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Weakest Mai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20)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120화(120/160)
나는 비앙카에게 답을 하는 대신 몸을 돌려 사총사를 포함한 영애들에게 물었 다.
그러자 다들 입에 뭐라도 넣은 것처럼 입을 닫고 서로 눈치만 봤다.
나는 뒤늦게 깨달은 척 덧붙였다.
“그래서 저를 그토록 나무라셨던 거군 요. 제가 아직 뭘 몰라서요. 미안해요, 뤼 게 영애. 그리고 한분은……”
머뭇거리던 영애가 내게 불쑥 손을 내 밀었다.
“미, 미안해요. 원래 인사하려고 했는 데 타이밍을 잡지 못했어요. 소, 소, 솔라 소르베라고 해요.”
옆에서 카나리아 콘티가 소르베 영애 의 옆구리를 쿡 찌르는 게 보였다.
동시에 프로필 창 두개가 연달아 떴으나 나는 보지도 않고 그대로 닫아 버렸 다.
로제 탈란 사총사와 함께하는 사람이 라고만 외우면 되니까.
나는 그녀가 내민 손을 잡는 대신 그녀를 다독이듯 말했다.
“괜찮아요, 소르베 영애. 괘념치 마세 요. 영애들께서 저를 하녀로 착각해서 인 사가 늦은 건 아닐 거잖아요, 그렇죠?”
“아, 그게…… 아니라.”
소르베 영애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고동색 머리카락이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어서 그런지 더 도드라졌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소르베 가문도 뤼 게 가문도 작은 사업 여러 개에 발을 걸 친 가문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퀸텀과 관련이 없을 리가 없 다. 적어도 수도에서는 말이지.
나름대로 틈틈이 퀸텀가에 대해 공부한 결과였다.
원래는 데릭 후작의 호감도를 올리기 위한 노력이긴 했지만.
그런데도 나를 그토록 우습게 본 거다.
그러니 봐줄 필요는 없겠지?
뒤늦게 후회라도 하는 것처럼 다들 더 말을 꺼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서로 눈치 만 보는 게 보였다.
철없는 10대도 아니고 이게 뭐람.
“아니면 이것도 제가 아직 모르는 사교 계의 복잡한 룰 때문인가 봐요. 정말이지 제 할아버지께 면목이 없어지는군요.”
“리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영 애들이 공녀에게 한 짓이 무슨 짓인지 알 고는 있나요?”
내가 말을 할수록 비앙카가 화를 감추 지 못하는 게 보였다.
날 둘러싼 영애들의 얼굴은 더욱 흙빛 으로 물들었다.
“아, 아니에요! 안 그래도 지금 소개하 려고 했……. 가만있어 봐요! 공녀, 실은. ”
카타리나 콘티가 다시 한번 솔라 소르 베를 저지했지만 오히려 솔라 소르베가다급하게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상냥하게 차단했다.
“더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이를 어쩌죠. 다른 분들과도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요. 이야기 나누어서 즐거웠어요, 탈란영애 그리고 베른 영애, 콘티 영애, 잭슨 영애, 뤼게 영애, 소르베 영애도요.”
다 외웠다, 이것들아.
“ 아.”
소개하지 않은 이들의 이름까지 차례대로 부르자 다들 대답 대신 헛기침을 하 거나 난감한 표정을 띠었다.
“아직 그럴 필요는 못 느꼈지만 그래도 필요하다면 가려야 할 것과 아닌 것을 구 분해서 말해 보도록 할게요. 딜런 백작 부인께 칭찬을 받았더니 그만 우쭐했었 나 봐요. 그럼-.”
로제 탈란은 표정을 확인하기가 너무 쉬웠다.
자신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스승 이야기가 나오자 또 한 번 미간이 구겨졌다.
아, 이거 재밌다.
“고, 공녀 ! 잠깐, 잠깐만요……!”
뒤늦게 뤼게 영애가 나를 불렀지만 나 는 닭 쫓던 개처럼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사총사와 두 영애를 두고서 비앙카 와 함께 몸을 돌렸다.
더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 지만 그보다 더 확인하고 싶은 게 생겼 다.
퀘스트 창은 뜨다 말았는데 프로필 창 은 아무 문제 없이 잘 떴다 이거지?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비앙카와 레오니안이 함께 있을 때도 다른 이벤트가 뜨지 않았고, 로제 사종사 와 대화를 나눌 때도 다른 이벤트는 없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로라도 내 퀘스트 를 훔쳐본 것은 아니 었을까 하는 불안도 있었다. 그녀는 분명 나보다 이 세계를 더 잘 안다고 했으니까.
그럼 확인을 위해서라도 좀 더 다른 사 람들을 만나 봐야 할 것 같았다.
적어도 황실 연회이니 황실 관련 사람 들을 만나면 창이 뜨지 않을까?
아니면 한 번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사람을 찾으면 되려나……?
나는 아까 시간을 돌리기 직전 했던 대로 딜런 백작부인과 대화를나누고엘리 샤 데이비슨 영애와도 비슷한 대화를 나 눴다.
조금 다른 걸 꼽자면 아까 내가 로제 일행과 모여 있던 모습을 봤다며 걱정을 조금 더 비춘 것 정도였다.
“리브, 제법이야. 내가 옆에서 가르쳐 주지 않아도 걱정 없겠는데. 딜런 백작 부인의 말이 맞았어. 그런데 무슨 생각 해?”
“……응? 뭐라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고. 속상해서 그러는건아니지?”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그 정도는 받아쳐 도 되는 거 맞지? 아까 그 무리 말이야.”
“욕해도 됐는데? 퀸텀이잖아. 뭐가 문 제야? 퀸텀 공작님께는 내가 말씀드릴 거야. 괘씸해서 안 되겠어. 나이가 몇인 데 유치하게……. 나 말리지 마, 알았 지?”
비앙카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난 옆에서 우는 척해야지.”
비앙카의 말에 맞받아치며 주변 분위 기를 다시금 살폈다.
곧 황제와 황후가 나올 타이밍이었다.
나는 곧바로 가던 길을 멈추고 할아버 지와 비셔스 후작이 함께 있는 곳으로 자 리를 옮겼다.
그리고 체리를 불러 미리 챙겨 온 황후 폐하의 선물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뒤 자리에 앉았다.
“대화는 많이 나누었느냐?”
“네, 할아버지. 생각보다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요, 걱정 많이 했는 데.”
“다 받아줄 필요는 없다.”
앗, 보셨나.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네,그럴게요. 할아버지.”
“황제 폐하, 황후 폐하, 황태자 전하께서 입장 하십니다!”
때맞춰 우렁찬 외침과 함께 악기 연주 소리가 은은하게 줄어들며 모든 귀족의 시선이 한곳에 쏠렸다.
황실을 나타내는 붉은색과 금실로 치 장한 황제 부부와 황태자가 모습을 드러 냈다.
특히 황후는 황제와 황태자 가운데서 단연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모르트바의 태양을 뵙습니다.”
귀족들은 줄지어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무릎을 굽혀 황제 부부를 맞이했다.
온화한 미소를 단 황후가 앞으로 한 걸 음나왔다.
“귀한 시간을 내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어 정말 고맙소. 그대들을 위해 연회와
만찬을 준비했으니 부디 그대들에게도 좋은 시간이 되기를 바라겠소.”
“탄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황후 폐하.”
“축하드립니다, 폐하!”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고개를 드는데 황후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황제 부부는 낮은 계단을 내려왔다.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은 채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황제가 그 앞에 멈췄다.
오늘 정말 시선 한번 제대로 쏠리는 걸 느꼈다.
“공작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 있다고 들 었는데 내 축하가 늦었군.”
황제의 말에 할아버지가 나를 웃으며 바라봤다.
“지나가 버린 시간이 아쉬워 소중하게 품고 있느라 폐하께 인사가 늦었습니 다.”
할아버지의 말에 황후가 시원하게 웃 음을 터트렸다.
“공작이 그런 말도 할 줄 아는지 몰랐소. 그대가 그 귀한 손녀로군.”
나는 무릎을 굽히며 둘 앞에 몸을 낮췄 다.
“황제 폐하, 황후 폐하를 뵙습니다. 나 일리브 아이리시 베르누아 퀸텀이라고 합니다. 황후 폐하의 탄신을 진심으로 축 하드립니다.”
“고맙소, 공녀.”
“저, 황후 폐하.”
“음? 내게 할 말이 있는가, 공녀?”
이럴 줄 알고 어젯밤 체리를 골드 폭스 길드로 보내 급하게 구해 온 게 있지.
“황후 폐하의 탄신을 축하드리기 위해 준비한 것이 있는데 부디 받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황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어디 한번 봐 볼까?”
나는 포장된 작고 길쭉한 상자를 황후 에게 내밀었다.
호기심 어린 눈빛을 하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보잘것없는 크기에 비웃을 준비 를 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헉, 저건……!”
하지만 내가 상자를 열자마자 그 시선 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건…”
황후의 얼굴에 놀란 빛이 어렸다.
길쭉한 작은 상자를 열자 기둥처럼 솟은 투명 수정이 반짝이는 빛을 뿜어 냈고, 그 주변을 페어리 환영 여러 마리가 쉼 없이 빙빙 돌고 있었다.
아름다운 것을 수집하길 좋아하는 황 후가 그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희귀한 물건이었으니,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할 만한 페어리 환영 보석은 자로 재지 않아 도 그녀 마음에 딱 들어맞을 것이다.
거기다 마력이 없이도, 빛이 없어도 스스로 365일 빛을 내는 아름다움이라 그 대로 그녀 의 마음을 사로잡은 듯했다.
심지어 세공하게 되더라도 페어리의 환영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브로치를 만들 거 나 한다면 누가 봐도 탐낼 만한 물건이 될 것이다.
그야말로 대성공이 었다.
“페어리 환영 보석이에요. 항상 저희를 굽어살펴 주시는 폐하께 턱없이 부족한 아름다움이지만 보자마자 황후 폐하께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지난날을 떠올렸다.
*
비밀이 한 겹 벗겨진 날, 골드 폭스에 게 인사를 하고 뒤돌아 나가려던 찰나 눈 에 띈 게 있었다.
그의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물건이었 는데 평범한 수정 같지만 희미하게 반짝 이는 날갯짓이 보였다.
“저건 뭐예요?”
나는 책상 위에 놓인 수정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건 페어리 환영석입니다, 페어리 환 영 보석이라고도 하는데 이번에 아주 귀하게 들여왔습니다. 혹시 관심 있으십니 까?”
“얼마나 귀한 건데요?”
“페어리 여왕이 영면에 들어야만 나오 는 보물이니 아주 값비싸고 귀한 것이지요. 몇십 년에 한 번, 몇백 년에 한 번 나 올 만한 물건이랍니다.”
나는 곰곰이 고민하다 대뜸 그에게 말했다.
“……그거 저 주세요.”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