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49)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49화(49/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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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족사회
이 동네 7학년 이상의 여학생들이 단체로 실의에 빠지던 말던 시간은 흘러간다.
크리스틴은 다행이 부모가 정신과 닥터를 만나러 가기 전에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중학생을 움직이게 하는 건 역시 쪽팔림인 모양이다.
공부방도, 널싱홈 봉사도 착실히 빠지지 않고 나오는 걸 보면 말이다.
4월 중순.
SS(Symphony Street)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우리 넷 전부 합격.
같이 이메일을 확인한 후 기쁨에 젖었다.
특히 마커슨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중.
저러다 침 떨어지겠네.
“우와. 니들 이거 내 덕인 줄 알아라. 내가 각도와 조명을 기가 막히게 뽑은 덕분이라고.”
“악단 오디션에서 누가 각도랑 조명을 봐!”
“하! 그래서 지금 내 공이 없다는 거야? 너 평생 다른 오디션은 안 볼 모양이다아?”
“어우. 누님. 무슨 말씀을.”
“히익. 뭐래. 누님이라니. 그런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어우. 소름끼쳐.”
“칫. 무슨 소름씩이나. 그래. 고맙다. 고마워. 다 네 덕이다.”
“비웃지는 말고. 자식아.”
학교에서 아너스 밴드 활동에, 일반 밴드 수업, 매주 토요일마다 가는 널싱홈 봉사 등이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된 것이다.
***
6월.
여름 방학이 성큼 다가왔다.
4월이나 5월에 오겠다는 미스터 커나스는 아직도 소식이 없다.
중간에 SS 1차 오디션에 통과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지만 답이 없었다.
불안한 마음이 슬그머니 올라왔지만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방학 전 마지막 1주일은 거의 노는 거나 다름없다.
하루는 놀이공원 가는 날, 하루는 이벤트 데이, 또 하루는 소방차 체험하기 등등.
그냥 매일매일이 노는 날이다.
이미 모든 시험은 끝났고, 성적도 다 나왔다.
우리들의 성적표는 3학기와 변함이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알렉스가 무난하게 하이아너롤을 받았다는 것과 7학년부터는 마커슨도 우리와 함께 수학과 영어를 어드밴스드(Advanced, 우등반) 클래스를 듣게 된다는 것 정도.
마커슨이 좋아서 얼굴이 빨개질 정도였다.
“너네 방학에 뭐할 거야?”
“뭐하긴. 매번 똑같지 뭐. 제이든 집으로 출퇴근 해야지.”
“나도. 며칠 전에 여름여행가자고 했다가 잔디나 깎으라고 한 소리 들었어.”
“난 한 2달 정도 인도에 갈 거야.”
“오올. 좋겠다.”
“모르는 소리 하지도 마라. 말은 가서 친척들도 보고, 여기서 나고 자랐으니까 모국 체험도 하라는 건데 사실은 학원가라는 거야.”
“학원? 학원이 뭔데?”
“학교 아니고 학원? 그게 뭐야?”
알렉스와 마커슨의 눈이 동그래져서 동시에 묻는다.
그래.
이 동네 중학생에게 학원은 신기한 개념이지.
1시간 거리에는 한국의 수능 같은 대입 표준 시험인 SAT 학원이 있다고는 들었다.
이마저도 이 동네 딱 하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초중고 공부를 위한 일반 학습 학원 같은 건 없다.
뒤로 개인 튜터를 하는 사람들은 있다고 들었지만 일단 내 주변에선 그것마저 없다.
각종 악기나 승마, 수영, 펜싱 등의 레슨들은 많지만 학원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러니 이들에게 공부학원이란 개념은 아주 생소한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학원이라는 사설 교육기관에 가서 공부를 더 하는 거야. 수학부터 영어, 과학, 컴퓨터 등등 학원 종류는 다양하고.”
“아. 우리 공부방 같은 거?”
“그거랑은 좀 달라. 우리는 각자 숙제하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가르쳐주고 하는 차원이고. 학원은 학교처럼 학생 여러 명에 선생님 한명이 있고, 진짜 학교처럼 공부를 가르쳐주는 거야. 진짜 딱 공부만.”
“방학인데?”
“그러니까 방학동안 집중해서 공부시키는 거라고.”
“그니까. 오디가 왜?”
“맞아. 오디는 우리 중에 공부 젤 잘하잖아.”
“…한번씩 한 두 개 틀리기도 하잖아. 아무리 평범해도 6학년 수업에서 올 100점을 받지 않는 게 이해가 안된대.”
“…”
“…”
“…평범의 기준이 달랐던거야.”
“방심한 내 잘못이야. 후우. 애들아. 나 정말 가기 싫어.”
“SS 실기는 어쩔 거야?”
“그거 2주 후잖아. 그거 보고 가래.”
“…아버지께선 다 계획이 있으셨구나.”
“난 도대체 이해가 안 가. 왜 그러는 건데? 대학을 꼭 공부로만 가는 것도 아니잖아.”
“맞아. 우리 이제 7학년 되는데. 우리 할머니가 들으면 기절하겠다.”
오디의 큰 눈망울이 젖어 들어간다.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오디의 큰 형도 그것까지는 막아줄 수 없으니 그냥 가서 즐기라고 했다고.
교실을 떠나는 오디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
6월의 둘째 주.
방학을 맞이한 첫 주이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았다.
사람이 때로는 놀기도 해야 하는 거지.
너무 노는 것 같은 게 없지않아 있지만 지금 아니면 또 언제 놀겠냐고.
슬그머니 전생 한량의 기질이 피어오르던 참이었다.
그 주 주말.
우리 가족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삼촌이 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온 것이다.
풍기는 분위기가 비슷한 것이 아무래도 둘이 결혼까지 갈 것 같다.
잘 보여야 한다.
“큼. 여기는 내 여친 메디슨. 여기는 내 누나랑 조카.”
“안녕하세요. 메디슨 리예요.”
“오. 안녕하세요. 나는 리사예요. 리암보다 4살 많아요. 환영해요.”
“전 제이든이에요. 6학년이고요. 2살 때 한국에서 입양됐고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하. 말은 들었지만 정말 똑 부러지는구나. 만나서 반가워.”
“자. 대충 인사가 끝났으면 식사할까요? 내가 음식 솜씨가 없어서 리암이랑 제이든이 많이 도와줬어요. 이건 한국음식으로 불고기라는 건데. 제이든이 너튜브 보고 공부해서 만든 거예요. 맛이 제법 좋아요.”
“와. 불고기. 저 엄청 좋아해요. 할머니가 한국분이시라 어릴 때 가끔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두 손을 합장한 후 나를 보며 살짝 고개를 숙이며 웃는 메디슨.
아. 진짜. 그거 하지 말라고.
우리나라 인사법에 합장은 없어요.
우린 그냥 팔은 내리고 인사한다고.
아님, 두 손 얌전히 배꼽에 올리고…
흠.
그건 유아용이니 제외.
암튼 저거 인도 쪽 인사법인 걸로 알고 있다.
미국인들 중엔 아시안이면 다 저렇게 인사하는 줄 아는 사람이 많다더니.
그 할머니 손녀 교육 좀 똑바로 해 줄 것이지.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겉으로 티를 낼 수는 없는 법.
7학년이 되는 몸 답게 방긋 웃으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식사 중 예절도 괜찮고,
식사 후엔 그릇들 치우는데 같이 싱크대로 날라주는 모습이 가정교육이 잘 되어 있다.
어린 나까지 나서 그릇들 치우는데 혼자 가만히 앉아있었으면 눈살이 찌푸려졌을 듯.
말하는 것도 조용조용하고,
웃을 때도 경박스럽지 않고 적당히 밝고,
가족들 있는데서 삼촌을 깔아 내리지도 않는다.
외모도 동양적인 느낌 한 스푼에 백인 세 스푼.
예쁘다.
‘합격!’
너무 꼰대스러웠나?
그래도 가족이 될 건데 유심히 봐야지.
엄마도 안 그런 척 하면서 관찰하는 게 다 보인다.
한국에 있을 때는 미국인들은 가족 생각안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는 줄 알았는데 실상은 다르더라.
미국인들도 가족이 될 사람은 꼼꼼히 따진다.
돈이나 학벌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다.
그건 그냥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인 것이다.
인성이나 품성을 말하는 거다.
엄마의 눈빛이 기분 좋게 반짝거리는 걸 보니 청신호다.
그렇게 서로 안부를 물었고, 밥도 먹었고.
할 말이 없다.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같은 천박한 질문 따위 하지 않는다.
같은 회사 사람이니 서로 뭐하는 사람인지는 잘 알고 있고.
사내연애로 특별할 거 없는 만남이다보니 할 말이 금세 떨어졌다.
살짝 적막이 찾아온 그 순간, 삼촌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누나. 골목길 첫 집 나온 거 봤지?”
“어. 밖에 사인 붙은 거 봤어. 한, 한 달쯤 됐지? 누가 사는지 진짜 미스테리야.”
“알아보니까 사람은 안 살고, 마리화나 재배만 하면서 왔다 갔다 하던 곳이더라고.”
“그래? 어쩐지 사람 코빼기도 볼 수가 없더라니. 집 팔기 힘들겠네. 집 전체에 마리화나 냄새가 배었을 텐데 누가 사겠어.”
“우리.”
“어?”
“우리가 샀어. 둘이 돈 모아서.”
삼촌의 말에 엄마도 나도 눈만 끔벅거렸다.
제대로 들은 건지 순간적으로 헷갈렸기 때문이다.
“어제 최종 계약했어. 아주 싸게. 우리 집보다 더 싸니까 아주 잘 산 거지. 대신 as is로 샀어. 아무것도 안 고치고, 있는 그대로 받는 걸로. 3주 후가 클로징이야.”
“그…그게 무슨 소리야? 자세히 말해 봐.”
“우리 둘이 거기 들어가 살 거라고. 그러니까 이제 그만 항복하고 사인해.”
“야! 리암! 너. 진짜…”
“나 장난으로 한 말 아냐. 누나. 설마 진짜 나랑 평생 같이 살고 싶은 거 아니지? 누나가 원하면 그렇게 하고. 메디슨이랑 살고 싶긴 하지만 누나가 원한다면 뭐…”
“와…하. 진짜.”
“이거 빚 갚은 거야. 그러니까 돈 갚니 어쩌니 하는 소리는 하지도 마. 같은 동네 살면서 잘 지내보자. 누나.”
“…그 집에서 어떻게 살려고 그래.”
“그래서 말인데 아직 6개월은 같이 살아야 해. 하하. 그 집 싹- 갈아엎어야 하거든. 크리스마스쯤 들어가면 어떨까 해.”
“흠. 오케이. 도울게. 필요한 거 있음 말만 해.”
“저도요. 삼촌. 힘닿는 데까지 도울게요.”
“하하. 고맙다. 아주 든든해.”
삼촌도 다 계획이 있었다.
요즘엔 어떻게 이렇게 계획적인 사람들이 많을까?
삼촌의 연애를 알고부터 집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내가 아직 어리다는 사실이 참 짜증났었는데.
너무 간단하게 집 문제가 해결되었다.
나중에 커서 이자 쳐서 갚으면 된다.
삼촌도 이자 쳐서 엄마에게 갚았으니, 나도 그러면 되는 거지.
지금은 그냥 고맙게 받는 거다.
삼촌이 골목의 첫 집에 살게 된다.
생각보다 든든한 느낌이다.
이래서 다들 씨족사회를 이루고 사는 건가?
골목 첫 집.
앞마당에 세워져 있는 부동산 간판에
‘For Sale’이 아니라 ‘Sale pending’이란 말이 붙었다.
즉, 클로징만 남은 상태라는 것.
평소에는 특유의 큼큼한 냄새 때문에 빙 돌아서 가곤 했던 집이 갑자기 사랑스러워 보인다.
동네 사람들 모두 격하게 반긴다.
– 리암. 도움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 리사는 좋겠네. 든든하겠어. 내 동생 놈은 우리 꼴 보기 싫다고 캘리포니아로 도망갔는데 말이야.
– 우리 누나는 아예 태국으로 갔어. 이게 말이 돼?
– 우리 형은 어디 사는지도 몰라.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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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 집에 리암 아저씨가 들어온다고?”
“어.”
“대박. 그럼 우리 동네에 패터슨네가 두 집이나 되는 거네?”
“난 찬성.”
“나도.”
참나.
본인들 찬성이 뭐 필요하다고.
공부방 놈들 역시 쌍수를 든다.
그래도 뭐 찬성이라니 좋기는 하네.
3주는 순식간에 지났다.
삼촌이 드디어 집을 인수했다.
그 사이 우리 집의 소유권 이전도 끝이 났다.
집 자체가 10만불짜리다.
1년에 누군가에게 세금 없이 선물로 줄 수 있는 금액이 대충 16만5천불.
소유권을 이전하면서 엄마와 삼촌은 둘 다 울었다.
나는…웃었다.
공짜 집이 생겼는데 춤을 춰야지.
삼촌이 열쇠를 넘겨받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야드를 완전히 뒤집는 일이었다.
인부들이 와서 야드를 뒤집는 동안 우리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메디슨도 함께다.
본인 집이기도 하니 이제부터 자주 들락거리겠지.
작업복에 머리를 질끈 묶고 왔다.
작정하고 일 하려고 온 것이다.
“으아. 냄새.”
“마스크 똑바로 써.”
“집 구조 괜찮은데? 왜 이 집을 그렇게 썼지?”
“사정이 있었겠지. 창문 다 열자.”
“어.”
마리화나는 물을 많이 먹는 식물이다.
집이 좀 습한 느낌이다.
곰팡이가 없는 게 신기할 정도.
식물을 키워야하니 곰팡이에는 신경을 좀 쓴 모양이다.
창문이란 창문은 싹 다 열고, 청소를 시작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