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Weakest Mai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31)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131화(131/160)
“네게 긴밀히 전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더군. 지금 만나 볼 수 있겠어?”
레오니안의 말에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다소 늦은 시간이긴 해도 안 만날 이유가 없었으니까. 다만 의아하긴 했다.
“그럼요. 그런데 할아버지께 뭔가 일이 생긴 건 아니겠죠? 갑자기 찾아오셨다고 해서…….”
“그건 아닌 것 같더군. 잠깐만 기다려. 그를 데려오지.”
이 늦은 저녁에 로즈나 헤임이 온 게 아니라 데릭 후작이 직접 오다니 무슨 일이지?
레오니안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데릭 후작이 들어왔다.
“후작님, 안녕하세요. 이 밤에 어쩐 일이세요? 혹시 할아버지께 무슨 일이 있나요?”
“무사하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직접 뵙고 싶어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왔습니다.”
“그럼 제가 아침에 찾아가도 되는데…….”
그래도 데릭 후작이 직접 올 줄은 몰랐다.
데릭 후작은 할아버지보다 조금 더 젊을 뿐이지 그도 원로원이었다.
집안의 큰 어른이기도 하고 관절을 걱정해야 할 나이였다. 조금 버거울 땐 지팡이를 짚는 모습을 보였던 데릭 후작이니까.
그러니 이 밤에 먼 길을 편히 오갈 정도로 건장한 인물이 아니란 뜻이었다.
“괜찮습니다. 그보다 제가 앉아도 되겠습니까?”
그 말에 나는 서둘러 소파를 가리켰다.
“네, 물론이죠! 앉으세요, 앉으셔야죠.”
그가 먼저 찾아와서 너무 놀란지라 어른을 세워 두고 있었다.
데릭 후작은 조금의 불쾌한 표정도 짓지 않고 오히려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앉았다.
“먼저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발은 많이 다치신 겁니까?”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볼을 긁적였다.
“아, 살짝 까졌는데 의사 선생님이 신경을 많이 써 주셔서……. 저 후작님, 할아버지께는 저 정말 아무렇지 않다고, 공작님이 바로 구해 주셔서 아주 건강하다고 전해 주시겠어요?”
데릭 후작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리하지요. 관련된 자들도 모두 함구하라 일러두었고 그날 쓰러졌던 하녀들도 아직 치료 중이나 무사합니다.”
나는 데릭 후작에게 보고를 받는 게 영 어색했지만 그래도 그 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럼 소문 같은 것도 걱정할 일이 없겠다.
“여러모로 신경 써 주셔서 감사드려요.”
“아닙니다. 무사하신 것만으로도 한시름 놓았습니다.”
데릭 후작이 입매를 끌어올리며 자신의 손가락을 매만졌다. 그 끝에는 도톰한 사각 모양의 반지가 있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유심히 살폈다. 뭔가 좀 이상한데……?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 안부를 묻는 말에 답변도 안 한 것 같고.
내가 무사한지 살피기 위해 이 밤에 왔다는 것도 그냥 걱정되어서 그렇구나 하기에는 역시 조금 의아했다.
“데릭 후작님.”
“예, 공녀님.”
“혹시 가문에 무슨 일이 있어요?”
내 물음에도 잠시 뜸을 들이더니 데릭 후작이 결심한 듯 심호흡을 하고 나를 쳐다봤다.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공녀님, 너무 놀라지 말고 들어 주십시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미 심장이 한 번 쿵 내려앉았지만 나는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끄덕였다.
“네, 말씀해 주세요, 후작님.”
“가주의 상태를 함구하라는 말씀에 따라 철저히 비밀에 부쳤으나 실은 공녀께서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각하께서 충격으로 위험해지실 뻔하였습니다.”
“네……?”
나는 퍼뜩 고개를 들어 놀란 눈으로 데릭 후작을 쳐다봤다.
“다행히 공녀님께서 무사하시다는 소식을 빠르게 듣고 기운을 차리셨습니다. 다만 아직 가주 일을 보시기에는 좀 더 시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부, 분명 괜찮……으시다고 들었는데.”
나는 손끝이 차가워짐을 느꼈다.
레오니안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빠르게 탈출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각하의 명이셨습니다. 공녀께서 놀라셨을 테니 절대 함구하라는 말씀이 있어서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 없었습니다.”
“아…….”
내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자 데릭 후작이 덧붙였다.
“지금 당장 가주 일을 보시기가 버거우실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나는 의아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저는 이런 상황일 때마다 각하 대신 가주의 일을 대신 해 왔습니다. 지금 말씀드리기에는 다소 조급하다고 생각되오나 고심 끝에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네? 무슨…….”
“오전에 원로원에서 비상 회의가 열렸었습니다. 퇴출당한 마야 백작을 제외한 원로원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서한입니다. 각하께서도 허락하신 일이기도 하고요.”
“어떤 결정이요?”
데릭 후작이 매만지던 반지를 빼서 내 앞까지 들이밀었다.
“원래대로라면 이번 정기회의 때 말씀드릴 예정이었으나 조금 급하게 드리게 되었군요. 이것은 퀸텀가의 가문 인장입니다.”
나는 반지를 받아 들고 깜짝 놀랐다.
“이걸 왜 제게 주세요?”
“원로원은 오늘부로 노바 퀸텀의 처분을 결정하고 공녀님을 퀸텀의 소가주로 임명하기로 하였습니다.”
“네에?”
나는 미처 목소리 톤을 정돈하지 못한 채로 깜짝 놀라 되물었다.
“이는 각하께서 주도하신 사항입니다. 공녀께서 괜찮으시다면 저택으로 돌아오시는 대로 후계자 수업을 진행할까 합니다.”
이렇게 갑자기?
“그, 그렇게 안…… 좋으세요? 이렇게 급하게 결정을 내릴 정도로……?”
데릭 후작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다만 지금껏 미뤄 왔던 일이기도 하거니와 각하께서 쇠약해지신 상태로 아주 오래 버텨 오셨으니 말입니다. 지금부터 수업을 받으셔야 훗날 대비가 가능하시지 않겠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제이든 퀸텀, 그러니까 한 번도 뵌 적은 없는 부모님의 빈자리까지 채워 오셨다. 그러니 지금부터 준비하는 건 전혀 조급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노바 퀸텀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진즉에 그가 소가주로서 퀸텀가의 일을 도맡아 했을 테니까.
하지만 그가 사고를 치는 바람에 데릭 후작이 지금껏 부가주에 가까운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내가 무사히 돌아와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긴 것뿐이라는 생각으로 얼추 넘어가면 그나마 포용할 만했다.
물론 데릭 후작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지만 말이다.
당장 내일 로라를 무찌르기 위해 떠난다고 하면 이번에야말로 원로원에서 나를 납치하지 않을까?
“그러니 받아 주십시오.”
생각에 잠긴 사이 데릭 후작이 한 번 더 인장 반지를 내밀며 말했다.
나는 얼떨떨하게 반지를 집었다.
도톰하게 올라온 보석 옆으로 아주 작은 경첩이 보였다. 손가락으로 넘기자 딸깍 소리가 나며 퀸텀 문양이 각인된 인장이 나왔다.
“원로원에서 만장일치의 결정이 내려질 줄은 몰랐어요. 이전 회의에서도 저를 못 미더워하셨고 저도 제가 아직 못 미더운데.”
“어제 연회에서 보여 주신 모습에 다른 원로원도 생각을 많이 바꾸었습니다. 지금보다 소가주로 공표하는 편이 공녀님의 안전을 위해서도 훨씬 낫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바론스터를 확실히 처분하기 위해서라도 이 명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음? 결정적인 이유는 제일 마지막 줄인 것 같은데……?
퀸텀가는 내가 납치된 사실을 잠시 함구한 것뿐 전혀 숨길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를 끌어내리고 그의 가문을 멸문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기다 지금 바론스터는 펜들러가에 의해 무력으로 봉쇄되다시피 한 상태라고 했다.
레오니안은 내 옆을 지키며 함께 움직이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정세를 살피고 명령을 내렸던 모양이다.
그 바쁜 몸으로 저녁 식사까지 함께했으면서.
이러다 내가 레오니안보다 더 그를 좋아해 버릴지도 몰랐다.
“…….”
이 남자를 정말 어쩌면 좋을까.
내가 처음 그의 프로필을 훔쳐봤을 때와 지금의 마음이 또 다르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당분간은 제 힘이 다하는 데까지 각하를 도와 퀸텀가를 지켜 나갈 것이니 공녀께서는 서둘러 돌아오셔서 성실히 후계자 수업에 임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나는 한참 반지를 만지작거리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명분이 필요하다잖아. 그렇게 쉽게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정말 무사히 돌아오자. 무려 퀸텀의 소가주잖아!
아까워서라도 죽어라 살아남아야겠다.
“그렇게 할게요. 저를 믿어 주셔서 감사드려요. 아직 미흡하지만 무사히 돌아가면 정말 열심히 배울게요.”
데릭 후작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언젠가 한번 보여 주었던 미소를 지었다.
“제 예상이 다르지 않군요.”
“네?”
“연이은 사고로 혼란스러워하고 계실 것이 분명하다 하여 걱정하는 이도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가씨께서 이번에도 반드시 의연하게 버티고 계실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제 예상보다 더 괜찮아 보이시는군요.”
“아하하…… 그런가요.”
“물론 속은 혼란스러우실 것 잘 압니다. 불미스러운 일로 급하게 말씀드리게 되어 안타까움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퀸텀의 소가주가 버텨야 할 책임이라 여겨 주십시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동시에 타이머 밑으로 퀘스트 알림이 떴다.
[원로원 설득하기 7/7]빠밤!
[축하합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퀸텀의 상속자>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이제부터 <퀸텀의 상속자> 타이틀이 사용 가능합니다. 타이틀 사용 시 퀸텀 공작가의 권한이 확장 부여됩니다.]나는 웅장하게 떠오른 알림들을 보며 기어코 그녀를 해치워 보란 듯이 돌아오자고 한 번 더 다짐했다.
피하지 않고 데릭 후작을 공략하길 잘했어.
나는 마차를 타기 위해 뒤돌아선 데릭 후작을 보며 빛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이얍! 내 친밀도를 받아랏.
나는 소용없어진 아까운 원로원용 친밀도 상승 이용권을 데릭 후작에게 마지막으로 뿅 하고 쏘았다.
[데릭 후작과의 친밀도가 1단계 상승하였습니다.]그 때문일까.
데릭 후작은 어서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아주 친근하게 말을 하곤 인사와 함께 돌아갔다.
그리고 마차에 올라타면서 광산에 설치해 놓은 집시풀이 효과가 있었다며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역시 데릭 후작의 마음을 돌린 데에는 광산 일이 가장 컸던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데릭 후작이 돌아가자마자 <퀸텀의 상속자> 타이틀을 달았다.
뭐라도 하나 더 달면 강해지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퀸텀의 상속자> 타이틀을 달자마자 알림 창이 미친 듯이 뜨기 시작했다.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