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60)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60화(60/203)
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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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아아!”
“죽여어어!”
“기름! 기름 가져와!”
아비규환의 현장.
펄펄 끓는 기름이 담긴 솥을 들고 뛰어가다 문득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뭐해! 이 새끼야! 부어!”
눈을 부라리는 고참 병사의 명령에 일단 들고 있던 솥에 담긴 기름을 성벽 밑으로 부어버렸다.
치이이익.
“끄아아아아! 눈, 눈──!”
양손으로 눈을 감싸며 기어오르던 성벽에서 떨어지는 제국군을 보며 무슨 상황인지 깨달았다.
왕국을 침공한 하믈 제국군과 맞서는 병사1의 꿈을 꾸는 중이었다.
‘위치는······ 어디지?’
쇄액- 쇄액- 쇄애액─
날아드는 화살을 피하며 성벽 밖을 살짝 내다봤다. 개미 떼 같은 하믈 제국군이 끝도 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아직 타이탄이 운용되기 전.’
그렇다면 아르야 왕국을 겨우 몰아낸 직후인가?
“뭐해, 이 새끼야! 화살이 없으면 돌멩이라도······ 컥!”
내게 고함치던 고참 병사가 이마에 화살을 맞고 성벽 밖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쇄애애액── 퍼억!
병사1인 나 또한 화살에 이마에 박히며 몸이 기울어졌다.
꿈이라 그런가?
즉사일 텐데도 여전히 주변 풍경이 보이고, 소리가 들렸다.
“지원! 지원은 언제 오는 거야!”
영주로 보이는 이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었다. 곧 통신병이 그에게 달려가는 게 보였다.
“폐하는 아직 로크대론 영지에 계신다고 합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달라는 전보입니다!”
“씨바아아아알! 버티긴 뭘 버텨! 우리보고 다 뒤지라는 거잖아!”
쇄애애액── 퍼억!
“크아아악!”
병사1과 마찬가지로 이마에 화살이 박혀 쓰러지는 영주. 쓰러진 그의 갑옷에 새겨진 문장을 보고 나서야 이곳이 어딘지 알았다.
‘아스웰.’
딱히 무엇이 유명하다 할 수 없는 서북부의 평범한 자작령.
서북부에 넓은 전선을 펼쳐 동시다발적으로 쳐들어왔던 제국군. 필연적으로 버려야 할 곳과 반드시 지켜야 할 곳이 나뉘었었다.
아스웰은······.
버려야 할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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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어있었다.
방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아직 새벽엔 춥다며 따뜻하게 자야 한다던 알폰소. 녀석이 뭔가 실수를 한 게 틀림없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창문을 활짝 열자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식혔다.
‘몇 시지?’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4시.
다시 자기엔 애매한 시간이었다.
가볍게 마나 연공을 했다. 신선한 마나가 전신을 순환한 탓인지 꿉꿉했던 기분이 조금 괜찮아졌다.
창가 앞 의자에 앉아 사색에 잠겼다.
‘로이르를 만난다는 생각에 악몽을 꾼 건가······.’
기술, 식량, 자원······ ‘미래’에서는 어느 하나 풍족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극심한 갈증을 느꼈던 것이 있다.
사람.
전선에 구멍은 뻥뻥 뚫리는데, 믿고 맡길만한 인재는 항상 부족했었다. 그나마 있던 이들조차 하나둘 쓰러져갔었다.
‘로이르는 반드시 살려야 해.’
‘미래’에서 1왕자의 왕위 계승에 불복한 2왕자가 아르야 왕국을 끌어들이며 일어났던 1차 리아(리오넬·아르야)전쟁.
당시 로이르는 고향인 승전도에 하급 장교로 부임하고 있었다. 그는 상관들이 도망치며 떠맡게 된 1척의 배로 13척의 아르야 군함을 가라앉히는 놀라운 전공을 세웠다. 덕분에 승전도의 주민들이 피난 갈 시간을 벌었다.
문제는 그가 상대와 공멸했다는 것.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생존자가 없었더라면 로이르 신이라는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2차 리아전쟁이 발발했을 때 그가 살아있었다면······.
‘뭐, 알 수 없나?’
놀라운 전공 하나만을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로이르 신.
하지만.
그가 ‘미래’에 일으켰었던 단 한 번의 기적만으로도 옆에 두고 지켜볼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본디 동부 해안가를 지키는 건 석함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군의 몫이다.
6성급 해적 조 베이리가 이끄는 해적단이 출몰하는 바람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한다는 핑계가 있지만, 어찌 되었건 그들이 자신들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도 사실.
해군이 처리하지 못한 해적들을 소탕해주는 나를 공손히 모셔도 모자랄 판국에······.
“저걸 타라고?”
“수많은 해적 놈들을 수장시킨 녀석입니다.”
“그랬겠지. 내가 태어났을 때쯤에는.”
“······.”
나의 말에 함장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본인의 함선이 모욕받았다고 느낀 것 같았다. 그가 이내 표정을 바로잡고 입을 열었다.
“아직 현역인 놈입니다. 최대 300명이 탑승 가능하고, 28문의 마력포를 탑재했으며, 마력 엔진을 사용하기에 바람이 없을 때도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육지에서 기어 나오는 해적 잡놈들을 때려잡기에는 과분합니다.”
“내가 몰라서 그런 말 한 줄 아나?”
“······.”
이건 성의의 문제였다.
기찻길이 깔리고, 하늘을 나는 비공정이 개발된 대격변의 시기.
군함도 마찬가지다.
철갑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래, 솔직히 그런 신형 전함은 섣불리 뺄 수 없다 치자. 그래도 철갑으로 덧대는 개조를 끝낸 함선 정도는 내줬어야 최소한의 성의를 표시한 거라 볼 수 있었다.
됐다, 함장이 무슨 죄겠는가.
클리앙은 이렇게 치사하게 일을 진행하는 인간이 아니다. 아마 해군 고위 장성 중 나를 아니꼽게 본 놈이 수작 부린 거겠지.
······ 어쩌면 2왕자 일지도?
범선을 안 보낸 걸 고마워해야 하나?
“배 이름은?”
“카이카닉입니다.”
이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를 피해 바다로 도망가 있으려는 얌체 같은 해적놈들을 때려잡기에는 충분한 건 사실이다.
“가지.”
나는 찡그린 인상을 펴고 카이카닉함에 올랐다. 한동안 함께 지낼 함장과 해군들이었다.
더 얼굴을 붉혀서 좋을 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승전도로 가는 길.
“우웨에엑!”
“웁- 웁─!”
“우웁─!”
호위기사 셋이 한마음 한뜻으로 갑판에 매달려 물고기들에게 밥을 주었다.
나는 멀쩡한 이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알폰소와 화염마녀 리디아.
이번 승전도행에는 베록이 빠지고 리오넬수호군의 간부인 리디아가 합류했다. 5성 마법사인 그녀는 육지에서보다 바다에서 더 활약을 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서였다.
“······ 왕자님은 괜찮으신가 보군요.”
물고기 밥을 주고 있는 기사들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함장이 내게 물었다. 조금 아쉬워 보이는 건 내 착각인가?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손가락으로 전방에 보이는 섬을 가리켰다.
“저기 보이는 섬이 승전도인가?”
“맞습니다.”
“이 부근, 유속이 엄청 빠르군.”
“하하, 여긴 그나마 느린 편입니다. 엔진이 탑재되지 않은 배는 때를 맞추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곳도 있습니다.”
뿌우우우──
뱃고동이 울렸다.
카이카닉함이 항구로 들어가겠다는 신호.
나는 함장과의 대화를 중단하고 가까워지는 승전도를 바라봤다.
***
로이르 신.
석함도 해군이었던 할아버지,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그는 어릴 적부터 군인이 되기로 결심했었다.
올해 15살인 그는 2년 뒤 성인식을 마치면 왕실사관학교 해양학부에 입학시험을 치를 생각이었다.
문제는 돈.
아버지는 해적 놈들과의 전투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갖은 고생을 해온 홀어머니는 건강이 별로 좋지 않았다. 거기에 두 동생.
반드시 전액 장학금을 타야 하는 상황이었다.
공부에 매진해도 붙을까 말까 한 왕실사관학교 입학시험. 하지만 오늘도 로이르는 어머니와 함께 작은 어선을 몰고 있었다.
“어머니, 오늘은 집에 30분은 일찍 갈 것 같아요.”
“그러니? 매번 신기하구나. 어쩜 그렇게 물길을 잘 읽는지.”
“아버지도 그러셨다면서요.”
“네 아버지뿐이겠니. 할아버지도 그러셨지. 만약 살아계셨으면 지금쯤 장군이 되셨을걸?”
평민 출신 장군이라니. 상상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로이르는 그저 씩 웃었다.
그는 다시 어선을 모는 일에 집중했다.
반짝거리는 바닷길이 가장 빠르게 돌아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도착한 집.
“형! 형! 그 얘기 들었어?”
“바보야! 어떻게 들어. 오빠는 방금 엄마랑 고기 잡고 왔잖아.”
로이르에게 두 동생이 달려왔다.
“무슨 일인데 호들갑이야?”
“이번에 해적놈들을 혼내주시는 5왕자님이 승전도에 오셨대!”
“재능있는 인재를 후원하신다고 관심 있는 사람은 지원하래!”
“언제까지?”
“······ 언제까지였더라?
“바보야! 그걸 안 알아 오면 어떻게 해!”
“누나도 모르잖아!”
로이르에게 귀인이 나타났다.
***
승전도를 거점 삼아 바다를 순찰한 지 2주가 지났다.
해적 소탕이 거의 끝났다.
구형 전함인 카이카닉함이었지만, 소규모 해적단의 범선, 갤리선에 비하면 천하무적이었다.
동부지역에 펼쳐놨던 천라지망.
그물을 폈던 육지의 인원들은 모두 한곳에 모인 상태였다.
조여오는 그물망에 압박을 느끼고 바다로 기어 나온 놈들은 카이카닉함의 먹잇감이 되었다.
지금처럼.
((항복! 항복한다!))
((사, 살려줘!))
저놈들이 마지막이다.
백기를 휘두르는 해적들. 덩달아 놈들의 목에 건 귀 목걸이도 같이 흔들렸다.
내가 함장에게 눈짓하자 그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고함을 질렀다.
“발포!”
“발포오오오오오!”
마력포가 불을 뿜었다.
콰아아아앙─!
((끄아아아악!))
‘기사’들의 돌진으로 마력포를 제거할 수 없는 바다에서는 역시 저만 한 무기가 없다.
“어떻습니까? 철갑선이 전혀 필요 없으셨죠? 솔직히 여태까지 만난 해적 잡놈들에게는 카이카닉함도 아깝습니다.”
해적 놈들을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버린 선장이 나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처음에 구형 전함이라고 타박한 걸 두고두고 가슴에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저리 쪼잔해서야.
뭐,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깔끔하게 해적 소탕이 마무리되었으니 고개를 끄덕여줬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승전도로 돌아가겠습니다. 오늘은 그곳에서 머무시고 내일 짐을 정리해 육지로 가시죠.”
“그러지.”
정확히 22일.
동부지역에 활개 치던 해적 잡놈들을 싹 처리했다. 덕분에 동부 주민들 사이에 내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졌다.
[지지도]로 즉각 알 수 있어 편리했다.동부의 지지도가 20%를 돌파했다.
‘이제 왕궁으로 돌아가는 길에 치료사만 데려가면 되나.’
로이르의 영입은 수월했다.
홀어머니를 모시는, 왕실사관학교 해군학부 입학을 꿈꾸는 가난한 그를 데려오는 건 꽤 쉬운 일이었다.
일주일 전, 레이나에게 종자로 붙여줬다.
종자는 시종과 제자, 그 두 역할을 전부 수행한다. 최근 종자를 부리는 문화가 서서히 사라지는 추세였지만, 여전히 많은 기사가 종자를 부리니 큰 문제가 없었다.
처음엔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듯했던 레이나도 며칠 검술 훈련을 시켜보더니 썩 맘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아돌과 버논은 살짝 부러워하는 눈치였고.
치료사의 영입 역시 로이르처럼 수월할 터였다. [도서관]을 통해 알아본바, 그 역시 그다지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진 않았다.
무엇보다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더라.
보증된 신분과 자금을 가진 나의 후원을 거절할 리가 없었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승전도로 돌아가는 길.
“우웨에에엑,”
“스승님, 괜찮으십니까?”
“로, 로이르. 무, 물 좀.”
“여기 있습니다.”
아돌과 버논은 배에 적응했는데, 레이나는 여전히 저 모양이다. 해군 장성급 인물로 키우려고 데려온 로이르다. 그 스승이란 사람이 저리 뱃멀미에 약해서야.
내가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그때.
왜애애애애앵───
요란한 경보음이 터졌다.
“270방향에 정체불명의 함대 출현!”
모두의 시선이 보초가 외친 방향으로 향했다. 흐릿하게 무엇인가 보였다.
“6척! 6척의 함선이다!”
“우리 쪽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선장과 승무원들의 거친 고함이 오갔다.
“따돌려!”
“빠릅니다! 뿌리칠 수가 없습니다!”
곧 그 정체가 드러났다.
“처, 철갑선이다!”
“해적 깃발! 조, 조 베이리 해적단이다!”
“씨발! 석함도는 뭐 하고 있던 거야!”
“교신! 빨리 석함도에 교신을 시도해!”
저 자식이 왜 여기 있지?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