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90)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90화(90/203)
090
1차 리아전쟁이 발발하고 북부로 천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 폐하! 낭보입니다! 남부 마경인 거미의 숲이 확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평시라면 급보였을 터.
하지만 섬나라 놈들이 남부를 장악해나가던 과정 중에 생긴 ‘거미의 숲’에서 발생한 이변은 분명 낭보였다.
거미의 숲은 내전 발발 직전, 룬티아 공작령의 론스웰 지역에 갑자기 생성되었던 마경이었다.
주인은 인면거미여왕.
나중에 드러난 사실이지만, 단순한 인면거미여왕이 아니었다.
본래 인면거미의 입이 있어야 할 곳에는 남자의 얼굴이, 등에는 소녀의 상반신이 솟아난 모습.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키메라였다.
하얀 마왕 아크네.
새하얀 외향 탓에 그렇게 불렸다.
72 마왕 중 하나의 이명, 붉은별열병으로 인해 백발이 된 엘프, 그 둘과 더불어 ‘하얀 마왕’이 의미하던 세 가지 중 마지막이 바로 아크네다.
– 폐하! 하얀 마왕이 바로나를 향해 북상하고 있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크네는 거미의 숲을 바로나 방향으로 확장해나갔다. 본래 인면거미여왕이 원형으로 영역을 넓혀나가는 습성을 가진 걸 생각하면 명백히 기형적이었다.
‘당시에는 호재였지.’
본래는 상급 마수인 인면거미여왕. 키메라인 아크네는 그 궤를 달리했다.
– 폐하! 아크네를 토벌하러 갔던 아르야의 6성 기사 둘과 6성 마법사가 오히려 당했답니다. 하늘이 저희를 돕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거기서 끝이었다.
아크네에게 흥미를 느낀 7성 소환사 아미카 아르야가 바다를 건너오며 상황은 마무리. 그 과정에서 거미의 숲 한복판에 있던 라드완 룬티아의 공방이 세상에 드러났다.
너희들은 리오넬 왕국의 귀족들에게 있어 실험용 쥐와 마찬가지였다며 남부인들에게 광고하는 데 활용되었다.
“네이브 님, 숲의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아무래도 여기서부터가 놈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레이나, 아니, 애니의 말에 회상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삼색 지팡이단의 인원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 으··· 몸이 으스스해.
– 왜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지?
– 다들 조용히 하시죠.
소곤거리는 중견 간부들을 조용히 시킨 마르스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오?”
“슬슬 놈의 영역이야. 따라오는 녀석들한테 죽기 싫으면 대열 이탈하지 말라고 전해.”
“으음··· 알겠소.”
그가 굳은 얼굴로 뒤로 물러났다.
“가자, 애니.”
“네.”
애니가 나보다 한발 앞서 걸었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짙은 밤색으로 물들이고, 나비가 연상되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 망토 안에는 몸매가 드러나는 타이트한 검은 옷.
양손에 들린 단검을 빙글빙글 능숙하게 돌리며 걷는 모습이 누가 봐도 천생 암살자였다.
나는 애니의 뒤를 밟으며 라드완 룬티아에 관해 작성했던 서류를 떠올렸다.
‘50만 RP 가까이 소모했어.’
어마어마한 양의 RP였다.
2왕자 다미안을 단두대로 끌고 가기 위해 사용한 것보다도 많았다.
삼색 지팡이단을 이용한 첫 타겟은 반드시 라드완 룬티아여야 했다. 아직, 부패한 귀족들이 몸을 사리기 전에 1왕자 진영에 치명타를 안겨줘야 한다.
전생을 자각한 초창기에 비해 RP를 벌어들이는 속도가 어마어마해졌음에도 좀처럼 타이탄의 설계도를 구할 RP를 모으는 게 쉽지 않다.
이게 마지막이다.
국내의 일로 이렇게 대량의 RP를 소모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거다.
‘그 남자, 분명 아크네의 입 안에 있는 남자였지?’
[도서관]을 이용 중, 현재 라드완이 만든 거미 인간의 머리가 ‘미래’에 출몰했던 아크네의 일부란 걸 알아채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아직 아크네가 만들어지기 전이란 얘기야.’
하긴, 그러니까 라드완이 살아있겠지.
그는 본래 거미의 숲이 생성되기 직전 행방불명된다. 감당하기 힘든 키메라, 아크네를 만들어내 도리어 잡아먹혔던 거겠지.
‘응?’
고속으로 움직이며 주변을 체크하던 유령손이 함정을 발견했다.
유도 화살을 날리는 간단한 함정.
평범한 모험가나 용병이었다면 불시의 기습에 크게 다칠 게 분명했다.
공방 주변을 요새화했을 라드완. 공간도약마법으로 놈 코앞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면 걸릴 수밖에 없다.
저런 것들 일일이 피해 가면 내일 모래는 되어야 목적지에 도달할 터.
[마력 화살]쇄애애액- 콰직! 퍼엉!
그냥 부숴버렸다.
– 뭐야! 뭐야!
– 함정을 부순 거 같은데?
– 그러다 들키면 어쩌려고!
– 근데, 안 들키고 갈 수는 있나?
– ······ 그건 그렇군.
뒤에서 허둥대는 인간들의 소곤거림이 들려왔다.
지금 내 행동으로 열받은 라드완이 나왔으면 좋겠지만······.
‘그럴 리가 없겠지.’
놈이 도망갈 걱정은 없다. 도리어 본인이 만든 요새에 틀어박혀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일 거다.
유령손의 스캔이 있는 한, 놈이 설치한 함정은 내게 걸릴 수밖에 없다. 나는 뒷짐을 쥐고 다시 천천히 걸었다.
***
‘평범한 놈들이 아니군.’
공방의 상황실 중앙에서 파괴되는 함정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던 라드완은 이맛살을 구겼다.
그는 전면에 있는 지도를 바라봤다.
파괴된 함정들의 위치를 가늠해보니 분명 공방을 향해 일직선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만 더 다가오면 주변을 비추는 마도구가 설치된 지역이었다. 그로서도 부담스러운 돈을 들여 설치했던 마도구였다.
‘어떤 놈들인지 얼굴이나 보자.’
쨍그랑!
마도구와 연결된 영상구가 깨졌다. 당연히 접근하는 침입자들의 머리카락도 보지 못했다.
그가 으득, 이를 갈았다.
어지간하면 키메라를 밖으로 내보내고 싶지 않았다. 숲에서 마수의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등의 소문이 돌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 녀석 정도면 되겠지.’
전설 속 반인반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 하나 있었다.
은밀한 암살자인 그림자호랑이의 하반신에 엘프의 상반신을 한 키메라였다. 작년쯤 숲에 들어왔던 금패 용병들을 처리했던 녀석이다.
라드완은 키메라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잠시 후.
라드완은 아주 은밀히 침입자들에게 접근한 키메라 눈을 통해 그들 중 일부를 볼 수 있었다.
복장이 제각각이었다.
어중이떠중이들처럼 보였다. 누군가를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놈들의 대장을 찾아······.’
그의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키메라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유령가면을 쓴 괴인과 눈이 마주쳤다.
쇄액, 쇄애애액-
부지불식간에 날아온 두 발의 번개 창.
푸욱-!
푸욱-!
정확히 키메라의 양 눈에 틀어박히고.
파직, 파지직!
뇌를 태워버렸다.
“컥!”
키메라와 연결되어 있던 라드완은 양 눈을 부여잡고 바닥을 굴렀다. 실제로 눈알이 꿰뚫리는 통증이었다.
한참 바닥을 구르다 겨우 몸을 추슬렀다.
‘4성급 마법 두 개가 동시에 날아왔어.’
최소 5성 마법사로 판단되었다. 그 위력, 속도, 정확도를 따져보면 6성 마법사일 확률이 높았다. 그가 본 어중이떠중이들은 방패막이나 함정 제거용으로 데려왔으리라.
‘누구지? 어떻게 내 공방의 위치를 알고 찾아오는 거지? 설마 본가인가! ······ 아니야.’
자신을 불러들여 문초하면 될 일.
굳이 유령가면 같은 걸 쓰고 이렇게 불시에 자신의 공방을 찾아올 필요가 없다.
‘누군지 모르지만, 멀쩡히 나가진 못할 거다.’
라드완은 불안감 속에도 미묘한 흥분을 느꼈다.
5성 이상의 고위 마법사.
손에 넣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특특급 재료였다.
여왕 거미의 유체, 신성력을 지닌 아이, 그리고 고위 마법사. 그 셋으로 과연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아··· 아······.”
라드완은 척추가 짜릿해지는 쾌감에 잠시 움직이지 못했다.
***
뒤따라오는 삼색 지팡이단을 덮칠뻔한 키메라를 잡은 후에는 별다른 습격자가 없었다. 도중에 마주치는 함정들을 파훼하며 이동하다보니 금방 라드완의 공방이 보였다.
“저희를 마중하러 나왔군요.”
“그러게.”
놈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헉! 저것들은!”
수풀을 헤치고 뒤따라온 삼색 지팡이단 일부가 라드완의 배후에 늘어선 기괴한 키메라들을 보고 기겁했다.
“네놈들, 누구지?”
라드완이 가면을 쓴 나와 애니를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몰라도 돼.”
말을 섞을 필요는 없었다.
필요한 건 놈의 목.
얼굴이 새빨개진 녀석의 노성을 터트렸다.
“다 죽여버려!”
명령과 동시에 라드완의 배후에서 대기하던 키메라들이 뛰쳐나왔다.
“크르르르!”
“끄으으······.”
“샤아아-”
괴성도 가지가지였다.
“처리하겠습니다.”
양손의 단검을 움켜쥔 애니가 뛰쳐나갔다.
쇄애액- 서걱─ 서걱-
“끼에에에엑!”
그녀의 칼질 한 번, 한 번에 키메라들의 육체가 갈기갈기 찢겼다.
하지만.
“둘로 분리되었는데도 움직여!”
“머, 머리가 다시 돋아나고 있어!”
아무리 키메라라도 믿기지 않은 생명력. 라드완이 구축한 요새는 놈들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 모양이었다.
“이익!”
“끄에에에!”
애니가 라드완에게 접근하려 해도 키메라들이 벽을 쌓고 막았다. 놈은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그걸 지켜보았다.
나는 마르스를 찾았다.
“애니와 함께 키메라들을 상대해. 저놈은 내가 상대하지.”
“알았소.”
후방에서 느긋하게 관람하고 있는 라드완을 노리고 술식을 설계, 구축, 발현했다.
[하늘의 분노]우르릉, 콰광! 파직-
놈의 머리 위로 정확히 내리꽂힌 5성 전격 마법이 반투명한 막에 부딪히더니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흐음······.
[성난 화염의 정령]화륵- 화르륵- 쉬익- 피시식.
혀를 날름거리는 거대한 불 도마뱀이 놈을 덮쳤다. 역시 반투명한 막에 가로막혀 아무 피해도 주지 못했다.
“큭큭큭. 어림없지.”
놈의 주변이 마력으로 일렁이는 것이 느껴졌다.
뿌득- 뿌드드득-
땅을 뚫고 말라비틀어진 나무뿌리들이 헤아릴 수 없이 솟아올랐다.
‘그림자 나무의 뿌리인가.’
톡 치면 부러질 것처럼 생겼지만, 어지간한 의지를 담지 않은 오러로는 흠집도 가지 않는다. 닿는 순간 생기를 빼앗기며 말라 죽는다.
[무한한 빙결의 수호] [바람의 가호]5성급 방어 마법 두 개를 연달아 발현했다.
쇄액, 쇄애애액─ 촥! 촤악-!
수십 뿌리의 채찍질이 얼음과 바람이 중첩된 보호막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네 녀석! 왜 6성급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거지? 역시 알량한 재주로 이중발현이 가능할 뿐인 5성 마법사인가. 크크크, 너와 저 계집을 이용해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주지.”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특정 마력 파장 이외의 마법은 모조리 흡수해 키메라들을 강화하는 결계였어. 매개체는 자기 자신인가.”
내 중얼거림에 놈이 흠칫했다.
“그, 그걸 어떻게?”
“소멸한 마법의 마력을 추적하니 저기 목이 베인 뱀 대가리를 재생시키는 데 사용되더군.”
소금밭에 엎어버린 설탕 가루를 찾았다는 것과 비슷한 말이었다.
“그, 그런 일이 가능할 리 없다!”
뭐가 불가능해.
일단 알갱이 크기가 다르고, 결정적으로 맛이 다른데.
하여튼.
촥- 쩌쩍─!
촤악─ 쩌저적!
그림자 나무의 뿌리들이 얼음과 바람의 보호막을 찢어발기기 직전. 무슨 수를 써야 할 때였다.
[바리사다]를 움켜쥐었다.특별한 도움이 필요했다.
“들었죠?”
「한 달간 책 읽어주는 시간을 1시간 더 늘려.」
“······ 30분.”
「좋아.」
특수한 마력 파장 외에는 전부 흘려버리는 결계.
파해법은 두 가지.
하나, 압도적인 파괴력의 공격을 가한다.
둘, 그 마력 파장을 찾아낸다.
바리사다의 도움이 있으면 둘 다 가능하지만······.
첫 번째는 후유증이 심하다. 조 베이리를 잡을 때 레이나에게 오러를 보여준다고 사용했던 강마(降魔)를 사용해야 한다.
그것보다는 바리사다에게 한 달간 수위가 조금 센 로맨스 소설을 30분 더 읽어주는 게 낫다.
「흐음······ 이거네. 잘 사용해.」
[바리사다]에서 몸이 썩을 것 같은 마나가 흘러들어왔다. 그녀가 라드완의 마력 파장을 복사한 것이었다.사용자의 마력 파장에 맞춰 마나를 공급해주는 걸 500년이나 해온 바리사다였다. 이런 기예는 식은 죽 먹기였다.
나는 술식을 설계, 구축, 발현했다.
[바람의 장송곡]휘오오오오오-
한 줄기 바람이 내 머리를 흩날리며 스쳐 지나갔다.
“네 놈이 결계를 파악했다 해도 어쩔 수 있는······.”
서걱-
라드완의 머리가 하늘을 날았다.
“······?”
이게 동급의 마법사와 기사가 붙으면 기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마법사의 몸은 너무나 연약하다.
보호 마법이 뚫리는 순간, 일반 궁수의 화살에도 픽 쓰러지고 만다.
툭, 데구르르-
본인의 요새를 맹신하고 있던 라드완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입이 ‘어?’라고 말하려는 것 같았다.
‘죽었나?’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마력 화살] [가속] [발화] [폭발]쇄애애액- 푸욱!
아직 서 있는 라드완의 육체, 심장을 노리고 날아간 마력 화살이 정확히 박혔다.
번쩍- 콰앙!
그리고 폭발.
사방에 놈의 잔해가 흩날렸다.
키메라를 만들고 본인이 결계의 매개체였던 녀석이다. 자기 몸에 무슨 짓을 해놨을지 몰랐다.
효수할 머리는 멀쩡하니 이렇게 처리하는 게 깔끔했다.
“끄, 끄어어어!”
“키에에엑!”
키메라 중 일부가 괴성을 지르고 전투 불능상태가 되었다. 애니, 삼색 지팡이단과 합류해 빠르게 놈들에게 안식을 선사해줬다.
“고생했어, 애니.”
“아닙니다.”
마르스와 삼색 지팡이단의 중견 간부들이 나와 애니를 괴물 보듯 바라보았다. 바닥에 널브러져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마르스에게 물었다.
“따라올 건가?”
“허억··· 허억······ 따라가겠소. 후······ 다들 부상을 치료하고 계세요.”
마르스를 대동하고 라드완으로 공방으로 들어갔다. 발이 절로 지하실로 향했다.
끼이이익-
“히익!”
철창에 갇힌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 생각해 보니 괴상한 가면을 쓴 인간 셋이 나타났다. 마족의 계약자들로 보일 수도 있었다.
말없이 그들을 살폈다.
그러다 한 아이에게 시선이 갔다.
‘······ 아크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어린 모습이지만, 분명 아크네의 일부였던 소녀가 나를 또랑또랑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