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5th Prince of Hellman Kingdom RAW novel - Chapter (92)
헬망국 5왕자로 살아남기-92화(9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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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의 모친, 3왕비 이아나 베이른의 기일이었다.
누님과 함께 왕실 묘지를 찾았다.
누님이 어머니가 좋아하셨다던 달빛장미를 헌화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누님은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에 있나요?”
“침대에 누우셔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던 모습이 아주 어렴풋이 떠오르는구나.”
어머니는 누님의 출산부터 기력이 많이 쇠해졌고, 결정적으로 내가 태어나면서 급격히 건강이 악화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도 그런 줄 알고 있었다.
‘미래’의 기억을 되찾기 전까지는.
1차 리아전쟁 당시, 동부와 남부에 이어 왕도 바로나까지 밀고 올라왔던 아르야 왕국.
놈들이 점령지를 안정시키기 위해 가장 열심히 했던 활동 중 하나가 바로 리오넬 왕국에 대한 대대적 비판이었다.
섬나라 놈들이 왕국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왕족과 귀족들의 비리, 부정부패, 악행들이 대중에게 퍼졌다.
룬티아 공작가에 의한 장기간에 걸친 3왕비 독살사건도 그중 하나였다. 그 과정 중 유산되었어야 함에도 기어이 태어난 나를 마족의 사생아라 선전하기도 했다.
‘마족의 사생아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생각한 건 섬나라 놈들 뿐이 아니었다. 모리아 룬티아와 1왕비 역시 나를 그에 준하는 존재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랬으니 내 마나 감응도 테스트를 담당했던 마법사에게 거짓을 보고하도록 만들고, 베이른 후작가가 무너진 직후 내 주변 사람을 모두 제거하며 나의 손발을 잘랐겠지.
“요즘 매우 바빠 보이더구나. 같이 차 한잔한 지도 오래된 것 같구나.”
“일이 조금 많네요. 정리되는 대로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일이라면······ 1왕비님의 친가와 관련된 것이니?”
“뭐, 그렇죠.”
룬티아 공작가의 가주, 모리아 룬티아의 청문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왕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된 청문회였다. 어머니의 기일만 아니었다면 오늘도 집무실에 틀어박혀 청문회를 준비 중이었을 것이다.
“바쁘면 먼저 돌아가 보려무나.”
“아닙니다. 누님을 에스코트할 시간은 충분합니다. 가시죠.”
어머니의 묘비를 바라보며 다음에 또 오겠다는 인사를 나눈 누님과 나는 마차로 이동했다.
누님의 거처인 아카샤궁까지 이동하는 마차 안에서 그동안의 근황을 물었다.
“어디 마음에 드는 신사는 없으셨습니까?”
왕도에 붉은별열병이 사그라들고 다시 귀족들의 연회가 시작되었다. 하루에도 수십 장씩 누님에게 초대장이 날아간다 들었다.
라드완 룬티아의 일이 터진 지금도 마찬가지. 누군가의 불행은 누군가에겐 흥미로운 대화 소재일 뿐이다.
그동안 연회 문화를 주도하던 남부에서 터진 일에 다른 지역 귀족들이 아주 고소해하는 상태였다.
내 질문에 누님이 나를 흘겨보았다.
“별소리를 다 하는구나.”
“없으십니까? 안타깝군요······. 그러고 보니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누님이 주선한 커플들이 열이면 열 좋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죠?”
“어쩐지 좋은 인연들이 될 것 같아 만남을 주선하다 보니 그리되었구나.”
빙긋 웃은 누님이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나는 오랜만의 누님의 상태창을 열어 [스킬]을 살폈다.
여전히 하나가 [?]다.
저거, 혹시 사람들의 인연을 맺어주는 그런 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 싶었다. [전설의 중매 장인] 뭐 그런 걸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마차가 누님의 거처인 아카샤궁에 도착했다.
“고맙구나, 여유가 생기면 말해주려무나. 이 누이가 우리 동생을 위한 연회도 개최해 볼 생각이니.”
“······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누님과 헤어지고 에메랄드궁으로 돌아와 한창 업무를 보던 중이었다.
똑똑, 똑똑.
긴박한 노크 소리.
“왕자님! 왕자님! 급보입니다!”
알폰소였다.
“들어와.”
덜컹, 상기된 얼굴의 녀석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뭔데?”
“모리아 룬티아 공작이 쓰러졌답니다!”
인상이 절로 찡그려졌다.
“왜 쓰러졌다는데?”
“건강상의 이유랍니다. 숨겨온 지병이 있었는데, 이번 라드완 룬티아의 일로 스트레스가 심해서 급격히 악화했답니다.”
숨겨온 지병은 무슨.
마법사가 기사만큼은 아니어도 마력 각성자인 만큼 어지간한 잡병은 얼씬도 못 한다. 심지어 그는 육체가 두 번이나 재구성된 7성 마법사.
고전적이지만 매우 훌륭한 방법이었다. 한때는 나도 써볼까 고민했었고.
2왕자 다미안은 쓸 수 없던 방법이었다.
그때는 모두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에 놈이 쓰러지건 말건 당사자 없이도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남부 귀족들은 무조건 청문회를 막고 싶을 거다.
모리아가 라드완의 만행을 몰랐다는 걸 증명해봤자 남는 게 없다. 성공이면 본전, 실패면 나락인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귀족의회를 과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그들은 모리아의 건강상 이유로 청문회 일정을 미루고 밀게 분명했다.
대중의 관심을 돌릴 새로운 사건이 터지길 기다리며, 혹은 그런 사건을 준비하며.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상관없다.
상대가 그런 선택을 했다면, 그에 맞는 대응을 하면 될 뿐이다.
“알폰소, 다시 오스노가 될 때가 된 것 같다.”
“아, 벌써요?”
“원혈목의 기운은 좀 안정됐나?”
“물론이죠!”
원혈목을 사용한 알폰소는 염원하던 다섯 개의 별을 품게 되었다.
당시 내가 옆에서 보조를 해줬는데 예상대로 묘목을 사용하는 게 정답이었다. 만약 다 자란 원혈목이었다면, 몸이 버티지 못했을 거다.
허약한 녀석.
“조금 긴 휴가 줄 테니까 남부에서 열심히 놀다 와.”
“······ 휴가 맞나요?”
그래도 피라미들을 사냥하는 데 보낼 정도는 된다.
***
왕실기무대 정보부 장관실.
『모리아 룬티아 공작, 지병이 발발?』
『의식이 없다는 룬티아 공작, 진실은?』
『특종! 7성 마법사도 오늘내일하게 만드는 무서운 병이 있다? 과연 그 정체는』
.
.
.
와그작-!
밀로아는 읽고 있던 신문을 구겨 책상 위에 대충 던졌다.
죄다 5왕자를 지지하는 언론들.
평소 같았으면 기무대를 움직여 혼쭐을 내줬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부하 중 일부는 민란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었다.
그녀는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입에 물고 창가로 다가갔다.
그 순간 덜컹, 노크도 없이 문이 열렸다.
누군지 볼 것도 없었다.
밀로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치익, 담배에 불을 붙인 뒤 입을 열었다.
“1왕비님은 내려가셨어?”
아버지가 지병으로 쓰러져 오늘내일한다는데, 1왕비가 왕궁에서 궁둥이를 붙이고 있는 것도 웃긴 일이다.
“조금 전 비공정을 타고 남부로 내려가셨어.”
“그래.”
쓰게 웃으며 담배 연기를 한 번 후우- 내뱉은 그녀는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1왕자 루카스가 책상에 걸터앉아 신문을 집어 들고 있었다. 밀로아는 담배를 태우며 그가 신문을 읽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담배가 반쯤 타들어 갔을 무렵, 루카스가 다 읽은 신문을 책상 위에 툭 던지고 그녀를 바라봤다.
“정말 외조부가 라드완의 일을 몰랐을까?”
“최소한 그렇게 대규모 키메라 공방을 운영하는 건 몰랐을 거야. 알았더라면 이렇게 일을 커지게 할 사람이 아니잖아, 모리아 공작.”
“그래··· 그건 그나마 다행이네.”
고개를 주억거린 루카스는 책상에서 내려와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나도 하나 줘 봐.”
“양아치 놈들이랑 어울리는 거 그만두면서 끊은 거 아니었어?”
“참았던 거지.”
“그러니까 내가 배우지 말랬잖아.”
밀로아는 투덜거리며 담배를 꺼내 루카스에게 건넸다.
치익, 친절하게 불도 붙여주었다.
말없이 맞담배를 피우는 두 사람.
먼저 다 태운 밀로아가 재떨이에 담배를 문댈 때, 루카스의 입이 열렸다.
“밀로아, 앞으로 어떻게 될 거 같아?”
“좋은 경우와 나쁜 경우가 있어. 뭐부터 듣고 싶어?”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지. 나쁜 경우부터 얘기해 봐.”
“룬티아 공작 가문이 중앙에 행사하던 영향력이 상당히 줄어들 거야. 자연적으로 5왕자 쪽 진영의 목소리가 커지겠지. 비등비등했던 균형이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할 거야. 다시 되돌리기 힘들 정도로.”
“······ 좋은 경우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은 받겠지만, 언제나 그랬듯 시간이 지나면 잊히겠지.”
밀로아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루카스가 피식 웃었다.
“너, 그러진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지?”
“들켰어? 그래. 5왕자가 이번 사건을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어.”
“대책은 있어?”
“대책이라······ 삼색 지팡이단을 움직여 라드완의 만행을 폭로한 배후에 그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어. 아니, 확실해!”
“감이야?”
“단순한 감은 아니야. 설명하긴 길지만 나름 합리적인 추론을 거쳤어. 그런데, 그게 틀렸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
“그래? 그게 사실이라면······ 삼색 지팡이단의 뒤에 에반 녀석이 있는 게 진짜라면 귀족들이 가만있진 않겠네.”
“맞아. 우리가 반격할 수 있는 게 바로 그 부분이야. 모리아 공작이 지병을 핑계로 병상에 누웠으니 당분간 시간은 벌었어. 한시라도 빨리 삼색 지팡이단과 5왕자의 접점을 찾아내야 해. 청문회가 열리기 전까지 말이야.”
“이미 조사 중이야?”
“그래. 이번엔 반드시! 5왕자의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네가 다른 인간들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꽉 잡고 있어.”
“그래, 믿어볼게.”
루카스가 밀로아의 어깨를 툭툭 건드린 후, 손을 흔들고 떠났다.
왕실기무대 건물을 나가 멀어지는 그의 모습을 창가에서 바라보던 밀로아. 그녀는 5왕자의 얼굴을 떠올리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번만큼은 꼭 그 콧대를 꺾어놓으리라.
똑똑! 똑똑!
“밀로아 백작님! 급보입니다!”
의지를 다지던 그녀는 다급한 부하의 목소리에 가슴이 철렁했다.
***
『삼색 지팡이단, 다시 나타나다!』
『영주성 꼭대기에 효수된 말루스 자작』
『말루스 자작의 지하실에 있던 아이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어린 소년들만 납치해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가하던 변태 자식.
『불과 이틀 만에 다시 나타난 삼색 지팡이단』
『벌거벗겨진 채 십자가에 매달린 그루스 남작. 그가 벌인 악행은?』
인간 사냥이 취미이던 사이코패스.
『또다시 나타난 삼색 지팡이단!』
『이번엔 또 누구?』
.
.
.
알폰소의 휴가가 끝났다.
“왕자님! 잘! 쉬다 왔습니다!”
얼굴이 반쪽이 된 녀석이 돌아왔다.
실눈 사이로 언뜻 보이는 눈동자가 살기로 번뜩이는 것이 휴가 간 동안 피를 좀 많이 본 모양이었다.
“고생했어. 자.”
나는 책자 하나를 알폰소에게 던져주었다.
“엇? 이게 뭔가요? ······ 흑살독검?”
“한때 하믈 제국에서 가장 잘나가던 암살자 집단, 흑살단에 전승되던 거야. 너 가져.”
“오오오. 감사히 익히겠습니다.”
알폰소가 희희낙락하며 품에 챙겼다.
나는 상벌이 명확한 사람이다.
녀석이 남부에서 삼색 지팡이단과 움직이며 벌여준 일 덕분에 1왕자의 지지도가 수직 하락했다. 자연적으로 내 지지도는 수직 상승.
[스킬]창에서 적당한 걸 골라 구매해 직접 필사한 것이다.“그 위로 흑살독왕검이라고 흑살단의 마스터에게 전승되던 것도 있는데······ 하는 거 봐서 구해볼지도?”
“수석! 시종! 알폰소! 이 한 몸 왕자님을 위해 다 바치겠습니다.”
나는 픽 웃으며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이제 왕실기무대에 좀 다녀와.”
“네?”
책상에 가득 쌓인 서류를 뒤져 한 장을 뽑아 녀석에게 보여주었다.
“어제 왕실기무대에서 너를 체포하겠다는 영장을 보내왔어. 휴가에서 돌아오면 얌전히 보내준다고 돌려보낸 상태야.”
“넷?”
“네가 실눈을 쪼개고 있는 야비한 가면을 쓴 삼색 지팡이단의 일원이라는 주장이야. 그러길래 내가 티 안 나는 걸로 고르라고 했잖아. 레이나처럼 무기라도 바꿔 들던지”
잠시 말이 없는 알폰소.
“부, 불체포특권을 사용하시는 것이······.”
안 될 말이다.
그걸 또 사용하면 뭔가 켕기는 게 있냐고 공격받을 게 뻔하다. 저쪽은 어떻게든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대중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설마 나의 수석! 시종! 인데 고문이라도 할까. 가서 입 싹 다물고 묵비권만 행사하고 있어. 알았어?”
“······ 정말 고문이 없을까요?”
“··· 응.”
반 박자 늦은 내 대답에 녀석의 눈꼬리가 거칠게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