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30)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30화(30/280)
────────────────────────────────────
────────────────────────────────────
세일 중의 최고는 1
일주일 후 저녁 식사 시간.
엄마와 삼촌이 방긋방긋 웃는다.
가끔 있는 일이기에 무심한 척 했다.
결국 삼촌이 먼저 입을 연다.
“고맙다. 제이든.”
“뜬금없이요?”
“누나 일 말이야. 난 사실 한 10년쯤 후에 식당을 하나 내게 도와주려고 했었어. 그때쯤이면 권리금 정도는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 식당을요? 엄마가? 식당을 하려면 그래도…”
“크흠. 그. 뭐. 누나가 음식 솜씨가 뛰어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식당의 생리는 잘 아니까. 프렌차이즈 정도는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
“이것들이 진짜. 먹던 거 딱 내려놔라.”
“하하. 엄마. 등록하셨어요?”
“말 돌리기는. 그래. 나 음식 못하는 거 안다. 칫.”
“어우. 엄마가 음식을 얼마나 잘 하는데. 이거도 진짜…맛있어요.”
“그. 그럼. 맛있지. 진짜 맛있어. 누나.”
“됐거든. 뭐. 암튼 고마워. 제이든. 사실 나 병원에서 일하는 거 해 보고 싶었어. 그 촌스런 파란색 스크럽(Scrubs) 말야. 그거 입고 다니는 사람들 보면 좀 부럽기는 했거든.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근데 생각해보니까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아. 도전해 볼게.”
“우리 누나 멋지다.”
“멋져요. 엄마. 제가 알아보니까 그걸로 시작해서 대부분 일반 간호사까지 가더라고요. 그러다 어떤 사람은 의대 입학해서 의사가 되기도 하고, 수술 방 간호사도 되기도 하고 다양하더라고요. 물론…처음엔 엄청 힘들겠지만요.”
“어우야. 나 그렇게 야망 있는 여자 아냐. 그래도 그렇게 되면 진짜 좋긴 하겠다. 하하. 열심히 공부할게.”
“지하에 엄마 지정석 하나 마련해 둘게요. 저도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어우어우. 넌 지금도 충분해. 살살해. 살살. 나만 잘하면 돼. 나만.”
– 하하하.
– 호호호.
– 헤헤헤.
생각보다 결심이 빨랐다.
생활비나 여러 여건들 때문에 시간이 좀 더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삼촌이 적극적으로 설득한 모양이다.
이제 엄마의 미래도 조금은 달라지려나?
***
마커슨이 결국 터졌다.
잊고 있었다.
여러 일들이 겹치면서 논외로 두고 있었던 거다.
알렉스는 내가 아무 말이 없자 마커슨을 버렸다 여기고 자랑을 엄청 해댄 거고.
새 책상에 새 램프에…
과학시간.
3명이 한 조로 실험조가 되었는데, 어쩌다보니 그 중 한명이 마커슨이다.
마커슨이 옆구리를 찌른다.
“제이든. 진짜 나 버릴 거야?”
“버리긴 뭘 버려. 내가 언제 줍기는 했고?”
“주워. 주우라고. 나 좀 주워주라고.”
“…오늘부터 와.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어. 집안에 일이 좀 있어서 늦어진 것 뿐이야.”
– 아싸아아아!
“마커슨 힐! 무슨 일이죠?”
“아. 아니에요. 선생님. 죄송합니다.”
어쩜 이렇게 감정표현을 서슴없이 하는지.
속마음과 겉모습이 똑같기에 쉽기는 한데…
나중에 사회생활 할 때는 분명 단점으로 작용할 거다.
“오늘 하프데이(Half Day. 오전 수업)니까 학교 끝나고 바로 가는 거야?”
“아니. 집에 가서 각자 점심 먹고 2시까지 모여. 주소 줄 테니까 와.”
“…나는 그럼 못 가는데.”
“왜?”
“라이드 해 줄 사람이 없어. 엄마랑 아빠는 다 일하러 가니까.”
“집이 어딘데? 10분 거리는 다들 자전거타고 와.”
“…”
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마커슨.
가난해서 그러는 건가?
우리도 가난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데.
이 동네 애들 중 부자인 애들이 얼마나 된다고.
평소 입고 다니는 거 보면 나쁘지 않던데.
“왜?”
“자전거 못타.”
“아.”
그럴 수도 있지.
자전거를 못 탄단 소리는 아직 자전거도 없다는 소리.
“그럼 뭐. 스쿨버스 같이 타고 가. 할 수 없네.”
“응!”
해맑네.
처음 나이아가라 호텔에서 만났을 땐 포악하다 여겼는데.
오늘은 하프데이다.
오전 11시 30분이면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도착하면 12시.
수업 하나당 24분 컷이다.
그리고 4분 휴식 시간.
4분 동안 다음 교실까지 재빠르게 이동해야 한다.
그 안에 화장실 해결도 물론 해야 하고.
한국에선 오전 수업이면 1-4교시까지 원래 과목들을 수강한 후 집으로 갔었다.
그런데 여긴 오늘 하루 원래 6개의 수업이 있으면, 그 수업들의 시간을 잘게 쪼개서 모든 과목들을 듣게 하는 거다.
평소엔 45분 수업에 5분 쉬는 시간인데 이런 날엔 24분 수업에 4분 쉬는 시간인 거다.
Homebase 8:00 – 8:15
Period 1 -8:19 – 8:43
Period 2 – 8:47 – 9:11
.
.
.
이런 식이다.
이것도 학교마다, 학군마다 다르겠지만 일단 우리 학교는 이렇다.
암튼 수업 과목이 앞 시간에 과학, 다음 시간이 밴드면 달려야한다.
그것도 악기를 들고.
참고로 바순은 무겁다.
케이스 자체만으로도 무거운데, 악기도 무겁다.
보통 때는 학교 오자마자 밴드부에 두고 가기도 하는데, 오늘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사물함 앞에 두었던 바순을 들고 뛰었다.
1층 동쪽 끝에서 계단을 가로질러 2층 서쪽 끝에 붙어있는 교실까지.
누가 수업 시간표를 이따위로 짜 주었는지.
1-2분 정도 지각하는 학생들이 속출하는 시간이다.
6학년이 막 되었을 때는 중간에 길을 잃어 울면서 들어오는 학생들도 몇 명 있었을 정도다.
쉬는 시간을 이렇게 짧게 잡은 데에는 여러 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강력한 설은 휴식시간 그 짧은 막간을 이용한 여러 일탈 행위 때문이라고.
2층 음악실 앞 사물함 3번째 칸에선 가끔 팝업 스토어가 열린다.
특정 물질이 섞인 음료와 쿠키들을 판매한다.
일반적인 음식들이 아니기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근처에 가지도 않는다.
스토어는 순식간에 생겼다 사라진다.
나도 처음엔 무슨 스토어인지 몰랐다가 제이콥이 공부방 아이들에게 ‘이번주 목요일 그 시간에 거기는 절대 가지마라. 눈도 마주치지 마라.’고 해서 알게 된 것이다.
5분이라는 시간도 이런데 10분 정도의 휴식시간이 주워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아무튼 이건 학생들만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선생님께 꼰지를 수도 없다.
자기 부모가 같은 학교 선생이라도 꼰지르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스토어 자체가 팝업인데다 판매자들 대부분이 고위급 자녀들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찔러봐야 소용없다는 뜻.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몇 년째 은밀히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걸 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눈감아주지 않는 이상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이 신기한 거니까.
어떤 때는 미국이 세상 공정한 것 같은데, 또 어떤 때는 미국만큼 썩은 곳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밴드 수업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이놈의 2차 성장은 언제 이뤄지는지 아직도 팔다리가 짧다.
목소리만 조금씩 변하고 있는 중이다.
– 쿠당탕탕. 으악.
– 으아아. 아. 안돼!
– 돌돌돌돌. 이런 씨댕!
.
.
.
키와 덩치가 내 갑절 정도 되는 곱슬머리의 흑인 남자 아이가 찰지게 욕을 뱉으며 굴러가는 쿠키들을 줍는다.
순식간이다.
사과를 하며 같이 주워주려고 했다.
“아. 미안. 고의는 아니었어.”
– 탁!
타의에 의해 손이 튕겨져 나온다.
“만지지 마. 너. 6학년, 제이든 패터슨이지?”
“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 줄 테니까 나 아는 척 하지 마라. 언제 어디서 보든.”
“어? 어…”
“에이씨. 하필이면 이 새끼랑 부딪힐 게 뭐냐고. 씨부럴.”
궁시렁궁시렁.
분명 혼잣말인데 다 들리는 톤으로 욕을 해대던 아이가 그대로 사라졌다.
뭐지?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환생 후 드물게 멍청해진 순간이었다.
“뭐해? 안 들어가? 헥헥.”
“어. 들어가야지.”
뒤늦게 뛰어온 마커슨이 등을 툭 친다.
여전이 약간 얼빵한 채로 밴드부 교실로 들어섰다.
사라진 남자애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 말은 나보다 윗 학년이란 소리.
‘나를 어떻게 알지? 뒷말은 또 뭐고?’
흑인.
아. 혹시 교장 아들인가?
그러기엔 얼굴 생김이 좀 많이 다른데?
“제이든. 박자 놓쳤어. 웬일이니. 네가?”
“죄송합니다.”
“그래. 그럼 다시. 이 부분부터 다시 한다. 다들 주목. 시작.”
중학교 전체를 담당하는 밴드부 선생님은 미세스 알링턴.
3년 내내 밴드부 전체를 담당하기에 잘못 찍히면 괴롭다.
학교 당 음악 선생님은 총 4명이다.
[밴드부, 코러스, 스트링 오케스트라, 일반 뮤직.]과외로 뮤지컬이 있다.
뮤지컬은 초등학교 때 담당이었던 미스터 에멋이다.
1년에 한번 공연하는 뮤지컬은 제법 규모가 크다.
중학교는 오케스트라가, 고등학교는 밴드부가 음악을 담당한다.
티켓 값은 1인당 25불.
학생들이 하는 거라고 무시하지 말자.
다들 얼마나 진심인지 모른다.
게다가 여긴 미국의 깡촌이다.
다들 어찌나 심심한지 학교 뮤지컬 공연 공지가 뜨자마자 티켓 문의가 빗발친다.
동네 어르신들부터 어린아이까지.
아예 가족 단위로 뮤지컬을 보러온다.
총 5번 진행되는 뮤지컬 공연.
금요일 밤, 토요일 점심/저녁, 일요일 점심/저녁.
잡설이 길어졌다.
지금 나는 뮤지컬과는 아무 상관없는 밴드 수업을 하고 있을 뿐이다.
집중을 못하고 야단까지 맞은 상태.
아까 그 아이에 대한 잔상이 오래 남았다.
나중에 제이콥에게 물어보면 되는 것을.
스스로에게 작게 혀를 찬 다음 바순의 리드(Reed)를 물었다.
– 부우우웅.
바순 특유의 낮은 음이 기다란 통을 통해 뻗어나갔다.
***
수업이 끝나고 결국 같은 버스를 올라 탄 마커슨.
알렉스의 입이 불퉁하게 튀어나왔고, 나머지 친구들은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다.
다들 지난 여름 나와 마커슨 사이의 일을 알기에 선뜻 내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후 마커슨이 교장 샘에게 혼난 것과 나한테 진심으로 사과한 것, 그 뒤로 나의 추종자가 된 것 또한 다들 알기에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일 뿐.
알렉스의 반응이 웃겨서 참는 것도 있다.
우리는 평소보다 조용히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다들 점심 먹고 1시간 후에 봐.”
“오케이.”
“오키.”
.
.
.
엄마와 삼촌도 이제는 마커슨에 대해 알지만 실제 보게 되면 분명 놀랄 테다.
어른들 오기 전에 돌려보내면 되겠지.
– 달칵.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제이든 왔어?”
“어? 엄마. 어떻게 집에 있어요? 오늘 학교 안 갔어요?”
“이미 갔다 왔지. 오늘은 일찍 끝났어. 배고프지? 엄마가 베이컨이랑 달걀, 버섯까지 구워놨어. 빵에 마요네즈 바르고 대충 싸서 먹어. 아. 상추도 씻어놨는데. 음. 냉장고 어딘가에 있을 거야. 에구. 난 내일도 시험이라 공부…”
말끝을 흐리는 엄마의 두 눈이 커지면서 서서히 닫히는 입.
뒤따라 들어온 마커슨을 본 거다.
“안녕하세요.”
“마커슨이 오늘부터 우리 집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그래서…”
“어…그래.”
“해도 돼요?”
“스터디 멤버는 네가 정하는 건데 뭘 나한테 물어. 괜찮아. 가서 공부해.”
“그. 죄송합니다. 그때는 제가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다시는 인종차별 같은 거 안해요. 루저들이나 하는 걸 알았거든요. 용서해주세요.”
“…그래. 용기 있네.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제이든. 나는 오늘 저녁에 지하로 내려갈 거야. 지금은 내 방에서 하려고.”
“네.”
그 순간 갑자기 현관문이 덜컥 열리고, 알렉스가 뛰다시피 들어왔다.
– 빅뉴스. 빅뉴스!
“하아. 알렉스. 밥은 먹었고?”
“지금 밥이 중요한 게 아니야.”
“그럼?”
“우리 다 갈 데가 있어. 다른 애들도 모두 모이는 중. 샌드위치 하나만 아니 두 개. 어…내 꺼까지 3개. 후딱 싸자. 얼른 얼른.”
샌드위치 3개.
설마…
밥 얻어먹으러 와 놓고 빅뉴스 타령하는 건 아니겠지?
내 눈이 가늘어졌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