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the Weakest Mai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92)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92화(92/160)
“아니, 아가씨랑 몇 번 말은 했는데 오늘 갑작스럽게 알게 됐어. 나도 지금 얼떨떨해.”
“그럼 너 원래 귀족이었어?”
“야, 그렇게 물어보면 어떡해. 정말 네가 퀸텀 공작님의 잃어버린 손녀딸이야?”
엠마가 레이나를 나무라며 다시 물었다.
나는 고장 난 인형처럼 삐걱거리며 어색하게 볼을 긁적였다.
“으응, 그렇게 됐어.”
“와, 진짜구나. 아가씨가 거짓말하실 리도 없지만 그래도 설마 했거든. 와…….”
엠마가 놀라며 입을 떡 벌리자 레이나가 손으로 엠마의 입을 막았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이제 너 귀족 아가씨인 거야?”
엠마가 레이나의 손을 떼고 퉤퉤 뱉었다.
“아, 레이나 손 안 씻었지. 그리고 이제 귀족 아가씨가 아니라 원래 귀족 아가씬 거 아니야?”
“그런가. 그럼 우린 어떡하지? 그보다 에블린한테 이제 반말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러게?”
레이나와 엠마가 동시에 나를 쳐다보고 눈을 깜박였다.
나는 손사래를 쳤다.
“아, 그러지 마. 그냥 똑같이 대해 줘. 나도 지금 엄청나게 혼란스럽고 이상하단 말이야.”
“그래도 퀸텀 공작님의 하나뿐인 손녀딸인데 우리가 진짜 그래도 돼?”
레이나의 말에 엠마가 레이나의 팔뚝을 툭 쳤다.
“에블린이 그래도 된다잖아.”
“그래도……. 그럼 에블린 이제 너 퀸텀 공작가로 가게 되는 거야?”
“그건 모르겠어.”
엠마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왜 몰라? 당연히 가겠지.”
“그렇지만 너무 갑작스럽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동료였는데.”
레이나가 자신의 팔을 문지르며 아쉽다는 듯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내일 아침에 아가씨랑 말해 보려고. 아직 우리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했잖아. 거기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감별석이 잘못됐다고 하면 어떡해.”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레이나가 고개를 저었다.
“에이, 그건 아니다. 심지어 공작님이 황궁에서 가져오신 거라며. 두 공작가가 움직였는데 어림도 없지.”
엠마가 고개를 끄덕이다 길게 하품을 했다.
“으, 오늘 정신없어서 그런가 피곤하네.”
“얼른 자. 늦게까지 기다려 줘서 고마워.”
“그래, 우선 자자! 벌써 새벽 두 시가 넘었어. 너도 지금은 아주 혼란스러울 테니까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말하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응, 그래야겠다. 나 옷 갈아입고 잘게. 먼저 자고 있어.”
“응, 그럼 불은 네가 끌 거야?”
엠마가 이불 속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응, 내가 끌게. 먼저 자.”
“그래, 너도 잘 자.”
엠마가 웅얼거리며 이불을 뒤집어썼다.
나는 레이나에게도 얼른 자라며 손을 흔들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안쪽 옷장으로 들어갔다.
옷장에 들어서서 한참 머뭇거리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둘은 이미 잠든 상태였다.
“그래, 자자.”
자고 나서 생각하자. 지금 깨어 있어서 뭘 한다고. 자고 일어나면 정신이 또 멀쩡해질지 모른다.
나도 그들을 따라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눈을 감았다.
*
띠링!
[메인 시나리오 Ⅵ-2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초상화의 주인이자 가족이 생긴 당신에게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애물을 치워야 비로소 힘을 거머쥘 수 있습니다. ▶계속]아침에 나를 깨운 건 다름 아닌 퀘스트였다.
이상하리만큼 개운한 아침이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 멍하니 눈을 깜빡이며 눈앞에 뜬 글을 읽었다.
어제는 퀘스트 좀 뜨라고 해도 안 뜨더니 감별석을 사용한 것만으로 내가 뭔가 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퀸텀 공작가 재방문하기 0/1 ▶계속] [보상: 친밀도 수치 증가 이용권(2)]나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퀘스트를 쳐다봤다.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는 안중에도 없군. 그래, 비즈니스라 이거지.
퀘스트가 다시금 내 현실을 깨닫게 해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미처 정신을 다 차리기도 전에 또 한 번 알림이 떴다.
띠링!
[보너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정보와 돈은 많을수록 좋은 법! 당신이 로라와 맞서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합니다. ▶계속] [붉은색 정보 두루마리 얻기 0/2 보상: 모든 스탯+10 ▶수락/거절]무슨 퀘스트가 또 떠. 나는 퀘스트를 읽고 나서 짜증이 확 솟구쳤다.
그러니까 사냥 대회에서의 소문 같은 정보로는 가당치도 않다는 뜻 같았다.
그럼 왜 모으라고 한 거야!
거기다 붉은색 정보 두루마리를 얻으려면 골드 폭스를 만나야 한다.
일전에 골드 폭스를 만나러 갔다가 봉변을 당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께름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트레스로 심사가 뒤틀릴 대로 뒤틀린 나는 짜증을 내며 퀘스트를 마저 수락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그런데 레이나와 엠마가 벌써 이부자리까지 개고 없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몇 시지?
꺄아악!
나는 벽 중앙에 있는 커다란 시계를 보고 기함했다.
시계는 벌써 오전 10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매일 아침 6시에 뜨던 알림이 뜨지 않은 것이다.
“미쳤나 봐!”
나는 헐레벌떡 일어나 밤새 한껏 부푼 머리를 대충 거울을 보며 벅벅 쓸어내렸다.
분명히 밤에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당연히 아침에 일찍 눈을 뜰 줄 알았는데 지각 중의 지각이었다.
어쩐지 이상하리만큼 개운하더라니.
나는 스타킹을 입에 물고 하녀복을 입는 동시에 머리를 대충 끈으로 묶은 뒤 스타킹을 신고 신발을 신자마자 부리나케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곧장 비앙카의 방문을 두드리고 벌컥 열었다.
“아, 아가씨!”
비앙카는 여느 때처럼 여유롭게 테이블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레이나와 엠마는 그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 셋의 시선이 내게 다다다닥 붙었다.
“……에블린?”
“이제 일어났어?”
“…….”
비앙카와 레이나의 물음에도 나는 가만히 있었다.
어제 일은 꿈인가?
“어휴, 머리가 또 왜 저래. 쟤는 진짜 저 예쁜 얼굴을 왜 저렇게 쓰는 거야. 아가씨, 제가 에블린 머리 좀 만져 주고 올게요.”
나를 정신 차리게 한 건 툴툴거리는 엠마였다.
“그래, 도와주고 와. 에블린, 잠깨고 오렴.”
“아, 네네.”
나는 엠마에게 붙들려 다시 방으로 가면서 얼떨떨하게 물었다.
“왜 안 깨웠어?”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가씨가 너 더 쉬게 두라고 하셔서. 앉아 봐.”
“아, 응.”
“새벽에 퀸텀 공작님 저택으로 돌아가셨대.”
“새벽에? 몸이 안 좋으셨는데.”
엠마가 내 머리를 빗질하며 말했다.
“나도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 새벽에 움직여야 할 이유가 있었나 봐. 너 일어나면 말해 주신다고…….”
“아.”
“아가씨께는 너 가기 전까지만 편하게 부르기로 약속했다고 했으니까 너도 그렇게 알고 있는 거다?”
“당연하지. 내가 그렇게 말했잖아.”
“사실 아침에 혼나는 줄 알았어. 마음은 알겠지만 이제 그러면 안 된다고 하시는데 현실로 확 와 닿더라. 머리 땋아 줘? 양 갈래로 묶어 줄까?”
“오늘 할 일 많을 것 같으면 땋아 주고 아니면 양 갈래.”
얼기설기 땋으며 가늠하던 엠마가 머리를 아예 풀어 버렸다.
“네가 무슨 일을 해. 이제 하면 안 되지. 그냥 풀어 그럼. 아가씨가 주신 향유 발라 줄 테니까.”
엠마는 향긋한 향유를 몇 방울 떨어뜨려 쓱쓱 차분하게 빗어 내리고는 핀만 하나 꼽고 내 등을 툭툭 두드렸다.
“이제 아가씨께 가자. 아가씨께서 너 일어나면 할 말 있다고 하셨으니까.”
*
“흠……. 정말 간밤에 폭풍이 몰아친 것 같구먼.”
세바스찬은 테이블에 기대 턱을 문질렀다. 그의 옆에는 아침부터 세바스찬에게 잡혀 온 케인이 있었다.
“케인.”
“예.”
“요즘 두 분의 사이에 진전이 없는 것 같지 않은가? 왜 뜨뜻미지근하게 이어지고 마는지 모르겠군. 이제 비셔스 영애께서 돌아가실 때가 되었는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
케인은 고개를 돌리며 모른 체를 했다.
세바스찬이 그런 케인의 어깨를 붙잡아 다시 물었다.
“자네는 항상 곁에서 보필하니 잘 알지 않는가. 더구나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이 몹시 저조하신 것 같단 말일세.”
“……저는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자네는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어.”
각하는 밤새 못 주무셔서 그런 건데.
말해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할 거라는 걸 알기에 케인은 반박 대신 또 고개를 꾸벅 숙였다.
세계관 최약체
하녀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