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Weakest Mai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33)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133화(133/160)
나는 할 말을 잃고 입을 뻥긋거렸다.
“기사단을 꾸려 가셨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 언제 출발했는데요?”
“두어 시간 전쯤…….”
“아.”
그가 날 안전한 이곳에 두고 간 이유는 잘 알고 있다.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만약, 아주 만약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비앙카를 구하러 갔다가 레오니안이 죽기라도 하면……?
모든 게 망하는 건 둘째 치고 생각만으로도 아득해지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기사단까지 이끌고 간다고 했으니, 두어 시간 전에 출발했다면 아직 피루 숲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가면 어떻게 해서든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어쩌지? 나는 말 타는 걸 배운 적이 없는데. 그렇다고 위험한 곳에 마부에게 부탁해서 갈 수도 없…….
“세바스찬.”
내가 다시 세바스찬을 부르자 세바스찬이 고개를 저었다.
“공녀님께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주인님께서 돌아오시기 전에는 외출하실 수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주인님 말씀대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 돼요. 거기가 얼마나 위험한데! 세바스찬, 혹시 케인 어디 있어요? 지금 여기 있죠? 그를 데려가진 않았을 거 아니에요.”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 쌍둥이의 처분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으니 그가 기사단에 합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말도 달갑지는 않았다.
“그는 처분이 내려질 때까지 대기 중입니다.”
심지어 그것도 공작저에 딸린 감옥에 스스로 들어갔다고 했다.
아주 친밀하진 않아도 그간 함께했던 시간이 있기에 어쩐지 딱 그가 할 법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나는 그가 필요했다.
“케인이 필요해요.”
“공녀님, 방금 말씀드린 대로…….”
“공작님이 잘못되기라도 하면요!”
나도 모르게 바락 소리쳤다. 다급함에 나온 외침이었다.
세바스찬은 잠시 놀란 얼굴을 하더니 여느 때처럼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걱정하시는 마음은 알겠으나 주인님은 결코 약하신 분이 아닙니다. 그러니 돌아오실 때까지 부디 자리를 지켜 주십시오.”
“알아요, 그가 강하다는 거 저도 알아요. 그런데 제가 오죽하면 이러겠어요? 세바스찬도 공작님이 잘못되길 바라진 않으시잖아요. 지금 당장 말씀은 못 드리지만 제가 가지 않으면 안 돼요!”
“그렇게 말씀하셔도 안 됩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숨을 가다듬은 뒤 그를 붙잡고 말했다.
“그럼 잠깐만, 아주 잠깐만. 아니 입구까지만 보고 올게요. 제발요, 네?”
*
“절대로 확인만 하시고 돌아오셔야 합니다. 공작님께서도 공녀님을 반드시 돌려보내실 테지만요.”
“네, 알아요. 약속 지킬게요.”
약속은 개뿔. 세바스찬을 붙잡고 늘어져 실랑이를 한 끝에 나는 케인이 스스로 갇힌 감옥에 갈 수 있었다.
세바스찬은 계속해서 생각을 바꿀 것을 부탁했지만 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철창이 열리고 어두운 복도를 지나자 끝에 곧은 자세로 벽을 보고 있는 케인이 보였다.
케인의 진짜 이름을 모르는 마당에 케인이라 부르기도 우습지만…….
“케인.”
등불에 의지한 시야 사이로 케인의 어깨가 살짝 들썩인 게 보였다.
나는 철창을 붙잡고 그를 한 차례 더 불렀다.
“케인, 듣고 있죠? 지금 제가 많이 급하거든요? 이쪽으로 고개 좀 돌려줄래요?”
케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끈질기게 기다리자 한참만에야 그가 입을 열었다.
“……돌아가 주십시오, 공녀님.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려 송구합니다.”
케인은 그러면서 내가 무슨 결정을 내리든 달게 받겠다고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었기 때문에 세바스찬에게 부탁해 케인의 철창을 열었다.
“케인, 지금 그런 말 할 시간이 없어요. 공작님을 구하러 가야 해요.”
“저는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지금 케인이 날 돕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큰 후회를 하게 될 거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공작님이 비앙카가 잡혀간 피루 숲으로 기사단을 이끌고 가셨어요. 내가 거기 가야만 하거든요? 안 그럼 공작님께서 정말 위험해져요. 그러니까 케인이 거기까지 날 데려다줘요. 이왕이면 같이 싸워 주면 더 좋고.”
“하지만 저는.”
나는 답답해서 가슴을 쿵쿵 쳤다.
“알아! 당신 쌍둥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나도 용서할 마음 없어요. 그러니까 날 더욱 도와줘야죠. 정말 책임을 느끼고 있으면 지금 당장 나와서 날 공작님이 있는 곳까지 데려다줘요.”
“…….”
그럼에도 케인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좋아요. 그럼 나 혼자 갈게요. 케인, 그럼 어디 한번 그 후회 거하게 해 봐요.”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대로 나와 가려는데 케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따랐다.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나는 철창을 나오다 말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말했다.
“서둘러요.”
*
“이걸 또 입을 줄이야…….”
나는 치렁치렁한 드레스가 아닌 강화된 하녀복으로 갈아입었다.
다른 건 내 방 옷장에 다 두고 입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곳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이 강화된 하녀복뿐이었다.
“그래도 드레스보단 낫지 뭐.”
남은 옷들은 모두 치렁치렁한 드레스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급하게 나한테 맞는 갑옷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신 하녀들에게 부탁해 안에 바지처럼 입는 긴 속바지를 따로 챙겨 입었다.
여차하면 이 치마도 찢지 뭐.
준비를 하고 나가자 먼저 말을 가지고 나온 케인이 말을 탄 채로 내게 손을 내밀었다.
“잡으십시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말에 올라탔다. 순식간에 올라온 시야에 나는 겁을 먹고 줄을 부여잡았다.
그러고 보니 마차는 많이 탔어도 말 위에 올라타는 건 처음이었다.
“최대한 빨리요. 피루 숲으로 가는 길은 알고 있죠?”
“예, 압니다. 꽉 잡으십시오.”
“준비됐어요. 어서 가요.”
그 말과 동시에 케인이 말의 옆구리를 찼다. 말이 번개처럼 튀어 나갔다.
“아니, 미친…….”
나는 거의 납작 엎드리다시피 하며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케인이 단단히 잡아 주긴 했지만 그게 공포를 몰아내진 못했다.
기본 스킬 숙련도? 내가 승마 달인이어도 이 속도는 버거울 것 같았다.
아니, 기본 숙련도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 저 멀리 슝하고 날아가지 않았을까……?
미친 듯한 속도로 달리는 말 위는 그 어떤 것보다 무섭고 다이내믹했다.
들썩이는 엉덩이 통증은 고사하고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얼마쯤 달렸을까.
기진맥진해져 안장을 틀어쥔 손이 부들부들 떨릴 때쯤 말의 속도가 줄어들었다.
“다, 다 왔어요?”
이윽고 말이 완전히 멈춰 섰다.
“예, 이 근처가 피루 숲 입구입니다.”
케인이 먼저 훌쩍 내리더니 내가 말에서 내려가는 걸 도와줬다.
허벅지에 바짝 힘을 주고 왔더니 다리까지 덜덜 떨렸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라 더욱 으스스해 보이는 거대한 숲 입구 앞에서 주변을 살폈다. 여기저기 폐쇄되었음을 알리는 접근 금지 표지판이 박혀 있었다.
오면서 기사단 머리카락도 보지 못했기에 입구에는 있을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늦었나……?
“이미 들어갔을까요?”
주변을 기민하게 살피던 케인이 다시 다가왔다.
“이쪽으로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근처에 아무런 흔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른 방향으로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말을 타기 위해 그를 뒤따랐다.
그런데 그를 뒤따라가다 보니 뭔가 미세하게 뿌연 느낌이 들었다.
안개같이 뿌옇게 번진 게 아니라 마치 막을 씌워 놓은 것처럼 표지판을 기준으로 뿌옇고 투명한 벽이 세워진 듯이 보였다.
이를 눈치채자 그 경계가 훨씬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케인, 잠깐만요.”
나는 잠시 멈춰 그 뿌연 벽에 발을 디뎠다.
[이곳은 진입할 수 없습니다.] [폐쇄된 지역입니다.]“…….”
나는 앞에 뜬 알림을 읽고 몇 걸음 더 옆으로 걸어가 다시 발을 디뎠다.
[이곳은 진입할 수 없습니다.] [폐쇄된 지역입니다.]발을 디딜 때마다 경고하듯 알림이 떴다.
“케인.”
“예?”
케인이 걸음을 멈춰 뒤를 돌았다.
“혹시 이 주변 이상한 거 안 느껴져요? 벽 같은 거……?”
케인이 내 말에 주변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데요.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이곳은 진입할 수 없습니다.] [폐쇄된 지역입니다.]이번에는 손을 뻗어 봤지만 똑같이 경고가 떴다.
하지만 경고가 뜰 뿐 숲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아예 물리적으로 막히거나 그러진 않았다.
말 그대로 경고만 할 뿐 숲에 들어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럼 이 경고의 의미가 없지 않나?
나는 뿌연 벽을 왔다 갔다 통과했다가 다시 손으로 휘젓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뭔가를 깨닫고 행동을 멈췄다.
“아!”
“왜 그러십니까?”
알겠다. 그 시간의 의미를!
이럴 줄 알았으면 나침반을 가져올 걸!
진실의 나침반은 말 그대로 진실을 가리는 것뿐 방향을 알려 주는 도구가 아니라서 쓸모가 없었다.
레오니안은 봉인된 지도를 가지고 있으니 입구를 쉽게 찾았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으니 결계로 막힌 일반 피루 숲을 보고 있는 것일 터.
여길 들어가 봤자 로라의 성에 갈 수 없다는 걸 본능으로 느꼈다.
이 결계가 왜 케인에게는 안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케인, 혹시 나침반 없죠?”
역시나 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럼 하는 수 없죠. 케인, 다시 말을 타요. 이 숲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제가 말하는 곳만 따라가요.”
“예?”
“여기 이 숲, 결계가 있는 것 같아요.”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