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31)
제 1111화
248화. 어서 오세요, 라프라로사에(1)
1804년 5월 25일, 라프라로사가 해방되고 일주일이 흘렀다.
“으아, 발 디딜 틈이 없네.”
“저기 저 사람이 명왕족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광심장, 그리고 꼬리가……!”
그리고 미트라 대사막엔 유례없이 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었다. 오늘은, ‘라프라로사’가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날이었다.
그저 라프라로사를 한 번 구경하려는 평범한 사람들, 각지의 명사들, 기사들, 마법사들, 수인들, 용들, 마족들, 언론사, 그리고 라프라로사 재건에 투입된 연합의 인력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라프라로사로 찾아들고 있었다. 바멀 연합은 라프라로사 개방을 세상 모두가 즐길 일종의 축제로 만들고자 작정한 듯, 대사막 곳곳에 마법으로 길을 내고 수천 명의 진행 요원까지 배치한 상태였다.
지금은 축제가 필요한 시대였다.
검황성전부터 줄곧 이어진 거대한 전쟁들에,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 글리엑이 나타났을 때도, 흉신이 탄생한 순간에도, 거대 세력들의 냉전이 계속될 때도, 난데없이 지하세계의 마족과 적명족이 등장해 세상을 쑥대밭으로 만들던 얼마 전까지도.
세인들로서는 계속 ‘종말’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느끼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이, 국가와 국가가, 세력과 세력이 치르던 평범한 전쟁이 그리울 지경이었다. 이상한 예언서에나 등장할 법한 끔찍하고 초월적인 존재가 툭하면 나타나서 세상을 위협하는 게, 바로 이 시대니까.
그러던 와중.
바멀 연합이 지토를 토벌했고, 그보다 더 최악이었던 적명족까지 모조리 정리를 끝냈다. 그전에 글리엑을 끝장낼 때도, 흉신을 벨 때도 그 중심엔 언제나 바멀 연합과 진이 있었다.
때문에 라프라로사 해방은, 단지 진에게만 힘이 더해지는 일이 아니었다.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그가 세상을 구하길 염원하고 있는 세인들 모두에게 크나큰 희망이 더해진 일이었다.
바멀 연합은 높은 벽을 세우고 그 안에서 자기들끼리만 잘 살자고 모인 세력이 아니다. 진 본인도 해방된 형제들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여기고 있었다.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어, 어. 그래, 이렇게 하면 되나?”
“꺅 너무 잘생겼고.”
“손에 난 털도 너무 매력적이야! 꼬리 한 번만 만져보고 싶다……!”
“저기, 명왕족 님! 이름이 뭔가요!?”
“그, 난 샤쿠라고 하는데…… 꼬리는 좀.”
“나 디노 재글런 라프라로사 특집에서 봤어! 벼락의 샤쿠, 과거 진 총수가 라프라로사를 처음 찾았을 때 총수를 무참히 발라버린 사람이야! 총 오십 번을 붙어 오십 번을 다 이겼으니, 티칸의 알리사 왕비님 다음으로 진 총수를 많이 꺾어본 인물이라 할 수 있지. 알리사 왕비님은 백 번을 넘게 이겼거든!”
사실, 명왕족은 이미 팬클럽이 생긴 상태였다. 엔야와 산드라의 비공식, 공식 진 팬클럽이 하나로 합쳐지며 ‘바멀 연합 응원단(줄여서 바연단)’으로 변했고, 명왕족 팬클럽은 그 하부 그룹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부상하는 중이었다.
“우리 바연단 명왕족 팬클럽은 언제나 당신들을 응원할 거예요!”
어떤 면에선 당연한 현상이었다.
이 어둡고 절망스러운 시대에, 갑자기 반만년 전에 사라졌다고 알려진 미지의 최강 전투종족이 깨어나서 세상을 위해 싸운다.
배경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건만, 명왕족들은 개개인의 성격마저 묘하게 소년 소녀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구석이 있었다.
일단 명왕족 대부분은 자신들을 떠받들고 추앙하는 인간들의 행동에 전혀 면역이 없었다. 그래서 열렬한 표현을 마주하면 지금 샤쿠처럼 묘하게 부끄러워하고는 했는데, 팬클럽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반전 매력이었다.
심지어 모두 샤쿠 같지도 않았다. 탄텔은 벌써 극단 인기 배우라도 된 듯이 노련한 팬서비스를 보여주는 중이고, 벨리즈는 호탕한 옆집 언니 그 자체였다.
린파는 관심을 피해 도망치다 붙잡혀서 난처해하기 일쑤였으며, 테토는 달려드는 팬들에게 빽빽 소리를 지르면서도 사인은 꼭 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에게 라프라로사는, 그야말로 별세계였다. 꿈과 희망, 그리고 강하고 사랑스러운 명왕족들이 가득한.
바멀 연합은 라프라로사 개방 행사를 이런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누구나 스스럼없이 명왕족이나 연합원들에게 말을 걸 수 있도록.
“자자, 인기투표를 진행하실 분은 여기 줄을 서 주세요! 현재 1위는 투신 반 님이십니다!”
“투표하시고 투신전 본당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곧, 진 경과 반 님이 나오실 예정입니다!”
반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디노가 흉신전 때부터 그녀의 활약상을 소상히 작성하긴 했으나, 그게 아니었어도 그녀는 그냥 1위였을 것이다. 명왕족이 아니라 연합 전체를 따져도 반의 인기는 진과 루나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었다.
“나리! 대나으리 님의 인기가 대단하십니다요! 역시 대나으리님이라고 할까요……!”
“대나으리라니…… 태어나서 그런 표현은 처음 듣는다, 제트.”
“나리, 이 세상에 나리는 오직 나리 한 분이고, 대나으리는 딱 두 분이 존재하십니다. 한 분은 반 님이고, 한 분은 시론 경입죠.”
“하하, 제트. 아버지 앞에서 자네가 입이라도 열 수 있다면 다행일 것 같은데. 아 아닌가? 아버지께서 많이 유해지셨으니, 말 정도는 할 수 있으려나?”
룬티아가 제트를 보며 웃었다.
“어쩌면 마성화를 초월하시기 전에도, 아버지는 대나으리 같은 호칭에 가볍게 웃으셨을지도 모릅니다, 룬티아 누님.”
“나도 막내 말에 동의. 흑해 원정 때, 아버진 묘하게 오즈도크에게 자비로우셨거든. 제트는 오즈도크랑 같은 과라서 괜찮았을걸? 난 처음 복귀했을 때 제트 보고 오즈도크 아닌가 싶었다니까.”
“야, 제트 이 자식. 나도 그럼 대나으리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
“으음, 무라칸 님은 무라칸 님이십니다요.”
“묘하게 열받네. 저걸 아킨에서 좀 더 제대로 다져놨어야 하는데. 이제는 짬을 먹어서 예전처럼 패기도 좀 그렇다는 말이지.”
“엣헴! 이 제트가 이래 봬도 이제는 어엿한 바멀 연합 간부, 칠색조 정보대장이자 나리의 귀염둥이 아니겠습니까?”
무라칸이 끙, 소리를 내자 길리가 피식 웃으며 딸기 파이 한 조각을 찍어 그의 입에 가져다주었다.
“오 딸기파이여, 그대가 직접 먹여주는 딸기 파이라니, 너무 귀한…….”
“어서 드셔야 해요, 무라칸 님. 반 님께서 이제 나오실 테니까요.”
명분이 있기는 하나, 딸기 파이를 받아먹는 무라칸을 보는 길리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진은 왠지 소름이 돋아서 두 사람을 외면했다.
“무라칸, 나가자. 시간 다 됐다.”
베일이 투신전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진과 반이 연설하는 동안 그와 무라칸, 황금함은 상공에서 위엄을 드러내기로 예정된 상태였다.
“하여간 내가 딸기파이랑 좋은 시간 보내는 꼴을 못 보는군, 다들. 딸기파이여, 이따가는 같이 다니면서 라프라로사 보수를 하는 게 어떤가!”
“좋아요, 무라칸 님. 보수하면서 몰래 차도 마시고 같이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죠.”
무라칸은 잔뜩 신이 난 채 베일과 함께 밖으로 나섰다.
“이곳에서 나 몰래 게으름을 피우겠다라, 정말 재밌는 발상이로군.”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길리는 저도 모르게 일어서며 입을 틀어막았다.
막 동료들 곁으로 다가온 반의 목소리였다. 물론 반은 조금도 길리를 나무랄 생각이 없었다. 길리가 무어라 대답을 하려는 순간, 반은 조용히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딸기…… 아니, 미안하군. 나도 그 별명이 입에 붙어버렸어. 아무튼 길리, 그대는 내 형제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따라서 그대는 라프라로사에서 언제나 나만큼이나 자유로울 수 있어.”
반은 해방 첫날부터 항상 이런 태도로 길리를 대했다.
“우리 명왕족은 자네가 원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황금을 가져다줄 수도 있고, 바다를 없앨 수도, 하늘을 찢을 수도 있다.”
다른 동료들도 일어서서 반을 맞이하고 있었다.
“바, 반 님. 그렇게까진.”
“이따가 형제들이 칵토와 차를 만들어줄 것이야. 마침 투신전에서 가장 좋은 방이 비어있을 예정이기도 하니, 거길 보수하면서 무라칸과 좋은 시간을 보내도록 하게. 혹시 원하는 분위기, 가령 이불 색상이나 질감 같은 것도 고르고 싶다면 편하게 이야기를…….”
“예!? 이, 이불이요!?”
“그, 크흠! 반 형제?”
진은 당황해서 목소리가 갈라질 지경이었다. 그들의 반응이 재밌는 듯 반은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반은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해방 이후 명왕족들은 모두 매일 이런 기분으로 인세를 만끽하고 있었다.
해방 전쟁에서 입은 상처가 다 회복되지는 않았다. 전쟁 내내 차원 오류와 적명족의 포격에 시달렸으니, 반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필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반이 가진 격은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 이제부터 그녀는 형제들과 함께 진을 위해, 그가 도달하려는 세상을 위해 모든 걸 쏟을 예정이었다.
“후후, 진 형제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 건 언제나 새롭군.”
“반 형제가 짓궂은 것도 꽤 새롭군요.”
반이 진 옆에 나란히 섰다.
이내 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연합의 병사들이 투신전 발코니를 가리고 있는 휘장을 걷어냈다. 군중들의 열광과 함성이 더욱 거세졌고, 두 사람은 그들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함성이 멎었다.
내내 반과 진, 그리고 바멀 연합의 이름을 부르짖던 이들 모두가 조용해진 것이다. 어떤 제재나 명령도 없이, 반의 위엄은 부드럽게 군중들을 뒤덮고 있었다.
이윽고 두 사람이 발코니 위로 모습을 드러냈을 땐, 숨소리 하나조차 들리지 않았다. 수백만에 달하는 인파가 투신전 앞 광장에서부터 저 멀리 황금대로 끝까지 늘어져 있음에도.
“모두 라프라로사에 온 것을 환영한다.”
그녀는 굳이 자신의 직위와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조금 전 진과 함께 걸음을 뗀 그 순간부터, 대사막에 있는 모두는 그녀가 투신 반임을 알아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