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58)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58화(58/203)
058
애꾸눈 카이나.
서북부 국경지대의 하믈 제국군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인 그녀는 5왕자와 드레이크가 무기를 들고 마주 보는 광경을 긴장된 눈으로 지켜보았다.
거대한 전투 도끼를 손에 쥔 드레이크가 긴장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선공을 양보한다는 헛소리는 하지 않겠습니다.”
“좋은 자세야, 방심은 언제나 화를 부르는 법이지. 그럼 시작할까?”
짧은 대화가 끝남과 동시에 둘은 땅을 박차고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우웅- 우우웅─!
5왕자의 검에서 울린 소리가 연무장을 뒤덮었다. 반면에 힘찬 포효를 내질렀어야 할 드레이크의 도끼는 미약한 웅얼거림을 토했다.
까가가강─!
검과 도끼가 부딪치며 불꽃이 튀겼다.
셀 수 없이 많은 하믈 제국군을 두 동강 내던 드레이크의 도끼가 5왕자의 검에 튕겨 나갔다.
‘힘에서 밀렸어?!’
카이나는 드레이크가 천하장사의 용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애꾸가 되던 날.
그녀가 드레이크, 그리고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전우 셋과 제국의 6성 기사를 마주쳤던 그 날, 드레이크는 힘에서만큼은 놈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였었다.
‘혹시 검 때문에?’
이전 대련에서 5왕자가 대검을 부숴버린 건, 그의 검이 전설의 명검이라 그런 걸지도 모른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방금 일어난 일은 검이 명검이라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힘의 차이도, 검 때문도 아니면 답은 하나.
‘기교야!’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제 겨우 14살.
그것도 본격적으로 검을 수련한 건 반년이 조금 넘었다 들었다.
전장에서 무수한 사선을 헤쳐온 드레이크를 에반이 기교로 제압하는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크아아아아아압!”
드레이크가 이를 악물고 도끼를 휘둘렀다.
언제든 대련에 끼어들어 중단시킬 준비를 하고 있던 레이나가 움찔할 정도로 광포한 공격.
허나 에반은 동요 없는 눈빛으로 몸을 두 동강 낼 것처럼 덮쳐오는 도끼를 바라보았다.
‘하늘 베기.’
에반식 리오넬 제왕검술 2초식.
검이, 하늘을 갈랐다.
샤아아악──! 땡그랑!
드레이크의 도끼가 두부처럼 깔끔하게 절단되었다.
“크어어엇.”
균형을 잃은 드레이크는 볼썽사납게 땅바닥을 굴렀다.
이내 고개를 든 그는 연무장 바닥에 떨어져 흙먼지를 피워올리는 반토막 난 도끼를 발견하곤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내, 내 도끼가.”
뚜둑, 뚜두둑.
가볍게 목을 푼 에반이 이번엔 카이나를 바라보았다.
“다음.”
카이나는 얼른 쌍검의 검 자루를 하나로 합쳤다. 철컥, 쇠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곡선이 아름다운 장궁이 만들어졌다.
“왕자님, 전 궁수입니다, 근접전투는 제 전공이 아닙니다.”
그녀는 하믈 제국의 4성 기사들을 수없이 도륙한 쌍검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소리는 일절 하지 않았다.
드워프 명장이 제작한, 가문의 가보가 두 동강이 나는 일을 절대로 피하고 싶었다.
피식 웃은 에반이 다음 먹잇감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다들 자신의 무기를 등 뒤로 감추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
연무장에서 패싸움할 듯 대치하고 있는 3기사단과 북부해방군을 본 순간, 어떻게 하면 서로를 화합시킬까 고민하던 걸 때려치웠다.
잘 생각해보니 단기간에 될 일도 아니었다.
굴리고 굴리다 보면 전우애도 생기고 그러지 않겠나. 지금 당장은 서로 물고 뜯을 듯 으르렁대도 일만 잘하면 된다.
다만, 그러려면 제대로 통제해야겠지.
나는 [바리사다]를 검집에 꽂아 넣으며 연무장에 모인 이들을 한차례 쓱 훑었다.
“다음부터 주둥아리를 나불대려면 내 허락을 받고 하도록.”
“······.”
고요한 연무장.
나는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대답 안 하나?”
“알겠습니다!”
그제야 우렁찬 소리가 연무장을 채웠다.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주먹이 효과적일 때도 있는 법이다.
“내가 단상에 올라갈 때까지 오와 열을 맞추도록.”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단상으로 향했다. 뒤에서 허둥지둥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단상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래도 군대 밥을 먹은 이들이라 그런지 그 짧은 사이 오와 열을 맞춰 서 있었다.
연무장 구석구석까지 목소리가 도달할 수 있게 마나를 운용하며 입을 열었다.
“오기 전까지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어떻게 하면 3기사단과 북부해방군이 화합할 수 있을까.”
잠시 말을 쉬고 모인 이들을 말없이 바라봤다. 다들 내 눈을 피했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할 필요 없다. 치고받고 싶으면 주둥이로 하지 말고 주먹으로 싸워라. 단, 보고만 잊지 말도록.”
내 말에 베록과 드레이크가 서로를 죽일 듯 노려보는 게 보였다.
“사실 조금 전 한 말보다 그대들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왕국이 내민 손을 잡아준 북부해방군의 용사들에게는 감사를 표한다.”
북부해방군 인원들 하나하나와 눈을 마주쳤다. 상황이 상황이었던지라 다들 서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동안 왕국이 그대들의 노고를 인정치 않고 산적, 열차 강도 같은 무뢰배 집단과 동일시한 것을 내가 대신 사과하겠다.”
나는 진심으로 그들에게 허리 굽혀 사과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고 말을 이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왕국이 그대들을 버리는 일이 없을 거다. 내가! 이 나라의 왕자인 에반 리오넬이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주겠다!”
북부해방군 중 일부는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다.
“마지막으로 이것 하나는 반드시 약속하겠다. 그대들이 쓰러지는 날이! 바로 내가 쓰러지는 날이 될 것이다!”
잠시의 정적.
그리고.
“우와아아아아!”
“5왕자님 만세!”
“저도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북부해방군의 함성이 왕국 전역에 울려 퍼질듯했다. 나는 그들이 조금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다 다시 입을 열었다.
“알다시피 왕국이 내민 손을 잡아준 그대들을 부를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 북부결사대? 북부민병대? 북부수호대? 여러 고민을 해봤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왜 나는 북부라는 이름에 연연하고 있지? 묻겠다. 그대들은 리오넬 왕국의 서부, 동부, 남부 지역에 북부와 똑같은 상황이 닥치면 그들을 외면할 것인가?”
내 물음에 연무장이 조용해졌다.
지역감정이 이렇게 어려운 문제다.
대부분 입술을 오물거리며 말을 못 꺼내고 있었다. 몇몇은 그런 스스로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아, 아닙니다!”
“맞습니다! 아닙니다!”
누군가의 발언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우렁찬 대답이 튀어나왔다.
진심이 아니지만, 남들이 하니까 따라 외치는 것 같은 이들도 상당히 많아 보였다. 그래도 썩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그대들의 대답은 잘 들었다. 이에 나는 그대들에게 리오넬수호군이라는 이름을 선물하고 싶다. 어떤가? 마음에 드는가?”
– 리오넬수호군?
– 그래도 북부가 빠지는 건 좀······.
“우와와아아아!”
역시 별로 마음에 안 들어 보이는 이가 있는 눈치였지만, 누군가 함성을 지르자 다들 거기에 휩쓸려 소리를 높였다.
“좋다! 오늘부로 그대들은 리오넬수호군이다! 3기사단과 협력하여 바로 내일, 섬나라 해적 놈들을 때려잡으러 출발하겠다.”
“우와아아아아!”
“해적 놈들을 수장 시켜버리자!”
3기사단과 북부해방군, 아니 리오넬수호군의 첫 만남이 무사히 끝났다.
그리고 연무장을 떠나 영주성으로 가는 길.
레이나가 질문을 해왔다.
“왕자님, 대련 당시의 검명은 대체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저, 저도요!”
아직 검사를 다루지 못하는 아돌과 버논도 앞다투어 동참했다.
“그건 검명이 아닙니다.”
“네?”
셋 다 동시에 멍청한 표정이 되었다.
나를 사기꾼 바라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울링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검기를 이용해 검사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거로 생각하면 됩니다.”
“검기를 이용해서요? 그게 가능한 겁니까?”
아돌이 미심쩍은 눈초리로 물었다.
“가능합니다.”
“하울링······ 왕자님이 지은 이름입니까?”
이름을 듣고 고개를 갸웃하던 레이나의 물음.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만든 기술이 아닙니다.”
“그럼 누가?”
“있습니다. 위대한 외팔이 여기사.”
“?”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현시대에 유명한 외팔이 여기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혹 있다 하더라도 내가 만났을 리 없기 때문이겠지.
나는 힐끔 레이나를 바라봤다.
깊은 고민에 빠진 표정이었다. 본래라면 ‘미래’에서 그녀가 팔을 잃은 상태로, 자신보다 우월한 기량의 야만인을 상대하며 창안한 기술.
이번 생에는 그 같은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레이나의 눈에 반가운 현기가 깃드는 것이 보였다. 내가 펼쳤던 하울링을 보고 뭔가 느낀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해적 소탕 작전을 짜기 위해 모인 회의실.
상석에 앉은 나는 이번 동부 토벌에 합류한 북부해방군, 아니, 리오넬수호군의 간부들을 살폈다.
총 세 명.
도살자 드레이크.
애꾸눈 카이나.
화염마녀 리디아.
오스틴과 다른 한 명은 명목상 북부해방군의 간부로 북부에 남아있다.
사실 간부들 전원이 왕국의 제안을 온전히 받아들인 건 아니다.
특히 강경파를 이끌던 두 명, 드레이크와 카이나. 둘은 하루에도 몇 번씩 찬성, 반대를 오갔다고 들었다.
최종적으로 이번 동부 해적 소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답을 해온 상태였다.
똑똑, 똑똑.
“왕자님, 가져왔습니다.”
“들어와.”
알폰소가 커다란 지도를 들고 나타났다. 곧 회의실에 모인 전원이 볼 수 있도록 벽에 걸었다.
동부의 지형이 자세히 그려진 전술지도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 옆으로 다가갔다. 포인터를 길게 뽑아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드레이크, 모르가나. 두 사람은 2개 백인대와 함께 여기 이스폿 자작령으로 가세요. 호위 중이던 백작가 귀족 영애를 납치 살해 후 도주한 5성 기사 출신 다이크. 놈이 이끄는 해적단이 내일 오전 10시경 이곳을 습격할 겁니다. 시간이 촉박하니 회의가 끝나자마자 바로 출발해야 할 겁니다.”
드레이크는 여기사인 모르가나와 엮었다.
알폰소가 싸우면서 정이 드는 거라며 베록과 팀을 짜주는 게 어떠냐고 물었던 게 떠올랐다.
바로 헛소리하지 말라고 해줬었다.
수틀리면 서로 주먹질하는 것도 허용해줬지만, 쓸데없는 분란을 만들 필요는 없는 법이다.
드레이크가 손을 들었다.
“5왕자님, 확실한 정보입니까? 여태 놈들을 소탕하지 못한 것도 워낙 신출귀몰한 탓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가 미덥지 못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내 무력은 인정했지만, 내 지휘는 쉬이 신용할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사실 그만 그런 게 아니었다. 기사들 역시 그런 눈치였다.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나는 애초에 왕도 바로나를 벗어난 것이 이번이 겨우 두 번째. 다들 내가 병사 한 명 못 다뤄봤다고 알고 있다.
“만약 지시한 곳으로 갔다가 허탕을 치는 팀이 나타나면 이걸 선물로 주죠.”
스르릉──!
콰직!
나는 [바리사다]를 뽑아 탁자에 꽂았다.
모두의 눈에 탐욕이 서렸다.
내가 베록의 대검을 깨트리고, 드레이크의 도끼를 두부 자르듯 잘라버린 것이 검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하는 탓이리라.
[도서관]을 통해 교차검증 후 행방이 확인된 놈들에게만 병력을 보낼 생각이었다. 내가 말하는 시간과 장소에 반드시 놈들이 나타날 것이다.「······ 뒤질래?」
바리사다의 양해를 미리 구하지 않았던 건 조금 뼈아픈 실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