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6)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7화(6/203)
007
스킬창을 처음 살펴봤을 때부터 궁금했었다.
정말 RP만 충분하다면 저것들을 전부 익힐 수 있는 건가?
혈족에게만 계승되는 비전들도 있는데?
만약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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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쏟아졌던 의문들.
허공에서 탭댄스를 추며 놀고 있던 유령손을 불러들여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스킬창을 열었다.
단순히 뭐가 있나 구경할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진귀한 보물이 곳곳에 숨어있는 골동품가게에 입장한 것 같았다.
이제 여기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을 골라내야 했다. 아, 당연히 현재 소지한 RP 내에서.
검술, 마법, 창술, 궁술······.
눈앞에 펼쳐져 있는 스킬의 향연 속에서 내가 택할 종류는 정해져 있었다.
‘마나연공법이 1순위야.’
마법은 물론이고, 검술과 창술 등의 무학 또한 상승의 비전을 익히기 위해서 반드시 ‘마력’을 깨우쳐야 한다.
신성마법이나 흑마법 같은 몇몇 예외도 있지만, 그런 것들은 스킬창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으니 논외.
노인이나 가냘픈 여인, 심지어 어린아이일지라도 마력을 능숙하게 다루는 이라면 집채만 한 곰도 일격에 제압할 수 있다.
그야말로 생물의 종을 초월하게 만드는 힘.
마력의 연료는 대기 중에, 물속에, 심지어는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에도 있다.
세상 어디에나 깃들어있는 ‘마나’.
마력을 다루는 첫걸음은 마나의 흡수와 저장. 그걸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마나연공법이다. 특수한 호흡으로 받아들인 마나를 심장 또는 뇌에 저장한다.
기사처럼 신체를 강화하는 부류는 심장에, 마법사같이 마나를 보는 세 번째 눈이 필요한 부류는 뇌에.
‘첫 마나연공법의 선택은 굉장히 중요해.’
같은 위치에 마나를 모으는 연공법끼리는 상승의 것을 익히게 되면 어떻게든 갈아탈 수가 있다고 주워들었다.
하지만 한 번 심장이나 뇌에 자리 잡은 마나의 위치를 바꾸는 건 불가능. 만약 시도했다가는 십중팔구 그 자리에서 사망. 간신히 살아남아도 폐인이 된다고.
‘심장이냐, 뇌냐.’
내게 선택을 강요하는 중대한 갈림길이었다.
– 기사는 만들어지고, 마법사는 태어난다.
오래된 격언이 떠올랐다.
기사가 되기 위해 재능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마법사보다는 육성하기 수월하다는 의미.
마법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여러 관문을 거쳐야 한다.
첫 번째는 마나 감응도 테스트.
섬세한 마나 조작이 일상인 마법사들. 그들에게 있어 마나 감응력이란 가수의 목소리, 화가의 손이나 마찬가지다.
100에 99가 여기서 탈락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어린아이에게 공 수백 개가 있는 방 안에서 마나가 듬뿍 부여된 특별한 공 하나를 찾아보라고 했을 때, 정답을 골랐다면, 그 부모는 기뻐해도 된다. 아이는 마법사가 되는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이제 공간지각력, 연산력, 암기력 등 마법을 수학할 능력이 되는지 검사하는 테스트들을 줄줄이 통과할 일만 남았다.
– 왕자님은 마법을 익히시기가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마나 감응도 테스트 당시, 볼풀 속에서 유독 눈에 밟히는 공을 골랐던 내게 칼같이 선언하던 대머리 마법사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사회생활 참 못할 것 같던 인간. 실제로도 얼마 안 가 왕궁에서 사라졌었는데······.
간혹, 아주 간혹 부족한 마나 감응도에도 마법사로서 이름을 알린 이들이 있지만, 그건 단점을 상쇄할 만큼의 무언가를 그들이 가졌기 때문이다.
힐끔, 유령손에 시선을 주었다.
나도 저런 게 아니라 마나를 품은 공을 볼 수 있다면. 불과 얼마 전까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했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마나 감응도가 떨어진다고 판별된 나는 심장에 마나를 모으는 기사들의 연공법을 택하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과연 내게 기사의 재능이 있을까?
마나 감응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막 검술 수련을 시작하려던 찰나, 일상이 무너졌었다. 왕국의 신병들이 익히는 [리오넬 제식검술]조차 익히지 못했다.
······.
그래, 변명일 뿐이다.
아무리 외부와 단절되어 유령왕자로 지내왔다지만 마음만 먹었으면 [리오넬 제식검술]의 교본 정도는 구할 수 있었을 거다. 에메랄드 궁의 서재를 샅샅이 뒤져보면 하나 나올지도 모르고.
그게 아니더라도 정 방법이 없었으면 혼자 목검을 들고 베기, 찌르기, 막기 정도는 독학할 수 있었겠지.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봤다.
에메랄드 궁에 틀어박혀 있던 유령왕자가 보였다.
‘이 등신아······.’
과거의 나에게 한 소리 하려다 그만뒀다. 전생의 기억을 자각하지 못했던 그때의 나는 하루아침에 보호자를 잃은 8살 어린아이였을 뿐이다.
되돌릴 수도 없는 과거는 묻어두고 당면한 문제에나 집중하기로 했다.
‘몸을 쓰는 쪽 재능도 별로 같은데.’
근거 없는 생각이 아니다.
빌어먹을 4왕자, 아카드 자식의 수련용 허수아비 역할을 하느라 한 달에 한두 번은 목검을 쥐었었다.
두들겨 맞기 일쑤였다.
나의 조상인 리오넬 왕국의 시조는 검을 처음 잡자마자 몬스터 수십을 일방적으로 도륙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5년 정도 시간이면 간간이 반격도 하고 그래야 재능이 있다고 하지 않을까?
가끔 공격을 막은 적이 있긴 했다.
– 막아? 막아아아?
그럴 때는 평소보다 심하게 처맞고 일주일은 앓아누웠던 기억에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마법사의 것이냐, 기사의 것이냐를 떠나 연공법을 익혀서 마나를 느낄 수 있을지부터 걱정해야 할 것 같았다. 백날 수련해도 마나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도 흔했다.
유령손의 검지를 이용해 스킬창의 화면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무의미한 행위를 반복하다 [⌕]를 눌렀다.
상세한 검색 설정이 가능해졌기에 내가 보유한 RP로 익힐 수 있는 마나연공법만, 저렴한 순으로 나오도록 금액대를 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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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아.’
이름만 놓고 보면 하나같이 절세의 마나연공법이었다. 창시자나 발원지를 알 수 없는 것이 대부분.
마나연공법 앞에는 창시자나 가문의 이름, 하다못해 만들어진 지역이라도 붙이는 것이 관례였다.
뭐, 이름이야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니 웃어넘길 수 있다. 문제는 저 중에 제대로 된 건 손에 꼽을 거라는 것.
– 왕자님, 왕자님! 사파이어궁에서 일하는 하인 하나가 골동품가게에서 구한 마나연공법을 익히다 반신불수가 되었다네요.
검증되지 않은 마나연공법을 익히는 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
무엇으로 만든 지 모르는 길거리 약장수의 건강보조제를 먹는 것과 마찬가지 행위였다. 그런데도 ‘마력’을 얻고자 하는 열망에 그런 마나연공법을 익혔다 병신이 되는 사람들이 이야기가 가끔 들려온다.
– 그런데 놀라운 게 뭔지 아세요? 그 마나연공법이 진짜 30년 전 멸문한 아약슨 가문의 것이었대요! 소문으로는 그걸 불과 200크론에 샀다네요. 키야! 한 달 월급 정도 되는 돈으로 마나연공법이라니.
제대로 된 것일지라도 독학으로 익히는 게 위험한 건 매한가지.
아주 작은 실수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처음엔 이상이 없는 것 같다고도 어느 순간 손 쓸 틈도 없이 사지가 영구히 마비되거나, 백치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또한 마나 연공 중에는 외부에 작은 충격도 치명적일 수 있기에 안전한 공간, 그게 안 되면 믿을 만한 이의 호위가 필요했다.
‘······ 지금 내겐 사치지.’
입가를 비틀며 스킬창에 검색된 마나연공법 중 진품을 골라낼 방법을 고심했다. 결국 지니와의 대화창을 다시 시야 정면으로 끌고 왔다.
┕ 현재 소지한 RP로 익힐 수 있는 마나연공법 중에서 제대로 된 것들을 추릴 수 있어?
이 정도는 대답해주겠지.
「보유하신 RP로는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짜증이 나 대화창을 시야 구석에 다시 처박아놨다.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검색된 스킬을 쭉 한번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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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텐 벽력 마나연공법] -499RP [리오넬 제식 마나연공법] -10,000RP [적탑 입문 마나연공법] – 10,000RP [청탑 입문 마나연공법] – 10,000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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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서서히 올라가던 스킬값이 갑자기 20배가 넘게 뛰었다.
담합이라도 한 듯 전부 같은 가격.
‘전부 들어본 적 있어.’
왕국의 간부급 군인이 익힐 수 있는 [리오넬 제식 마나연공법]과 세계 각국에 지부를 둔 유서 깊은 마탑의 입문용 마나연공법. 누가 봐도 저것들이 정상적인 거였다.
아니, 이렇게 구별이 쉬운 걸 보유한 RP가 부족하다고 한 거야?
사파이어궁에서 일하던 하인이 골동품가게에서 구한 마나연공법이 200크론. 왕궁에서 일하는 신입 사용인들의 월급보다 조금 적은 수준이었다.
스킬창에 나열된 정체불명 마나연공법들의 평균 가격을 고려해보면, 대략적인 RP의 값어치를 알 수 있다.
1RP에 약 1크론.
전생의 가치로는 대충 만원.
눈치가 좀 있는 인간이라면 몇 분 만에 진짜 마나연공법을 구별해낼 수 있는 걸 12,000RP을 보유했음에도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한 거였다.
다시 한번 열이 올라 구석에 처박아놨던 지니와의 대화창을 아예 꺼버리기 위해 유령손을 움직······.
– 일정 등급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 양과 질에 따라 합리적인 수준의 RP가 필요합니다.
문득, [도서관]을 처음 이용할 때 지니가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합리적인 수준의 RP······.’
나를 엿 먹이려는 의도가 아니고서야 별것도 아닌 정보에 막대한 RP를 요구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보이용료 자체가 소중한 정보가 될 수도 있지 않나?’
골동품가게에 먼지가 쌓여있던 정체불명의 마나연공법이 진짜였던 것처럼, 스킬창에 검색된 499RP 이하의 것 중 제대로 된 마나연공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굳이 왜?
그냥 스킬의 위력에 합당한 RP를 측정하면 될 것을.
‘히든 피스 같은 건가?’
초보 마을에서 팔던 부러진 검이 알고 보니 전설의 검이었다라는, 싱글 게임을 하다 보면 가끔 제작진이 숨겨놓은 요소들.
망상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놀려먹으려는 장난질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
로사 시스템.
좁고 어두운 우물 속에 갇혀 있는 것 같던 내게 떨어진 구명줄.
문제는 설명서 따위는 없다는 것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히 뜯어보고 분석해야 했다. 그게 내게 이 구명줄을 던져준 이에 대한 예의이며, 우물 밖으로 나갈 열쇠다.
정보의 가치에 합당한 RP를 요구한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히든 피스가 진짜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물어보면 된다.
분명 특별한 답변이 돌아오는 게 있을 거다.
┕ 지니, 파천 마나연공법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데, 얼마야?
「해당 정보의 이용료는 40RP입니다.」
마나연공법보다 저렴한 가격.
┕ 뇌신 마나연공법은?
「해당 정보의 이용료는 200RP입니다.」
응?
마나연공법은 50RP인데? 설마 시작부터 당첨인가?
‘그래도 200RP는 좀 약한데······.’
아, 익히다 보면 부작용이 발발한 적이 있다는 정보라도 듣게 된다면 그 정도 가치가 있을지도.
평소에 마음 안 드는 놈한테 선물할 수도 있는 거잖아? 암살용으로 아주 훌륭한 무기가 되는 셈이다.
긴가민가할 때는 표본을 늘려보면 될 일이었다.
┕ 다음은 광풍 마나연공법.
「해당 정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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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작업이 이어졌다.
대부분 마나연공법과 엇비슷한, 많으면 5배 정도의 RP를 요구했다.
우르릉- 콰광!
어느 순간부터 어둑했던 밖은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타다닥, 창문을 두들기는 빗소리를 들으며 기계적인 질문을 던지는 일에 지쳐가던 중이었다.
나는 한 마나연공법 앞에서 잠시 멈칫했다.
[무극 마나연공법] – 413RP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이상하게 친숙했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 지니에게 질문을 던졌다.
┕ 무극 마나연공법은?
「질문하신 내용에 대한 정보는 이 세계 어디에도 기록되어있지 않아 답변이 어렵습니다.」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