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Weakest Mai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10)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110화(110/160)
“그럼 공작님, 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실래요? 제가 확실해지면 말씀드릴게요. 알아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주먹을 불끈 쥐고 다짐하듯 말하자 레오니안이 피식 웃었다.
“물론이지요, 나일리브 공녀.”
레오니안이 또 건넨 존대에 나는 다시 얼굴을 붉혔다.
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공녀란 소리는 이제 익숙해졌는데 레오니안에게 들으니 괜히 낯간지럽게 들렸다.
“그, 그런 말투 쓰지 마세요.”
“네가 날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 그래.”
“……네?”
“네 신분을 찾았을 때 네가 날 편하게 생각해 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날 피하더군. 이러면 날 동등하게 생각해 주지 않을까 해서.”
어쩐지 서운함이 담긴 말투였다.
나는 정곡이 콕 찔리고 말았다. 괜스레 눈을 데구루루 굴리며 변명했다.
“그……럴 리가요. 그야 그때는 아가씨를 모시는 후작저의 하녀였으니까 당연히…… 그리고 지금은 한 가문의 가주시니까 그런.”
거리를 두려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변명거리를 찾으려니 말이 자꾸 헛 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언제는 나랑 입 맞추고 싶다더니.”
그 말에 나는 얼굴이 확 붉어졌다. 옛날 일인데 지금!
“그, 그건 진짜 실수였다니까요? 그걸 아직까지 기억하고 계셨어요? 제발 그런 건 잊으세요, 좀…….”
“내가 가장 잘생겼다고도 하지 않았나.”
“그건…… 사실이지만! 그것도 무례한 말이었어요. 그러니 잊어 주세요.”
“어떻게 잊나? 그게 널 똑바로 보게 된 시작인데.”
“…….”
장난기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말투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입을 꾹 다물었다.
“나일리브.”
그가 나직하게 새로 갖게 된 이름을 불렀다.
“…….”
“에블린.”
그리고 훨씬 익숙한 이름도.
“……네?”
“우리가 제법 친밀하다고 느꼈던 건 그저 나 혼자의 착각이었나?”
천천히 고개를 드니 레오니안이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나는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멀거니 서서 그를 쳐다봤다.
“나는 네게 더 가까워지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될까?”
*
물음에 답도 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방으로 돌아왔던 것 같다.
바보스럽게도 당신에겐 비앙카가 운명이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말하지 못했다.
어느새 그들은 단순한 게임 속 NPC가 아닌 내 소중한 관계 중 하나로 자리 잡았음을 알아버려서.
그러고 나자 내 목표만을 위해 두 사람을 서로 좋아하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 마음이 너무나 무례하게 느껴져서.
레오니안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완전히 깨달았다. 둘의 마음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나는 혼란스러움을 잠재우고 싶어 누운 채로 두 손으로 내 얼굴을 모두 가렸다.
*
레오니안은 그녀가 자리를 벗어나 한참이 지나서도 움직이지 못했다.
에블린이 제게서 도망을 가버렸다.
“나 설마 차였나.”
아직 시작도 못 했는데. 다소 충격이었다.
그 와중에도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당황한 그녀의 모습은 꼭 보송보송한 여름날의 복숭아 같았다.
또 그게 왜 그렇게 예뻐서 갈증을 나게 하는지.
레오니안은 에블린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자각하고 나서 오히려 날이 갈수록 갈증이 최고조에 오른 상태였다.
뒤늦게 배운 사춘기처럼 첫 감정에 매료된 것이다.
그래서 우습게도 구태여 빌미를 만들어 그녀를 보러 온 것이었다.
퀸텀 공작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그의 머릿속은 어느새 그녀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을 어려워하는 그 관계가 지독히도 싫어서 그녀의 가족을 찾는 일에 참 많이 매달렸다.
자신이나 가문의 일이 아닌 타인의 일에 이렇게 몰두해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밤낮없이.
설령 가족을 찾지 못하더라도 에블린이 원해주기만 한다면 자신이 있는 힘껏 그녀가 한계를 느끼지 않는 자리까지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냥 그렇게 뭐든 해주고 싶은 마음만 들었다.
잘생겼다더니, 입을 맞추고 싶다더니, 오해를 뒤집어쓰면서까지 날 지켜야 한다더니.
자신조차 잊고 있었던 물건까지 선물해 주고선, 제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고선.
왜 자꾸 선을 그을까.
“각하, 괜찮으십니까?”
케인이 다가와 물었다.
“아직 안 차였어.”
그렇다고 해도 이유를 알기 전까지는 물러설 마음도 없다. 쉽게 물러설 거였으면 내보이지도 않았을 거니까.
케인이 묻지도 않았는데 레오니안의 입에서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예?”
케인은 레오니안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고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혼란 속에서 헤엄치다 정신을 차린 건 츄가 돌아오고 나서였다.
“해치워도 계속해서 수를 늘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광산을 서식지로 삼은 것 같습니다. 쮸.”
“정말 골치가 아프군. 도저히 수가 없는가? 쮸.”
“마물들이 싫어한다는 것을 모조리 구해 설치해도 미마 떼에 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 마물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습니다. 이대로는 인력 낭비가 너무 심합니다. 역시 폐쇄만이……. 쮸.”
“그건 안되네. 가장 큰 수입권을 막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당장 필요한 자금이 얼만데……. 지하 2층에 보관한 상급 오팔만 꺼낼 수 있어도 당장 급한 게 해결될 것 같은데 이거 원. 쮸.”
“도련님께서 최대한 자금 조달을 해보겠다고 하셨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볼까요? 쮸.”
“……쮸!”
나는 한참 듣다가 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흐음.”
나는 츄를 통해 데릭 후작의 대화를 엿들었다. 어느 정도까지 듣고 온건인지는 몰라도 내가 필요한 내용은 쏙쏙 잘도 담아왔다.
여전히 저 귀여운 츄의 작은 입에서 굵직한 데릭 후작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좀 기이하고 음산하게 느껴졌다.
패시브 능력처럼 말끝마다 붙는 저 쮸도.
뭐 그래도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일이 쉽게 풀리겠는데?
그들에겐 미마 떼는 정말 골치 아픈 존재가 맞았다.
미마는 이 세계에 서식하는 마물 중 하나인데 귀여운 햄스터처럼 생겼지만 성인 키의 반 정도 되는 크기에 코는 돼지코 같아서 기이하게 생긴 존재였다.
거기다 고블린처럼 성격도 괴팍하고 무엇보다 번식력이 어마어마했다.
그뿐이랴, 번식력이 좋으니 먹이를 먹는 양도 엄청나고 심지어 반짝이는 보석 같은 것을 좋아해 한번 마음에 드는 자리를 잡으면 어지간해선 자리를 옮기지도 않는다.
특히 오팔이나 다이아몬드, 진주 같은 희고, 밝은색의 보석을 유난히 좋아하는데, 데릭 후작의 광산은 오팔 광산이라고 했으니 아마 환장하고 달려들었을 것이다.
거기다 광산이라는 폐쇄된 공간이라 미마 새끼들을 기르기에 아주 안성맞춤이었지.
1차 비공개 테스트 때, 튜토리얼 퀘스트를 제외한 모든 퀘스트를 패스하고, 무한대로 생성되는 미마 떼를 찾아 최고 레벨을 달성했다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는데…….
“뭐더라……. 뭘로 울타리를 만들어서 못 나가게 했다고 했더라. 아! 집시풀.”
나는 공략법에 적혀 있던 것을 기억해냈다.
미마가 굉장히 싫어하는 향을 가지고 있고, 섭취하면 시름시름 앓게 하는 독이 들어있어서 움직임을 둔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 그랬다.
하지만 이건 유저들이 알아낸 정보이기에 마물의 정보에 둔감한 일반 NPC들은 알 리 없는 사실이었다.
“그럼 어떡해. 내가 써먹어야지.”
Chapter17. 도대체 무엇 때문에, 어째서, why?
호화로운 생활 속에서도 속성 사교 수업으로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나에게 자유의 날이 주어졌다.
죽기 살기로 딜런 백작 부인의 수업을 따랐더니 그녀가 예상했던 시간보다 빠르게 배운다며 예정했던 기간보다 짧게 교육을 하고 돌아갔기 때문이다.
딜런 백작 부인은 내게 연회장에서 다시 보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비추고 갔다.
그 사실을 비앙카에게 편지로 써서 보내자 그런 칭찬은 자신도 듣지 못한 소리였다며 얼른 보기를 바란다고 답장을 해 왔다.
그리고 마야 백작은 그야말로 퀸텀 공작에게 대차게 한 소리를 들었던 모양이다.
그것도 모자라 그 일로 이튿날 원로 회의가 한 차례 다시 열리고 말았다.
나는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헤임의 말로는 그때 보였던 원로들은 아픈 무릎을 이끌고 다시 나타나 마야 백작의 행동을 비난했다고 들었다.
아마도 다음 회의부터는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고.
아무래도 마야 백작의 친밀도는 이미 저세상 너머로 물 건너간 듯싶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내 편이 아닐 사람이니 다른 원로를 내 편으로 만들어 퀘스트를 깨는 수밖에.
어쨌든 오늘만을 기다렸던 나는 잠시 시간을 내어 골드 폭스 길드를 찾았다.
“앞으로 나일리브 아가씨를 모실 테리사 일루언스라고 합니다. 편하게 테리사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
테리사 일루언스
성별 : 여
나이 : 27세
특이 사항 : 직속 호위 기사, 퀸텀家 상급 기사, 검술과 채찍 술, 창 기술 다수 보유.
친밀도 : ●●○○○
이번에는 밀러드 경이 아닌 새로 내게 생긴 호위 기사와 함께였다.
그리고 내가 나갈 때마다 서운한 얼굴을 감추지 못하는 체리도 함께였다.
또 내가 길드를 찾을 일이 있다고 하자 궁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헤임도 따라왔다.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