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Weakest Mai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52)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152화(152/160)
펜들러가나 퀸텀가에 갇혀 있었다면 이야기를 전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거다.
신전이라 내 의견을 먼저 확인한 모양이었다.
케인이 신전에 갇히고 나서는 처음 만나러 가는 것이다.
죽기 전 발악이라고 하려는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뭐 하나라도 얻을 수 있다면 가는 편이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요하네스에게 직접 안내를 받아 지하 감옥으로 내려갔다.
신성한 기운으로 가득한 지하를 보며 여기에 로라가 갇혔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저쪽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혹시 모르니 제가 공녀님 곁에 있어도 되겠습니까?”
“그러셔도 돼요.”
나는 흔쾌히 그러라고 말했다.
요하네스는 꽤 믿을 만한 사람이니까. 그리고 내가 뭔가 이야기를 하다가 놓쳤을 때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계산도 있었다.
지금 내가 정신이 차분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케인이 있는 곳에 다다랐다.
처량하게 갇힌 꼴을 보자니 절로 웃음이 났다.
내가 쟤 때문에 어떤 꼴을 당했었는지 여전히 생생했다. 얼마나 지났다고 잊을 수 있을 리가. 아직도 발이 지끈거렸다.
“염치도 없네. 납치범이 감히 퀸텀의 공녀를 찾다니.”
나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케인에게 빈정거렸다.
그가 스르륵 고개를 들었다.
“왔군.”
“말은 바로 해. 와 준 거지. 할 말이 뭔데? 로라가 어디 있는지 말하고 싶어졌어?”
그러자 케인이 피식 웃었다.
이 와중에도 웃음이 나는 모양이지?
나는 어이가 없어서 팔짱을 낀 채 그를 내려다봤다.
분명히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것일 테니 기다리다 보면 스스로 입을 열겠지 싶어서였다.
“동생이 다녀갔어.”
아니나 다를까. 10분쯤 벽에 기대 기다리다 보니 그가 스스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말의 의도가 뭘까 생각했다.
더불어 나름대로 정이 든 셰인이 조금 걱정도 됐다.
“부끄러운 형이 된 기분이 어때.”
“더럽다.”
“그거 다행이네. 희열이라도 느꼈을까 봐 걱정했거든.”
케인이 나를 황당하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왜, 뭐라도 얻으려고 굽신거리기라도 할까 봐?
“……너 꽤 빈정거리는 거 잘하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납치도 겪어 보고 별일을 다 겪어 보니까 그렇게 되던데. 아, 너처럼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진 않았지만.”
이번에는 아예 케인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그런 그를 싸늘하게 쳐다보고 물었다.
“말장난 이 정도 했으면 끝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내 동생은 죽는 건가?”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평정을 유지했다.
별짓을 다 해도 핏줄은 어쩔 수 없다는 건가. 다행스럽기도 했지만 혹시나 딴마음을 먹고서 저러는 걸까 봐 경계를 늦추지는 않았다.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니 그에 맞는 행동을 하겠지. 당신이 쌍둥이니까 더 잘 알 거 아니야.”
“……그렇군.”
케인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5분 정도 다시 흘렀을 때쯤 그가 더 말을 하지 않으면 그냥 돌아갈 참으로 몸을 돌렸다.
“할 말 없으면 간다.”
“환각 저주를 푸는 법은 나도 몰라.”
나는 걸음을 멈춘 채 고개만 삐딱하게 돌려 그를 쳐다봤다.
“……그래서?”
케인은 입술만 짓씹더니 로라의 약점을 알려 주겠다고 했다.
나는 옆에 잠자코 대기하고 있는 요하네스를 힐끗 쳐다봤다.
요하네스도 조금 놀란 눈치였다.
쌍둥이 동생을 생각해서 마음이 바뀐 건지, 어쨌든 의외였으나 나는 태연하게 말했다.
“심장은 제대로 꿰뚫었어. 놓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케인이 고개를 모로 저었다.
“잘못 짚었어. 그쪽이 아니야.”
“그럼?”
나는 눈썹을 힐끗 올리며 물었다. 속으로는 그가 말을 하다 말까 봐 조금 초조했다.
“머리라면 모를까.”
“머리?”
“아니면 근처에 가장 강력한 어둠이 있을 거다. 차라리 그게 더 먹힐걸.”
나는 그를 빤히 보다가 물었다.
“마음이 바뀌어서 날 도와주겠다는 거야?”
“미쳤냐.”
“그럼 뭔데?”
“……가르쳐 줬으니까 그 녀석은 그냥 둬. 어차피 귀족을 지키는 개가 됐잖나. 날 따른 것도 아닌데.”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 좀 삐딱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셰인은 자신을 구해 준 사람한테 보답했던 거지 개를 자처했던 게 아니야. 사고 회로가 왜 그렇게 흘러? 네가 로라의 명으로 바론스터의 개가 됐다고 해서 다 같은 줄 알아?”
“귀족인 네가 뭘…….”
“다 아느냐고 말하지 마. 나도 겪을 거 다 겪었으니까.”
“……어이가 없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를 약 올리듯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케인은 내가 확실하게 로라를 없애는 데 성공하면 자신도 죽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녀가 살려 놓았으니 그 말이 틀린 건 아닌데 너무 무덤덤하게 말해서 조금 놀랐다.
그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 죽음의 화살이 곧장 나를 노릴 거라는 협박도 덧붙였다.
그의 마지막 자존심 같기도 하고 좀 더 낮잡아 보자면 발악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셰인하고 정말 똑같이 생겨서 행동은 완전히 정반대란 말이지.
하지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형제의 연을 끊어 내려는 셰인보단 이쪽이 조금 더 무른 것 같긴 했다.
동요하고 있는 눈동자가 확실히.
“셰인은 좀 고집이 있던데.”
“막을 수 있잖아.”
케인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날 언제 봤다고 그렇게 확신하는데?”
“들어줄 수 있잖아.”
그가 조금 전보다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
나는 가만히 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 끄덕였다.
“네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고려해 볼게. 하지만 실패하면.”
“대흑마법용 무기론 소용없어.”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건 또 어떻게 알았대?”
“내가 이곳에서 나갈 수 없다는 걸 아는지 다들 친절히 알려 주더군.”
“허.”
그의 태연한 말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이제는 반쯤 포기한 사람 같아 보였다.
“치명상은 입혀도 죽이진 못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봉인까진 할 수 있을 거야.”
“나는 확실하게 없애고 싶은데.”
“우선 봉인에 성공하면 그땐 네가 방법을 찾아. 그건 나도 모르니까.”
“아 뭐…….”
그래도 제법 좋은 정보였다. 이건 내가 모르는 정보가 확실했다.
그렇다면 심장에 칼이 박히고도 죽지 않고 치명상 정도로 끝난 게 이해가 돼.
봉인을 하라…….
“봉인된다고 환각이 풀리는 건 아니지?”
“네가 완벽하게 봉인을 하면 가능하겠지. 그녀의 힘이 완전히 끊어지는 거니까.”
“그 말 진짜야? 어떻게 아는데?”
“내가 누구 밑에 있었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의 말에 일리는 있는 것 같습니다.”
내내 가만히 곁을 지키고 있던 요하네스가 끼어들었다.
나는 요하네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요하네스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바르모트의 봉인이 성공한 것과 같은 이치라면 가능합니다. 성서에서 바르모트에게 저주를 받았던 이들이 봉인과 동시에 저주에서 풀렸다는 구절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 말인즉슨 쟤가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게 아니란 말이지? 정말 쌍둥이 동생을 위해서 저러는 거란 말이지?
나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어쨌든 필요한 건 다 얻은 것 같았다. 성서에서 바르모트를 봉인했던 부분을 찾아서 제대로 살피면 되겠지.
“……성공하면 네 동생의 목숨은 보장해 줄게.”
“그럼 됐어. 이제 꺼져.”
케인은 내 대답을 듣자마자 날 쳐다보지도 않고 짓씹듯 내뱉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내가 욕을 하든 무슨 말을 하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마음 바꾼 거 곱게 알려 줄 것이지!
나는 참지 못하고 다시 그를 협박하려 했으나 요하네스가 내 팔을 잡고 말리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포기했다.
어차피 오늘 이후로 보지 않을 사람이었다.
차라리 이게 앞으로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러나 막 지하 감옥을 나가려고 할 때 케인이 다시 나를 불렀다.
“그냥 너만 알고 있어.”
“이젠 명령이네.”
“네가 필요로 하는 걸 알려 줬잖아.”
“틀린 말은 아니네. 노력해 볼게. 그런데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건 장담 못 하고.”
그가 들릴 듯 말 듯하게 욕지거리하는 게 보였다.
“로라의 성을 알고 있지?”
“응. 그렇지만 지금은 사라졌을걸. 로라가 도망치자마자 무너졌으니까.”
케인은 그곳에서 6시 방향으로 쭉 내려가 검게 탄 나무를 찾으라고 말했다.
나는 철창까지 부여잡으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곳에 진짜 성으로 가는 길이 있어. 나머진 네가 찾아. 바로 열리진 않을 거야.”
바로 열리진 않는다?
“방향이야, 시간이야?”
“이젠 대놓고 떠먹여 달라는군.”
그가 빈정거렸다.
“네가 그럴 처지가 아닐 거라고 미리 말했을 건데.”
“시간.”
그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 뒤는 말하지 않았으나 나는 단번에 알았다.
[피루숲, 6시, 4시 44분]그렇구나. 진짜 로라의 성을 가리키는 거였어.
“4시 44분 맞지?”
나는 확실하게 하고자 그에게 물었다. 그가 침묵했다. 그리고 이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시 입을 닫았고 나는 그대로 나왔다.
그에게 고맙다고도, 그를 도와주겠다고도 하지 않았다.
나는 밝은 복도까지 나와 요하네스에게 물었다.
“저 요하네스, 바르모트를 어떻게 봉인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여기엔 그에 관한 책 같은 게 있겠죠?”
요하네스가 끄덕였다.
“예, 제가 추려서 확인 후에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요하네스에게 부탁한 뒤 신전 어딘가에서 땅굴을 파고 있을 셰인을 찾아 나섰다.
마지막으로 레오니안을 믿고 맡길 사람이 필요했다.
정확히는 레오니안을 얌전히 붙잡아 둘 사람 말이다.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