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Weakest Mai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76)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76화(76/160)
촉이 왔다. 드디어 그가 원하는 것을 말할 때가 되었다고.
나는 테이블이 살짝 들썩일 정도로 몸을 붙여 기울였다.
“네, 그래서요? 골드 폭스 씨는 어떤 게 가지고 싶은데요?”
골드 폭스가 내린 차를 내게 들이밀고 앉았다.
“제가 가지고 싶은 건…….”
어서 말해, 빨리 어서!
나는 다리를 달달 떨었다.
“아주 성스러운 물건입니다. 은 펜던트인데 아주 영롱한 푸른빛이 오묘하게 빛이 나죠.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잠깐만 이거 어디서 들어 본 것 같단 말이지.
“네, 어떤데요?”
“그 안에는 성스러운 빛이 있어 어둠을 물리치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군요.”
“혹시 그거 가운데 성녀가 기도하는 모습이 세공되어 있나요?”
골드 폭스가 눈썹을 치켜떴다.
저렇게 눈썹이 쑥 올라갔는데도 여우 눈을 유지하고 있는 게 신기했다.
“친애하는 에블린 씨도 알고 계십니까?”
나는 불안한 마음 반 기대감 반으로 끄덕였다.
“그거…… 혹시 정화의 목걸이는 아니겠죠……?”
그러자 골드 폭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역시 친애하는 에블린 씨는 달라도 뭔가 다르시군요.”
나는 떨떠름하게 볼을 긁적였다.
“그런데 그건 왜 필요하신데요?”
골드 폭스가 손으로 턱을 괸 채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악몽을 꾸고 있답니다. 나쁜 짓을 한 적도 없는데 말이죠. 그 악몽을 쫓아내는데 그게 아주 효과가 좋다는 소리를 들었답니다. 하지만 돈을 주고서도 구할 수가 없더군요.”
“정화의 목걸이니까 신전에서 구하면 되지 않을까요? 골드 폭스 씨의 고민을 사제에게 털어놓으면 도움을 주실지도요.”
“몇 번을 구하고자 방문하였으나 기도만 주야장천하고 나왔답니다. 저는 신을 믿지 않기 때문에 기도를 하는 것이 고역이더군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말았답니다.”
골드 폭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신을 믿지 않는다면서 성력이 깃든 정화의 목걸이는 왜 필요한 건데. 앞뒤가 다르잖아, 이 사람아!
나는 괜히 목에 걸린 정화의 목걸이 부근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이걸 주면 바로 이 자리에서 퀘스트를 깰 수 있다. 하지만 이건 하나뿐이고 요하네스 사제가 준 방패막이기도 했다.
더구나 돈으로도 구할 수 없다고 하니까 갑자기 소중하게 느껴지잖아.
“그렇군요……. 구하기 힘든 건지 몰랐어요. 그런데 꼭 정화의 목걸이여야만 할까요? 악몽을 쫓는 거라면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재차 골드 폭스를 설득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면에 좋은 것들을 죄다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다 해 봤고 다 소용없다는 이야기만 돌아왔다.
하다못해 이 세상 어딘가에 없으면 말고, 있을지 모르는 드림 캐쳐 같은 걸 그려서 보여 줬더니 사업 해 볼 생각 없냐는 소리가 돌아왔다.
“제가 원하는 건 오직 정화의 목걸이뿐입니다. 그것만이 저를 편히 잠들 수 있게 해 줄 겁니다.”
골드 폭스에 단호함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구하지도 못하면서 완전 고집쟁이였다.
“그래도 이야기를 들어 주신 건 고맙습니다. 친애하는 에블린 씨가 있어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하아……. 네, 더 도움이 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나 볼게요.”
결국 나는 주저하다 퀘스트를 깨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음에 또 찾아 주십시오. 그럼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길드장 골드 폭스였습니다!”
골드 폭스는 언제 그랬냐는 듯 모자까지 벗으며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아! 골드 폭스씨. 혹시 우편물 배달도 취급하시나요?”
나는 그냥 나가려다 말고 멈춰서 물었다. 벤을 본 이후로 준비해 온 걸 새카맣게 잊고 있었다.
하마터면 그냥 돌아갈 뻔 했네.
“우편물 배달이요? 귀중품 배달 의뢰를 받기도 합니다만 우편물은 우편관리소에서 저렴하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네, 알고 있는데 받으실 분의 소중한 물건이라서요. 가격이 조금 나가더라도 안전하게 도착했으면 하는데.”
“그런 것이라면 당연히 가능합니다. 친애하는 에블린씨의 의뢰라면 더욱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말에 나는 안심을 하고 더 훼손되지 않게 포장해온 수첩과 주소를 내밀었다.
“여기 본인이 받을 수 있도록 꼭 부탁드릴게요. 의뢰비는 얼마나 하나요?”
“이번 의뢰는 감사의 의미로 의뢰비를 받지 않겠습니다, 친애하는 에블린씨.”
골드 폭스가 다시 싱긋 웃었다.
“아, 그거 정말 감사하네요. 꼭 안전하게 부탁드려요.”
우편물 배달 의뢰까지 마친 나는 힘없는 걸음으로 밀러드 경과 함께 입구로 향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이 무겁기만 했다.
보너스도 아니고 메인……. 메인 퀘스트잖아.
“으…….”
“왜 그러십니까?”
“밀려드 경, 잠시만요. 아주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나는 뒤로 돌아 다시 골드 폭스에게 뛰어가며 목에 걸었던 목걸이를 빼냈다.
“골드 폭스 씨!”
막 자신의 황금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골드 폭스가 뒤를 돌았다.
“네, 친애하는 에블린 씨? 무슨 문제가 있나요?”
“후아, 이거. 골드 폭스 씨가 필요한 거 이거 맞아요?”
나는 마지막으로 미련이 남아 물었다.
골드 폭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정화의 목걸이! 맞습니다. 이걸 어떻게……?”
“어쩌다 얻었어요. 이걸 당신에게 줄게요.”
“친애하는 에블린 씨……. 정말입니까? 이걸 저에게 주신다는 게?”
나는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악몽에서 정말 벗어났는지만 말해 줘요. 알았죠?”
골드 폭스가 정화의 목걸이를 건네받았다. 그는 소중한 보물을 안 듯 목걸이를 감싸 쥐었다.
“세상에……. 이 물건이 내 손에 들어오다니…….”
골드 폭스가 감격스러운지 한참을 중얼거렸다.
이제 깬 거 맞겠지?
“친애하는 에블린 씨.”
“네?”
“당신이 저를 이렇게 생각해 주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역시 친애하는 에블린 씨는 정말 대단하신 분 같습니다. 감사의 의미로 제가 가지고 있는 보물 중 하나를 내드리겠습니다.”
“보물이요?”
골드 폭스가 안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도톰한 나무 상자를 꺼냈다. 도저히 저 주머니 안에 들어 있을 모양이 아닌데 용케도 꺼냈다.
“친애하는 에블린 씨, 이걸 받아 주십시오.”
빠밤!
[축하합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진실의 나침반(1)이 지급되었습니다.]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두 손을 내밀어 그가 내민 상자를 받았다.
뚜껑을 여니 금색의 스크래치 하나 없는 반짝반짝 나침반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진실의 나침반이라는 물건입니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보물이죠. 진실을 볼 수 있게 도와준답니다.”
“진실을 볼 수 있게 해 준다고요? 어떻게 사용해요?”
“진실의 나침반을 열어 보시겠습니까?”
나는 그의 말대로 진실의 나침반을 열었다.
안에는 동, 서, 남, 북 자리에 YES, NO, YES, NO 이 두 단어만 각인되어 있었다.
“얘가 알려 준다는 거예요?”
“예, 진실의 나침반에게 물어보면 이 나침반이 진실을 알려 줍니다.”
“일회용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무슨 답이든 가능해요?”
골드 폭스가 끄덕였다.
“무슨 답이든 가능하지만 때에 따라 답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뭐, 뭐라고요? 그게 언젠데요?”
“그건 진실의 나침반만 알 수 있답니다.”
되게 좋은데, 되게 이상했다. 그럼 정말 필요할 때 써도 소용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
떨떠름하지만 진실을 알려 준다니 요긴하게 쓰일 것 같긴 한데…….
“으음, 알았어요. 고마워요.”
“받아 주시니 영광이군요. 친애하는 에블린 씨, 정화의 목걸이는 정말 소중히 보관하며 쓰겠습니다.”
“모, 모쪼록 악몽이 골드 폭스 씨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저도 그러길 바랍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예, 친애하는 에블린 씨.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길드장 골드 폭스였습니다!”
나는 아까보다 한층 열정적인 골드 폭스의 인사를 받으며 다시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밀러드 경이 다가왔다.
“해결하고 오신 겁니까?”
“네……. 뭐 잘된 것 같아요…….”
“그런데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만, 정말 괜찮으십니까?”
“그럼요. 좀 아까워서 그래요. 이제 가도 돼요.”
“예, 알겠습니다.”
그래도 밖으로 나오니 오히려 마음이 개운해졌다.
“이제 다른 볼일은 없으십니까?”
밀러드 경이 마차 문을 열며 물었다.
“네, 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돼요.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아닙니다. 저도 즐거웠습니다. 원래라면 훈련을 하고 있었을 시간이니까요.”
“그럼 다행이네요.”
“타시죠.”
나는 밀러드 경의 도움을 받아 마차에 올라탔다.
*
[아침이 밝았습니다. 하녀의 하루가 시작되었으니, 어서 일어나 비앙카의 아침을 준비하세요!]매일 아침 듣는 알림과 동시에 눈을 번쩍 떴다.
“허윽!”
나는 물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숨을 들이마시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쨍할 정도로 현기증이 느껴졌다.
“……뭐야.”
나는 눈을 뜨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 거지?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