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Weakest Mai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75)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75화(75/160)
그런데 이건 뭘까. 새빨간 엄지만 한 물방울 모양 루비가 박힌 브로치.
책에 무슨 장치라도 되어 있던 건지 툭 튀어나온 걸 보니 이게 진짜 퀸텀가의 비밀인 모양이었다.
“설마 이걸 또 돌려주러 가야 하는 건 아니겠지.”
이미 내가 봤던 책은 연기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나는 브로치를 들고 연계 퀘스트가 뜨길 기다렸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뜨지 않았다. 그럼 방법은 골드 폭스를 찾아가는 것뿐.
*
쉬익-쉬익.
가늘고 기다란 뱀들이 축축하게 바닥을 뒤덮으며 치맛자락 주위를 맴돌았다.
“다 차려놓은 만찬을 자꾸 망가뜨리는구나.”
바닥에 분노로 일렁이는 어둠의 그림자가 짙게 깔렸다.
벌써 몇 번째 실패가 이어졌다. 유리구슬 속에 비친 짙은 보라색 입술을 가진 여인이 조소했다.
“기껏 틀어 놨더니 기어코 펜들러의 품에 지혜의 심장이 들어가게 뒀다 이거지.”
“……죄송합니다. 간발의 차로 빛의 아티팩트에 막히는 바람에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다면 이번에는 꼭 성공하겠습니다!”
복면을 쓴 남자가 납작 엎드렸다.
“그래. 내가 널 얼마나 더 기다려 줘야 할까?”
차갑고 높은음의 음성이 그를 질책했다.
“기필코 책임지고 없애고 오겠습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검은 뱀들은 그녀의 분노에 동조하듯 구슬 속에서 고개를 쳐든 채 붉은 눈을 빛내며 쉭쉭 위협했다.
“꼭 기대에 보답 드리겠습니다. 대마법사 로라 님.”
복면의 남자가 덜덜 몸을 떨며 대답했다.
*
나는 휴일이 돌아옴과 동시에 아침을 먹자마자 외출을 강행했다. 물론 비앙카가 내준 호위 기사인 밀러드 경도 함께였다.
이쯤 되면 밀러드 경을 부려먹는 일등 공신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죄책감도 조금 들었다.
힘들게 주어진 휴일을 퀘스트를 위해 써야 한다니 이가 으득 갈렸다.
하긴 평소에도 휴일에도 별거 안 했으니 상관없나 싶으면서도 억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밀러드 경, 오늘은 최대한 안전한 길로만 갈게요.”
나는 죄책감에 다짐하듯 결연하게 말했다.
그러자 밀러드 경이 웃음을 터트렸다.
“안전하게 지켜 드릴 테니 편하게 움직이셔도 됩니다.”
“고마워요.”
내가 기필코 성공해서 나갈 때 명예의 전당에 나 대신 이름 꼭 적어 줄게요.
나는 목에 걸린 정화의 목걸이를 확인하고 단검과 스킬의 쿨타임까지 모두 확인한 후에 혹시 몰라 입은 얇은 로브의 후드를 눌러쓰고 마차에 올라탔다.
기껏 마차를 타고 시내까지 왔더니 골드 폭스가 있던 자리는 휑하기만 했다. 내가 볼 때마다 있었는 데 매일 나와 있던 게 아니었나?
하지만 마차에 올라탄 채로 10분을 넘게 있어도 골드 폭스의 모습은 없었다.
“……으, 오늘 안 나오나 봐.”
다음 휴일까지 기다리려면 그땐 후작저로 돌아간 후일 텐데.
골드 폭스가 줬던 입장권에 아주 조그마하게 약도가 그려져 있긴 하던데 결국 길드로 찾아가야 하나.
“어? 잠깐만. 저 애는.”
익숙한 모습의 여자가 주변을 살피며 골목으로 들어가려는 모습이 보였다. 후작가 식당에서 일하는 애 같은데?
베이지색 단발머리에 발랄하고 귀여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멀리서도 눈에 띄어 알고 있었다.
이름이 벤이였나? 쟤도 휴일인가?
그런데 어딘가 참 수상했다. 보따리 같은 것을 꼭 껴안고 주변을 살피는 게 꼭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
그냥 기분 탓이겠지. 에이, 기분 탓 일거야.
하지만 나도 모르게 이미 마차의 문고리를 잡은 상태였다.
벤의 발아래 그 익숙한 그림자가 착 달라붙어 그녀를 따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우, 왜 하필 저 모습이 보여서.
“지금 나가시는 겁니까?”
“잠깐 확인할 게 있어서요.”
“그럼 함께 가겠습니다.”
“아, 네. 잠깐이면 될 거예요.”
나는 밀러드 경과 함께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벤이 사라진 골목 쪽으로 주변을 살피며 걸어갔다.
분명히 이쪽으로 갔는데.
하지만 그 골목의 끝은 길지도 않을뿐더러 끝이 짐 상자로 가로막혀 있었다.
“여긴 사람이 드나들 수 없는 곳인 것 같습니다. 상점 물건들을 쌓아 놓은 곳 같군요.”
“어…… 그러게요. 잘못 봤나 봐요. 분명 여기로 들어갔는데. 괜히 번거롭게 해 드렸네요.”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하도 불안해서 헛것을 봤나……. 하지만 찝찝함은 여전히 기름 찌꺼기처럼 남아 신경을 긁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돌아가자마자 비앙카한테 말해서 후작가에 경비를 한 번 더 확인하라고 해야겠다.
나는 찜찜함을 뒤로하고 다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곧장 마차를 타 입장권에 그려진 약도대로 골드 폭스 길드로 향했다.
*
“와…….”
입장권을 보여 주고 들어오자마자 말 그대로 금빛 여우 동상이 우리를 반겼다. 직원이 안내하는 방은 무려 번쩍번쩍 금칠이 되어 있었다.
골드 폭스라는 이름답게 금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같았다.
“친애하는 에블린 씨!”
노란 모자를 쓰고 노란 정장을 입은 채 금빛 머리를 한 여우 눈의 남자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골드 폭스 씨.”
“이렇게 찾아 주시니 반갑습니다. 이리 앉으세요. 오늘도 정보를 사러 오셨나요?”
나는 의자에 앉으며 끄덕였다.
“네. 그 매번 계시는 곳에 오늘은 안 계시더라고요.”
“아, 그렇습니까? 정보 판매 상인 골드 폭스는 한 달에 한 번 휴무일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오늘이 딱 그날이었군요.”
“아…… 그럼 오늘 골드 폭스 씨 휴일이라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보 상인 골드 폭스는 쉬는 날이지만 길드장 골드 폭스는 상시 근무 중이랍니다. 친애하는 에블린 씨, 무엇이 필요해서 오셨나요?”
아니, 그게 뭐야……. 나보다 더 불쌍한 사람이 여기 있네.
나는 측은한 눈으로 골드 폭스를 바라봤다.
그나저나 이 사람이 원하는 걸 들어주려면 골드 폭스가 먼저 부탁을 해야 하는데 그럴 낌새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친애하는 에블린 씨, 필요한 정보가 있으신지요? 골드 폭스는 세상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답니다.”
어떻게 말을 꺼낸담……. 아, 맞아. 이 사람 돈과 금에 미친 사람이었지.
그때도 돈을 써서 방법을 알아냈으니 이번에도 똑같은 방법을 쓰면 실마리가 보일 것 같았다.
하쒸, 아까워.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그에게 정보 두루마리를 요구했다. 그리고 그의 친밀도가 5단계가 될 때까지 구매했다.
*
[골드 폭스와의 친밀도가 1단계 상승하였습니다.] [골드 폭스와의 친밀도가 1단계 상승하였습니다.]좋아, 5단계! 아까운 내 30골드!
기껏 벌어서 골드 폭스에게 다 쏟아붓는 거나 다름없었다.
“친애하는 에블린 씨는 궁금한 게 많으신 분 같습니다. 차라도 한 잔 드릴까요?”
“그, 그래 주시겠어요? 안 그래도 목이 따가웠는데…….”
“친애하는 에블린 씨를 위해 제가 직접 차를 내려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골드 폭스는 아주 흡족한 얼굴로 사라졌다.
“에블린 씨, 괜찮으십니까?”
옆에서 목석처럼 지키고 있던 밀러드 경이 물었다.
“네?”
“이런 말씀을 드리긴 송구하지만 정보 두루마리를 사시는 모습이 마치 도박꾼과 같아서……. 염려가 되어 말씀드립니다.”
“아…….”
그렇게 보였나요.
나는 흘러내린 머리를 뒤로 넘겨 빗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하하. 이게 좀 그래 보여도 나중에 다 쓸모가 있는 거거든요. 아, 아가씨께는 비밀이에요, 아셨죠?”
“예, 하지만 무리는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네. 실은 이제 살 기운도 없네요.”
안 그래도 기가 빨리는 느낌이라 습관처럼 수련자용 피로 회복제(Ⅰ)을 꺼내 재빨리 입에 털어 넣었다.
이윽고 골드 폭스가 황금색 주전자와 찻잔을 금 쟁반에 담아 나타났다.
진짜 당신 금에 진심이야, 아주.
내 앞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물을 조르륵 금빛 찻잔에 따르며 골드 폭스가 말했다. 어쩐지 그의 표정이 처연하게 변했다.
“친애하는 에블린 씨.”
“네?”
“제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제가 가지고 싶은 것은 따로 있답니다.”
이전까지는 절대 사적인 얘기를 하지 않던 골드 폭스가 토로하듯 말을 하기 시작했다.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