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110)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110화(110/280)
홈커밍데이에서 3
너덜너덜해진 귀를 부여잡고 클럽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줄이… 길다.
마크와 알렉스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줄은 계속 늘어나는 중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주인 만난 강아지들처럼 얼굴에 화색을 띤다.
“와아. 제이든 왔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잘 갖다 줬어?”
“근데 너 꼬라지가 왜 그래? 완전 기 다 빨리고 온 사람처럼?”
“뭐랄까…. 뉴스페이퍼 클럽에 처음 갔을 때 같은 느낌이랄까?”
“으하하하. 무슨 말인지 딱 알겠다. 이런 면역력 약한 녀석.”
“뭔데? 무슨 일인데?”
“그게 지난주에 내가 우리 애들 데리고 뉴스페이퍼 클럽에 갔거든? 근데 애들이 나중에 다 귀에서 피가 난다고….”
알렉스가 마크에게 클럽에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한다.
알렉스 특유의 허세가 가미되기 시작하자 이야기가 길어진다.
자연스럽게 마크가 돌리고 있던 꼬치를 잡아챘다.
머리가 시끄러울 땐 묵묵히 육체노동을 하는 것이 최고다.
아닌 척 티를 내진 않았지만 베티와의 묵은 이야기를 끌어냈다가 베티의 성장 과정을 듣고 나니 속도 시끄러웠다.
― 위이이잉.
부지런히 솜사탕을 만들었다.
무아지경으로 만들다 보니 사이즈가 제법 커졌다.
― 우와아아아. 이거 완전 좋아.
― 히이잉. 내 건 요만했는데에. 다시 사 줘어!
― 워, 원래 음식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거야. 뒤에 줄 긴데 너 다시 줄 설 거야?
― 그건 싫다고! 근데 너무 차이 나잖아! 저 형아 나빠!
그러고 보니 한 놈 손에는 조막만 한 솜사탕이 들려 있네?
사이즈 뭐냐고.
마크와 알렉스가 꼬맹이의 살벌한 눈빛에 움찔한다.
형제였던 모양이다.
반면 뒤로 줄을 쫘악 서 있는 아이들의 눈빛은 기대감에 반짝반짝 빛이 난다.
“음, 형아가 미안하다는 의미로다 작은 거 하나 더 만들어 줄게. 그럼 됐지?”
― 끄덕끄덕.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양손에 하나씩 작게 쥔 것이 좋은지, 큰 하나가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암튼 아이 둘 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다행이다.
아이들의 부모가 고맙다며 거금 5불을 팁으로 챙겨 준다.
그 와중에도 마크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후다닥 받아 챙긴다.
그리고 마침내!
엘리가 왔다.
어지러웠던 마음이 순식간에 깨끗해진다.
“엘리!”
삼촌의 가슴팍에 달린 아기 띠에 폭 싸여 있는 엘리.
짧은 다리가 밖으로 나와 달랑거린다.
너어무 귀엽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함박웃음을 짓는다.
태어난 지 40일째다.
인지 능력이 확실한 걸 보니 아주 똑똑하겠다.
“에헤헤. 우리 엘리. 오빠 보니까 좋아? 나도 좋아. 밥은 배부르게 먹었어? 트림은 했고? 똥은? 응가할 때 배는 안 아팠어? 배 아프고 그러면 꼭 울어야 해. 알았지?”
“으하하하. 야! 제이든. 우리 꼬마 숙녀 프라이버시는 좀 지켜 주지이?”
“에이. 건강에 관한 건데 꼭 물어봐야죠. 먹고, 자고, 싸고. 그게 얼마나 심오한 건데요.”
나와 삼촌이 엘리를 사이에 두고 다투는 동안 엄마와 숙모가 한발 떨어진 곳에서 기가 막힌다는 눈으로 우리를 보고 있다.
“리사. 제이든 눈에서 꿀 떨어지겠어요. 이 집 남자들은 아기를 정말 좋아하나 봐요.”
“그러게. 저렇게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동생 하나 만들어 주는 건데 그랬어.”
“지금도 안 늦었어요.”
“어우야. 한참 느, 늦었지, 뭘. 제이든! 엄마도 왔다.”
“네. 봤어요. 솜사탕 하나씩 드려요? 원래 2불인데, 패밀리 혜택 적용해서 3불씩이요.”
“얼씨구. 그게 뭐야?”
“우리 ACC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도와주세요옹~”
“으이구. 참 나. 우리 제이든이 애교도 떨고,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정말. 3개 줘.”
“네엡! 특대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엘리야. 빨리빨리 자라라. 그럼 오빠가 세상에서 제일 큰 솜사탕 만들어 줄게에.”
“그건 안 돼. 내가 만들어 줄 거야.”
“에효. 오케이. 처음은 삼촌이, 두 번째부터는 제가. 됐죠?”
“흐음. 그건 괜찮은 듯.”
“하하하하. 으휴. 정말 못 살아, 내가. 쟤 왜 저렇게 팔불출이니?”
“뭐, 제가 보기엔 남매가 똑같은 거 같은데요?”
“어머, 어머. 난 저 정도는 아니었어, 야.”
.
.
.
본인들의 부모에게는 사랑이란 걸 받아 보지 못하고 자란 엄마와 삼촌.
그 아픔을 대물림하지 않고 자신의 자식들에겐 아낌없이 사랑을 퍼부어 준다.
가장 큰 수혜자가 바로 나고.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다는 게 어떤 건지 잘 안다.
그리고 이제는 사랑을 받고 자라는 게 어떤 건지도 잘 안다.
항상 마음이 풍족하다.
작은 풍파 따위엔 흔들리지도 않는다.
굵고 깊은 단단한 뿌리가 온몸에 뻗어 있어 웬만한 바람은 그냥 스치게 둘 수 있을 정도라고나 할까?
완전히 상반된 두 환경을 나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없다.
그렇기에 현생의 이 시간들이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처음엔 잘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우리 엄마 리사 여사에게 직접 낳은 친자식이 있다면 좋을 텐데.
얼마 전 41살이 된 리사 여사.
제이든으로 처음 눈을 떴을 때 엄마는 32살이었다.
그때가 킨더 들어가기 직전이었으니 지금으로부터 만 9년이 지났다.
아직까지는 동생을 보려면 볼 수 있는 나이.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곳으로 대학을 가게 되면 엄마는 혼자 남게 된다.
이제까진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었는데, 삼촌 가족과 함께 온 엄마를 보고 있으니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다.
― 위이이잉.
미안하고 안타깝고, 포근한 마음을 담아… 대따 큰 솜사탕을 만들었다.
색도 핑크와 블루를 적절히 혼합했기에 생각보다 예쁘다.
“우와. 이거 누구 거야?”
“당연히 우리 리사 여사 꺼죠, 엄마.”
“내 거야? 와아. 역시 우리 아들. 알러뷰우~”
“헤헤. 저도요.”
“허얼, 엘리야. 언제 크냐? 빨리빨리 커서 나도 저런 거 만들어 주라.”
“으하하. 진짜 못 산다, 리암. 그게 아빠가 딸한테 할 소리야?”
“칫. 누나. 그거 다 먹으면 당뇨병 걸린다. 좀만 나눠 줘 봐.”
“어우, 어딜. 니 꺼나 드세요.”
“삼촌. 여기요. 이거 드세요. 숙모 거도 여기. 삼촌. 10불입니다.”
“와. 이 바가지. 이래도 되는 거냐? 3개면 9불이지. 아니다 6불이잖아!”
“잔돈 없어요. 얼른, 얼른. 뒤에 줄 서잖아요.”
“와아. 내가 살다 살다 조카한테 삥을 다 뜯겨요.”
“걱정 마세요. 나중에 내가 고대로 엘리한테 당해 줄 테니까요.”
“으하하하. 그건 그래. 옜다, 10불.”
.
.
.
솜사탕을 받아 든 세 사람, 아니, 네 사람은 다른 곳도 둘러본다며 가 버렸다.
― 위이이잉.
내가 솜사탕인지, 솜사탕이 나인지 구분이 안 된다.
눈앞을 일렁거리는 이 실은 솜사탕인가? 내 머리카락인가?
줄 서 있는 꼬맹이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들을 외면할 수가 없다.
솜사탕 기계를 돌리고 또 돌렸다.
― 제이든. 내가 좀 할까?
― 그럴….
― 안 돼! 난 저 오빠가 만든 솜사탕 먹을 거야!
.
.
.
따위의 언쟁이 몇 번 반복되자 그냥 내가 만들기로 한 거다.
학교 전체 스피커가 울렸다.
― 아. 아. 안내 방송입니다. 정확히 10분 후 오후 7시에 센트럴 팍스 하이스쿨의 풋볼 경기가 시작됩니다. 다시 안내합니다. 7시 정각, 풋볼 경기가 시작됩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났구나.
중간에 베티의 부탁으로 잠깐 자리를 비운 걸 제외하면 장장 6시간 이상 솜사탕을 만들어 댄 거다.
홈커밍데이의 하이라이트인 풋볼 경기가 시작되려 한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아무리 피곤해도 안 가면 라이언이 지랄할 거다.
가 줘야지.
“마크. 더 이상 줄 못 서게 해.”
“오케이.”
마크가 줄 끝에 서서 손님들이 더 못 오도록 막았다.
잠깐 사이에 많이도 서운해하며 지나간다.
“어우. 힘들다.”
마지막 손님인 4살짜리 꼬맹이의 손에 솜사탕이 들려졌다.
다른 클럽으로 빠졌던 미아와 알렉스, 오디, 마커슨이 뛰어왔다.
“제이든. 진짜 고생 많았어. 와. 솜사탕이 아주 머리를 다 덮었네.”
“어우, 드럽게. 먹지 마!”
“왜애? 맛있는데?”
내 머리카락에 붙은 솜사탕들을 떼어 먹는 마커슨.
암튼 비위 좋은 건 인정이다.
“너네들 클럽은 정리 끝났어?”
“아직. 그냥 여기 도우려고 빠져나왔어.”
“나도.”
“난 그쪽 마무리하고 왔어.”
“경기 보러 갈 거지?”
“그래야지. 정리하자.”
“오케이. 보자. 얼마나 벌었나아?”
“알렉스. 돈통에서 떨어진다, 실시.”
“아, 왜! 너 나 못 믿어?”
“숫자는 내가 더 낫지 않을까?”
“칫. 이거 뭐 얼마나 된다고. 알았어. 그럼 난 뭐 해?”
“뭐 하긴. 이거 치워야지. 다른 애들처럼 군소리하지 말고 치워라. 내년에도 써야 하니까 안쪽까지 깨끗하게 닦고.”
“뉘에, 뉘에.”
돈통에 수북이 쌓여 있는 돈들.
하나에 2불이다 보니 1불짜리 지폐가 잔뜩이다.
“오올. 530불!”
“와우. 너 팔 괜찮냐? 도대체 오늘 하루 만에 몇 개를 만든 거야?”
“뭐. 중간에 팁도 받았고, 삥도 뜯었고, 배달료까지 다 합하면 대충 250개 안팎?”
“대박. 제이든. 너 팔 괜찮냐?”
“글쎄. 자기 전에 페인킬러 약 먹어야 될 거 같네. 그나저나 이 정도면 6개월 치는 확보한 건가?”
“6개월은 무슨, 1년은 쓰겠다. 어차피 한 달에 한 번 모임이잖아.”
“그치? 모자라면 그때 가서 펀드레이징 하면 되겠지. 에구, 삭신이야. 대충 정리됐으면 가자.”
“오케이.”
* * *
풋볼 경기장
― 빠라빠라빰빠빠빰~
웅장하게 울리는 마칭밴드들의 등장.
“오디. 근데 너 마칭밴드 안 했었어?”
“관뒀어.”
“왜?”
“시간을 너무 뺏겨서. 전에 SS1도 시간을 너무 뺏겨서 안 한 건데, 이건 더해. 연습을 진짜 주말마다 하루 종일 한다니까. 다른 거 아무것도 못 해. 차라리 디베이트가 나을 정도라고.”
“…시간이 그렇게나 없어? 너 활동 많이 하는 건 알고 있지만, 우리 아직 9학년이야. 천천히 해.”
“휴우. 그게 되면 내가 왜 이러고 있겠니? 평범하게 의대나 가라더니 너무 노는 것 같다고 엄마가 팔 걷어붙였어. 푸시가 말도 못 할 정도야. 들어 봐라. 인도 친구들이랑 셋이 하는 사이언스 페어 준비하고 있고, 스펠링비도 나가야 하고, 4학년 때부터 한 테니스는 무조건 계속해야 되고. 얼마 전엔 엄마 친구 교수 랩에 리서치 멤버로도 들어갔어. 9학년은 안 받아 준다는데도 엄마가 우기고 우겨서 들어갔다니까.”
“…알아들어?”
“개뿔. 장기 이름 말하는데, 그것만 대충 알아듣겠어. 어우, 교수님 말하는 거 몰래 녹음해 와서 집에 와서 또 듣고, 또 듣고. 논문에 끝에라도 이름 올리려면 랩 청소라도 해야 한다니까. 제이든. 나 이러다 진짜 죽을지도 몰라.”
“죽긴 뭘 죽어. 시끄러. 그러면서 ACC 총무는 왜 한다고 그랬어?”
“그건 진짜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몇 개 안 되는 것 중 하나야. 그건 뺏지 말자.”
“니가 힘들까 봐 그러지.”
“그래서… 마칭밴드 관뒀잖아. 지금은 그래도 숨은 쉴 만해.”
백인들과 아시안들의 차이점은 이런 데서 나온다.
백인들은 어떤 일을 해도 자기만족이 우선이다.
마칭밴드와 대학 교수의 리서치 활동.
당연히 또래들이 많은 마칭밴드가 훨씬 재밌다.
여기서 오해는 말자.
마칭밴드가 대학 입시에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마칭밴드에서 각 세션 리더인 경우엔 제법 도움이 되고, 4년 동안 꾸준히 마칭밴드를 한다면 역시 아주 큰 장점이다.
단지 오디는 통합의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멤버는 아니더라도 의대 교수 밑에 들어가 4년 동안 리서치를 하고, 그 와중에 연구 논문 끄트머리에라도 이름을 넣을 수 있다면 의대 입학에 아주 큰 훅이 된다.
좋아하는 것보다 실리를 택한 거다.
후에 외부 추천서를 받기도 더 쉬울 테고.
그 집안의 인맥들을 살펴보면 후에 추천서 때문에 곤란할 상황은 없어 보이지만.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 나라에서 미래 직업군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건 아시안들의 숙명이다.
“SS 챔버랑 널싱홈 봉사는 계속할 거지?”
“당연. 널싱홈 봉사도 사실 일종의 병원 봉사라 경력에 도움이 돼. 꾸준히 한 데다 시간을 많이 뺏기는 것도 아니고.”
“다행이네.”
“또, 또 나왔다, 그 짠하다는 눈빛. 괜찮아. 다른 인도 친구들은 나보다 더해. 난 그래도 너라는 표본이 있어서 엄마가 많이 봐주고 있는 거라니까. 알잖아, 우리 집. 빼박 잘사는 인도인 집구석. 공부는 기본이고, 활동들이나 추천서, 에세이. 그 어느 것 하나 빠지는 순간 통합의대는 물 건너간다고. 인도인들은… 잘난 놈들이 너무 많아. 뭐, 우리 형이랑 동생만 봐도….”
그건 그렇다.
아무리 한국인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똑똑하다고 해도 인도인들을 이기는 건 쉽지 않다.
어느 대회를 가든 인도인과 중국인들이 탑을 차지하고 있고, 그중 하나 정도씩 한국인이나 백인, 흑인들이 튀어나올 뿐이다.
어떤 대회에선 1등을 중국인에게 뺏겼다며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아이의 뺨을 치는 인도인 아버지도 있었다.
무려 2등인데도 불구하고.
요즘 세계적으로 인도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건 사실 다 이유가 있는 거다.
행복의 척도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