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Weakest Mai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00)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100화(100/160)
오, 역시 가만히 있을 걸 그랬나.
나는 얼른 손사래를 쳤다.
“오해하지 마세요. 그분을 모함하려는 건 아니에요. 단지 제가 들은 걸 말씀드리려고…….”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질…….”
“니켈 그만둬. 나도 짐작한 바가 있어서 그러니.”
“짐작한 바요? 그럼 공작께선 왜 아직 노바 녀석을 살려 두신 겁니까?”
“이따 말하도록 해. 그나저나 노바를 감방에 처넣으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 옹호하는 이유를 모르겠군. 가장 먼저 앞섰던 사람이.”
“…….”
퀸텀 공작이 노기 어린 눈빛으로 그레이슨 백작을 쳐다봤다. 어쩐지 뭐 잘못 먹었냐는 표정도 함께 따라붙은 느낌이었다.
퀸텀 공작의 말에 그레이슨 백작이 입을 닫았다.
“리브, 걱정하지 말고 어서 먹거라. 그에 관한 일은 따로 알아보고 있단다. 어제만 해도 평화롭기만 하던 아침 식사가 누구 때문에 난장판이 되었구나.”
순식간에 물과 불을 오가는 퀸텀 공작의 반응을 보고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냥 조용히 먹기나 해야지.
나는 다시 포크와 나이프를 바쁘게 움직였다.
*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니켈은 퀸텀 공작이 내준 손님방으로 돌아오자마자 기대감이 서린 얼굴로 돌변했다.
“예?”
그녀의 오랜 보좌관 넬이 뜬금없는 물음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 아이가 퀸텀의 재목이 될 것 같으냐?”
넬이 그녀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다 이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잘 모르겠습니다.”
“보고도 모른단 말이냐? 새파랗게 젊은 것이 총명하지 못해서는.”
넬이 다소 억울하다는 듯 토로했다.
“주인님, 저도 이제 60이 넘었습니다. 지금 제게 총명함을 따지시면 어떡합니까. 아침에도 서둘러서 뛰어갔다가 오느라 아직도 무릎이 다 시큰거립니다.”
그 모습을 본 니켈이 혀를 쯧쯧 찼다.
“60이면 한창이지. 그러게 얼른 보좌관을 새로 뽑으라고 했지 않아?”
“마음에 드는 녀석이 없는 걸 어떻게 합니까?”
“하여튼 쓸데없이 꼼꼼해서는. 그 아이를 잘 봤느냐? 공작이 내게 그리 살기를 내뿜는 데도 전혀 흔들림이 없는 모습을 보이더구나.”
“저도 놀랐습니다. 아직도 저는 각하 앞에서 주눅이 드는데 말입니다.”
니켈이 콧방귀를 꼈다.
“보통은 그렇지. 아직 모르는 것투성인 아이지만 다른 건 차차 배우면 될 일이고.”
“예, 맞습니다.”
“오늘 일부러 카인의 신경을 긁어놨으니 한 달은 꽁해 있겠지? 나 참, 늙어서도 속이 좁아.”
니켈은 뒤늦게 조금 후회가 되는지 “너무 갑작스러웠나?”라며 중얼거렸다.
넬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공작의 누이라지만 매번 올 때마다 싸우는 것도 대단하다 싶었다. 제가 봐 온 3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차례도 싸우지 않은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 눈빛이 참 좋더구나. 어렵게 생활을 하며 살아왔다고 하더니 어른이 위험에 처해 있는데 선뜻 나서서 도와주고.”
“그러셨습니까.”
“어쩐지 첫눈에 볼 때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홀로 어쩜 그리 예쁘게 컸을꼬.”
“퀸텀의 핏줄이 어디 가겠습니까.”
“보자마자 엘리자베스의 딸인 걸 알겠던데, 그 노인네는 어찌 그걸 못 알아봐? 하마터면 처음 보는 자리에서 눈물을 터트릴 뻔했지 뭐냐.”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넬이 단호하게 말했다.
“다행이구나. 안 좋은 꼴을 보인 건 아니겠지.”
이미 보인 것 같은데, 그럴 거면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잘해 주시지 갑자기 무슨 시험을 하신다고…….
넬은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왜 눈 색이 변했는지는 아직도 모른다고 하더냐? 밤하늘 같던 눈이 참 예뻤는데. 어디가 아팠던 것은 아니겠지?”
“예, 거기까진……. 각하께 직접 물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흠, 알았다. 너도 어떤 경우에 눈 색이 변할 수 있는지 한번 알아보거라. 지금 노바의 복권을 바라는 자가 누구지?”
“마야 백작과 엘도 후작입니다. 데릭 후작께서는 나일리브 아가씨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그 즉시 중립을 선언하셨고요.”
니켈이 턱을 문지르며 생각을 곱씹었다.
“흠, 나는 그 아이에게 힘을 실어 줄까 한다.”
“완전히 결정하신 겁니까?”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노바 녀석보다는 낫겠지. 가문을 말아먹으려는 놈보다는. 그런데 카인, 이놈에게 바로 그 사실을 말해 주기는 싫고…… 어쩐다.”
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말투에 보좌관 넬은 속으로 헉 숨을 삼켰다.
남매간인 걸 알면서도 퀸텀 공작이 워낙 무시무시하게 느껴져서인지 저도 모르게 찔끔하게 된다.
“항상 현명한 선택을 하셨으니 이번에도 그러시리라 믿습니다.”
니켈이 미소 지었다.
“흥, 아부는 그만두고. 빨라도 내일부터 다들 오기 시작할 테니 좀 더 보고 이야기를 해야겠군. ……응?”
니켈이 고개를 돌리다 정원에 나타난 분홍색 머리카락을 보고 그대로 시선을 멈췄다.
아까와 달리 퐁슬퐁슬하게 부풀었던 머리카락을 하나로 예쁘장하게 묶어서 나타난 것이다.
기지개를 켜며 정원을 살피더니 중간중간 허리를 굽혔다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니켈이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을 살폈다.
“저게 무엇을 하는 걸까?”
니켈의 목소리를 들은 보좌관이 창문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보좌관 넬도 덩달아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쳐다봤다.
“잡…….”
“응? 뭐라고?”
“잡초를 뽑으시는 것 같습니다.”
“잡초를 뽑아? 왜?”
“모르겠습니다. 아침 일로 충격을 받으신 건 아닐까요?”
“……뭐? 나 때문에?”
니켈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
그날 저녁.
나는 또 퀸텀 공작, 그레이슨 백작 사이의 험악하고 냉랭하면서도 어딘가 친분이 느껴지는 그 분위기 속에서 저녁 식사를 해야 했다.
오른쪽에는 상석에 앉은 퀸텀 공작이, 맞은편에는 그레이슨 백작이 있었다.
마치 얼마 전 레오니안과 비앙카 사이에서 밥을 먹었던 때가 떠오를 지경이었다.
더구나 그레이슨 백작은 아침보다 지금이 훨씬 더 냉랭하게 보였다. 이런 배신자 할머니.
어쨌든 저녁 식사에도 아침에 이어졌던 대화가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각하는 어떻게 원로들을 설득하실 겝니까? 마야와 엘도가 제법 반대를 할 텐데요.”
“설득?”
퀸텀 공작이 되물으며 기가 찬다는 듯 웃었다.
“노바는 제이든과 함께 후계자 수업을 하나도 빠짐없이 들은 녀석입니다. 원로들이 기필코 물고 늘어질 텐데.”
“내가 멀쩡히 살아 있는데 설득은 무슨. 회의는 단순한 절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이제 내 핏줄은 우리 리브 하나뿐이니까.”
“그렇게 강경하게 굴 거면 힘이라도 쥐여주고서 말을 하든지?”
“어련히 알아서 할 걸세. 그러니 좀 조용히 하고 먹지.”
나는 한 입 먹고 퀸텀 공작 한 번 보고 또 한 입 먹고 그레이슨 백작을 보기를 반복했다.
*
달이 뜬 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공작가 전체가 고요해졌다.
나는 창문을 열고 의자를 창문 가까이 끌어다 놓고선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힘들어도 후작저에 있을 때가 확실히 편하긴 했어. 기절하듯 잠들어서 그런가.”
요즘은 힘든 것도 별로 없으니 쓰러지듯 잠이 드는 일도 적고 피로 회복제를 매일 먹던 걸 끊은 지도 좀 지났으니까.
체력이 떨어져 갑자기 바닥으로 뚝 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던 것도 어느새 없어졌다. 그런데도 이렇게 공허함이 드는 것은 왜 그러는 걸까.
“가서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박차고 나와.”
나는 그 말이 생각나 혼자서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가슴 한곳이 따끔따끔해서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를 생각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그런데 정말 아닐까? 꼭 누군가 귓가에서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 게임은 원작과 흡사하게 가면서 조금씩 삐딱 선을 타곤 했다. 그 때문에 몇 번이나 곤란하기도 했었지.
애초에 비앙카와 레오니안의 관계마저 그랬다.
“무슨 걱정 있으세요? 아까 저녁 식사 때문에 그러세요?”
어느새 따뜻한 차를 가져온 체리가 내 근처에서 어쩔 줄을 모르며 걱정스러운 낯빛을 했다.
“어? 아니야. 그냥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제가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아가씨.”
“고마워. 그렇게 할게. 거기다 두고 가면 마실게. 오늘도 고생 많았어, 체리.”
“별말씀을요. 그럼 좋은 밤 되세요, 아가씨.”
“응, 너도 좋은 꿈 꾸고.”
나는 체리에게 빙긋 미소를 지어 주고 그녀가 나가자마자 다시 생각으로 돌아왔다.
정말 비앙카와 레오니안을 이어 주는 게 엔딩이 맞는 건가?
그런 의문이 들자 지금껏 진행한 퀘스트도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해 왔던 퀘스트도 초반에는 분명 둘 사이에 친분을 쌓게 하고 둘을 이어 주려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메인 시나리오 Ⅶ-1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계속] [퀸텀가의 힘을 얻기 위해서는 당신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시키고 그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퀸텀가에서 열리는 원로 회의에 참석하세요.]“…….”
마지막 퀘스트만 봐도 주인공 둘을 이어 주기 위한 퀘스트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분명 최종 빌런인 로라를 해치우기 위한 것이기는 해. 레오니안과 비앙카는 절대 죽으면 안 되고.
둘을 이어 주는 게 진짜 엔딩은 맞는 거겠지? 그게 아니라면 대체 뭐가 진짜인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캐릭터들의 존재 이유까지 혼란스러워졌다.
도대체 이 게임은 나한테 뭘 원하고 있는 걸까?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