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Weakest Mai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13)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113화(113/160)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다소 오해가 있는 듯하군요. 저는 친애하는 에블린 씨를 강제로 모셔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 말에 나는 작게 웃었다.
“그럼 왜 아직도 내가 친애하는 에블린인지 말 좀 해 줄래요?”
“네?”
이게 정말 게임 속이라면, 그가 정말 게임 속 NPC라면, 내가 이미 나일리브라는 이름을 되찾았을 때 모두 나를 부르는 명칭이 바뀌어야 했다.
시스템상 내 프로필은 이미 하녀 에블린 피어스가 아니라 나일리브 아이리시 베르누아 퀸텀으로 바뀐 지 오래니까.
거기다 나는 <퀸텀 공녀>라는 타이틀을 달았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
문제는 이 여우 뿐만 아니라 레오니안이나 다른 이들도 곧바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내가 게임 속이라는 걸 계속 착각하게 하려면 모두 자연스럽게 날 퀸텀 공녀나 나일리브라고 불렀어야 했다.
더구나 애초에 에블린과 접점이 없던, 같이 어울린 스토리도 없는 단순히 친밀도만 올린 NPC가 내 프로필을 인지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단순히 버그라기엔 수상했던 점들이 한둘이 아니지.
주인공과 원작 스토리에 전혀 관계가 없는 에블린을 위한 물건이라든가, 에블린 부모의 유품이라든가 하는.
무엇보다 저 의문스러운 말투!
나는 골드 폭스를 생글생글 웃으며 쳐다봤다.
“내 프로필은 퀸텀 공녀, 나일리브 아이리시 베르누아 퀸텀인데, 왜 아직도 친애하는 에블린 씨인지 말해 달라고요, 돈만 밝히는 사기꾼 씨.”
“무슨 말인지 도통 제가 이해할 수가…….”
나는 팔짱을 끼고 그에게 턱끝을 올리며 말했다.
아무리 봐도 당신밖에 없어.
“자꾸 모른 척하지 말고 나한테 협조해야 할 거예요. 안 그럼 주인공이고 로라고 퀘스트고 뭐고 시골 저 구석에 숨어서 안 나올 거니까.”
“…….”
“왜 날 여기에 가둔 거예요. 왜 하필 나야?”
골드 폭스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나를 빤히 바라봤다.
“저는 다시 말씀드리지만 억지로 모셔 온 적이 없습니다.”
“거짓말하지 말고, 계속 모른 척하지 말아…….”
“스스로 이곳에 발을 들여놓은 건 유나비 씨였습니다. 저는 단지 필요한 영혼을 찾았기에 안배했을 뿐입니다.”
“유…….”
나는 소름이 쫙 돋아 잠시 그대로 굳었다.
그리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테이블에 무릎을 대고 곧장 골드 폭스의 멱살을 잡았다.
“거봐, 당신인 줄 알았어.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스스로 이 불구덩이 속에 들어온 적 없어.”
골드 폭스는 내게 멱살이 잡혀 있으면서도 여전히 침착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나는 이곳에 처음 들어왔던 날을 떠올렸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단순히 게임인 줄 알았어. 아니, 게임이어서 들어온 거였다고. 이런 이상한 세계라고 생각했으면 얼씬도 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니까 나를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 줘요. 응?”
나는 흥분한 상태로 속사포처럼 쏟아 냈다.
“정말 이대로 되돌아가고 싶으십니까?”
“당연하죠!”
“당신의 동료들이 모두 로라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다고 해도?”
“아, 무슨! 이건 그냥 게임 속…….”
내가 말끝을 흐리자 골드 폭스가 입꼬리를 올렸다.
“유나비 씨의 입으로 여긴 게임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잖습니까. 그러니 단순한 죽음이 아니겠지요.”
“…….”
내가 나가 버리면 다 죽는다고? 정말로?
이상함을 느끼고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주변이 바뀌어 있었다.
그의 집무실이 아닌 묘한 기운이 흐르는 그저 하얀 공간이었다.
그림자조차 없고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공간.
나는 천천히 그의 멱살을 쥐었던 손을 놓았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내가 딛고 있던 테이블마저 사라지고 없었다.
“그럼 여기가 대체 어디인데? 당신이 나한테 무슨 최면이라도 걸었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읽었던 게임 원작하고 정말 흡사한 곳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게 정말 당신이 읽은 책이라고 생각합니까?”
“……뭐?”
“당신이 기억하는 소설과 게임이라는 것은 영혼 여행자인 당신이 영혼의 거울을 통해 엿본 것이 되겠지요.”
영혼 여행자……? 그건 또 뭔데.
나는 알 수 없는 말만 해 대는 골드 폭스에게 더욱 답답하고 화가 났다.
“똑바로 이야기해요. 이해 못 할 말만 하지 말고. 영혼 여행자가 도대체 뭔데요?”
“각 세계를 구축하고 질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영혼들을 우리는 영혼 여행자라고 말합니다. 어느 세계 한 곳에 얽매여 있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이요. 그게 바로 유나비 씨입니다.”
“…….”
“유나비 씨는 이곳 미완성된 세계에 흡수되었습니다. 덕분에 당신을 중심으로 이 세계가 구축되고 있죠. 바로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익숙한 정보를 통해서요.”
그럼 내가 알고 있던 시스템이니, 퀘스트니 뭐니 그런 게 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로부터 시작해서 그런 거라고?
“……그럼 당신은 뭔데요?”
“나는 당신 같은 영혼 여행자들이 적응하는 걸 돕기 위해 알맞은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유나비 씨의 정보를 빌리자면 개발자나 관리자라고 할까요?”
“장난하지 말고……. 그럼 이건 뭔데요?”
나는 로라의 약점이라고 적혀 있던 정보 두루마리를 내보였다.
바로 그에게 거금을 주고 샀던 것이다.
골드 폭스가 그걸 받아 들자마자 내가 물었다.
“그럼 왜 로라가 나와 같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죠? 이건 분명 퀘스트 알림 아니야? 이걸 주면서 당신이 약점을 잘 이용해 보라고까지 했잖아요?”
“맞습니다.”
“맞다고?”
“그녀는 당신과 같은 영혼 여행자로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규칙을 어기고 이 세계에 들어왔습니다. 당신과 동료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말이죠.”
“알 수 없는 이유……?”
“예. 다만 그녀는 스스로 악신 바르모트의 부활과 멸망을 선택했습니다.”
“스스로 그런 불구덩이를 선택했다고……? 왜요? 왜 그런.”
“그녀는 이 세계에 들어와선 안 되는 영혼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이물질이 되어 버린 셈입니다. 당신의 힘으로 구축이 모두 끝나고 나면 소멸해야 할 존재가 되어 버렸으니까요.”
“그럼…….”
어쩐지 알 수 없는 공포가 엄습해 왔다.
“네, 이곳을 멸망으로 이끌어 재구축하고 싶은 겁니다.”
나는 다시 그의 멱살을 잡았다.
“똑바로 말해. 뭐 숨기는 거 있지.”
나는 여상한 말투로 말하는 그를 보며 음산하게 물었다.
그러자 골드 폭스가 가늘게 뜬 눈매 사이로 시선을 피하는 게 느껴졌다.
“……실수였습니다. 착오가 있었습니다.”
골드 폭스가 여전히 시선을 돌린 채로 말했다.
“실수?”
“지금껏 이 세계의 규칙을 눈치채고 스스로 미완성된 세계의 문을 연 영혼 여행자는 없었기 때문에…….”
“이 지경이 되도록 눈치를 채지 못했다?”
“…….”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그럼 실수를 돌려놓으면 되잖아요? 뭐가 문제인데?”
“이미 구축되기 시작한 세계에서 영혼 여행자를 빼낼 방법은 없습니다. 당신이 그녀를 소멸시키는 데 성공하거나 멸망으로 인해 새로운 세계로 재구축되는 길뿐, 저는 관리자라서 그런 권한은 없습니다.”
“……장난해?”
“죄송합니다.”
그래서 로라가 비앙카의 심장을 가져가려고 그렇게 집요하게 군 거였어.
그걸 내가 열심히 방해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그 분노가 나한테 향했겠네.
“그럼 돌아갈 방법이 전혀 없다고요?”
골드 폭스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하도 멱살을 잡혀서 몸을 사리는 것 같았다.
말도 안 돼! 나갈 방법이 없다니.
아직도 그의 말이 다 이해되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내가 × 됐다는 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진실을 알아도 비앙카를 구하고 로라를 없애는 게 달라지진 않는다는 것도.
거기다 상대방은 애초에 최종 보스의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되어 버렸잖아?
1성, 그것도 먼지처럼 하찮은 존재였던 나와 시작이 달랐다.
이게 단순 실수로 되는 거냐고!
“정말로, 진심으로, 한 톨의 거짓이 없이 방법이 없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그럼 죄책감에 그간 나한테 협조를 하고 있었다는 거군요……? 당신은 관리자이지만 권한이 없기 때문에?”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당신이라면 반드시 성공……. 컥.”
그의 웃는 여우 낯을 보고 나는 아예 그의 멱살을 틀어쥐듯이 다시 잡았다.
골드 폭스가 이마에 땀을 삐질 흘리는 게 보였다.
“당신들의 실수 때문에 내가 이 꼴이 났는데 웃음이 나와요?”
“…….”
나는 손에 힘을 풀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방법이 없다는데 이 사람을 더 붙잡고 있어 봤자 뭐 하겠어.
“만약에 내가 그녀를 소멸시키는 데 성공하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그녀는요?”
골드 폭스의 표정이 어쩐지 딱딱하게 굳었다.
“세계는 안정되고 그녀는 대가를 치르게 되겠죠.”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