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in the Academy as a Warlock RAW novel - Chapter 174
173화
“메이지 가문의 비전 마법을 이 정도 밖에 못 다루다니 정말 이게 끝입니까? 교수님?”
“……대체 어떻게? 어떻게 우리 가문의 비전 마법을…….”
결코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녀도 지금은 완전히 질린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들을 결코 믿을 수 없는 얼굴.
아, 짜릿하다.
웃음이 계속해서 새어나오는 걸 도저히 주체할 수가 없다.
더욱 더 절망하고, 괴로워하고, 고통에 울부짖었으면 한다.
마력을 끌어올려 손에 창을 생성했다. 보랏빛 마력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형태의 창.
악시온을 쓰면 힘 조절을 하지 못해 죽여 버릴 거 같아 외형만 본떠 만들었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러세요. 이제부터가 시작인데.”
후웅!
나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처음부터 힘 조절을 하고 있었지만 속도가 가장 조절이 되지 않았다.
갑자기 튀어나온 나를 인지하지도 못한 린 메이지.
나는 그대로 그녀의 머리채를 잡은 채 복부에 주먹 한 방을 꽂아주었다.
“크헉!”
마나실드조차 제대로 펼치지 못했기에 제대로 된 정타를 허용해버렸다.
걸쭉한 침을 토해내며 바닥에 주저앉는 그녀.
“고작 이 정도로 마왕을 토벌했다고 설쳐 된 겁니까, 교수님?”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녀의 머리통을 걷어찼다.
퍽!
그녀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며, 코에서 붉은 핏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솨아아아!
나름대로 힘을 거의 빼고 찼다고 생각은 했는데 아무래도 코뼈가 박살이 난 것 같다.
“으어어…….”
“이거 너무 실망스러운데요?”
이번에는 바닥에 엎어져 있던 손을 밟았다.
꾸욱.
으드득.
손등에 있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교수님, 기권 안하십니까? 이러다가 정말 죽어요?”
마법사가 거리를 잡히면 위험한 이유.
제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도 이 정도 지근거리에서 근접전을 위주로 하는 직업군과 상대하게 된다면 힘들 수밖에 없다.
뭐, 정말 경지에 올라 공간을 자유자재로 다루거나 그 어떤 상황에서도 마법을 순식간에 발동할 수 있다면 크게 개의치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똑같다.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주섬주섬 꺼내 입안에 털어 넣는 린 메이지.
회복력이 있는 환약인 것 같았으나 굳이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결과는 바뀌지 않을 테니까.
“이야. 이제는 소모성 회복약까지 먹는 겁니까? 대련 중에 아이템 사용이 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걸 직접 사용하는 교수님은 처음 보네요. 학생을 상대로 개인 물품까지 사용하면서 이기고 싶으신 겁니까, 교수님?”
본래 그녀의 성격이라면 내 도발에 눈이 뒤집어졌을 테지만 지금의 그녀에게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어 보였다.
으드득.
꿀꺽.
환약을 집어삼킨 그녀의 전신에 활력이 샘솟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아무는 상처들.
‘최상급 회복약인가? 하여간 지 목숨은 끔찍하게 아끼는 군.’
아마 그 외에도 자신의 목숨과 관련해서 몇 가지 대비들이 더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인간이니까.
“하아……. 한결 낫군.”
몸이 회복된 덕분에 여유를 되찾은 듯한 그녀가 표독스러운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너 대체 정체가 뭐지? 제 아무리 영웅의 후예라고 하지만 한낱 학생이 어떻게 이런 무력을 지니고 있는 거냐?”
“학생이라고 전부 약해야 합니까? 학생이 강하면 교수도 이길 수 있고 그런 거지 뭘 그렇게 따지고 드십니까. 제가 어떤 인간이든,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내기를 했다는 것이 중요한 거지. 가문의 이름을 걸고 맹세를 하셨는데, 설마 이제 와서 다른 소리를 하지는 않겠죠?”
“…….”
무언가 고민하는 듯한 린 메이지.
가문의 이름을 걸고 맹세를 했더라도 그녀라면 지금이라도 말을 바꾸기에 충분한 인물이다.
증거가 없으면 자신을 속박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할 테니까.
아마 지금쯤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뒤늦게 말을 바꾸시려고 해도 늦으셨습니다. 이미 제 메모리 크리스탈에 아까 했던 대화를 전부 기록해두었으니까요. 만약 약속을 어기신다면 저는 이 영상을 메이지 가문의 가주님께 직접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 하하. 하하하! 그래. 인정하지. 네가 범상치 않은 인간이라는 건 잘 알았다. 그 썩어빠진 정신머리 정도만 고쳐주려고 했건만 마음이 바뀌었어. 넌 이 자리에서 죽어줘야겠다.”
“풉.”
“뭐가 웃기지?”
“고작 그 따위 실력으로 누가 누구를 죽인다고요?”
“이게 정말 내 전부라고 생각했…….”
나는 지금껏 참아왔던 살기를 방출했다.
“그 귀 열고 똑똑히 잘 들어. 린 메이지.”
악귀와 같은 형상으로 변모한 유형의 기운이 내 뒤에서 넘실거린다.
린 메이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녀의 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네가 가진 모든 걸 다 꺼내서 나를 죽이려고 노력해봐. 금지된 마법이든, 금기시된 약물이든, 가문 최고의 비전이든 싹 다 상관없어.”
“…….”
“네 모든 걸 동원해서 나를 죽이려고 해봐. 그럴수록 네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인간인지 깨닫게 될 테니까.”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아는 린 메이지라면 여기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 오만한 자존심 때문에.
그리고 자신의 별 거 없는 실력 때문에.
재능과 혈통을 타고 났지만 그래봤자 수재에 불과하다. 그녀가 믿는 거라고는 바로 금기시된 마법.
혈마법(血魔法) 뿐이겠지.
그러나 그것을 꺼낸다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이 자리에서 죽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고작 이딴 쓰레기 한 명 때문에 이걸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연무장 전체를 뒤덮고 있던 막이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밖과 이곳 공간 전체를 분리해버린 것이다.
즉.
‘목격자를 지웠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알 수 없다는 거겠지.
공중으로 치솟는 그녀의 머리칼. 뒤이어 피어오르는 붉은 마력.
그리고 그녀의 얼굴 절반을 뒤덮는 기하학적인 문양.
“결국 그 추악한 몰골을 드러내는 군. 혈마법을 익힌 네년이 대체 마신숭배자들과 뭐가 다르다는 거지?”
혈마법.
문자 그대로 피를 매개체로 술자를 강화하는 마법으로서 제국에서 직접 금지시킨 마법이었다.
마법의 필요한 것은 인간들의 피였기 때문에 이로 인해 수많은 마법사들이 피를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몇몇 미치광이들은 살아있는 인간들을 산채로 잡아와 피를 수혈하는 기구로 사용하는 일들이 있었고, 결국 제국은 그 마법을 익히는 것을 강제로 금하게 된 것.
그런 마법을 린 메이지는 익히고 있었다.
용사 파티의 들어가기 이전부터 말이다.
‘마법을 위해 실제로 사람들을 죽였는지 희생시켰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어찌됐건 인간의 혈액, 즉 생명력을 매게체로 사용하는 만큼 혈마술을 극성으로 익히면 익힐수록 본래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의 몇 배 이상의 힘을 뿜어낼 수 있다.
같은 마법을 사용하더라도 적게는 두 배, 많게는 그 이상의 출력으로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
거기에 그치지 않고 마력도 뻥튀기가 되니 비단 마법사라면 탐할 수밖에 없는 마성의 마법이라 볼 수 있었다.
“……이걸 알아본다고? 너는 진짜 여기에서 죽어야겠구나. 원래도 살려줄 생각 따위는 없었지만.”
자신감의 넘치는 말투.
분명 이 모습까지 보여준 이상, 결코 자신이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테지.
“업화(業火)의 비.”
결코 꺼지지 않는다는 지옥의 불꽃.
그것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고, 그 어마어마한 열기를 견디지 못한 연무장 바닥이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렸다. 그러나 내 몸에는 그 어떠한 상처도 내지 못했다.
치이익.
바닥도 녹아내릴 듯한 열기였지만 내 몸에 닿자마자 그저 소멸할 뿐이었다.
“화산거인(火山巨人).”
뒤이어 20미터는 족히 넘을 것 같은 거대한 크기의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이 불덩이로 이루어진 거인.
듀라한과 같은 환상종으로 취급되는 마물이었다. 거인의 거대한 주먹이 나를 향해 내려찍는다.
쾅!
“흐음. 이 정도인가.”
오른손을 뻗은 것만으로 거인의 주먹을 막아냈다.
거인이 안간힘을 다해 주먹을 빼보려 하지만 꿈적도 하지 않는다. 개미가 코끼리를 막고 있는 것 같은 형상.
마력으로 생성해난 창을 수직으로 휘두른다.
서걱!
거인의 거대한 육체가 반으로 갈라진다.
나는 더 해보라는 듯 린 메이지를 바라본다.
혈마법을 개방해 여유로웠던 그녀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이럴 수 없어. 아니, 이건 말이 안 된다. 제 아무리 천재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다 해도 이 정도로 강한 힘을 부릴 수는 잠깐.”
그제야 내 힘의 근원이 무엇인지 눈치 챈 그녀.
힘이 강해진 뒤로 이제는 아예 마나와 마기가 뒤섞인 형태가 되어버린 탓인지 마나만 정제해서 사용하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설마 마기……? 그래! 마기였구나! 마신숭배자가 아닌 이상 이토록 비합리적인 힘을 사용할 수가 없지! 최소 사도급의 마신숭배자였군! 그런 거였어! 근데 흑마술사 주제에 정령은 대체 어떻게 다루는 거지? 그 또한 흑마술인가? 그래, 그 흑마술이라면 충분히 그런 눈속임을 할 수 있을 테지. 어쩐지 수상하다 했더니!”
“그래서?”
“……뭐, 뭐?”
“그래서 뭐가 달라질 거 같은데? 내가 흑마술사라는 걸 알고 나니까 뭐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가? 애초에 네년 혈마술 감추려고 주변을 다 차단한 거 아니였나?”
더 이상 갖고 노는 건 여기까지다.
나는 본격적으로 마기를 개방했다.
솨아아아아!
순식간에 공간 전체를 뒤덮는 검은 기운.
“이, 인간이 어째서 이만한 기운을 이건 마왕보다도 더…….”
“──엎드려.”
그녀의 몸을 감싼 검은 기운이 강제로 몸을 눕혔다.
“큭.”
그녀에게 다가간 나는 머리채를 잡고 고개를 올린 뒤 시선을 마주했다.
“뭐가 달라지는데?”
짝!
가볍게 뺨을 때렸다. 최대한 힘 조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핏줄이 터지고, 이빨 두 개가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뭐가 달라지냐니까?”
짝!
이번에는 반대쪽.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 얼굴. 이제야 제법 볼만한 꼴이 되었다.
“대답 좀 해봐.”
이번에는 손가락 두 개를 꺾었다.
고통을 견디는 건 익숙하지 않은지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눈을 뒤집어 까내리는 린 메이지.
“끄아아아아아악!!!”
“……,”
“그렇게 자신만만하더니 바닥을 기어 다니는 꼴이 제법 볼만하네?”
턱을 쥔 손에 악력을 가했다.
으드득.
“준비해둔 건 이게 끝이야? 뭐 더 없어? 기다려줄게. 뭐든 보여줘봐.”
“……헤하 져써.”
“뭐라고?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네.”
이번에는 그녀의 쇄골에 손을 올린 뒤 짓눌렀다.
끔찍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정신을 놓아버린 린 메이지.
나는 다시 그녀를 깨운 뒤 머리채를 잡아 얼굴을 올렸다.
오만하고 아름다운 그녀는 온데간데없고, 피떡이 돼 두 배 이상 부풀어 오른 여인이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말해봐.”
“……제성함니다. 사려주헤혀.”
바들바들 떨리는 몸짓.
“그럼 교수님이 패배했다고 스스로 인정하신 거에요?”
희망 어린 눈빛으로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는 린 메이지.
나 또한 활짝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이제 끝내기로 하죠. 아, 내기 잊지 않으셨죠? 제가 대련에서 이기면 어떤 소원이든 한 가지 들어준다고 하셨던 거.”
그녀는 모르겠지만 본격적인 복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