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111)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111화(111/280)
홈커밍데이에서 4
― 와아아아아!!!
― 가자! 여우들아! 힘내라!
― 할 수 있다!
.
.
.
― 삐이―
― 꺄오오오오옷!!
[6:0]― ????
― !!!
― 우아아아아!!!
경기 시작을 알리는 부저가 울리고 4분 45초가 되었을 때 갑자기 전광판의 점수가 변했다.
경기 초반이라 자리를 잡기 위해 어슬렁거리는 사람들도 많았고, 먹을 것들을 챙기거나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는 등 어수선했다.
하지만 그중에도 풋볼에 진심인 사람들은 있다.
1초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 경기를 관전하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튀어 오르자, ‘왜 저래?’, ‘미친 거야?’ 따위의 말을 뱉던 사람들이 전광판의 숫자가 바뀌자마자 똑같이 튀어 올랐다.
곧이어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경기장.
― 우와아아아!!
― 센트럴 팍스! 멋지다!
― 장하다!
― 라이언! 라이언! 라이언!
골을 넣은 건 라이언이었다.
발이 빠르고, 경기장의 빈 공간을 캐치해 내는 능력이 좋아 9학년부터 와이드 리시버 포지션 주전으로 뛰고 있는 라이언.
경기 초반이라 상대 팀의 몸이 덜 풀려서였을까?
아님, 해마다 예선 탈락을 맡아 놓고 하는 학교라 방심을 했던 걸까?
공을 패스받은 라이언이 뻥 뚫린 경기장을 그대로 질주했고, 결국 터치다운(Touchdown)을 해 버린 것이다.
난리가 났다.
우리가 다 같이 간다니 따라온, 풋볼엔 1도 관심 없는 오디마저 펄쩍펄쩍 점프를 해 댔다.
알렉스와 마커슨은 숫제 의자 위에 올라가 난리 진상을 피우고 있고, 마크와 크리스틴은 껴안은 채 방방 뛰는 등 난리가 났다.
뭐….
나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제이콥, 매튜와 함께 돌고래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으니까.
스포츠는 사람 피를 끓게 하는, 뭐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곧바로 원 포인트 킥(One―Point Kick)으로 1점을 더 받아 내는 센트럴 팍스 팀.
결국 풋볼 시작 5분 만에,
[7:0]이 되었다.
― 삐이―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경기가 재개되었다.
치어리더들이 앞에서 열심히 응원전을 펼친다.
경기장 들어오기 전까지는 사실, 경기는 뒷전이고 치어리더들에게만 눈이 갈 줄 알았는데, 골 맛을 보고 나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 밀어. 밀어 버리라고!
― 자빠뜨려!
― 으어헉! 저걸 놓치다니! 저 바보들!
― 버텨! 버티라고! 뺏기지 마아…. 제길!
.
.
.
시작과 동시에 선취점 7점을 따고 나니, 동네 아재들이 돌아 버렸다.
마크의 아버지인 미스터 앤더슨과 리암 삼촌, 미스터 패트릭과 같은 우리 골목 아재들은 물론이고, 밥 사장님부터 학교 선생님들까지.
아쉽게 공을 놓치거나 태클에 걸릴 때면 얼굴이 새빨개지며 소리를 질러 댄다.
저 사람들이 저렇게 뜨거운 열정을 숨기고 살 줄 누가 알았겠냐고.
같이 열띤 응원을 펼치던 고딩들 몇몇이 키득거리며 몰래몰래 동영상을 찍는다.
마크가 고개를 돌리며 최대한 아버지를 모른 척했다.
“하아. 나 좀 부끄럽다.”
“마크. 저기 우리 엄마랑 숙모 봐 봐. 삼촌이랑 같이 앉아 있다가 아예 자리 옮겼어, 저쪽으로.”
“하하하. 다들 나중에 쪽팔려서 어쩔라고 저런대?”
“어차피 SNS 같은 거 하지도 않는데 쪽팔리기는. 그냥 저렇게 하루 놀고, 잊어버리겠지. 이거 끝나면 거의 10시지?”
“그럴걸? 설마 그 시간에 야드에 불 피우진 않겠지? 시간 늦어서 다들 싫어할 텐데.”
“오늘 우리 동네 취침 시간은 새벽 2시라고 본다, 나는.”
“어우. 난 아저씨 돼도 저렇게는 안 돼야지.”
“보기 좋기만 하구만. 열정이 넘치잖아.”
“마크. 그럼 우리도 가도 돼?”
“보자. 나중에 어른들 모이는 거 봐서.”
“내일 널싱홈 봉사 있다. 잊지 마…. 라아아아악!!! 라이언!”
그 순간 라이언이 잔디에 그대로 엎어져 뒹군다.
태클에 심하게 걸린 모양이다.
고등학교 친선 경기에선 잘 없는 일인데.
의무대가 뛰어가고, 경기가 잠시 중단되었다.
잠시 후 들것에 실려 나오는 라이언.
곧 선수가 교체되고, 경기는 재개되었다.
다시 경기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인가?
“서, 설마… 죽은 거 아니겠지?”
“목이야? 머리야?”
“목 같았는데…. 가 보자.”
직접 봐야겠다.
그사이 정이 많이 들었는지 걱정이 많이 된다.
마커슨과 알렉스, 오디와 내가 그대로 뛰어 내려갔다.
경기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안쪽에서 응급 진료를 받고 있는 라이언.
구급대원과 스쿨 널스, 코치 중 한 명이 라이언을 살피고 있다.
“라이언!”
“어? 얘들아. 어떻게 왔어?”
“괜찮냐?”
“어. 좀 어지러운 거 빼고는 괜찮아.”
“어지럽다고?”
“살짝? 아무래도 가벼운 뇌진탕이 온 거 같다고 하네.”
“허얼.”
“뭐, 운동하다 보면 흔히 있는 일이야. 걱정하지 마.”
“병원은 가 봐야지.”
“어. 내일 아빠 오면. 아빠가 어떻게든 시간 맞춰 본다고 했는데 결국 오늘 못 왔거든. 첨엔 아쉬웠는데, 지금 보니 오히려 잘됐어. 얼마나 걱정을 했겠어. 하하.”
“너 보험증 가지고 있지?”
“어. 있지.”
“지금 가자. 삼촌한테 말할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봐.”
“아냐. 진짜 괜찮아. 뇌진탕이란 게 특별히 약이 없어요. 그냥 쉬어야 돼. 학교 공부는 스쿨 널스가…. 어? 딜런?”
우리가 대화하는 사이 딜런이 내려왔던 모양이다.
딜런은 밥스가든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이다.
스쿨 널스, 코치와 뭔가를 한참 이야기하더니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일어나. 병원 가게.”
“괘, 괜찮아.”
“괜찮기는. 어디 부러진 데도 없고, 기절까지는 안 해서 구급차 타고 갈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갈 수 있으면 가 보래. 가자.”
“괜찮다니까….”
“야. 오늘 너 데리고 병원 안 갔지? 내일 너네 아빠 오면 우리 다 죽어. 잔말 말고 일어나. 제이든, 너도 같이 갈래?”
“네.”
“그래. 금방 차 빼서 이 앞으로 가져올 테니까 라이언 좀 데리고 나와 줘.”
“네. 걱정 마세요. 요 바로 앞으로 가면 되죠?”
“어.”
어른은 어른이네.
아직은 삼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내 처지와는 달라서인지 곧바로 병원행을 결정한다.
라이언도 더는 입을 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적으로 비틀거리는 걸 팔을 잡아채 세웠다.
“걸을 수 있겠냐?”
“어. 끄떡없지.”
“허세는. 얘들아, 난 라이언이랑 병원 갈 테니까 우리 엄마한테 말 좀 해 줘. 그리고…. 오디, 이거 받아. 오늘 솜사탕 수익금인데 병원까지 들고 가기 그러네. 니가 총무니까 잘 가지고 있다가 월요일에 들고 와.”
“어. 알았어. 수고해. 라이언, 검사 잘 하고 와.”
“별일 없기를 바란다.”
“라이언, 아프지 마라.”
“어. 어.”
친구들의 진심 어린 위로가 낯선지 멋쩍어하는 라이언.
밖으로 나가 딜런의 차에 올랐다.
* * *
응급실.
라이언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보험은 제법 좋은 거였다.
물류 배송 일 보험이 좋다고 하더니 진짜였다.
무려 응급실 의사를 만나는데, 단돈 40불만 내면 끝이라고.
다행이다.
물론 보험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선 응급실에 와야겠지만 보통의 경우 망설여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일드 뇌진탕입니다. 마일드하다고 절대 무시하면 안 됩니다. 당분간 뭐든 집중하는 건 절대 금지예요. 운동도 하지 마세요. 걷는 정도는 괜찮지만 뛰는 건 안 됩니다. 오늘부터 3일은 무조건 침대에 누워 있으세요. 쉬어야 합니다.”
“어…. 근데 집중을 하지 말라는 건 어떤 건가요? 학교 공부는요? 곧 포인트 높은 시험이 있어서요.”
“시험은 물론이고, 공부도 하면 안 됩니다. 집중해서 게임을 하거나 책 읽는 것도 안 되고요. 산책 많이 하고, 사색의 시간을 많이 가지세요. 의사 소견서 적어 줄 테니 학교에 제출하고요. 마일드라고 해도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잡아요. 3개월 내에 담당의 만나서 꼭 상의하고요. 이거 괜찮다고 무시하다간 나중에 진짜 큰일 납니다.”
“…네.”
의사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라이언의 입꼬리가 슬슬 올라가는 것이….
저거 웃고 있는 거 같은데?
딱 봐도 보인다.
의사의 소견서로 인해 공식적으로 학교 공부를 빠질 수 있게 된 것이 좋은 거다.
우리 학군은 4학기제다.
한 학기당 9주로 학기당 성적표가 제출되지만 나중에 대학 원서를 쓸 때는 두 학기씩이 합해져서 한 학기로 계산이 된다.
1학기와 2학기가 합해져서 나오고, 3학기와 4학기가 합해져서 표시가 된다.
예를 들어 1학기에 총점 C+를 받아도, 2학기에 총점 B+를 받았다면 1년 전체 성적표에는 상반기 성적이 B-로 표기되는 거다.
시험은 거의 매시간 치른다.
포인트 2점짜리부터 70점짜리까지.
담당 과목 선생님이 어디에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성적이 달라진다.
보통 클래스가 시작되기 전에 각 과목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syllabus’를 준다.
내 클래스에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는 점수를 어떻게 산정하는지 등에 대한 강의 계획서 같은 거라고 보면 되겠다.
미세스 하우엔이 담당하는 캘큘러스 AB의 경우는,
숙제 ― 20%
쪽지시험 ― 30%
단원마다 치는 큰 시험 ― 40%
출석이나 학습 태도 등 ― 10%
로 배정한다고 했다.
반면, AP 히스토리(세계 역사) 수업은 1, 2학기 전체 수업 동안 딱 3번의 에세이를 적어 내면 된다.
각기 30%의 비율로 점수를 매기고, 나머지 10%는 출석이라고.
선생님마다 점수 산정 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헷갈리면 나중에 낭패를 보게 된다.
이렇게 건강상의 이유로 의사 소견서까지 제출된다면 선생님들은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
출석이나 학습 태도로만 100% 점수를 준다거나 혹은 그냥 ‘P’를 적어 Pass 시켜 준다.
P의 경우 B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들었다.
의사는 마일드한 것이라고 해도 앞으로 6개월에서 1년을 말했다.
9월 말.
적어도 3학기 중반까지는 공부를 하면 안 된다는 소리.
곧 중간고사 겸 1학기 단원 시험들 등 포인트 큰 시험들이 줄줄이 있다.
수학이나 영어, 외국어같이 나중에 진도를 따라잡아야 하는 것들은 고생길이 빤하다.
하지만 미국 역사나 생물같이 그냥 한 학기 듣고 말아도 되는 것들도 있다.
후에 괜찮은 대학을 가려면 AP 생물을 꼭 듣는 게 좋지만, 솔직히 일반 생물만 들어도 크게 상관은 없다.
그런 과목들을 공부하지 않고 그냥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의사 소견서를 손에 꼭 쥔 라이언.
창백한 얼굴에 식은땀까지 흘리면서도 웃는다.
“좋냐?”
“헤.”
“미친놈.”
“나중에 나 수학 과외 시켜 줄 거지?”
“내가 왜?”
“어우야아. 도와줘라. 내 잘못으로 이렇게 된 것도 아닌데.”
“에효. 그때 보자. 내가 아주 인복이 타고 났어, 그냥. 풋볼은 어떡할 거야? 계속 할 거 아니지?”
“어. 그만둬야지. 아빠도 매번 걱정했었고. 언젠가는 이럴 거 같긴 했었어. 그래도 우리 학교 역사에 한 획을 긋고 퇴장하는 거라 괜찮지 않냐? 내가, 어? 이 라이언이 경기 시작 5분 만에 터치다운을 했다고. 와, 내가 한 거지만 정말 멋진 거 같아.”
스스로 어찌나 기특한지 가슴을 탕탕 치며 허세를 부리는 라이언.
아쉬움이 많을 거다.
초등학교 때부터 해 왔던 건데 관두려니 속이 쓰리겠지.
미국은 운동한다고 해서 공부를 소홀히 하지는 않는다.
한국처럼 모든 수업을 빼고 운동만 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소리.
그랬다간 운동 팀에서 잘린다.
지금은 위로를 해 줄 타이밍인 듯하다.
“멋지긴 했어.”
“맞아. 아까 우리 밥스가든 직원들 전부 목청이 터져라 니 이름 불렀는데 들렸냐?”
“당연. 내 이름인데 아무리 시끄러워도 딱 알아듣지. 헤헤. 딜런, 고마워요. 여기까지 데려다줘서.”
“됐어. 그럼 당분간 일도 못 하겠네.”
“헉. 그건 생각 못 했네. 욕심 안 부리고 살살 할게. 자르지 마아.”
“이그. 그건 나도 모르겠다. 아까 밥 아저씨도 있었어. 어떻게 할지는 밥 아저씨가 결정하겠지.”
“말 좀 잘해 줘요, 딜런.”
“일단은 집에 가자. 피곤하겠다. 아. 제이든은 어떡할래? 너 먼저 집에 데려다줄까?”
“음. 딜런만 괜찮으면 같이 라이언 집에 갔다가 가죠, 뭐. 저보단 얘가 우선이니까요.”
“그래, 그러자. 라이언. 괜찮지?”
“…어. 괜찮아. 이제 와서 뭐.”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라이언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