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63)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63화(63/203)
063
흔히 마력을 각성하면 종을 ‘초월’하는 힘을 얻게 된다고 한다.
꽤 많은 이들이 단순한 마력 각성은 ‘초월’보다는 ‘우월’이란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초월’이란 단어는 6성급 이상의 강자들에게 어울린다 여기기 때문이다.
((5왕자아아아아아!))
용오름에 휩싸여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바다에 처박혔는데도 철판에 칼 한 자루 박아넣고 버틴 조가 그들의 주장을 증명한다.
“발포─!”
“발포오오오오오!”
번쩍-!
카이카닉함의 마력포가 일제히 조를 향해 불을 뿜고.
콰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철판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해치웠나?!”
누군가 하지 말아야 할 소리를 내뱉었다.
‘쯧.’
에반은 혀를 찼다.
마력포가 터지기 직전 철판을 박찬 조를 포착한 탓이었다.
휘익─ 탁, 탁!
바다에 떠 있는 철갑선의 부산물을 도약대로 삼은 조가 카이카닉함의 갑판에 여유 있게 착지했다.
잠시의 정적.
에반과 그가 눈을 마주쳤다. 골수까지 치밀어 오른 분노에 조의 눈은 혈관이 죄다 터져있었다.
일견, 미쳐버린 쥐새끼의 눈 같기도 했다.
((전부 도륙 내주마! 우선 5왕자, 너부터다!))
아르야 왕국의 기사들은 한쪽에만 날이 선 검, 도(刀)을 즐겨 사용한다.
조 역시 마찬가지.
날 부분이 검은색인 그의 도에 실 같은 핏빛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검사(劍絲)였다.
그걸 본 에반이 피식 웃었다.
철판에 매달려 용오름을 견디는 과정에서 꽤 많은 힘을 소모했다 여긴 탓이었다.
가느다란 마력의 실이 검을 덮는 검사의 다음 단계인 ‘오러’.
어지간한 마법은 찢어발기고, 때론 마법으로 착각할만한 일들을 일으키는 그걸 사용하지 않을 까닭은 그것밖에 없었다.
((웃어?))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진 조.
파앗-!
그의 신형이 흐려졌다.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동시에 레이나가 튀어 나갔다.
“레이나!”
“우리도 같이!”
뒤늦게 합류하려는 아돌과 버논을 에반이 손을 살짝 들어서 막았다.
우웅- 우우웅─!
그의 제지보다는 조의 도와 레이나의 검이 토해낸 울음이 둘의 발을 멈추게 했다. 아직 4성 수준에 머무르는 자신들은 방해만 될 뿐이라는 걸 인지한 탓이었다.
입술을 깨물며 자신들을 향한 분을 애써 삼킨 둘은 에반을 엄호하며 조와 레이나의 격돌을 지켜보았다.
까강─! 채앵──! 챙!
도와 검이 맞부딪치며 사방에 불꽃을 튀겼다.
((계집! 제법이구나!))
호기롭게 외치는 조.
하지만 내심 당황하고 있었다.
아무리 용오름에 휩싸이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많은 마력을 소모했다지만, 그는 본디 아르야 왕국의 숨겨진 6성 기사.
오러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도 그가 목을 벤 5성 기사가 수두룩했다.
조의 도가 먼저 움직이면.
레이나의 검이 악착같이 따라붙었다.
챙-! 챙─!
조는 속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5성 기사의 육체적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아는 그였다. 쫓아올 수 없을 터였다.
깡! 깡! 까가가강!
한데 검이 기어코 쫓아와 도를 막아섰다.
쉬이이익-
심지어 가끔 반격까지 날려왔다.
‘계집! 벽을 넘기 직전이구나!’
그 사실을 깨달은 조.
5왕자 말고도 반드시 죽여야 할 인간이 한 명 더 생겼다.
분노에 휩싸여 새빨갛던 눈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곧 그의 심장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던 6번째 흉성이 다시 눈을 떴다.
고오오오오-
붉은 오러가 조의 도를 뒤덮었다.
“오, 오러다!”
그걸 본 누군가의 비명.
레이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닿기만 해도 검사로 둘러싸인 그녀의 검을 두부 자르듯 잘라버릴 오러. 항거할 수 없는 폭력이나 마찬가지였다.
저건 반칙이었다.
((조금 재밌었다. 계집.))
레이나는 힐끔 에반을 바라봤다.
위기 때마다 신묘한 방법으로 벗어나던 그였지만, 이번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무조건 자신이 막아야 한다. 6성 기사는 그런 존재였다. 반평생이 넘게 검을 잡아 온 그녀의 삶이 그런 판단을 내리게 했다.
((그만 꺼져라!))
조의 도가 그녀를 반으로 가를 듯 베어왔다.
‘할 수 있을까?’
레이나는 얼마 전, 에반이 선보였던 하울링을 떠올렸다.
그는 검사 없이 검기만을 이용해 검명을 일으켰다.
상식을 깨트렸던 것.
그렇다면 검사로 오러를 막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해야 해.’
레이나는 덮쳐오는 조의 도에 맞서 검을 휘둘렀다. 마력의 실, 검사가 어지럽게 얽히며 그녀의 검을 뒤덮었다.
콰앙!
도와 검이 만났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굉음.
((계집······ 그건 또 무슨 사술이지?))
에반과 마찬가지로 상식을 깨트리는 데 성공한 레이나. 그녀는 작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이내 인상을 찡그렸다.
입술에서 가느다란 핏줄기가 주륵 흘러나왔다.
오러를 막기는 막았는데, 내부 장기가 진탕되는 충격이었다.
***
오러의 색은 주인을 닮는다.
보는 것만으로도 불길한 조의 검붉은 오러.
놈의 심성이 어떤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놈에게 사략 함대를 맡긴 아르야의 국왕의 안목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쾅-! 쾅─! 콰앙!!
‘위험해.’
검사를 극도로 활용한 레이나가 조를 어찌어찌 막고 있다만, 시간문제였다. 결국 쓰러지는 건 그녀가 될 터였다.
지금 버티고 있는 것도 조가 용오름에서 살아남기 위해 막대한 마력을 사용한 탓이리라.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
레이나가 [바리사다]를 쥔다면 승산이 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
바리사다는 나 이외의 존재가 손에 쥘 수 없다. 손잡이를 잡는 순간 속이 뒤틀리는 통증을 느낄 것이다.
버텨낸답시고 손을 놓지 않으면 신체 내부의 마나가 역류하며 두 번 다시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몸이 될 게 뻔했다.
콰앙───!
막대한 마력을 실은 공격을 교환한 두 사람이 잠시 거리를 벌렸다.
((크하하. 갈가리 찢어주마, 계집!))
“쿨럭.”
입은 물론 레이나의 귀에서도 핏물이 흘러나왔다.
한계다.
6성으로 가는 벽을 거의 다 올라간 그녀.
‘손 한 번만 더 뻗으면 될 텐데.’
딱 그 정도 모자라 보였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 잡아 끌어주면 벽을 넘어설 터였다. 그걸 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구나.’
나는 분한 표정으로 조와 레이나를 지켜보는 아돌과 버논을 향해 입을 열었다.
“잠시 비키세요.”
“네?”
“아, 안 됩니다! 아무리 왕자님이라도 6성 기사의 오러는 이야기 다릅니다!”
“알고 있으니 비키세요. 명령입니다.”
단호한 내 눈빛에 움찔한 둘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나는 바리사다를 손에 쥐며 나직이 물었다.
“강마(降魔), 제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겠습니까?”
육체가 제한하고 있던 리미트를 풀어버려 한계 이상의 힘을 내는 [바리사다] 최후의 비기.
일시적으로 6성에 가까운 마력을 사용할 수 있을 터였다.
「길어야 3초 정도? 그 이상은 두 번 다시 마력을 다루지 못하는 몸이 될걸? 정말 하려고? 한번 하고 나면 최소 한 달은 요양해야 할걸.」
“여기서 저놈한테 다 죽는 것보다는 낫겠죠.”
「그건 그렇네. 명심해 길어야 3초야.」
그렇게 바리사다와의 대화를 끝마치는데.
콰아아아아앙──! 쨍그랑!
마치 마력포가 불을 뿜는 것 같은 굉음과 함께 레이나가 내 앞으로 날아와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을 굴렀다.
그녀의 손에 밑동만 남은 검이 대략적인 상황을 알 수 있게 했다.
“와, 왕자님. 죄, 죄송. 쿨럭, 어서 도, 도망을.”
레이나가 피를 한 움큼 토하며 분한 표정을 지었다.
((크하하. 사술 따위로 오러를 상대할 수 있을 줄 알았더냐!))
조가 이를 드러내며 광포하게 웃었다.
귀에서 앵앵거리는 듯한 놈의 아르야어에 인상을 찡그리다 레이나를 향해 나직이 말했다.
“잘 보세요. 딱 한 번이니까.”
“······?”
((함께 두 동강 내주마!!))
파앗-!
나는 땅을 박차고 덮쳐오는 조를 바라보았다.
강마(降魔).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과 함께 생각의 속도가 가속되었다.
[바리사다]에서 막대한 마나가 밀려 들어왔다. 그걸 받아들인 코어 속 네 개의 별. 순식간에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5성급에 근접한 마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마력량.
온몸이 저릿저릿했다.
여기까지도 이미 상당히 무리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오러를 막기에 턱도 없다. 더, 더, 더 많은 마나가 필요했다.
뿌득, 뿌드득.
코어에서 찌그러지고 불완전한 모양의 별이 탄생했다. 그저 무지막지한 마나를 품었을 뿐인, 3초 뒤면 산산이 조각날 안쓰러운 별.
‘됐어.’
드디어 6성 기사를 아주 잠깐 흉내 낼 만큼의 마나량에 도달했다.
쇄애애액──
나와 레이나를 동시에 두 동강 낼듯한 조의 사선 베기. 나는 [바리사다]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가끔 6성 기사의 힘은 오러에서 온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
아니다.
그들의 진정한 힘은 세계의 법칙을 비트는 의지의 발현이다.
6성 기사는 본인의 의지를 검에 싣는다. 그렇기에 벨 수 없는 것을 베게 만드는 것이다. 오러는 그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일 뿐.
말로 설명한다고 알아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레이나, 직접 보고, 깨달아라.
왕국의 기사라면 누구나 아는 검술, 리오넬 수호검술 2초식.
‘그림자 베기.’
일부러 이걸 택했다.
((뒤져라!!))
검기도.
검사도.
오러도.
어느 것 하나 실리지 않은 [바리사다]가 흉포한 오러에 뒤덮인 조의 도에 맞섰다.
도를 부수겠다는 나의 의지.
나를 두 동강 내겠다는 조의 의지.
그 둘이 충돌했다.
콰아아아아앙──! 와장창!
누구의 의지가 더 강했는지는 산산이 조각나는 놈의 도가 말해줬다.
쉬익- 피슛─!
((이, 이게······.))
깨진 도의 파편에 얼굴에 멋진 상처가 생긴 조. 놈의 표정이 볼만했다.
– 퍼엉! 콰과과광!
코어 속 불완전했던 다섯 번째 별이 산산이 조각났다. 그 뾰족한 파편이 전신 혈맥에 박히는 통증을 느꼈다. 피가 목구멍까지 왈칵 밀려왔지만, 애써 삼켰다.
서 있기가 힘들었다.
[바리사다]를 갑판에 박고 쓰러지지 않으려 버텼다. 군주는 부하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 법이다.뒤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레이나를 향해 나직이 말했다.
“레이나 경, 봤습니까?”
벽 너머에서 내가 내밀어준 손.
그녀라면 그걸 반드시 잡아줄 거라는 믿음에서 벌인 일이었다. 뭐······ 딱히 다른 방법이 없기도 했고.
스윽.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레이나가 내 옆에 섰다.
밑동만 남았던 그녀의 검에서 달빛을 닮은 은빛 오러가 찬란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최고의 대답이었다.
“오, 오러다!”
“레이나 경의 검에서 오러가!”
((벼, 벽을 넘었다고? 지금? 여기서!))
카이카닉함 승무원들의 경탄과 조의 믿을 수 없다는 외침.
“감사합니다, 왕자님.”
나는 그녀에게 감사에 답했다.
“조 베이리의 목을 가져오세요.”
“명 받들겠습니다!”
은빛 오러를 휘날리며 달려 나가는 레이나를 바라보는 내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
석함도에서 긴급히 출동한 한 전함.
해군 대령은 입술을 깨물고 용아목을 바라보았다.
– 카이카닉함이 조 베이리 해적단을 피해 용아목으로 간다고 합니다!
– 포격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 카이카닉함으로부터의 교신이 끊겼습니다! 굉음이 들렸습니다! 통신실에 포탄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마지막 교신이 있고 30분이 훌쩍 흘렀다.
‘5왕자는······.’
대령은 차마 생각을 끝맺을 수 없었다.
왕자가 왕국의 해역 깊숙한 곳에서 해적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조 베이리 해적단의 동태를 파악하지 못한 석함도.
‘한동안 피바람이 불겠군.’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요, 용아목에서 함선이 보입니다!”
번쩍─! 번쩍─!
마법사들이 발현한 빛의 구체가 용아목에서 나오고 있는 함선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카, 카이카닉함입니다!”
대령은 황급히 망원경을 들었다.
갑판에 누군가 서 있었다.
흑발, 흑안.
다소 앳된 얼굴.
5왕자로 보이는 이가 자신들을 쓱 훑어보고 있었다. 이제 왔냐는 듯 무심한 눈빛.
대령은 순간 눈이 마주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5왕자가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그걸 자세히 살폈다.
“조, 조 베이리!”
철갑선을 기함으로 움직이는 조 베이리 해적단.
그 선장의 머리가 분명했다.
대령은 자신이 헛것을 본 게 아닌지 눈을 비볐다. 다시 봐도 그건 틀림없는 조 베이리의 머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