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284
284화 소드마스터 힐러님(완결) #
소드마스터 힐러님 284화
87장 황제를 죽여라(4)
검성의 경지에 오른 지 얼마 안 된 병아리인지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흡수.”
싸늘하게 식어가기 시작하는 검성의 시체에서 체력과 마력을 흡수했다.
-동조율 93%입니다.
병아리라고는 하지만 검성이라서 그런지 동조율이 1%나 올랐다. 성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정리된 것 같네요.”
“성문을 열어도 될 것 같습니다.”
검성과 함께 성문을 지키고 있던 다른 기사들도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키메라 기사들이 처리한 것이었다. 성준은 에리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소이드와 토벤을 향해 성문을 열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리펄스가 증원을 차단하는 동안 연합군과 해방군의 병력이 진입해야만 했다.
성준은 붉은 신호탄을 하늘로 쏘아 올렸다. 어차피 대규모 병력은 은밀하게 이동하는 게 힘들었다.
“시, 신호탄?”
“적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남문이 열렸습니다! 속히 증원 병력을 보내야 합니다!”
남문 주변의 성벽이 소란스러워졌다.
“주변 정리해라.”
성준은 직접 움직이는 대신 소이드와 토벤에게 지시를 내렸다. 두 키메라 기사는 푸른 오러가 깃든 검을 휘둘러 성벽을 정리했다.
연합군의 기동 부대와 해방군의 기마대가 도착할 때 즈음에는 남문 근처 성벽의 민병대는 모두 도망친 뒤였다.
키메라 기사들이 장교들과 독전 부대를 처리하자 민병들은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는 걸 선택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해방군입니다! 민병대는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십시오! 저항하지 않고 항복한다면 해방군의 이름으로 보호를 약속하겠습니다!”
루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확성 마법이었다. 다른 이들의 목소리도 섞여 들리는 걸 보아 기마대와 동행한 마법사들이 민병대의 사기를 깎고 있는 듯했다.
루토의 계책은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자발적으로 무기를 든 민병은 거의 없었다.
뒤이어 기마대와 함께 이동한 정예 병력이 장교들과 독전 부대를 추가로 정리하자 민병대의 9할이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거나 도망쳤다.
“강성준 경! 그리고 에리나 경! 말을 준비해왔습니다!”
말을 탄 루토가 다가왔다. 그의 옆에 안장을 얹은 말 2마리가 있었다.
“말은 필요 없습니다.”
“저도요.”
검성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존재다. 평소에는 체력을 아끼기 위해 말을 타고 이동해도 되지만 전투 상황에서는 오히려 방해되는 경우도 있었다. 기동력면에서도 굳이 말을 탈 필요가 없기는 했다.
연합군 기동 부대와 해방군 기마대는 선봉대에 불과했다. 수십 만에 이르는 주력군이 활짝 열려 있는 남문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진군해 오고 있었다.
“제7 기마대와 제8 기마대는 본군이 도착할 때까지 남문을 사수하라.”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국에 자유의 영광을!”
루토의 명령에 따라 제7 기마대와 제8 기마대를 남겨둔 채 남은 병력은 페이드 후작과 함께 황성을 향해 진군했다.
수도에 남아 있는 수도 방위군과 제국군이 결사항전의 각오로 막아섰지만 검성 4명의 돌파력은 그들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성준, 에리나, 리펄스, 그리고 동부 방면군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검성까지! 그들은 황성을 향한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마, 막아라! 아군의 검성님들이 집결하기 전까지 버텨야 한다!”
서문과 동문, 그리고 북문을 수호하고 있던 검성들이 황급히 움직였지만, 수도는 넓었다. 그들이 황성에 집결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전진하라! 제국에 자유의 영광을!”
페이드 후작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동안 조용히 살아왔던 울분을 모두 토해낼 듯한 외침이었다.
“황제 폐하! 피하셔야 합니다!”
황성 내부에 있는 황궁에서는 황실 친위대장이 황제를 향해 도망을 종용하고 있었다.
“동문과 서문, 그리고 북문을 수호하고 있던 검성들이 집결할 때까지 황성이 뚫리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없습니다.”
“리펄스 자작은 어디 있나?”
“알론스 백작과 함께 모습을 감췄습니다. 배신한 것 같습니다. 어서 수도를 떠나야 합니다!”
“퇴로는 확보되었나?”
황제가 물었다. 수도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는다는 어리석은 선택지를 따를 생각은 없었다.
제국의 영토는 넓었고 제국군은 여전히 강대했다. 수도가 함락되더라도 각 지방에 흩어져 있는 군대를 집결시키면 승산은 있다고 판단했다.
“모든 퇴로가 차단당했습니다. 이미 황성은 포위되었고 특무군과 정찰총국의 정보망은 마비되었습니다. 적의 검성 전력이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특무군 사령관, 아레스 백작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저와 황실 친위대가 목숨을 바쳐서 뚫겠습니다!”
“황실 친위대장.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사실상 퇴로를 뚫는 건 불가능합니다. 차라리 발리안 경을 내보내서 적의 검성 전력을 전멸시키는 게 전황을 호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좋은 생각이군.”
아레스의 의견에 황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곧 13기사회의 현 최고 기사를 맡고 있는 발리안에게 향했다.
뱀과 같이 간교한 얼굴을 한 그는 황제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입을 열었다.
“하명하십시오. 황제 폐하.”
그 모습은 외견과는 달리 충직한 기사, 그 자체였다.
“섬멸이다! 제국에 반기를 든 모든 적을 섬멸하고 와라!”
“지엄한 황명을 받들겠나이다.”
발리안은 기사 여단의 휘하 기사들과 함께 전선으로 향했다.
“황성 정문이 파괴되었습니다.”
“내가 먼저 갈게.”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에서 지원 포격을 펼치고 있던 레이아가 S급 헌터 4명과 함께 정문을 넘었다. 리펄스 자작과 해방군 정예 기사들이 뒤따랐다.
“막아라!”
황성 수비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황실 친위대만큼은 아니지만 그들의 실력도 뛰어나고 무장 상태도 좋았다.
“귀찮아. 블레이드 템페스트.”
레이아가 손을 휘젓자 대마법이 완성되었다. 수십 개의 오러 블레이드가 빠르게 회전하며 황성 수비대를 덮쳤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황성 수비대원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황실 친위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레이아가 다시 한번 손을 휘저으려는 순간이었다.
“어……?”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화끈한 느낌이 들어서 시선을 옮기니 붙어 있어야 할 오른팔이 없었다.
“꺄아아아악!”
레이아가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레이아 씨!”
“엄호해!”
후퇴를 지원하기 위해 S급 헌터 4명이 움직였다. 그리고 죽었다.
“커, 커헉!”
“대체…….”
“무슨 일이…….”
“쿨럭!”
피를 흩뿌리며 힘없이 쓰러졌다.
“제기랄!”
리펄스는 방어 자세를 취한 채 레이아의 앞을 막아섰다. 레이아 또한 이미 마법으로 상처를 지혈하는 것과 동시에 공격 마법의 캐스팅을 끝낸 상태였다. SSS급 헌터답게 대처가 빨랐다.
“레이아 경. 괜찮습니까?”
“난 괜찮아.”
“다행이군요. 지금부터 상대할 적은 저 혼자서는 승산이 보이지 않습니다. 원호를 부탁합니다.”
“문제없어.”
레이아는 왼팔을 들어 올렸다. 리펄스도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곧 그들은 한 명의 기사를 볼 수 있었다. 황실 친위대의 경의를 받으며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최고 기사 발리안…….”
리펄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현 최고 기사 발리안은 로우켈 다음으로 천재라고 평가받는 검성이었다.
리펄스의 실력 또한 우수하지만 그를 상대할 자신이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지원이 올 때까지 최대한 버틴다.’
두 개의 검을 들어 올리는 리펄스를 보며 발리안은 싸늘한 미소를 머금었다.
“방어 자세라…… 지원군이 올 때까지 버틸 생각인가?”
발리안의 모습이 사라졌다.
“플레임 스프레이!”
동시에 레이아가 고위 마법을 완성했다. 사방에 뜨거운 불꽃을 흩뿌렸지만 발리안은 여유롭게 리펄스의 배후로 접근했다.
“나를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볼까?”
어느새 뽑은 검이 리펄스의 목을 노렸다.
“크아아악!”
리펄스가 붉은 피를 쏟아내며 다급하게 물러났다. 목이 날아가는 건 피했지만 갈비뼈 여러 개가 잘려나가는 치명상을 입었다. 리펄스는 입안에 비릿한 핏물이 고이는 걸 느꼈다.
‘이 정도일 줄이야…….’
생각보다 강했다. 직접 검을 겨룰 기회가 없었으니, 그의 실력을 정확하게 가늠하지 못했던 건 당연했다.
“지금부터 살육을 시작할까 하는데…… 반대 의견은 없겠지.”
“아아…….”
레이아가 붉은 피를 토해냈다. 정신을 차려보니 복부를 관통한 검이 보였다.
“이제 마지막이다.”
복부에서 빼낸 검으로 레이아의 목을 찌르려는 순간이었다. 그는 살기를 느끼고 옆으로 몸을 던졌다.
전신을 싸늘하게 물들이는 짙은 살기였다. 조금 전까지 그가 있던 자리에는 단검이 꽂혀 있었다.
“그건 내가 할 말이다. 발리안.”
“강…… 성준…….”
“레이아 씨. 꼴이 말이 아니군요.”
성준은 레이아와 리펄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힐.”
두 사람의 부상이 회복되었다. 레이아 같은 경우에는 잘린 팔이 붙었다.
“두 사람은 물러나세요. 저놈은 제가 죽입니다.”
반드시.
“배신의 대가는 가혹할 거다. 최고 기사여.”
때가 되었다.
“제기랄! 하얀 악마!”
“리슈발트! 동조율 최대로!”
발리안이 먼저 고속 이동술을 펼쳤다. 성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리슈발트에게 동조율을 올릴 것을 지시하며 검을 들었다.
-동조율 100%! 과거의 영광이 재현될 것입니다! 최고 기사의 재림입니다!
리슈발트의 목소리가 격하게 떨렸다. 전생의 로우켈과의 동조율 100%가 되었다. 과거의 영광이 이곳에서 재현된다!
“환영검.”
“연검!”
두 기사가 충돌했다. 각자 자신 있는 응용 검술을 펼치는 것으로 진검승부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동조율 100%,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는 성준을 발리안 따위가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크윽!”
10번의 공방 끝에 발리안이 신음과 함께 핏물을 잔뜩 토해냈다. 성준의 검에 흉부를 깊게 베인 것이었다.
오러 아머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동조율 100%의 강화 오러 블레이드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오히려 집중이 분산되기 때문에 악영향이었다. 발리안 역시도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오러 블레이드에 모든 마력을 집중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 같은!”
다시 검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발리안은 계속해서 밀리고 있었다.
‘쉽게 결판날 것 같지는 않군.’
성준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그는 발리안의 검을 쳐내며 입을 열었다.
“여기는 제가 맡겠습니다! 황제를 확보하세요!”
“맡기겠습니다!”
리펄스는 레이아,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에리나와 함께 해방군 병력을 이끌고 황궁으로 향했다.
“제기랄! 하얀 악마 놈! 비겁하다!”
“그건 약자의 변명이야.”
일순간 빠르게 휘두른 검이 발리안의 왼팔을 날렸다.
“최고 기사의 수준이 고작 이 정도냐?”
“대, 대체 이런 괴물이…….”
“네가 만든 괴물이다. 발리안.”
두 다리가 잘려나갔다.
“크아아악!”
발리안이 쓰러졌다. 이번에는 오른팔이 없어졌다.
“쓰러져 기어라, 목숨을 구걸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죽일 생각이니까.”
푸욱!
검이 목을 꿰뚫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리안의 숨통은 끊어지지 않았다.
“리도니아 대평원에서의 원수를 이제야 갚는구나.”
“서, 설마…… 네놈…… 끄르르륵…….”
“그래. 로우켈이 돌아왔다.”
발리안의 숨이 끊어졌다.
“흡수.”
-동조율 100%입니다!
최고 기사답게 보유한 마력이 아주 많았다.
“강성준 경! 이럴 수가! 최고 기사를 상처 하나 없이 쓰러뜨린 겁니까?”
“황제는 잡은 겁니까? 리펄스 경.”
“네. 황실 친위대가 격렬하게 저항하기는 했지만 저희가 압도적으로 수가 많으니, 곧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죠.”
“이걸로 끝이군요.”
성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제 황제의 목을 치기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 * *
황제의 처형이 결정되었다. 처형인은 성준이 맡게 되었다.
‘마지막 가는 길은 내가 보내줘야지.’
처형장으로 향하는 황제의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반대로 성준은 걸음걸이는 경쾌했다.
“두려운가?”
“아니, 신나는군.”
성준의 물음에 황제가 대답했다.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디부터 잘못된 건지…….”
황제의 혼잣말이었다. 성준은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종족 연합과의 동맹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닥쳐라, 지구인의 의견 따위 듣고 싶지 않다.”
“변하지 않았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뻔뻔한 황제의 태도에 성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로우켈의 제자의 손에 죽는 건 나쁘지는 않군.”
어느새 도착한 처형대에 올라간 황제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무슨 뜻이지?”
성준이 물었다. 황제가 말한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말 그대로다. 로우켈의 제자여…….”
성준을 보는 황제의 시선에서 복잡한 감정이 묻어 나왔다.
“후회하는 건가?”
“그래 봤자 무슨 소용이겠나. 나는 이제 곧 죽을 운명인 것을. 다만, 한마디만 하겠다.”
“유언이라면 들어주마.”
“제국을 잘 부탁한다. 로우켈의 제자여.”
황제의 부탁에 성준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걱정 마라.”
들어 올린 검이 황제의 목을 쳤다.
“와아아아아!”
“황제가 죽었다!”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제 끝났다. 정말…… 긴 싸움이었다.
* * *
에필로그.
2년 후.
“세준이가 자기를 찾고 있어요.”
넓은 파티장에서 한복을 입은 여인이 품 안에서 우는 아이를 달래고 있었다.
그녀는 윤설아였고 안고 있는 아이는 성준의 아들인 강세준이었다.
“아이고! 우리 손자! 할아버지를 보고 웃어보렴!”
성준의 아버지, 수혁은 예전과 달리 건강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는 최근 손자 바보가 되어서 세준의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최고 기사 강성준 경의 아들이 벌써 돌잔치를 할 나이가 되다니…… 세월 참 빠릅니다.”
“도련님은 분명 최고의 마도학자가 될 겁니다.”
루토와 대화를 나누는 이는 제로스였다. 그는 은근슬쩍 자신의 욕심을 비췄다.
“형님! 제로스가 지금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장훈아. 길드장님 지금 바쁘시다.”
목소리를 높이는 장훈을 보며 신철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정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얼마 전 장훈과 정철은 신철을 뒤따라 S급 헌터가 되었다. 특히 정철은 이계와의 교류를 담당하는 이계 사무국의 국장이 되어 성준을 보조했다.
“너희, 너무 시끄러운 거 아니야? 세준이가 울잖아.”
“주군. 돌잔치의 규모가 커서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한숨과 함께 성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옆에는 놀랍게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리슈발트가 있었다.
“리슈발트 경. 제가 만들어 준 마리오네트는 어떻습니까?”
“아직 조금 불편하지만, 곧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좋아요.”
제로스와 리슈발트를 뒤로 한 채, 성준은 설아와 세준에게로 향했다. 그가 발걸음을 옮기자 지구의 헌터들은 물론이고 이계인들까지 경의를 표했다.
“황제 폐하께서 입실하십니다!”
“이런…….”
세준이를 달래려 했지만, 황제가 등장하고 말았다. 성준은 한숨을 쉬며 설아의 눈치를 살폈다.
“어서 가봐요. 세준이는 내가 달랠게요.”
“부탁할게.”
성준은 서둘러 황제를 맞이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파티장의 입구에서 페이드 황제가 황실 친위대장이 된 에리나와 함께 천천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황제 폐하.”
“최고 기사 강성준 경! 잘 지냈는가?”
“네. 종족 연합과 왕국 연합과의 일로 바쁘실 텐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신경 쓰지 말게! 종족 연합은 내전 후유증으로 정신이 없고 왕국 연합은 강성준 경의 ‘킹스골드’ 덕분에 별일 없이 휴전할 수 있었네.”
예전에 받아두었던 킹스골드의 가치가 빛을 발했다.
“물론 루토 경의 외교관들도 고생했지만, 말이지. 하하하!”
작전 참모 루토는 외교관이 되었다.
“그나저나 돌잔치는 아직인가? 빨리 보고 싶은데…….”
“지금 진행하려고 했습니다.”
성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황제와 함께 자리를 옮겼고 돌잡이를 앞두고 있었다. 일반적인 돌잡이와는 달랐다.
일반적인 돌잡이 도구들에 각종 마법도구들과 장난감 칼 같은 것들이 추가되었다.
“마지막으로! 뭐가 필요할까요? 네 맞습니다. 바로 돈입니다. 우리 세준이한테 흔쾌히! 용돈을 기부해줄 분 계십니까?”
수많은 사람이 손을 들었다. 하지만 낙찰된 사람은 최근 SS급 헌터가 된 나준열이었다.
“정의로운 사람이 되렴.”
이상한 대사와 함께 5만 원권을 올려놓았다.
“자아! 시작합니다!”
돌잡이가 시작되었다.
“실타래를 잡았으면 좋겠어요.”
설아가 말했다. 성준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결국 집은 건.
“칼입니다! 장난감 칼을 주웠습니다!”
사회자가 탄성을 토해냈다. 성준은 고개를 저었고 여기저기서 박수가 쏟아지는 순간이었다.
우웅!
장난감 칼에서 오러 블레이드가 솟구쳤다.
“아, 제발!”
성준의 절규가 파티장을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