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09)
제 1111화
246화. 미트라 대사막 쟁탈전(20)
“형제들!”
투왕들은 그것만 듣고도 바로 오울을 지키기 시작했다. 투왕들의 무기가 미친 듯이 쏟아지는 적뇌포를 쳐냈다.
그사이 진은 시마트, 그리고 지플의 병력이 나타난 방향을 확인했다.
‘이번에도 엘로나 경이 직접 나타났군.’
코젝을 비롯한 스무 척의 함대도 보였다. 유령대와 마령대, 망령대가 강하하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적명족과 지플은 서로를 절대 공격하지 않는다. 그러니 굳이 함대까지 이끌고 온 것이겠지.’
해방 장치를 라프라로사의 통로로 던졌으니 더 싸울 이유는 없었다. 엘로나까지 합세하면 전세는 아주 빠르게 기울 터. 부상당한 오울을 챙겨 최대한 빨리 물러나는 게 상책이었다.
‘룬칸델이 뒤를 봐주면서 빠져야겠군.’
루나와 바네사도 이미 똑같이 판단한 후 진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다만 진이 그들을 맞이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시마트가 차갑고 단단한 눈으로 진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언가 작전이 성공한 모양이군, 진 룬칸델. 이리 서둘러서 빠지려는 것을 보니.”
“그래, 들켰군.”
“그냥 둘 것 같나?”
시이잇!
테탈론의 시뻘건 칼날이 진의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시그문드는 그의 얼굴을 스칠 뻔했으나, 공중요새의 적뇌 파장이 보조한 탓에 공격 궤도가 틀어졌다.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군, 시마트와의 근접전은.’
모든 사각을 공중요새가 보조한다.
그게 시마트와 싸울 때 가장 거슬리는 지점이었다. 시마트를 보조하는 적뇌 파장은 진조차 단칼에 밀어내긴 쉽지 않은 밀도를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근접하면 근접할수록 시마트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워지고, 진은 제한된다.
“그러면 좋겠군.”
“네놈들은 아마 라프라로사를 소환할 수 있는 어떤 장치를 통로로 던진 것일 테지. 하지만 청풍제가 그런 설명은 해주지 않은 모양이군. 오류 상태의 아공간 안에서, 그런 정밀 기계는 버틸 수 없다.”
그렇다면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게 상책일 테지만, 이 세상에 단일 화력으로 시마트를 뛰어넘는 무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직 놈들이 가진 최강의 공중요새라는 크리는 대사막에 나타난 적도 없다. 이번에 형제들을 전부 무사히 해방시키지 못하면, 미래는 없는 거다.’
진과 시마트의 검이 재차 교차한 찰나, 루나와 바네사가 적뇌 파장을 뚫고 난입했다.
투왕들은 이번에도 진의 명령 없이 알아서 발을 맞췄다. 오울을 중심으로 나머지 동료들까지 아우르며 후방으로 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너희 셋만으로 우리 추격을…….”
[키햐아앗!] [뒤져, 뒤져!]갑자기 들려온 마족 3인방의 목소리에 시마트의 얼굴이 구겨졌다. 반면 진은 화색을 띠며 잽싸게 마살룬에게 거래를 요청했다.
“마살룬, 슈리 만지기 5분. 어떠냐?”
[계약 완료. 마살룬은 너를 저주한다, 시마트.]시마트와 공중요새의 시너지가 궁극에 가깝다 한들, 마족 3인방은 대사막에 한정해서는 말 그대로 무적이었다.
이제는 전처럼 허약하지도 않으니 시마트로서도 마냥 무시할 수 없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선 루나와 바네사가 추가된 것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비록 파괴력 자체는 그들에 미치지 못하나, 이들은 아예 견제 자체가 불가능하니 말이다.
테탈론에 담긴 적천신검이 얼마나 강하든 마족들을 벨 수는 없었다. 마족들은 마살룬을 필두로 순식간에 시마트와 진의 거리가 벌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진은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다 재차 거래를 요구했다.
“슈리 5분 추가하는 대신, 스리비와 카르마슈는 지플 쪽을 견제하게 만든다.”
[좋다. 그러나 스리비와 카르마슈의 동의도 필요하군.] [마살룬이 좋다면야 뭐.] [맨날 우울증에 빠져 울상만 짓는 녀석의 부탁이니 들어줘야지. 그런데 진 룬칸델, 우린 뭐 없냐?]“필요하면 너희도 슈리를 만져.”
[그건 마살룬이 싫어할걸. 흠! 좋아, 그럼 이렇게 하지. 미트라 대사막 쟁탈전이 끝난 후, 한동안 우리 애들을 좀 봐주는 건 어떠냐?]‘우리 애들’이란 당연히 킨젤로를 뜻했다.
“그런 부탁을 할 줄은 몰랐군, 의외인데.”
[그래도 우릴 소환한 녀석이 거기 있으니까 말이야. 오르갈 녀석도 뭐…… 나름 심연의 역사에 중요한 인물이고.]“좋다, 약속하지.”
진은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요구한 조건이 아주 애매한 까닭이었다. 대사막 전투가 끝난 후 킨젤로를 하루만 공격하지 않아도, 그 역시 봐줬다 할 수 있을 테니까.
[클클, 애들이 좋아하겠군. 그럼 우린 지플 놈들 밀어내러 가마. 나중에 두말하기 없기다!]스리비와 카르마슈는 진의 검은 속내를 꿈에도 모른 채 켈켈 웃으며 엘로나를 향해 나아갔다.
“쟤들은 진짜 바보네, 막내야.”
“킨젤로는 예로부터 써먹기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 외엔 전부 단점이라 문제일 뿐. 그러니 하나 있는 장점을 잘 지켜야겠죠. 안 그러면 제가 다 죽여버릴 거니까.”
“순간적으로 가주님이 말씀을 하신 건가 싶었습니다, 소가주님.”
세 사람이 씨익 웃으며 시마트를 노려보았다.
시마트는 마살룬의 저주 때문에 다시 진 일행과 거리를 제대로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적천신검으로 광파를 쏘아대긴 했으나, 그것만으로 세 사람을 묶을 순 없었다.
대신 시마트의 근접전에 사용하던 공중요새의 동력이 다시 주포로 돌아가고 있었다. 주포는 쉴 새 없이 물러나는 연합원의 머리 위로 불을 뿜었다.
갑자기 테토와 가르문드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쯤에서 연합원들은 상당한 피해를 받았을 것이다.
투왕들이 몸을 아끼지 않으며 적뇌포를 쳐내는 중이었다. 최대 화력이라면 그들에게도 버거운 일일 테지만, 공중요새는 주포의 동력을 5할 이내로 조절하고 있었다.
최고 출력 주포를 난사하면 필연적으로 지플 일당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진과 루나, 바네사가 문제였다.
역으로 그들이 먼저 시마트와 거리를 좁혀 공세를 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때 근접전을 지원해야 할 동력이 부족하면, 시마트라 할지라도 큰 부상을 면할 수 없었다.
적명족으로서는 울분과 짜증이 치솟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마족들만 아니라면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건만, 발목을 잡아도 이렇게 잡을 수는 없었다.
물론 진과 동료들에게도 고민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소가주, 마족들이 언제 갑자기 돌아설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저들이 돌변하기 전에 해방 작업을 끝내야 할 겁니다.”
마족들이 돌아서면, 그때부터는 바멀 연합도 많은 피를 흘릴 수밖에 없다. 부상자는 물론이고, 사망자도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렇게 만들 겁니다.”
진이 적천신검의 광파를 피하며 지플 쪽에 시선을 두었다.
스리비와 카르마슈가 집요한 모기처럼 엘로나의 곁을 맴돌고 있었다. 그녀는 시마트와 달리 꽤 많은 정타를 허용하고 있었는데, 타격은 전혀 없었다.
엘로나 역시 진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전장을 휘젓기 시작하면, 투왕들에 더해 최소 둘 이상의 초인도 방어진을 펼쳐야 할 터였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가장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스리비와 카르마슈는 마살룬만큼 확실하게 엘로나를 저지할 수 없었다.
실제로 엘로나는 진이 기대한 것보다 빠른 속도로 전장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실, 그녀쯤 되는 마법사에게 거리는 그다지 중요한 요소도 아니었다. 어쨌거나 이미 서로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상태라면,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니까.
엘로나의 시선이 물러나는 동료들에게 옮겨갔다. 진 일행은 바짝 긴장하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그런 와중 때때로 시마트가 마살룬의 저주 사이로 빠져나와 테탈론을 뻗었다. 루나와 바네사가 그의 검을 쳐내면, 진이 시그문드를 찔러넣었다.
서로 제대로 된 유효타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으나, 더 큰 부담을 느끼는 건 바멀 연합이었다.
‘그런데, 엘로나 경은 왜 아직 공격하지 않는 것이지?’
엘로나는 나타난 후 한 번도 바멀 연합을 향해 지팡이를 휘두르지 않았다.
코젝과 함선도 주포를 터뜨리지 않았고, 이하 병력들도 자리만 잡은 채 엘로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실에 의문을 품고 있는 건 진뿐만이 아니었다.
‘……엘로나 경이 명령을 내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지? 대사막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 건가?’
‘마족들 때문이라기엔, 엘로나 경은 전혀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 설마 유령대장께서 우려한 그 이유 때문인가……!’
유령대장 사트린.
그녀는 심복들에게 성수관의 구속력이 완전치 않다는 내용을 공유한 상태였다. 정말 위급할 때 엘로나가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유령대가 명령을 어겨야 하기 때문이었다.
‘구속력이 약해져서 벌어진 일이라면, 젠장…… 역시 카둔 님이 함께 오셨어야 한다.’
유령대원들에게, 지금은 좀 애매한 상황이었다.
엘로나의 뜻을 거스르기엔 사실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다 할 수 없고, 무엇보다도 정말 성수관이 문제인지 확신은 서지 않기 때문이었다.
“엘로나 경, 명령을 내려주셔야…….”
참지 못한 한 유령대원이 엘로나에게 다가갔다. 겉으로 보기에 엘로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계속 대기한다.”
“예?”
“너흰 망령대만큼 교육이 철저하지 않은 모양이군. 상급자의 명령에 의문을 표하는 자가, 어떻게 지플 내 최상위 특무대가 될 수 있던 거지?”
엘로나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 말처럼 망령대는 조금도 조바심을 내지 않고 엘로나를 기다리기만 했다. 생체 골렘으로 구성된 마령대들도 마찬가지였다.
“죄송합니다.”
“너희가 알게 모르게 나를 그저 지위가 높은 생체병기로 인식하는 이유일 수도 있겠군. 방금 일에 대해서는, 돌아가서 유령대장에게 확실히 책임을 묻겠다.”
유령대원은 고개를 푹 숙이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엘로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내게 차원을 넘어 검기를 쏜 존재는, 얼마든지 여기 모인 이들을 모두 죽일 수 있다. 게다가 바멀 연합은 후퇴하고 있어. 내가 참전한다 해도 저들을 섬멸하는 건 불가능하니, 괜한 변수에 병력을 잃는 것보다 이게 옳은 선택이다. 게다가…….’
엘로나가 다시 한 번 진과 눈을 맞췄다.
‘……진 룬칸델, 저자만큼은 왠지 절대로 직접 살해하고 싶지 않군. 켈리악 지플이 이 정도 변명을 받아들여 줄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