존재에 흠집이 날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어.”
“프란 님의 제자, 앨리스가 혼자 남게 되도요?”
“······.”
그녀가 나를 치사하다는 듯 쳐다봤다.
잠시 둘 다 말없이 정원을 바라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건 어떻습니까?”
“뭐가?”
“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발표. 대신 스텔라 말고 다른 걸로.”
“너 호라이즌이 무슨 학예회인 줄 알아? 석 달 조금 넘게 남았는데 뭘 연구하고 발표를 해.”
석 달 만에 호라이즌에서 발표할 연구라······.
그동안 연구하던 프로젝트 하나를 그녀와 공유해야 할 것 같았다.
마법서를 탐독할 때면 검술이나 열심히 파라던 알폰소의 핀잔이 귓가에 들려왔다. 내가 마법에 헛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순간이기도 했다.
나는 주머니를 뒤적였다.
“뭐야, 갑자기 초콜릿은 왜 꺼내?”
“제가 꿈에서 이상한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걸 재현하기 위해 마법을 배운 순간부터 간간이 실험을 해왔죠.”
나는 초콜릿의 봉지를 까서 프란이 잘 볼 수 있는 전방에 툭 던졌다. 그리고 1성 기초 마법인 [수막], [흡입], [자력] 등을 응용해 내가 창안한 술식을 설계, 구축, 발현했다.
‘마그네트론.’
초콜릿 바로 옆에 작은 동전만 한 수막으로 만들어진 물풍선이 두둥실 떠 올랐다. 내부의 공기를 싹 빨아낸 진공상태. 풍선 중앙엔 음극, 수막 주변엔 양극의 자력이 형성되었다.
“뭐야 그건?”
“마그네트론이라 이름 붙인 제 창작 마법입니다. 제 마력으로는 저 정도 크기가 한계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프란의 물음에 답해준 나는 오른손을 꽉 쥐었다. 고압의 전류를 풍선에 부여하는 마지막 방아쇠가 당겨졌다.
우우우웅- 하며 진동하는 물풍선.
그 옆에 있던 초콜릿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나는 방금 풍선에서 마이크로 전자파를 발생시켜 전자레인지와 유사한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수막을 이용한 물풍선으로 진공관을 대체한다는 건 전생의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
하지만, 이 세계의 물리법칙은 지구와 ‘비슷’하지, ‘동일’하지 않다. 거기에 ‘마력’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힘이 있다.
“······?”
녹아내린 초콜릿을 바라보는 프란의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번뜩였다.
나는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신기하죠? 어째서 초콜릿이 녹아내린 걸까요. 제가 꿈속에서 본 걸 재현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이게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프란 님이라면 호라이즌 전까지 그 이유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 원리를 모른다고?”
프란이 의심의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근데, 진짜 거짓말이 아니다.
‘미래’와 달리 전생의 기억은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탓.
어떻게 하면 마이크로 전자파를 발생시킬 수는 있는지 기억하고 있지만, 왜 그렇게 하면 마이크로 전자파가 발생하는지 물으면 답할 말이 궁색하다.
무엇보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 세계의 물리법칙은 지구와 유사한 거지, 같은 게 아니다.
누가 보면 내가 [마그네트론]의 술식을 뚝딱 만들어낸 것 같을 테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실패가 있었다.
“뭐, 대충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발생해서 초콜릿을 녹였다는 것 정도?”
“······ 거짓말은 아닌 것 같네. 하지만 안돼. 그걸 발표할 순 없어.”
또 왜.
“이건 내 연구 아니야. 네 거지. 남의 연구를 도둑질하는 짓, 내 연구 윤리로는 용납할 수 없어.”
한숨이 나오려는 순간.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공동연구라면 네 제안, 감사히 받아들일게. 이번에 받은 신세는 반드시 갚아줄 테니 달아 둬.”
저런 훌륭한 연구 윤리가 있는데 어째서 황탑주 같은 인간이 나왔는지.
“저는 가급적이면 마법을 익히고 있다는 걸 숨기고 싶습니다. 적당한 때가 되었······.”
“굳이 본명을 사용할 필요는 없잖아? ‘어둠의 마법사’ 같은 병신 같은 가명으로 논문을 발표하는 또라이도 있어.”
왜 그 생각이 안 났지?
“음······ 프랑켄슈타인. 그 이름이 좋을 것 같습니다.”
“희한한 이름이네? 뭐, 상관없지. 성이 없으니 인간이 아니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네.”
「프란과의 관계가 개선되었습니다.」
「30,000RP를 획득하였습니다.」
프란과의 관계가 ‘신뢰’로 변했다는 알림. 보상으로 들어온 RP에 헉 소리를 낼 뻔했다.
‘3만?’
역시 7성 마법사.
10만 RP 달성이 코앞이었다. 분명 업적도 추가로 달성되겠지?
나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겨우 끌어내렸다. 아직 대화가 끝난 게 아니었다. 성공적으로 ‘첫 용건’을 해결했으니 다음으로 넘어갈 차례였다.
“프란 님은 엘프의 숲에 출입할 수 있으시죠?”
“여태까지 내가 어디 갔다 왔는지 뻔히 알면서 왜 물어.”
“분명 아까 제가 [마그네트론] 프로젝트를 공유해준 신세를 갚으신다고 했죠? 일찍 털어버리시는 게 어떻습니까? 엘프의 숲, 관광 한 번만 시켜주십시오.”
거기에서 꼭 얻어야 할 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