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130)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130화(130/280)
사나이로 태어나서 5
오늘따라 해가 쨍하게 난다.
쌓여 있던 눈들이 녹아 군데군데 산길이 드러나 있었다.
숙소에서 1시간 정도 걸어 올라갔을 때 초록색 깃발이 보였다.
교관이 계속 짊어지고 올라왔던 가방을 내려놓는다.
“지금부터 2주 동안 우리는 등산객들을 위한 산길을 정비할 것이다. 현재 폭은 대략 30센티, 이걸 1미터 정도로 넓히고, 표지판 정리, 벤치 수리 등의 작업을 하면 된다.”
활동명은 ‘야생 동물 발자국 추적과 관찰’이지만 캠프에서 원했던 건 산길 정비였던 모양이다.
사람 한 명 다니기에도 좁은 오솔길을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을 정도로 넓히라는 명령이다.
“이 산 전부 다요?”
“매튜 군, 그게 가능하겠나? 질문을 할 땐 먼저 생각이란 걸 하도록.”
“…….”
“우리는 우리에게 할당된 구역만 하면 된다. 나뭇가지나 덤불, 돌멩이들은 양옆으로 던지고, 이렇게 꾹꾹― 발로 잘 밟아 다지면 된다. 도구는 여기 가위와 갈퀴, 삽, 톱, 망치 등이 있다. 각자 원하는 걸 하나씩 잡아라.”
“오예~ 나는 망치!”
저 눈치 없는 것.
크리스틴이 눈을 빛내며 망치를 잡아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본다.
근데 망치는 어디에 쓰려고 들고 왔지?
교관이 내려놓은 가방 속을 대충 훑어보니 못도 있다.
나는 삽을 들었다.
삽질이 편하기도 하고, 일하다가 힘들면 몸을 기댈 지팡이로도 쓸 수 있으니까.
“교관님, 그럼 야생 동물 발자국 추적은요?”
“이 길을 넓히는 데 하루를 모두 갈아 넣지 않는다. 다들 일정표를 확인해 보지 않았나?”
“…….”
“…산길 보수 작업은 매일 오전 3시간. 나머지 시간엔 매일 다양한 주제의 활동들을 하게 될 것이다. 일정표를 한 번이라도 들여다봤으면 이런 질문은 나오지 않았을 것을. 쯧, 야생 동물들의 발자국 추적과 관찰도 물론 할 것이다.”
군대와 보이스카우트에서 주최하는 캠프라고 할 때부터 느낌이 오긴 했다.
대민 봉사가 빠질 순 없겠지.
일정표는… 확인해 보지 않았다.
2주나 되는 일정표를 일일이 다 챙길 필요는 없잖아?
거기다 ‘일정은 날씨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말까지 있었는데.
챙기라는 물품만 꼼꼼히 챙겨 왔을 뿐이다.
“일정보다 일찍 담당 구역 일을 끝마치게 되면 어떻게 됩니까?”
“글세, 시간상 가능할 것 같지는 않군. 너희들에게 프로페셔널한 도로 확장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이대로 두면 완전 야생의 자연이 되니 사람들이 다닐 길목 정도만 만들어 두자는 거지. 혹시라도 등산객들이 길을 잃고 헤매다 야생 동물들을 만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사고 방지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
“네.”
“아, 네.”
의도 확실해서 좋네.
작업을 시작했다.
비바람에 반쯤 꺾여 있는 나뭇가지들은 가위로 자르거나 작은 톱으로 갈아 옆으로 던져 버리고, 바닥에 눌어붙은 잡초들과 눈, 돌멩이들은 삽으로 파서 옆으로 던지고, 지천으로 깔려 있는 가을 낙엽과 짐승 똥들도 삽과 갈퀴를 이용해 치워 냈다.
― 사사삭.
토끼나 사슴 같은 것들이 후다닥 옆을 스치듯 지나간다.
동물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고 작업을 이어 갔다.
땅을 그렇게 깊게 파지도 않았는데, 삽 끝에 뱀 한 마리가 걸려 나온다.
몸도 가누지 못하면서 머리만 슬쩍 들어 올리는 것이 제대로 짜증이 났음을 알려 준다.
그대로 숲으로 던져 버렸다.
겨우내 잘 거면 좀 깊이 파서 자던가.
게으름뱅이 뱀 같으니라고.
그렇게 오늘의 작업을 끝낼 즈음,
― 으아아아아!
― 도망쳐!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
깊은 산 속이라 대부분의 소리들은 물과 바람 소리에 다 묻히기 마련인데 제법 선명하게 들려왔다.
가까운 곳에서 뭔가 일이 벌어졌다는 뜻.
“뭐, 뭐야?”
“쉿, 조용. 지금부터 장비를 내려놓고 최대한 몸을 낮춘다, 실시.”
우리는 그대로 구부리고 앉았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삽은 발아래 내려놓았다.
급하면 집어 들고 싸워야지, 뭐.
비명 소리는 금방 사라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만히 숨죽인 채 앉아 있다.
“흠. 별일 아니었나 보군. 다시 작업을….”
― 다다다다! 바스락바스락.
― 아오!
― 쉬!
급하게 풀을 밟는 발자국 소리들.
동시에 숲 한쪽이 바스락거리며 사람들의 숨죽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교관이 입에 손을 대고는 다시 앉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일어나려다가 다시 앉았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그리고 그 순간 불쑥 튀어나온 머리통들.
“히익!”
“아악, 살았다!”
“와, 다행이다.”
학생 4명이 우리를 보고는 놀라다가 곧 표정이 밝아진다.
남자 셋에 여자 한 명.
교관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짜증을 낸다.
우리도 같이 일어섰다.
“어느 팀이야?”
“레드브라운이요.”
“팀에서 도망친 건가?”
“…….”
“아니거든요!”
“그런데 왜 여기 있어? 레드브라운이면 여기서 서쪽으로 20미터 거리인데. 다른 멤버들은? 무슨 일이 생긴 건가? 교관은?”
“…….”
“후우, 제가 말씀드릴게요. 담당 교관님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저희더러 소리 내지 말고 무조건 동쪽으로 도망치라고 했고, 오다 보니 여긴 거예요.”
“자세히!”
“우리 팀은 저쪽 오솔길에 낙하 방지 펜스 보수 작업하고 있었는데요. 브랜 하이스쿨에서 온 놈들이 바로 아래에 동굴이 있는 걸 발견했어요. 교관님이 잠깐 다른 일 하시는 동안 한 놈이 장난삼아 들어갔는데, 거기 곰이 있는 걸 발견하고는… 돌멩이를 던졌어요.”
“뭐?”
“저희는 진짜 몰랐어요. 우리는 진짜 일만 했다고요.”
“갑자기 놈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튀어나왔고요. 곰이 비틀거리면서 나오는 거 같았어요. 교관님이 우리더러 이쪽으로 뛰라고 그러셨고, 분명 같이 뛰었는데… 그놈들은 중간에 사라졌어요. 어? 근데 벨라는 어디 갔지?”
“…여기서 꼼짝 말고 대기한다.”
곧바로 어딘가로 무전을 치는 교관.
― 야, 진짜 곰이 나왔어?
― 사실 정확히는 몰라. 동굴 입구에 곰 그림자가 보이긴 했었어.
― 겨울잠 자는 곰 깨운 거면, 엄청 성질 더러울 때 아냐? 사냥하려고 하지 않을까?
― 모르겠어. 그놈들이 비명 지르자마자 교관님이 바로 우리보고 이쪽으로 뛰라고 했어. 뒤돌아보지 말고 다른 팀 나올 때까지 무조건 뛰라고.
소곤거리며 대화를 하고 있자니 교관이 무전을 끝내고 다가왔다.
표정이 차갑다.
“하산한다. 각자 도구 챙겨서 그대로 하산, 레드브라운 팀원들도 함께다.”
“네.”
“교관님, 그 애들은 어떻게 됐어요? 우리 교관님은요? 벨라는요? 벨라는 그놈들하고 친구 아니에요.”
“벨라와 교관은 안전하다. 무서워서 뛰지 못했다고 하더군. 지금 그쪽 교관과 같이 있다.”
“와, 다행이다. 그럼 곰은요? 그리고 그놈들은요?”
“…일단 우리는 하산한다.”
교관이 말을 아낀다.
산이 위험하단 소리겠지.
아마 캠퍼들 전원의 하산 결정이 내려진 것일 테다.
― 두두두두.
40분가량 내려왔을 때 헬리콥터 2대가 떴다.
“오늘 오후의 활동은 모두 취소다. 점심 식사는 방에서 아침에 나눠 준 샌드위치를 먹으면 된다. 편한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후 대기한다. 저녁때쯤 전체 모임이 있을 것이다. 제이든, 레드브라운 팀원들까지 함께 챙기도록.”
“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내려온 명령.
교관은 숙지 사항만 전달한 후 곧바로 어딘가로 뛰어갔다.
레드브라운 팀의 교관은 엄청나게 깨지고 있겠지.
나는 나대로 할 일을 해야지.
교관이 특별히 내게 일을 맡긴 건 내가 이 팀의 리더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린 우리 일을 해 볼까? 크리스틴, 너네 방에 자리 하나 남지?”
“어? 어.”
“잘됐네. 그럼 일단 너네들은 너희 숙소로 가서 씻고, 옷 갈아입고, 점심 들고 와. 같이 점심 먹으면서 기다리자. 우리 방에 침대 2개 남아 있고, 캠핑 베드도 하나 있으니까 자리는 충분해.”
“오케이.”
그렇게 헤어지고 우리는 각자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기다렸다.
휴대폰은 처음부터 캠프 반입 금지였다.
가져와도 들키면 그대로 뺏기기에 나는 아예 들고 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
숙소 전체가 웅성거리고 있었다.
― 저녁에 스키 강습도 취소된 거야?
― 도대체 무슨 일이래?
― 곰이 나왔다고 하던데.
― 자던 겨울잠이나 더 자지, 왜 튀어나와서는. 나 스키 강습 엄청 기다렸단 말이야.
.
.
.
현재 우리가 산을 내려온 정확한 이유를 알고 있는 건 우리 팀과 레드브라운 팀뿐일 거다.
배당받은 점심 샌드위치만 들고 오랬더니 아예 짐을 다 싸서 온 레드브라운 팀.
여자애 한 명이 더 늘어나 있다.
벨라인 모양이다.
“숙소가 멀었어?”
“어. 입구에 통나무집들 붙어 있던 거 봤지? 거기. 여기는 좋네. 거긴 좀 오래돼서 냄새도 나고, 춥던데.”
“니가 벨라지?”
“어.”
“곰은 어떻게 됐어? 교관님 옆에 있었다면서?”
“아, 교관님이 스프레이를 쏘시더라고. 잠이 덜 깬 상태라 그런지 다시 들어가서 자는 거 같았어. 교관님이 거기 앞에다 ‘절대 출입 금지, 곰 있음’이라고 팻말 만들어 두고 오느라 좀 늦었어.”
“스프레이를 쏜 거면 진짜 바로 코앞이었다는 소린데, 정말 위험했겠다.”
“그랬지. 사실 엄청 무서웠어.”
“…….”
“제이든, 여기 좀 좁은데 우리는 우리 방에서 점심 먹고 건너와도 될까?”
“어, 그게 좋겠다. 20분 후에 보자.”
“그래.”
크리스틴이 여자애들을 다 데리고 자기들 방으로 가 버렸다.
우리는 침대가 하나 모자란다.
누가 캠핑 베드로 갈지 눈치를 보고 있는데, 덩치가 가장 작은 이안이 자진해서 옮긴다.
마크를 옮기려고 했는데, 고맙네.
“그 애들은 괜찮을까? 여기 공원 커서 잘못하면 길 잃을 텐데.”
“난 걔들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이 캠프만 3번째 참가라고 하더라고. 처음 방 배정받는 것부터 불만이 엄청 많더라고. 어젯밤에도 작년에는 눈싸움했는데 올해는 이글루 만든다고 막 승질내고, 손 하나 까딱 안 하면서 입만 나불나불.”
“그래? 그럴 거 뭐 하러 왔대? 방학 때 집에서 편히 쉬면 되는걸.”
“자세히는 모르지만, 부모님이랑 사이가 안 좋은 거 같더라고. 집 나갈 날만 기다린다고 하던데? 1년만 참으면 된다고.”
“…….”
“그래도 그런 사고를 칠 줄은 몰랐네. 설마 죽지는 않았겠지?”
“헬기까지 떴으니까 알아서들 찾아내겠지. 명색이 군대에서 하는 건데.”
“보이스카우트도 함께 있거든?”
“워워, 왜 급발진이야. 알지, 보이스카우트도 함께인 거. 너 거기 회원이야?”
“…어. 어릴 때 했어. 지금은 안 해. 활동이 너무 많아서 포기.”
.
.
.
위험한 상황을 겪어서 그런지 확실히 말들이 많다.
덕분에 금방 친해진 것 같기는 하다.
― 모든 캠퍼들은 4시 정각, 강당으로 모입니다. 캠퍼들은 4시 정각, 강당으로 모입니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때마침 교관이 들어온다.
잠깐 사이에 아주 얼굴이 반쪽이 됐다.
엄청 갈굼을 당한 게지.
헬기까지 떴으니 모든 교관들이 비슷한 모습일 거다.
레드브라운 교관은 좀 안됐네.
이래서 어딜 가든 사람을 잘 만나야 하는 거다.
때마침 점심 식사를 마친 여학생들도 우리 방으로 돌아왔다.
“레드브라운 팀은 이 시간부로 해체다. 한 명씩 다른 팀으로 보낼까 하다가 그냥 우리 팀이 다 떠안기로 했다. 불만 있나?”
“없습니다!”
“좋다. 흠, 그 캠핑 베드는 2주간 눕기 불편할 거다. 크리스틴, 너희 방에 베드 하나 남지 않나?”
“네, 남습니다.”
“그 베드를 이쪽으로 가져온다. 침대 공간들을 조금씩 붙이면 충분할 거다. 제이든, 책임지고 공간 활용 잘 해 보도록.”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궁금할까 봐 말하는 건데 문제의 학생 둘은 찾았다. 야생 동물 법에 의거, 겨울잠을 자는 곰에게 돌을 던진 것 자체가 불법이기에 사회봉사와 교육을 받게 될 거다. 그리고 우리 캠프에서는 영구 퇴소 조치하기로 했다.”
“…….”
“오후에는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캠프 전원 시청각 교육이 있다. 불참하는 경우 똑같이 퇴소 조치 되니 다들 참석하도록.”
“네.”
제길.
시청각 교육이라니.
세상 그것보다 재미없는 교육이 없다.
휴대폰이나 태블릿 등 전자 기기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꼼짝없이 듣게 생겼다.
다른 팀원들 표정도 나와 다를 바 없다.
다른 팀들도 비슷한 반응들이다.
여기저기 열려 있는 방들에서 한숨 소리가 새어 나온다.
― 드륵드륵.
침대나 옮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