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81)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81화(81/203)
081
로이스 고드론 백작.
중앙에선 외무부 차관의 직책을 가진 그는 에반의 동부 해적 소탕 당시 집결지를 제공했었다.
영지에서 5왕자와 만나기 바로 전날, 로이스는 어린 시절의 꿈을 꿨었다.
– 로이스 공자님, 행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세요?
– 음······ 요정처럼 손바닥만 하고 등에 잠자리 날개가 있지 않을까?
– 후훗, 아니랍니다. 행운은 커다란 공처럼 생겼습니다.
– 공?
– 그것도 미스릴로 만든 공이랍니다. 한데 앞은 북슬북슬한 털로 뒤덮여있어 쉽게 잡을 수 있지만, 뒤쪽은 반들반들해서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없게 생겼지요.
– 그게 뭐야.
– 앞에서 봤을 때는 북슬북슬한 털 때문에 그게 진귀한 미스릴인지 알아보기 힘들지만, 지나가고 나서야 그게 미스릴이란 걸 알 수 있다는 이야기여요. 한 번 지나가고 나면 다신 잡을 수 없답니다. 그러니 뭔가 이상한 게 보인다 싶으면 일단 움켜쥐고 보세요.
– 에이, 그게 진짜 이상한 쓰레기면 어떻게 해.
– 그러면 버리면 되는 일이죠. 후훗.
잠에서 깬 그는 이제는 볼 수 없는 유모가 자신에게 길몽을 남긴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본래 2왕자를 지지하던 그는 5왕자 쪽에도 선을 대기 시작했다. 물론 2왕자의 눈치가 있으니 아주 조심스럽게.
주기적으로 안부 편지를 보낸다던가, 가끔 5왕자파 인물들과 식사 한 끼 하거나, 국무회의 자리에서 5왕자가 한 말을 경청하고 따로 조언을 구한다거나, 왕국을 위해 힘쓰는 리오넬수호군에게 고기 한 번 돌리거나 하는 식으로.
“이보게, 로이스 백작. 5왕자님으로부터 별다른 말은 없었는가?”
“어서 말 좀 해보게. 지금 로브르크 공작가와 엮인 가문들에 줄줄이 왕실기무대가 들이닥치고 있다고 하네. 이거 괜히 불똥 튀지 않을까 걱정일세.”
그러는 사이 클리앙과 더불어 동부에서 5왕자와 가장 친한 귀족이 되어있었다.
그게 지금 동부 귀족들이 고드론 백작 가문의 저택에 몰려와 그를 닦달하고 있는 이유였다.
루이스는 꿈에 나타났던 유모에게 다시 한번 감사해하며 입을 열었다.
“다들 진정 좀 하게. 5왕자님은 공명정대한 분일세. 2왕자와 로브르크 공작가의 매국 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이들에게 불똥이 튈 일은 없을 걸세.”
“5왕자님이 공정하신 분이란 건 잘 알고 있네. 문제는 왕실기무대란 말일세! 밀로아 백작, 그 여자가 이 기회에 없는 흠도 만들어서 우리를 역적으로 몰아갈 수도 있는 일 아닌가!”
동부 귀족들이 1왕자 쪽에 달라붙기에는 그간 쌓인 것이 너무나 많았다.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러려면 팔, 다리 한쪽은 잘라야 가능한 일이다. 온전한 몸으로 남아있기 위한 그들의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5왕자에 대한 지지 표명.
로브로크 공작 가문이 무너지며 반토막 난 동부의 세력이지만, 북부와 서부 대부분의 지지를 받는 5왕자에 합류한다면 다시 1왕자 진영과 비등한 세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게 대부분 동부 귀족의 생각이었다.
“하하하, 걱정하지들 말게. 5왕자님으로부터 연락받은 것이 있다네.”
“정말인가!”
“어서, 어서 말해보시게.”
“이미 밀로아 백작과 어떤 사심 없이 왕국을 좀 먹은 매국노들만 뿌리뽑기로 약속하셨다더군.”
“휴, 천만다행이구려.”
“그러니까 다들 안심하고······ 응? 기드레 자작, 자네도 왔었는가?”
2왕비가 아르야 왕국으로 건너가기 전 극진한 대접을 했던 기드레 자작. 초조한 얼굴로 구석에 자리하고 있던 그가 납작 엎드렸다.
“로이스 백작님. 살려주십시오. 저희 가문은 그저 2왕비에게 식사 한 끼와 잠자리를 제공했을 뿐입니다. 설마 2왕자가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벌일 거라곤 상상도 못 하고 있었습니다.”
구경하는 동부 귀족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로이스는 턱수염을 매만지며 그를 바라보았다.
– 로이스 백작님, 동부 귀족들과 자리를 한번 마련하시지요.
– 제가 그런 중임을 맡아도 되겠습니까?
– 클리앙 백작님을 어려워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이런 일은 로이스 백작님처럼 인망 있으신 분이 적임이지요.
– 과찬이십니다.
– 여기 이걸 받으시죠.
– 이건······.
– 꼭 초대해야 할 분들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본 겁니다.
5왕자가 건넸던 초대 명부에 기드레 자작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로이스는 문을 지키고 있는 기사들에게 눈짓하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기드레 자작은 어찌 들어왔는가? 오늘은 본인과 중요한 이야기를 나눌 분들만 초대한 자리일세. 나중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볼 테니 그때 다시 이야기 합세.”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기사들이 기드레 자작을 반강제로 일으켰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로이스 백작님! 로이스 백작님──!”
기드레 자작이 끌려 나가는 걸 지켜본 동부 귀족들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자신들이 로이스 고드론 백작과 만나고 있는 것만으로도 5왕자가 자신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보여준 것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
집무실에서 업무 중이던 나는 잠시 지겨움을 느껴 [지지도]를 열어봤다.
북부 90%
서부 80%
동부 60%
남부 20%
귀족을 제외한, 왕국민의 지지만 고려하면 1왕자를 넘어섰다.
상한가를 연속으로 치고 있는 주식 차트를 보는 기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똑똑, 똑똑.
달콤한 휴식이 노크 소리에 깨졌다.
“왕자님, 알폰소입니다.”
“들어와.”
문을 열고 알폰소가 들어왔다.
산더미 같은 서류를 내 책상에 올려놓은 녀석이 입을 열었다.
“어제 로이스 백작과 만난 동부 귀족들이 오늘 아침에서야 헤어졌답니다.”
“그래?”
“전해 듣기로는 다들 웃는 얼굴로 나왔답니다. 조만간 그들이 왕자님을 지지한다 선언하면 저희가 2왕자파를 대체하게 되겠죠?”
“조금 부족해. 석함도 해군 대장이었던 바이스를 대체할 사람도 찾아야 하고, 2기사단을 완전히 장악해야 예전 2왕자 정도의 힘을 가졌다고 하겠지.”
“아! 그러고 보니 오전에 1왕자가 2기사단을 방문했다고 들었어요.”
“내 방문 일정이 언제였지?”
“어······ 그러니까 삼 일 뒤였네요.”
“최대한 당겨 봐.”
“알겠습니다.”
현재 1왕자와 나는 다미안이 남긴 세력을 앞다투어 흡수하고 있다.
나름대로 페어플레이를 하는 중이다.
나는 붉은별열병의 해열제와 치료제로 장난치지 않겠다. 대신 그쪽도 왕실기무대를 움직여 내가 흡수할 동부 세력을 건드리지 마라.
사실 마음만 먹으면 붉은별열병을 틈타 순식간에 치고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남부로 갈 제네롤 공급량에 장난질하는 것만으로도 1왕자 진영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의미가 없어.’
왕국민의 목숨을 대가로 얻게 되는 옥좌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아! 그리고 기드레 자작이 알현을 요청했습니다.”
“거절해.”
“기드레 자작은 매국으로 처벌받기에는 조금 약하지 않나요?”
“품고 가기 꺼림칙한 인간이야.”
“알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정원의 분수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기드레 자작이 당장 큰 죄를 저지르지 않은 건 사실이다. 고작해야 아르야 왕국으로 떠나기 전 영지를 방문한 2왕비를 극진히 대접했던 것 정도.
아마 그가 아니라 동부 어느 귀족이라도 그리했을 터였다.
사실 고민이 많았다.
기드레 자작은 ‘미래’에서 아르야의 앞잡이가 되었던 인물.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그를 버리는 것이 과연 맞을까.
내 선택은 밀로아에게 토스.
구태여 골칫거리를 떠안을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조사하다 보면 그녀도 기드레 자작이 처벌받을 정도의 매국은 하지 않았다는 걸 알 테니 받아들이든, 팽하든 알아서 하겠지.
생각을 정리한 나는 알폰소를 바라봤다.
“아르야 왕국 쪽. 알아보라는 건 어떻게 됐어?”
“접근할 엄두가 안 난답니다. 오스틴 선배가 직접 잠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체 거기에 무엇을 숨겨놨기에 그리 삼엄한 건가요?”
2왕비가 있는 장소에 관한 이야기였다.
[도서관]을 이용해 아르야 왕국이 그녀를 숨겨놓았을 법한 장소를 특정해내는 데 성공했다.직접적인 기록이 없어 조금 고생했다.
‘적발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귀족 여인’을 키워드로 2왕비로 짐작되는 인물이 있는 곳을 찾아낼 수 있었다.
에트림의 신사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그녀를 왜 살려놨을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도서관]을 통해 아르야의 전설 하나를 알게 된 후에 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대단한 전설은 아니다.
아르야 왕실의 공주가 대홍수가 일어났을 때 에트림에게 자신을 바쳐 나라를 구했다는 이야기.
거기서 알 수 있는 사실.
아르야 왕실에서 흐르는 모종의 피에 에트림이 환장한다는 것. 아르야 왕실 놈들은 자기들이 바다용의 후손이라고 떠들곤 했는데 진짜인가?
‘에트림이 깨어났을 때 2왕비를 제물로 던져주기 위해 살려둔 걸 거야.’
어쨌든 본래는 신녀 수백이 희생되어야 할 것을 왕실의 공주 혼자서 감당 가능한 것 같았다.
뭐, 아직은 추측일 뿐이다.
“어쩌죠? 오스틴 선배에게 움직여달라 할까요?”
“됐어. 하던 일이나 계속하라고 해.”
안 그래도 붉은별열병으로 바빠 죽겠는데, 리오넬수호군을 관리하는 오스틴까지 움직이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에트림이 다시 눈을 뜨려면 최소 3년이다.
당장 2왕비를 거기서 빼내 얻을 정치적 이득도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그녀가 죽었다고 알려진 상태여야 아르야 왕국으로부터 뜯어낼 것도 많고, 일단 관망하기로 했다.
“이제 너도 네 할 일 해.”
“넵! 5왕자님의 수석! 시종! 알폰소, 일하러 가겠습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호가호위라더니.
요즘 내 주가가 무섭게 치솟으니 알폰소의 어깨 뽕이 심하게 올라간 느낌이다.
내버려 두기로 했다. 저것도 다 한때 아니겠는가. 밀려들 업무에 조만간 탈주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
아침부터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 왕자님! 슈이츠가 드디어 붉을별열병을 잡아먹는 성분을 찾아냈답니다.
치료제인 제네시아의 완성이 코앞이었다.
“5왕자님, 기분 좋은 일이 있으신가 봅니다.”
옆자리에 앉아있는 외무부 장관(진)인 로이스 백작이 말을 건네왔다.
“조만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것참 무슨 일인지 궁금합니다. 하하하.”
2왕자의 열렬한 지지자였고, 누님의 혼처를 정해야 한다며 내 심기를 건드렸던 기존 외무부 장관.
그는 아르야 왕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놈들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발각되어 왕실기무대에 구금된 상태다.
“아르야 왕국의 외무대신이 도착했습니다.”
회의실 문이 열리고 아르야의 외무대신과 그 수행원들이 들어왔다.
다들 침통한 표정이었다.
하긴, 8성 소환사가 될 거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아미카 아르야가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웃고 있으면 그게 미친놈이지.
현시점이 붉은별열병이 대륙을 뒤덮은 때이고, 그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게 하필 리오넬 왕국의 5왕자라는 것에 하늘을 원망할 터였다.
나는 팔짱을 끼고 양국의 대신들이 논의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았다.
양국의 외교관들이 칼 대신 입으로 싸우는 전장. 본래 내가 있어선 안 되는 자리지만, 제네롤과 제네시아의 수출 문제도 엮여있기에 내가 동행했다고 태클 거는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 어찌 자국의 허락도 받지 않고 2왕비를 심문······.”
“미리 공문을 보낸 대로 그 점에 대해선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 구체적인 보상안은 어떻게······.”
.
.
.
리오넬 왕국의 외무부에서 요구하는 건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 아르야 왕실의 대대적인 사과.
둘, 관세를 내리는 것.
셋, 배상금.
“······ 좋습니다. 모두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제네롤과 제네시아의 수출에 있어서 타국과의 차별이 없는 걸로······.”
“하하하, 우리 5왕자님은 인류애가 넘치시는 분입니다. 비록 아르야 왕국과 자국이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충분히 이해해 주실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왕자님?”
원하는 걸 모두 얻었다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 동의를 구하는 로이스 백작.
‘하······.’
어쩜 저리 순박한지.
종이칼을 들고 온 상대였다. 자신들이 [바리사다]급 검을 들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
갑질도 해본 사람이 잘한다고, 그동안 어떤 외교를 해왔는지 뻔히 보였다.
내가 나서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로이스 백작에게 퉁명스레 답했다.
“아직 이해 못 했습니다.”
“넷?”
((네, 넷??))
당황한 아르야의 외무대신의 입에선 모국어가 튀어나왔다. 그가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 왕자님은 또 어떤 것들이 필요하단 말씀이십니까?”
“먼저 그동안 해적을 위장한 아르야의 사략선단이 납치해간 리오넬 왕국 조선공들의 생환을 요청한다.”
“그, 그런 적 없습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아르야 왕국의 함선 제조 과정을 빠삭하게 알고 있을 그들이었다. 그중에는 철갑선 제작에도 참여한 이들이 있을 터.
절대로 내줄 수 없겠지.
무조건 오리발을 내밀 거라 예상했었다.
“호오,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찾아가도 되겠지? 없으면 못 찾겠지. 아닌가?”
아르야 외무대신의 눈이 빙글빙글 돌았다.
무슨 생각을 할지 뻔했다.
살인멸구.
나는 그에게 서류 하나를 쓱 내밀었다.
아르야 왕국에 납치되었던 조선공들의 신상 명세였다.
“아! 참고로 그들의 위치는 모두 파악한 상태니까 장난질 치면 재미없을 줄 알아. 이 중에서 단 한 명이라도 못 돌아오면 제네롤, 제네시아는 단 한 알도 아르야 왕국으로 가지 않을 테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아르야의 외무대신이 입을 꾹 다물었다.
하긴, 재량을 한참 뛰어넘었겠지.
“돌아가면 그쪽 국왕에게 잘 전달하고, 그다음엔······”
“다, 다음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리오넬과 아르야 사이에 오랫동안 분쟁을 이어온 섬, 금월도가 리오넬의 영토임을 문서화한다.”
금월도 주변은 수산자원이 풍부하다. 무엇보다 ‘미래’에서 해저 깊숙한 곳에 미스릴이 묻혀있는 게 발견되었었다.
“그런! 금월도는 아르야의 영토입니다!”
“무슨 소리! 금월도는 리오넬이 건국할 당시부터 우리 땅이었어! 됐고 다음!”
“다, 다음?”
“아르야의 최대 항구인 나가포 항에서 리오넬 상인들의 자유무역을 허용한다.”
나는 로이스 백작을 바라봤다.
그는 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나의 협상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면세로 진행하면 될 일을 무슨 관세를 내리고 어쩌고 한단 말인가.
“그, 그런! 그런 말도 안 되는!!”
“마지막!”
“또, 또 있다는 말입니까!”
“아르야에서 일어나는 리오넬 왕국인의 범죄는 자국에서 처리한다!”
“그건 식민지에나 요구하는 조약입니다!”
‘미래’에서 1차 리아 전쟁 후에 놈들이 요구한 걸 조금 변형해서 제시했을 뿐인데 엄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