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08)
제 1111화
246화. 미트라 대사막 쟁탈전(19)
“아니, 잠깐! 지금은 일단 기다려야 한다, 요나야.”
오울이 손을 들어 요나를 말렸다.
“히?”
“아무래도 시마트라는 놈이 제대로 분노한 모양이구나. 진 쪽에 퍼진 적뇌 파장이 심상치 않다.”
그 말대로, 진과 투왕들 근처의 적뇌가 급격히 증폭하고 있었다.
그 여파에 사막 곳곳에 붉은 소용돌이가 번지며 공간이 일그러졌다.
시마트는 함교를 빠져나오자마자 적천신검을 개방하고 있었다.
테토와 가르문드를 부상에 빠뜨린 그 검, 요나도 뒤늦게 그 거대한 기운을 알아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언제 움직여요?”
오울은 대답하지 않고 한동안 전투의 형세를 지켜보았다.
거리가 먼 탓에 자세하게 살필 수는 없으나, 격돌하는 기운의 흐름을 읽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역시, 명왕족 투왕과 유사한 기운이 둘 더 늘었다. 벨리즈 경과 린파 경 때처럼 투왕들이 더 소환된 모양이군.’
진과 투왕들의 기운이 서로를 보완하는 형세가 도드라지고 있었다.
그 거대한 뇌기들은 언뜻 무질서하게 느껴지나 분명 진을 중심으로 헤쳤다 모이기를 반복했고, 한순간도 연결성을 잃지 않았다.
최소 오울 정도는 되어야 저 혼란 속에 내재된 질서를 알아볼 수 있었다.
반면, 시마트와 함대가 발산하는 뇌기는 한눈에 보기에도 질서정연한 형태였다.
붉은 소용돌이들은 전부 일정한 간격을 둔 채 톱니바퀴처럼 맞물렸고, 그 사이를 채우는 파장도 전부 일정하게 번졌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도된 웅장한 건축물을 보는 느낌마저 들었다.
자유와 통제, 명왕족과 적명족의 뇌기는 그토록 다른 특성을 띠고 있었다.
‘힘의 크기는 분명 적명족이 한참 우위다. 그러나 적뇌를 구성한 질서가 깨지기 시작하면, 과연 수복도 그만큼 빠를 것인가?’
오울이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전장 좌측에 놓인 붉은 소용돌이 하나가 금뢰를 맞아 흩어지는 모습이 이어졌다.
금뢰는 오울조차 인식하지 못한 방향에서 내리쳤다.
황금운의 금빛 구체가 아니라, 그 사이를 오가던 푸른 뇌기 사이에서 떨어진 것이다.
‘흩어진 적뇌가 바로 회복되기는 하는군. 하지만, 진과 명왕족들이 계속 적뇌 안에서 요동치면, 조금씩 틈이 생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울은 계속 싸운다면 시마트 쪽이 승리를 거두리라 확신했다.
적명족이 적뇌의 질서를 유지하느라 한 번씩 주춤한다 한들, 전투가 길어지면 먼저 지치는 건 진 쪽일 수밖에 없었다.
화력 차가 그만큼 심한 까닭이었다.
하지만 바멀 연합의 목적은 전투 승리가 아니다. 따라서 승패가 갈라질 때까지 싸울 이유도 없었다.
연합에게 필요한 건 그저 해방 장치를 라프라로사의 통로로 던질 한 번의 기회.
그 정도는 진과 투왕들이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을 터였다.
“요나야, 조금만 기다리면 더 좋은 순간이 오겠구나. 아마 짧으면 한 시간, 길어도 두 시간을 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적명족을 상대하는 건 진과 명왕족들뿐만이 아니다.
“오, 명왕족 투왕이 둘이나 더 소환된 모양이군. 아무래도 가르문드와 테토라는 친구 같은데?”
“1기수, 리탈의 화력이 진 쪽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빈틈을 노려 보죠.”
“좋아, 단테! 너도 막내랑 친해서 그런가, 나랑도 손발이 척척 맞는구나.”
루나와 단테.
“하여간 우리 사위는 운도 좋아. 아직 장치를 던져 보지도 못했는데 또 투왕들이 나타났네? 단지 교란 목적이 아니라, 진짜 한 방 먹일 기세로 날뛰어도 괜찮겠는걸.”
“비궁주, 자네 검에선 그야말로 미학이 느껴지더군. 우리 제자가 본받을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난 루나한테 뭘 가르칠 게 있다고 하는 사람을 처음 봤어, 정말. 심지어 바네사가 눈앞에 있는데 말이지. 참 멋진 영감이야.”
“1기수가 직접 엘티엇 경을 스승으로 모시기로 했고, 소가주께서도 허락하셨으니 상관없습니다. 실제로 엘티엇 경을 만나고 1기수의 검이 더 빛나기 시작했다는 느낌도 드는군요. 안 그래, 길고양이?”
“냐옹, 냐.”
“아이, 귀여워.”
“으흐응…… 좀 애매한데, 귀여운 느낌이 없지는 않네. 아슬아슬하게 애인 삼아줄 정도는 되겠어.”
“그건 사양하겠다옹.”
“허허, 정녕 말세로군, 말세야. 그래서 다들 미쳐 버린 게지…….”
탈라리스와 엘티엇, 헤도(그는 이제 전대 흑기사들이 길고양이라 놀리는 걸 받아들였다)까지.
그들도 본격적으로 감각을 곤두세우며 적들 사이를 쇄도하고 있었다.
룬칸델의 결전기, 하이란의 비기, 비궁의 오의, 헤도의 괴력이 어우러지며 사막을 거칠게 흔들었다.
진과 투왕들만큼 완벽한 합은 아니나, 그들 역시 서로 다른 검을 익혔다고 볼 수 없을 만큼 유기적인 합공을 보여주었다.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빈틈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엘티엇이 청풍제라는 이명답게, 지금껏 보여준 특유의 부드러운 기운을 통해 상쇄하고 있었다.
‘시론이 패도, 론이 정도라면, 이 인간이 창성에 닿아 거머쥔 것은 조화쯤 되겠군. 이토록 약해졌는데도 우리 전부를 아주 편안하게 아우를 정도라니.’
탈라리스를 비롯한 동료들은 그런 엘티엇의 움직임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가 손을 한 번 쓸 때마다 갑자기 없던 공간이 드러났고, 그가 보법을 밟을 때마다 사로가 닫히고 활로가 열리는 것 같았다.
“찻, 떼잇! 하챠! 우리얍!”
듣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기합을 쉴 새 없이 내지르고, 연체동물이라도 된 듯 괴이한 형태로 몸을 꺾으며 전장을 누비는 모습이 썩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래도 창성의 근본은 영원불멸한 것이었다.
적뇌의 철옹성이 흔들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적명족들의 심리까지 흔들리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연합이 아무리 막강하다 한들, 난데없이 또 투왕들이 추가되었다 한들, 공중요새 4기가 밀릴 일은 없다고 확신했다.
“흡!”
시뻘겋게 빛나는 테탈론이 벨리즈의 이마를 스쳤다.
잠시 물러난 벨리즈를 대신해 가르문드의 대검이 밀려들었고, 뒤로는 테토와 린파의 공격이 들어섰다.
테토와 린파의 일격은 적뇌 파장이 형성한 벽이 가로막았고, 가르문드는 주포에 요격당해 지상으로 떨어졌다.
그사이 정확히 시마트의 목으로 날아든 금뢰 광속찌르기는 테탈론으로 받아쳤다.
정신없는 공방이 오가는 와중에도 시마트는 침착하게 진의 노림수가 무엇일지를 가늠했다.
‘명왕족이 소환된 건 오류의 일환이라는 보고가 있었다. 게다가 저들이 추가됐다 한들 이 전력으로 끝까지 우리와 싸울 리는 없어. 무언가 계획한 게 있을 텐데…….’
엘로나가 처음 참전했을 때, 진은 균열이 공격당해도 상관없다는 듯 그냥 돌아갔었다.
시마트가 보기에 지금도 진은 딱히 균열을 지키려는 것 같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주의를 빼앗으려는 것 같았다.
‘……균열로부터 내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는, 하나뿐이다. 요나 룬칸델 같은, 은신에 특화된 인물이 균열 근처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려는 것.’
그렇게 생각한 찰나, 시마트는 균열 근처에 한 사람이 다가온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명왕 오울, 역시 그렇군.’
시마트는 그를 보자마자 적천신검의 적해를 칼끝 한 점으로 끌어모았다.
갑자기 적뇌 파장이 옅어진 탓에 한창 그 속에서 움직이던 연합원들의 균형이 무너졌고, 응축된 적해는 벼락처럼 오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마치 반이 첫 반격 때 엘로나에게 쏜 것처럼, 빛처럼 빠르고 얇은 검기였다.
네 기의 공중요새가 가진 동력이 그 일격을 모방할 수 있도록 보조한 것이다.
“오울 경!”
진이 가장 먼저 반응하며 오울에게 몸을 던졌다.
네 명의 투왕들도 곧바로 오울을 감싸려 했으나, 거리가 멀었다.
시마트의 검기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도 없었다.
결국 진과 오울 둘이서만 적해를 받아내야 했는데, 오울은 이 사태를 예상치 못한 듯 반응이 느렸다.
“커헉!”
“큽……!”
쩌엉, 크가가각-!
적해는 시그문드에 격돌한 후, 자연스럽게 흩어지며 그 뒤의 오울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런데도 시그문드에 가로막힌 적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 진은 마저 그를 엄호할 수 없었다.
진도 적해의 충격에 핏물을 토해낸 것이다. 황급히 추스르고 돌아본 오울은, 몸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심장과 목은 괜찮다……! 한데, 어째서 요나 누님이 아니라 오울 경이. 게다가 저 표정은.’
오울은 진에게만 보일 만큼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일부러 미끼가 된 것이다.
추후 요나가 균열로 다가올 때, 시마트가 조금이라도 방심할 수 있도록.
진은 설명을 듣지 않고도 오울의 계획을 알아보았다.
무모하다는 생각과, 위험도에 비해 보상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마트는 한 번 노림수를 격파했다 하여 날이 무뎌지는 부류가 아니었다.
그러나 오울은 확신하고 있었다.
딱 지금, 1초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이 순간에 자신이 다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진, 이 몸이 그래도 무명왕이다, 이 세상에서 나보다 이런 작전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는 뜻이다.’
오울이 지금 몸을 던진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흥, 지플이 드디어 코빼기를 비추는군.’
지플, 그들이 사막에 들어선 걸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시마트는 잠시 지플의 위치를 확인할 테고, 그때가 바로 요나가 장치를 옮길 순간이었다.
요나는 이미 적뇌포 사이에 숨어 2조에게 접근을 끝낸 상태였다.
그 위치는 정확히 지플이 나타난 반대 방향이었다.
오울은 이 모든 걸 정확히 계산한 것이다.
“잘 던져, 근육 아저씨.”
“물론이지, 요나 아가씨.”
헤도가 균열을 향해 있는 힘껏 장치를 던졌다.
장치는 마치 검기처럼 쏘아져서 시마트의 등 뒤를 지나쳤다.
그 순간 시마트는 바로 움찔하며 낯선 물체가 균열로 날아가는 걸 확인했으나, 그쪽으로 검을 뻗을 수는 없었다.
당연히 오울을 보호하느라 제자리를 지킬 줄 알았던 진이, 어느새 거리를 좁혀 시그문드를 휘둘러왔기 때문이었다.
‘오울 경이 옳았군, 지금이 최적이었다!’
오울은 한 번 더 지상을 친 적뇌포에 맞아 죽을 뻔했으나, 진을 시마트에게 올려보낸 건 바로 그였다.
오울은 하늘로 튕기며 엄지를 척 치켜들고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해방 장치는 무사히 라프라로사의 통로로 들어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