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66)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66화(66/203)
066
버논 스테일러.
뭉뚝하고 큼지막한 코 때문에 주먹코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알폰소가 찾아왔다.
“버논 경, 왕자님이 왕실 대장간에 의뢰한 무기가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군요.”
“성인식과 이후 이어진 축제 때문에 조금 지체되었답니다.”
“알겠습니다. 아돌에게는 제가 전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곧바로 연무장에서 검을 휘두르는 아돌을 찾아낸 버논은 그를 이끌고 왕실 대장간으로 향했다.
“아돌.”
“왜?”
“너 창을 잡아본 적 있냐?”
“사관학교에서 두세 번? 그러는 넌, 도끼를 써본 적이 있어?”
“장작 팰 때?”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왕실사관학교 기사학부에 입학하기 전부터 검을 사용해온 자신들에게 갑자기 창과 도끼라니. 아무리 신통방통한 5왕자였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뜬금없었다.
그래도 두 사람이 군말 없이 대장간으로 가고 있는 건.
– ((뒤져라!!))
– 콰아아아아앙──! 와장창!
흉흉한 오러를 발산하던 조의 도가 산산이 조각나던 그 장면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이들이 비웃을 걸 알기에 혼자만 하는 생각이지만, 버논은 5왕자가 건국왕의 환생일 거라 믿고 있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되었다.
아무리 들고 있던 검이 [바리사다]였다지만 어떻게 오러를 사용하는 조의 도를 깨트릴 수 있냐 말이다.
‘그래, 분명히 드문드문 전생이 기억나시는 거야.’
어릴 때 듣고 자란 건국왕의 전설.
검을 쥔 지 한 달도 안 된 상태에서 적군 기사의 목을 베었다거나, 마력을 각성하자마자 검명을 울렸다거나, 한번 본 검술은 바로 본인의 것으로 훔쳤다거나, 그의 지도를 받은 이들이 알아주는 강자가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들.
머리가 조금 굵어진 후에는 허무맹랑한 거짓이 잔뜩 섞여 있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에반의 호위기사로 있으면서 그가 건국왕의 전설에나 나올 법한 일들을 해내는 걸 직접 목격했다.
전설이 마냥 거짓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에반은 건국왕의 환생일지도 모른다로 변하는 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아돌.”
“또, 왜?”
버논은 그런 제 생각을 아돌에게 말하려다 말았다. 아무리 막역지우라도 비웃음만 살 것 같았다.
사실 아돌도 대장간에 가는 동안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뭐야? 불러놓고 왜 말이 없어?”
눈이 가늘어진 아돌의 모습에 버논은 대충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사실 난 계속 왕자님 곁에 있고 싶었어. 솔직히 네가 나서지 않았으면 가만히 있었을걸?”
“······ 미안하다.”
“아니야. 네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으니 나도 동의한 거였어. 우리가 부족한 건 사실이니까. 남들 보기에 조금 창피하기도 하고.”
“왕자님이 시키신 대로 창과 도끼나 가지러 가자. 분명 무슨 생각이 있으실 거야.”
어색한 정적.
두 사람은 다시 말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왕궁의 정문 근처에 다다랐을 무렵, 이번엔 아돌이 먼저 입을 열었다.
“동생이 이번에 성인식을 치렀댔지?”
“어.”
“왕실사관학교 기사학부에 지원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3개월 남아서 정신없겠네.”
“기사학부말고 육군학부로 지원하라고 했어.”
“왜? 재능 있다며?”
“있기야 있지. 근데 졸업 후 근위기사단에 합격할 수 있냐고 물어보면······ 글쎄? 애매한 성적으로 졸업하면 지방 영주의 기사단에 가게 될 텐데, 우리 같은 평민 출신은 그것보다는 왕실 직속 군의 장교가 되는 게 낫잖아.”
“그건 그렇지. 그래도 기사학부를 포기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잘 설득했네.”
“아직 못했어. 나중에 로이르 녀석에게 부탁 좀 하려고. 해군학부에 진학하려는 두 살 어린 동생에게 두들겨 맞으면 정신이 번쩍 들겠지.”
버논은 그렇게 말하며 레이나에게 검술 지도를 받는 로이르를 떠올렸다.
그가 여태껏 본 재능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 참고로 기존 두 명은 에반과 레이나였다.
그런 녀석도 해군학부에 진학할 생각이라고 하는데, 동생이 기사학부? 미안하지만 어림도 없는 말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발을 움직이던 버논의 눈에 왕궁 밖으로 나가려는 마차가 보였다.
창문을 활짝 열고 있어 누가 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며칠 전 성인식을 치른 3왕자였다.
회한에 젖은 얼굴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왕궁을 눈에 담으려는 듯 이리저리 고개를 움직이고 있었다.
버논이 아돌에게 물었다.
“3왕자님은 남부의 행정관료로 가신다고 했나?”
“그렇게 들었어.”
두 사람을 발견한 3왕자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더니 서둘러 창문을 닫았다. 둘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3왕자는 에반에게 바뀌고 싶다면, 그런 계기가 필요한 거라면 1왕자, 1왕비의 품을 벗어나 동부행을 해보라는 조언을 들었었다.
현재에 안주하는 걸 택해 남부로 떠나는 그가 에반의 호위기사인 그들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걸 두 사람이 알 방법은 없었다.
“버논, 방금 3왕자님이 우리 보고 창문을 급하게 닫으신 거 맞지?”
“어, 나도 그렇게 봤어. 왜지? 부끄러운 일을 하다 들킨 동생이랑 똑같은 얼굴이지 않았어?”
“맞아. 네가 왕실사관학교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 걸 나한테 걸렸을 때랑 똑같은 표정이었어.”
“······ 해보자는 거냐?”
“미안하다.”
서로의 감추고 싶은 과거를 너무 많이 아는 두 사람이었다.
“대장간이나 가자.”
“그래.”
그렇게 왕실 대장간에 도착한 두 사람.
키가 작고 꼬장꼬장한 인상의 명장이 그들의 위아래를 훑었다.
“네놈들이냐? 에잉, 오랜만에 재미난 의뢰가 들어와서 직접 만들었건만 애송이들의 것이었구먼. 월아극과 청염대부는 저기 있다.”
무례한 말투였다.
하지만 왕실에서 인정한 명장.
베르트 의원과도 말을 트고 지낸다는 소문이 있었다. 무엇보다 작위도 직책도 두 사람보다 위였다.
둘은 얌전히 그가 만들었다는 창과 도끼를 바라보았다.
“저게 창?”
“저게 도끼?”
그들이 알고 있던 창과 도끼가 아니었다.
창은 옆면에 초승달을 닮은 옆 날이 달려있었었고, 도끼는 거의 창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길고 거대한 양날 도끼였다.
“무식한 녀석들. 창부터 설명해주마. 월아극이라는 녀석이다. 하믈 제국 때문에 멸족한 월족이 사용하던 창이다. 여기 초승달을 닮은 이 날 부분을 월아라고 하지. 도끼는 청염대부, 마찬가지로 하믈 제국과의 분쟁으로 멸족한 청화족이 사용하던 도끼다.”
월족? 청화족?
두 사람에게는 금시초문이었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명장이 알아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생긴 건 평범한 인간과 구별하기 힘든데, 특이한 이들이었지. 월족은 보름달이 뜨면 눈동자가 은빛으로 물들었고, 청화족은 선천적으로 파란 불꽃을 다루는 족속이었어. 뭐, 됐고 각자 자기 무기나 쥐어봐라. 혹시 조정해야 할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버논은 홀린 듯 청염대부를 손에 쥐었다.
그 순간.
‘아!’
뇌리에 번개가 치는 기분이었다.
이거다, 이거였어.
평생을 찾아 헤매던 운명의 여인을 만난 기분이었다.
버논은 시선을 살짝 옆으로 돌려 아돌을 바라봤다. 그 역시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껄껄껄, 표정들하고는. 네놈들 조상 중에 월족과 청화족이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자신이 만든 무기를 쥔 두 사람의 표정이 썩 만족스러웠는지 명공이 기분 좋게 웃었다.
***
베르트 의원이 에메랄드궁을 방문했다.
챙-! 챙─! 까앙──!
“허허허. 살살하시게, 레이나 경”
“하아아아압!”
“이런, 이런. 혈기가 넘치는군.”
레이나가 오러를 마음껏 사용하며 대련을 할 수 있는 이는 한 손에 꼽았다. 지금, 그중 한 명인 베르트와 검을 나누는 중이었다.
일견 레이나가 몰아붙이는 듯 보였지만, 베르트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여유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귀여운 손녀의 재롱둥이를 보는 표정이었다.
‘당연한 일인가.’
베르트는 그러니까······ 이런 말 하면 싫어하겠지만 7성 기사로 가는 벽 앞에 서 있는 수문장 같은 사람이다.
내가 동부로 떠나기 전, 7성 기사로 가는 실마리를 잡은 듯했던 그는 아직도 벽을 넘지 못했다.
근데, 그렇다고 또 실패한 건 아닌 상황이다. 보통 보름 내외로 벽을 넘을지, 추락하게 될지 결정이 나는데 드문 경우였다.
그 나름대로 찾은 등반법일지도 모르겠다.
“감사합니다.”
“레이나 경도 수고했네.”
내가 그런 생각들을 하는 사이, 대련이 끝났다. 두 사람이 내 곁으로 왔다. 레이나가 살짝 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조의 목을 베었던 그 날.
그녀는 나를 주군으로 모시겠다는 충성서약을 했다. ‘가신’이 된 것이다. 놈의 도를 박살 내는 내 모습을 보며 평생 지켜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조금 낯 뜨거워지는 대화도 나눴었는데, 당시에는 꽤 엄숙한 분위기였다.
레이나와 베르트가 수건으로 땀을 닦는 동안 힐끔 [인명록]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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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소 아인베르크] [레이나 잔느] [아이라 메어튼] [아돌 스미스] [버논 스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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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불신’, ‘적대’······ 붉은 글씨만 가득했던 [인명록]에 이제 가신이 5명이나 된다.
아! 아돌과 버논은 자신들의 무기를 찾아온 날 내게 충성을 맹세했다. 다섯 명의 가신이 생기며 달성된 ‘군주의 길’이라는 업적 덕분에 RP도 쏠쏠하게 얻었다.
“게르트 녀석 말고 다른 이와 오러를 맞대보는 것도 오랜만이군. 앞으로도 자주 검을 나눠보세, 레이나 경.”
“영광입니다.”
레이나가 눈을 번뜩였다.
그제야 말을 잘못한 걸 깨달은 듯 베르트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분명 3기사단장인 아들 게르트로부터 대련광 레이나에 대해 들었을 터였다.
뭐, 알아서 피해 다니겠지.
슬그머니 레이나의 눈을 피한 그가 나를 바라봤다.
“요청하신 비공정 건은 제가 힘을 좀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중형을?”
“물론입니다. 프란 님이 왕국 소속은 아니지만, 5왕자님의 후원을 받는 7성 마법사. 소형 비공정을 타고 호라이즌에 나타나면 다른 마법사들이 리오넬 왕국과 5왕자님을 어찌 보겠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대형 비공정을 지원해드리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그건 왕국의 전략 무기. 이해해주십시오.”
“당연한 말씀을. 대형은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리오넬 왕국의 중형 비공정은 최대 80명 정도의 인원이 탑승 가능한 크기. 마력포도 20문 내외로 장착되어 있어 운항 중 만나는 어지간한 비행 몬스터는 승무원들이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참, 5왕자님. 저번에 제가 말씀드린 건 생각해보셨습니까?”
호위를 말하는 거였다.
레이나가 6성 기사가 되었지만, 그녀도 사람인지라 나를 24시간 밀착 호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돌과 버논을 대신해 3기사단의 5성 기사들을 호위로 삼으면 어떻겠냐는 게 그의 의견이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조금만 더 지켜보시죠. 두 사람도 금방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일 겁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둘에게 월아극과 청염대부를 주셨다고요?”
“아십니까?”
“물론이죠. 제가 한때는 대륙을 누비던 사람이었습니다, 하하하. 월족과 청화족을 만난 적도 있지요.”
젊은 시절, 왕궁을 뛰쳐나가 모험가 생활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월족의 월광창술, 청화족의 청염대부술, 둘 다 대단했었습니다. 분명 하믈 제국이 그들을 멸족시키면서 유실되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대체 어디서 비급을 구하신 겁니까?”
“북부해방군, 아니, 리오넬수호군이 발굴한 유적에서 얻었습니다. 비급을 살펴보니 신체 구조도 그렇고, 여러모로 두 사람에게 적합한 것 같아 한번 익혀보라 한 겁니다.”
‘미래’에서요, 라는 말만 갖다 붙이면 거짓말이 아니다. 나의 당당한 대답에 베르트가 입맛을 다셨다.
“출발은 언제 하실 생각이십니까?”
“넉넉하게 삼일 뒤에 출발하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세계 각국의 인사들이 몰려들 텐데, 견문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되실 겁니다.”
“하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조금 설렜다.
이종족 연합 국가인 아덴에 직접 가보는 건 나도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