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67)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67화(67/203)
067
아덴의 수도, 에란젤로 가는 길.
비공정의 갑판에서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 접근하는 걸 눈치채고 뒤돌아보니 알폰소였다.
“선장이 한 시간 정도 뒤면 도착할 거랍니다. 드디어 육지를 밟겠네요.”
녀석의 얼굴에 지루함이 한가득 묻어있었다. 탈 때만 해도 처음 비공정을 타본다며 설레하더니.
오면서 별다른 이벤트가 없던 것도 한몫한 것 같다.
서부 산맥을 지날 때, 겁 없는 비행 몬스터가 몇 번 접근하긴 했었다. 비공정의 마력포가 불을 뿜으니 부리나케 도망가더라.
“지루해? 괜히 데려왔나······ 다음부터는 두고 와야겠네.”
“전혀 지겹지 않습니다!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어떻게 수석! 시종인 저를 두고 가실 생각을 하십니까.”
알폰소가 고개를 필사적으로 저었다.
지드래곤과 함께 잠입 및 시설 파괴 훈련을 하는 것보다는 지루하더라도 비공정을 타는 게 100배 나을 거다.
비공정을 타기 전날, 둘이 훈련 잘하고 있나 확인하러 가봤더니 지드래곤 입에 물려서 땅에 질질 끌려다니고 있더라.
사정 청취를 해보니 지드래곤에게 ‘말 더럽게 안 듣네, 지렁이 자식’이라고 중얼거린 걸 들켰다나?
못 알아들을 줄 알았단다.
“레이나 경은 좀 어때?”
“항상 그렇죠. 열차건, 배건, 비공정이건 뭘 타기만 하면 난리네요. 화장실에서 살고 있습니다. 진짜 희한하네요.”
“그러게.”
6성 기사면 본인의 육체는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경지다. 멀미를 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이다.
‘정신적인 거란 이야기인데······.’
레이나에 관해 많은 걸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던 것 같다. [도서관]을 사용해 알아볼까 하다 남의 비밀 일기장을 엿보는 기분이 들어서 관뒀다.
아덴의 수도에 도착할 때까지 마땅히 할 것도 없어 상태창이나 점검했다.
[스탯]은 강마의 후유증이 회복되며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번 경험 덕분에 병에 걸리거나 몸 상태가 이상해지면 실시간으로 하락한다는 걸 알았다. [스킬]은 ‘미래’의 기억이 돌아온 뒤부터는 지금 당장 배울만한 게 없다. 알고 있는 것들도 마나가 부족해 못 쓰는 판국이다.‘지지도는······.’
북부 80%.
서부 60%.
동부 25%.
남부 5%.
평균적으로 그 정도 되는 것 같다.
숫자로만 보면 굉장히 높은 것 같지만, 리오넬 왕국의 인구 대부분이 동부와 남부에 치우쳐져 있다.
거기다 귀족들의 지지도만 따로 빼면 또 반토막 난다고 봐도 된다.
그래도.
슬슬 나를 바라보는 1왕자와 2왕자의 시선이 복잡해질 수 있는 미묘한 수치에 도달한 것 같다.
‘2왕자는 이미 달라졌을 수도······.’
조 베이리 해적단이 석함도의 감시를 뚫고 나를 죽이러 왔던 것.
아무리 생각해도 석연치가 않다.
단순한 무능인지, 아니면 의도한 건지, [도서관]을 통해서도 파악하지 못했다.
문서로든, 영상구로든, 녹취로든, ‘기록’이 남아있지 않으면 [도서관]에서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는 페널티가 꽤 크게 다가왔다.
‘그래도 조 베이리 해적단이 나를 죽이러 온 이유는 알아내긴 했어.’
– 보석을 깨트리고 나온 샛별이 떨어지는 별똥별을 붙잡았으니, 이는 곧 너희들의 근심이리라.
에트림의 계시 때문이란 걸 알았을 땐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만신전은 왜 인신 공양을 받는 그 거지 같은 괴물을 토벌하지 않나 모르겠다.
······ 사실 알 것 같다.
신화시대, 중간계의 존재들을 사육했던 마왕, 마족과는 결이 좀 다른 녀석이다. 아르야 왕국 사람들의 신앙을 먹고 반신에 가까운 존재가 된 에트림. 토벌에 성공해도 만신전은 복구하기 힘든 피해를 볼 게 뻔했다.
‘그래도 당분간 아르야 쪽의 수작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계시가 리오넬 왕국의 왕자들을 특정할 만큼 구체적이었다.
대가가 만만치 않았을 터.
신녀들도 대거 희생된 것 같고, 최소한 내가 성인식을 치르기 전까지는 에트림도 낮잠이나 자고 있어야 할 거다.
거기다 아르야 국왕은 자국의 귀족파를 견제할 사략 함대, 조 베이리 해적단을 잃었다. 향후 그가 귀족파에 완승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한쪽 팔이 잘려나간 심정일 거야.’
그러길래 가만히 있던 나를 왜 건드려?
고소해 죽겠다.
그대로 확 아르야의 귀족파가 승리해주면 금상첨화다. 최소한 1차 리아전쟁의 발발을 질질 끌어줬으면 좋겠다.
‘아쉽네.’
만약 내가 왕국을 확고히 장악한 상태라면 여태까지 놈들이 리오넬 왕국에서 벌인 수작질을 그대로 갚아줄 적기인데.
‘그래도 여유가 되는 대로 아르야 귀족파를 지원해야겠어.’
지원이 꼭 물리적인 필요는 없다.
내겐 [도서관]이 있다. 때로는 마력포 100문보다 단 하나의 정보가 더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법이다.
상태창의 마지막 부분에 시선을 주었다.
[RP : 664,500]전생의 현금 가치로 60억이 넘는다.
어마어마하게 쌓였다.
동부 해적 소탕, 조 베이리 척살, 6성 기사가 된 레이나, 연달아 가신이 된 호위기사들······ 여러 사건이 겹치며 수십 개의 업적이 팡팡 터졌다.
이젠 어지간한 정보 검색은 이용료를 확인하지 않고 척척 진행한다.
‘······ 그래도 아직 턱없이 부족해.’
┕ 가장 저렴한 타이탄의 설계도를 알려줘.
「보유하신 RP로는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미래’에서 타이탄과 동급으로 취급받았던 전략 무기가 대형 비공정이다. 그걸 감안하면 대충 지금의 세배 정도의 RP를 모아야 저급한 타이탄의 설계도를 입수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베스트는 기무대에서 파견한 요원들이 타이탄의 설계도를 쓱싹 해오는 거다.
무려 공짜로 가능한 일 아닌가.
하지만 그 판돈은 요원들의 목숨이다. 무수히 많은 이들이 죽어 나갈 터였다. RP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거는 그들이 훨씬 소중하다.
“왕자님! 저기 도시가 보입니다!”
알폰소의 외침이 나를 상념에서 깨웠다.
도시와 숲이 조화된 이색적인 아덴의 수도, 에란젤이 눈에 들어왔다.
***
5년에 한 번 열리는 호라이즌은 세계적인 행사다.
보름 동안이나 개최된다.
전후 일주일까지 포함하면 거의 한 달은 도시가 축제 분위기다.
마법사, 마공학자들에게는 올림픽.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는 엑스포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세계 각지에서 유명한 마법사와 마공학자가 몰려든다. 당연히 비공정을 타고서! 그를 대비해 에란젤에 마련된 공항에 우리도 안전하게 착륙했다.
“우앗! 옆의 비공정 좀 보세요. 왕국의 대형 비공정, 골드라이언만 한 것 같아요. 어디서 온 거지? 헛! 하믈 제국!”
알폰소의 호들갑에 슬쩍 보니 황탑주가 타고 온 비공정 같았다. 우리가 타고 온 비공정이 초라해 보였다.
대형 세단 옆 경차 같다고 할까? 왜 선장은 정박해도 하필 여기에 한 거야.
알폰소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선장한테 다른데 주차해 놓으라고 해.”
돌아갈 때 하믈 제국 놈들이랑은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넵. 근데 대형 비공정이 생각보다 많네요.”
“그러게.”
나는 알폰소의 시선이 향하는 곳들을 함께 바라보았다.
동대륙의 아이멘 제국.
서대륙의 브리센 연합.
하믈 제국과 국경을 맞댄 라비아 제국.
‘열강’이라는 칭호가 붙은 국가들은 소속의 마법사, 마공학자들에게 대형 비공정을 지원해준 것 같았다.
하나같이 공항 목 좋은 자리에 떡하니 정박해놨다.
“이야, 섬나라 놈들도 대형 비공정을 끌고 왔네요? 무리한 거 아닌가?”
“거긴 왕녀가 7성 마법사잖아. 우리도 1왕비나 그녀의 가문, 룬티아 공작가의 가주가 호라이즌에 참석한다 했으면 왕실에서 골드라이언을 내줬을걸?”
“그나저나 큰일이군요. 저런 강대국들은 저렇게 새로운 지식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저희는······.”
알폰소는 리오넬 왕국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았다.
저런 걸 왕국의 왕족, 귀족들이 느껴야 하는데 말이다. 답답해져서 가슴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
“앞으로 바뀔 거야. 그러니 너도 네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해.”
“알겠습니다!”
“일단 돌아가면 우리 에메랄드궁의 귀염둥이랑 같이 여행 갈 준비하는 것부터.”
“······.”
공항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열강들의 비공정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저들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다들 국내외 산적된 문제들로 인해 자국과 멀리 떨어진 리오넬 왕국 같은 소국의 일에는 관심도 없을 터였다.
“이제 가죠. 프란 님, 다음은 무리일 것 같고, 다다음 번에 참석하실 때는 꼭 대형 비공정을 태워드리겠습니다.”
“언제까지 날 왕궁에 처박아놓을 생각이야. 혼자 열차 타고 참석할 거다, 이놈아!”
“다다음 번에는 동대륙 아이멘 제국이 개최지일 겁니다. 열차 타고 못 가십니다.”
“한 마디도 안 져요, 한 마디도.”
프란의 투덜거림에 피식 웃었다.
타고 온 비공정 크기가 작았던 것에 별로 기분이 상해있는 같지 않아 다행이었다.
***
이종족 연합 아덴.
사실 다른 나라에서 부르는 명칭이고 정식 명칭은 ‘종족’ 연합 아덴이다. 소수지만 인간 또한 아덴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비공정에서 오는 도중 아덴에 대해 알폰소에게 꽤 상세히 설명해줬었다.
설립과정, 이념, 중립국, 공화정, 등등.
중간부터 졸고 있더라.
아니 어떻게 아덴의 처절했던 건국사를 들으며 졸 수 있지?
녀석이 실눈의 동공이 보일 정도로 관심을 보였던 건 딱 하나뿐이었다.
아덴이 굉장히 부유한 국가라는 것.
세계의 검은돈이 흘러들어와 세탁되는 곳이기도 하고, 아덴의 보호를 원하는 전 세계의 소수 민족, 이종족 부족이 보호비를 내기 때문이다.
검은 모루 부족이 광산 지분의 30%를 보호비로 낸 것만 봐도 아덴이 얼마나 부유한 국가일지는 짐작할 수 있다.
뭐, 받은 것만큼 확실히 일해주는 걸로도 유명하긴 하다.
“가자. 프랑켄, 앨리스.”
“넵, 프란 님.”
“네!”
현재 나는 리오넬 왕국의 5왕자가 아닌, 4성 마법사이자 천재 마공학자인 프랑켄이 되어있었다.
금발로 염색 후 파마를 했고, 안경을 꼈으며, 눈동자 색도 파란색으로 바꿨다. 거기에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상징과 같은 가운까지.
내가 거울을 봐도 에반 리오넬을 연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벌써 아덴에 도착한 지 3일이 지났다.
기사들과 알폰소는 살짝 관광도 하고 왔는데, 나와 프란, 그리고 앨리스는 발표 준비 때문에 숙소에서 꼼짝도 못 했다.
오늘이 드디어 호라이즌 1일 차.
보름 동안 진행되는 호라이즌이다. 첫날에 있는 발표들은 당연히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들.
프란, 프랑켄의 공동연구인 마그네트론은 호라이즌 논문 심의 위원회의 사전심사 결과 1일 차에 배치되었다.
순서도 5번째로 꽤 앞이었다.
발표회장에 도착한 우리는 일단 앞선 발표를 듣기 위한 지정석으로 향했다.
“스승님, 꼭 모든 논문 발표를 들어야 해요?”
“앨리스, 앞으로 이 스승과 보름 동안 매일 여기 와서 끝날 때까지 함께 하는 거야. 알았어? 이해가 안 돼도 전부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해.”
“힝······. 왕자, 아니 프랑켄 님도 맨날 올 거예요?”
“나? 아니.”
나는 발표 일정표를 받았던 날, 회장에 와야 할 날과 아닌 날을 나누어 놓은 상태였다.
“와! 치사해. 나도 놀아보고 싶은데······.”
“오늘 발표 순서는 숙지하고 그런 말 하는 거니, 앨리스?”
“어······ 그러니까 첫 발표가······.”
앨리스가 다급히 발표 일정표를 뒤적였다.
마법사들의 공용어 ‘룬어’로 작성되어있다.
세계 각국의 마법사들이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이유였다. 아직 룬어를 마스터하지 못한 앨리스가 첫 일정표를 읽지 못해 내게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
“이번 호라이즌의 첫 발표는 황탑주가 맡았었죠? 발표주제가 마력초전······.”
“아! 저, 저 알아요. 마력초전도체! 분명 그거였어요.”
마력초전도체.
금속 중 마력 손실률이 가장 낮은 건 환상의 금속 미스릴. 그에 근접한 인공 금속이다. 타이탄의 뼈대를 이루게 될 핵심 부품 중 하나다.
하믈 제국이 점령한 왕국 서북부 지역에 그 원료가 되는 금속이 대량 매장되어 있다.
프란의 ‘스텔라’와 더불어 마공학 혁명을 일으킬 대단한 물건이다.
‘미래’에서 황탑주는 이번 호라이즌에서 마력초전도체를 발표 후 세계 각국으로부터 어마어마한 투자를 받게 되었었다.
인정한다.
아무리 마음에 안 드는 하믈 제국의 황족, 황탑주라 할지라도 마력초전도체는 인정할만한 업적이다.
마그네트론이 후 순위로 밀릴 만하다.
‘그게 본인의 연구 결과라면 말이지.’
나는 위장용으로 끼고 있는 안경을 살짝 올렸다. 안경알이 조명을 받아 날카로운 빛을 발했다.
남의 것을 자기 것이라 우기는 그 두꺼운 낯짝, 거침없이 물어뜯어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