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31)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31화(3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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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 중의 최고는 2
내 눈빛을 읽은 알렉스가 분통을 터트린다.
“와. 진짜. 샌드위치 하나 가지고. 내가 이 소식을 전하려고 우리 집에서 여기까지 얼마나 빨리 달려왔는지 알기는 해? 내 자전거 체인 다 망가질 정도로 내가 열심히 다리를 놀리고…”
“미안. 그래서 소식이 뭔데?”
“야드 세일!”
“뭐?”
“우리 동네 있는 제일 큰 성당 알지? 세인트 마가렛 성당 말야.”
“어. 알아. 지나가면서 몇 번 봤어.”
“거기가 원래 1년에 한번씩 야드세일을 했거든? 근데 요 몇 년 동안 안했어. 새로 온 신부님이 ‘주님의 야드를 돈으로 바꾸려고 하냐!’고 엄청 화내고 뒤집어엎어서 없어졌다고.”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 뭐 그런 거 아니었냐?”
“그래. 그거. 암튼 그게 중요한 게 아냐. 중요한 건 야드 세일이야. 그 뒤집어엎었던 신부는 뭐라더라. 암튼 뭔 비리를 저질러서 높은 곳으로 불려갔고, 새 신부님이 오셨지. 성도들이 ‘야드 세일은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다. 아나바다. 어?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그런 거다. 수익금은 전부 선교비로 나간다.’고 설득을 했대.”
“그래서?”
“그래서! 이번 연도부터 다시 야드세일을 하게 됐다는 거지. 거기 야드세일이 그냥 야드세일이 아니야. 완전 비비비비비익-스케일이라고. 없는 게 없어. 유모차부터 책, 옷 등등. 아. 자전거도 있다. 가격도 엄청 싸다니까.”
“그래?”
“물건들이 완전 새 거 같지는 않아도 진짜 쓸만해. 나 어릴 때는 엄마가 맨날 거기서 봄여름가을겨울 옷이랑 신발이랑 다 사서 입혔다니까.”
구미가 당긴다.
나도 자전거가 필요하던 참이다.
지금 내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는 앞에 살던 사람이 뒷산에 버리고 간 것이다.
줍기에 애매한 위치여서 그냥 버려두고 간 것을 삼촌이 조심스럽게 내려가 들고 올라왔었다.
비바람을 많이 맞아서 그런지 굴러가기는 하지만 영 손이 안가서 자주 타지는 않는다.
우리 집 지하에 새로운 아지트가 만들어진 이후 산속 아지트엔 안간지도 좀 되었고.
방으로 들어가려던 엄마가 솔깃해한다.
“어머. 그렇게 좋은 야드세일이 있는데 왜 난 몰랐지?”
“나야 모르죠.”
“…그렇지. 너는 모르겠지.”
“그게요. 아는 사람은 멀리서도 찾아오는데, 모르는 사람은 끝까지 모르더라고요. 학교에도 모르는 애들 많아요. 암튼 그게 3일 정도 하는데요. 오늘이 첫날이에요. 사람도 엄청 많아요. 빨리 가야돼요.”
“걸어서 갈 수 있어?”
“왜? 너 자전거 있잖아. 아. 마커슨이 없구나. 그럼 갈 때는 걸어가고, 올 때는 자전거 사서 타고 오면 되겠다. 근데 걸어가려면 한 30분은 걸릴 거야.”
“돈은 얼마나 준비해야 할까? 현금은 거의 없는데.”
“내. 내가! 빌려줄게. 마커슨. 그리고 제이든도. 20불씩이면 되지?”
“엄마도 가게요?”
“어우. 20불이면 차고도 남지요. 나 타고 다니는 자전거도 우리 형이 내 나이 때 그 야드세일에서 산 거거든요. 5불에 샀어요.”
“진짜? 와. 대박이네?”
“장난 아니라니까요. 얼른 가요. 얼른. 제이든 이사 오고 처음 여는 거라 물건 엄청 많을 거예요. 다들 완전 기대하고 있다니까요.”
“그럼 일단 갈 때는 내 차 타고 가고, 올 때는 자전거를 타고 오든 다시 차를 타고 오든 상황 보자. 잠깐. 지갑이 어딨더라. 거기 현금밖에 안되지?”
“네. 아쉽게도요.”
“오케이. 알렉스. 네 자전거는 일단 우리 집 거라지에 넣어둬. 같이 내 차 타고 가자.”
“예쓰 맴!!”
엄마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난다.
우리 집에 없는 것이 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는데.
얼마나 사오려고 걸어가도 되는 거리를 굳이 차를 타고 가려 하실까.
그나저나 알렉스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를 5불에 샀다니.
진짜라면 대박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저렴한 자전거라도 우리 나이 대에 탈 수 있는 건 80불은 줘야하고, 중고거래에서 사더라도 40불은 줘야한다.
그걸 5불에 산거면 공짜로 주긴 애매하니 적게라도 받자 싶어 받은 거다.
엄마가 집 구석구석을 다니며 뭔가를 꺼낸다.
사진액자 뒤에, 꽃병 아래, 책 속, 탁자 아래 등등.
엄마의 비상금을 숨겨둔 곳들이다.
어릴 때 워낙 다른 형제들에게 돈을 많이 뜯겨서 생긴 슬픈 습관이라고 했다.
그렇게 모인 금액이 100불.
나에게 20불을, 마커슨에게 20불을 건넸다.
마커슨이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고 삐죽거린다.
돈을 받기가 좀 민망한 거다.
“엄마한테 물어봐야 해요.”
“그럼 가는 동안 전화해 봐. 안된다고 하면 구경만 해도 되잖아.”
“어? 어. 그렇지.”
그렇게 우리는 세인트 마가렛 성당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마커슨의 엄마는 우리 엄마에게 20불을 빌리는데 동의했다.
물론 또 한번 그때의 일을 사과하는 절차가 지나갔지만.
정확히 6분 뒤.
우리는 끊임없이 성당을 향해 줄지어 들어가는 차량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당이 큰 건 알았지만 지나쳐만 갔지 안으로 들어선 건 처음이다.
주차장만 4개다.
지하 주차장 따윈 없다.
그리고 사람이…
이 동네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경우가 또 있을까?
남녀노소 모두 나온 것 같다.
물건은 어찌나 많은지 주차장 하나와 성당 내부 지하 식당, 뒷 야드까지 전부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책이나 영화 CD, 아기 옷, 장난감들은 그냥 박스채로 5불씩에 팔고 있었다.
– 돈이 조금 부족한데 좀 어떻게 안될까요?
– 얼마나 부족한데요?
– 1불 정도? 어우. 애들이 얼마나 이걸 갖고 싶어하는지…
– 그냥 가져가요. 애들이 손에서 놓지를 않는데 그걸 어떻게 뺏어.
– 아하하. 고마워요.
.
.
.
말만 잘하면 조금 부족한 부분은 깎아주기도 하는 정겨운 모습들이 연출된다.
돈을 받는 사람이나 진열을 하는 사람들이나 장사꾼들이 아닌 성당 사람들로 자원봉사자들이다.
한마디로 중구난방이다.
“우와와와. 대박.”
“제가 뭐라 그랬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이든 어머님. 저도 돈 좀 빌려주시면 안될까요? 엄마가 10불밖에 안줘서요. 나중에 꼭 갚을게요.”
“알렉스. 그건 너네 엄마의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저어기 있는 분이 어머니 아니시니?”
“…제이든, 마커슨. 나중에 보자. 아줌마도요.”
“그래. 나중에 봐. 근데 다른 애들도 다 여기 온 거 맞지? 집에 가 있는 애들은 없겠지?”
“걱정 마. 너네집이 마지막이었어. 매튜랑 크리스틴은 제이콥이랑 마크가 각자 연락하기로 했고.”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
“어. 굿템!”
슬쩍 엄마에게 삥을 뜯으려던 알렉스가 깔끔하게 포기하고 자기 엄마한테 뛰어간다.
아마 우리는 20불씩 받았으니 본인도 10불을 더 받아야 겠다 주장할 테다.
그리고 그건 곧바로 성공한 거 같다.
저쪽에서 환하게 웃으며 20불짜리 지폐를 흔드는 알렉스.
봐둔 게 있는지 어딘가로 후다닥 뛰어간다.
“우리도 가 볼까?”
어디부터 가야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슈퍼월마트보다 더 많은 물건들이 쏟아져 나와 있는 느낌이다.
물론 전부 소소한 생활용품들이다.
큰 가전이나 자동차 같은 건 없다.
“돈은 굳이 다 쓸 필요는 없어. 싸다고 이것저것 집지 말고 정말 꼭 필요한 것만 사도록 해.”
“네.”
“네.”
“1시간 후에 여기서 보자.”
“네.”
엄마가 콧노래를 부르며 튀어간다.
삼촌에게 문자로 세일 정보를 보냈다.
이걸 알면 반차를 내서라도 튀어올 것이다.
나와 마커슨이 멍하니 서 있었다.
“어디부터 갈래? 아무래도 자전거부터겠지?”
“가르쳐 줄 거야?”
“뭐? 자전거 타는 거?”
“어.”
“그래. 뭐. 어렵지 않아. 너는 운동신경이 좋으니까 금방 배울 거야.”
“…진짜? 내가 운동신경이 좋아?”
“어…그런 거 같던데?”
– 헤.
애는 또 왜 이런댜?
내 작은 칭찬에 부끄럼을 탄다.
어쨌든 우리는 곧바로 자전거들이 잔뜩 늘어서 있는 곳으로 갔다.
오디가 이미 와서 자전거들을 훑어보고 있다.
“오디?”
“어. 제이든. 마커슨. 왔어?”
“뭐해?”
“아. 자전거 괜찮은 게 있나 싶어서 와봤지. 쓸만한 건 없어 보여.”
“니가 중고 자전거가 왜 필요해? 엄청 좋은 거 있잖아?”
“요즘에 엄마가 용돈을 좀 많이 줄여서.”
“??”
“?”
“아. 내 자전거 팔고 여기서 자전거 하나 사려고 했지. 안되겠다. 눈에 차는 게 없어.”
오디는 부자다.
내 전생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부자다.
다만 부모님이 이제 오디에게는 돈을 쓰지 않는다.
오디도 학교에선 알아주는 수재인데 워낙 형제들이 넘사벽이라 모지리 취급을 당하고 사는 거다.
자급자족을 하려는 모양인데 눈은 높으니 힘들겠지.
“음…저거 보여?”
“어? 어. 그냥 그런데.”
“근데 저 브랜드 나쁘지 않아. 오래된 티가 나긴 하는데 사이클 대회라도 나가지 않는 이상 저 정도면 평소 타고 다니기 괜찮…아.”
주변 공기가 조금 이상하다.
몇몇이 우리를 힐끔거린다.
아. 그러고 보니.
지금 우리 셋이 이 동네에서 보긴 어려운 구성이라 그렇다.
아시안 1, 흑인 1, 인디안 1.
제길.
안그러려고 해도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지금 이 상황을 나만 느낀다는 거.
마커슨은 너무 많은 자전거에 홀려 눈빛을 반짝이고 있고, 오디는 내가 손짓한 자전거에 관심을 둔다.
‘알렉스라도 불러야 하나.’
그 순간,
“제이든! 오디!”
크리스틴이 뛰어온다.
“어. 크리스틴.”
“뭐해? 자전거 보려고?”
“어. 너는?”
“나는…짜잔.”
– 휙. 휘익. 휘이익.
주머니에서 만능칼을 꺼내는 크리스틴.
작은 칼날을 꺼낸 뒤 휘휙- 훅을 날려댄다.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얘는 왜 갈수록 이상해지는지 모를 일이다.
다 사춘기를 관장하는 호르몬의 장난일 테지.
– 워워워.
나와 마커슨이 뒤로 훌쩍 물러난 것에 비해 오디는 자전거 쪽으로 가다말고 달려왔다.
눈빛이 반짝반짝.
“스위스 아미 나이프 (Swiss Army Knife)! 와. 이거 어디서 샀어?”
“궁금해?”
“어. 어. 궁금해.”
“따라와!”
“어.”
오디가 크리스틴을 졸래졸래 따라간다.
흥미로운 눈으로 우리를 보던 주위 사람들이 크리스틴의 행동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곧바로 눈을 피한다.
본인들도 자신들의 행동이 무례했음을 깨달은 거다.
거기다 백인 여자 크리스틴이 저런 뻘짓을 해대니 부끄러움은 그들 몫이었겠지.
“오디! 이 자전거는?!”
“안 사. 너나 사!”
오디는 이미 만능칼에 정신이 나가 군중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럼 우리가 사지 뭐.”
“저 자전거가 그렇게 좋아?”
“그…렇게 좋다기보단 여기 있는 것 중엔 젤 좋아 보여. 브랜드도 알려진 거고.”
“그럼 내가 살래.”
“그러시던가.”
근데 20불이다.
다른 자전거들은 5불에서 10불선.
이것만 20불.
시간이 좀 지난 거긴 하지만 원 가격은 500불을 훌쩍 넘겼을 것이다.
마커슨이 손에 쥔 20불과 자전거를 한참을 저울질 하더니,
“나. 그냥 이거 살래.”
“그것도 나쁘지 않아.”
옆에 서 있는 10불짜리 자전거를 선택한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의 특징이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 있더라도 선뜻 손에 쥔 돈을 다 쓰지 못하는.
얘도 사는 게 팍팍한 모양이네.
어쩌면 나이아가라 폭포는 마커슨 가족에게도 오랜 기간을 기다린 끝에 다녀온 곳이었을지도.
아무튼 그렇게 20불짜리 자전거는 내 것이 되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