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Weakest Mai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64)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64화(64/160)
“우리 이따 인사드리자, 아가씨 방으로 돌아오시면.”
레이나가 엠마와 나의 어깨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그러는 게 낫겠다. 별채에서 기다리는 게 낫겠지? 공작님이 아가씨를 데려다주시겠지?”
엠마는 어서 들어가자며 뒤를 돌아 손짓했다.
그 광경을 마주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비앙카가 방으로 돌아왔다.
“아가씨, 저희 다녀왔어요!”
엠마는 언제 그랬냐는 듯 비앙카를 보고 반겼다.
나도 엠마의 뒤에 서서 비앙카를 맞이했다.
“그래, 마차가 돌아오는 걸 봤어. 쇼핑은 잘 하고 왔니?”
레이나가 수북하게 쌓인 종이 가방들을 가리켰다.
“저렇게나 많이요. 아가씨, 밖에 벌써부터 축제 준비로 거리가 화려해요. 사람도 엄청 몰릴 것 같다고 상인들이 그러던데요. 그날 저녁에 단단히 준비하고 나가셔야 할 것 같아요. 첫날 기예단은 저녁 8시 이후에 나온대요.”
“그럼 주말 저녁 시간에 맞춰 나가면 되겠구나.”
“그날 외출 전 저녁 최대한 적게 드셔야 하는 거 아시죠?”
레이나의 말에 비앙카가 소파에 앉으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가씨.”
엠마가 그 뒤를 따라붙었다.
“응?”
“펜들러 공작님과 무슨 이야기 나누셨어요?”
“응? 무슨 이야기?”
비앙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엠마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저희 오면서 다 봤는데-.”
비앙카가 나와 엠마, 레이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음? 별 이야기 아니었어. 아버지께서 걱정한다는 편지를 보내셨다고 해서 받으면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눈 것뿐이야. 뭐 큰일이라고.”
“정말요? 에이-.”
비앙카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왜 네가 아쉬워하는지 모르겠구나. 어서 가서 쉬어. 에블린 얼굴이 창백해 보이는데 괜찮은 거니?”
“아, 괜찮아요!”
정말 체력이 다 했나 보다. 나도 모르게 대화를 하는 걸 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니 비앙카가 미소 지으면서도 걱정스럽게 날 쳐다봤다.
“작정하고 다닌 모양이구나. 축제 갈 수 있겠어?”
“그럼요. 정말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가 봐요.”
“말도 마세요. 엠마가 에블린을 끌고 다녀서 그럴 거예요.”
“그럼 다행이고. 저녁까진 아직 여유가 있으니 조금 쉬렴. 나는 책을 읽을게.”
“네, 아가씨.”
나는 기분이 좋아 보이는 비앙카를 힐끔 보고서 방으로 들어갔다.
*
레오니안의 협박이 조금은 통했던 걸까?
최소 3일이 걸린다던 레드 룬은 만 하루가 지난 주말을 앞둔 저녁에 다시 공작저를 찾았다.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에블린 피어스 씨. 에블린 피어스 씨께서 의뢰하신 건에 대한 보고를 드리러 왔습니다.”
“벌……써요?”
“저놈이…… 큼! 특별한 손님이신 만큼 모든 인원을 배정하여 빠르게 찾아보았습니다. 우선 이것은 화가들에 대한 명단입니다.”
어쩐지 레드 룬의 얼굴이 퀭하게 보였다.
나는 레드 룬의 조수가 테이블 위에 수북하게 올려놓은 서류를 봤다.
각 화가의 정보가 들어 있는 건가? 레드 룬을 통해 수고를 덜었는데도 불구하고 방대한 양의 정보를 확인하려니 아찔함부터 몰려왔다.
서류를 살피려는 찰나 레드 룬이 서류 위를 손바닥으로 툭 짚으며 일어섰다.
“더해서! 특별한 손님이신 만큼 찾으시는 화가에 가장 근접한 화가 세 명을 수도에 데려왔습니다.”
“수도로요……? 이렇게 빨리요?”
깜짝 놀라자 레드 룬이 뿌듯하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 레드 룬이 마음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답니다. 화가를 직접 확인해 보실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또한 저희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 드릴까요?”
그래도 여기까지 해결해 줬는데 퀘스트만큼은 직접 확인하고 깨야겠지?
“직접 확인하는 데는 오래 걸릴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사례금을 주고 수도의 한 여관에 모두 머물게 했으니 한 시간 이내에 만나실 수 있습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레오니안을 쳐다봤다. 레드 룬과 나를 가만히 보고 있던 레오니안이 고개를 까닥했다.
“네가 마음 가는 대로 해, 에블린.”
오늘 여유도 있는 편이니까 직접 보는 게 낫겠다.
“직접 만나 보고 싶어요. 지금 바로요.”
“오, 알겠습니다. 텐텐, 화가들을 최대한 빨리 데려오도록.”
레드 룬이 자신의 부하에게 명했다.
“예, 대표님.”
“그럼 느긋하게 차를 마시면서 기다리도록 하죠.”
레드 룬이 다시 의자에 앉았다.
“고마워요, 레드 룬. 공작님, 감사합니다.”
“오, 감사 인사는 해결된 이후에 하셔도 됩니다. 저도 화가를 찾는 의뢰는 처음이라 아주 흥미로웠어요.”
남주가 뭔가 일을 해결할 때 조력자의 역할을 톡톡히 했던 길드 룬.
보통 ‘길드를 통해서.’, ‘의뢰를 통해.’라는 짤막한 묘사만 되어 있었기 때문에 거의 만능에 가까운 정보 길드가 궁금했었다.
이 또한 레오니안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설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럼 평소에 레드 룬 씨가 운영하시는 길드는 어떠한 일을 하세요?”
“저는 돈이 되는 모든 의뢰를 받자는 주의이지만 보통 용병을 파견하거나 사람을 찾기도 합니다. 또 상단도 운영 중이고요. 발명품을 수입하거나 만들기도 한답니다.”
“아…….”
“그리고 법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도 의뢰 받는 편입니다. 하하핫! 그중에서도 절친인 레오의…….”
“그만하지?”
레오니안의 짧은 한마디에 레드 룬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마무리했다.
아무래도 그 말에는 수많은 말이 함축되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더 묻지 말아야지.
레드 룬보다 중요도가 높은 캐릭터지만 원작에는 없던 골드 폭스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해.”
“네? 아, 그냥 찾으면 사례금이 얼마나 나올까…… 하는? 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얼버무렸다.
레드 룬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 지 1시간 정도가 지났을 무렵 나는 너무 오래 비앙카의 옆을 비운 건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내가 없는 시간 동안 캐릭터가 어떤 상태인지 난 모른다. 패턴대로 움직이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대로 멈춰 있을 수도 있다. 혹여 전자라고 하더라도 엠마와 레이나가 비앙카의 곁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걱정부터 들다니, 이제 정말 완벽하게 이 세계 속 하녀가 되어 버린 기분이었다.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드디어 소식이 도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이 열리고 역시나 아까 나갔던 레드 룬의 부하 텐텐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가들이 도착했습니다.”
공작저에 도착한 화가는 모두 세 명. 여자 둘에 남자 한 명, 화가라는 캐릭터 특성답게 예술적인 의상이 돋보이는 사람들이었다.
“안녕하세요. 모두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해요.”
나는 먼저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다들 영문 모를 표정으로 끌려온 느낌인 데다 두 명은 불안해 보이기까지 해서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카르엘라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화가 샌더스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라이……라고 합니다.”
“저는 에블린 피어스라고 해요. 음…….”
저 사람 중 이 그림을 그린 자가 있단 말이지?
선택 창이 뜨지도 않았는데 마치 선택을 하라는 듯 나란히 앉은 세 화가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누구부터 확인하지? 내가 한 명, 한 명 쳐다볼 때마다 금방이라도 말을 걸 것처럼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이며 반응했다.
나는 한참 고민 끝에 가장 오른쪽에 앉은 여자에게 물었다.
카르엘라라고 했지?
“음……. 카르엘라 씨?”
★★
카르엘라
성별 : 여
나이 : 40세
특이 사항 : 화가, 전 궁정화가
때맞춰 단순한 프로필이 떴다.
카르엘라는 허리까지 똑 떨어지는 긴 금발 생머리에 베이지색 빵모자를 쓴 중년의 여자였다.
커다랗고 푸른 눈과 도드라진 도톰한 입술 왼쪽 위에 있는 까만 점이 매력적이었다. 거기다 그녀는 궁정화가까지 한 경력이 있었다.
“네, 제가 카르엘라입니다.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는지.”
“다름이 아니라 제가 찾는 분이 있어서요. 혹시 이 그림을 그리신 적이 있나요?”
“……어떤?”
“그림이 많이 훼손되어서 알아보기는 힘드실 거예요. 그래도 봐 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훼손된 초상화를 그녀에게 꺼내 보였다.
카르엘라가 훼손된 초상화를 받아 들었다. 한참 눈으로 확인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제가 그린 그림이 아니군요. 저는 녹색 배경을 그린 적이 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도 될까요?”
“네, 그러셔도 돼요.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카르엘라가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그럼 우선 카르엘라는 아니고 이제 두 사람이 남았다.
나는 가운데 앉은 화가에게 물었다.
“저, 샌더스 씨?”
“네, 제가 샌더스입니다.”
샌더스가 반응하며 뒤이어 샌더스의 프로필도 떴다.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