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79)
제 1079화
254화. 태양신의 자아들(3)
* * *
하루가 더 지났다.
바멀 연합은 벨티안에 이어, 넵돌까지 무사히 구속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넵돌은, 의외로 굉장히 빠르게 바멀 연합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뀨…… 블리기에트의 말이 맞아. 이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니 내가 너희를 돕지 않으면, 큰일나겠어.]‘태초의 기억’ 덕분이었다. 블리기에트는 넵돌이 약해지자마자 한시도 쉬지 않고 그녀와 태초의 기억을 공유했고, 아메리스와 루시 역시 그들을 도왔다.
넵돌은 굉장히 빠르게 온전하던 시절의 고독을 기억해냈다. 다중세계의 진실도 그녀가 바멀 연합에 힘을 보태도록 결정하는 일에 영향을 주었다.
[잘 생각했다, 부하 2호.] [자꾸 그렇게 부르지 마, 블리기에트. 넌 원래 나보다 권능도 약하잖아.] [그러나 지금 현실은 어떻지? 난 최초로 태초의 기억을 깨달은 태양신의 자아다. 예를 갖추도록.] [얄미운 소리만 골라서 하네. 어차피 똑같이 투신전의 동력에 힘을 보탤 거면서.]연합은 투신전 본당의 동력원으로 벨티안을 선택했다.
다만 벨티안은 블리기에트, 넵돌과 달리 구속된 상태에서도 여전히 연합에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벨티안, 그 친구가 우리처럼 정신을 차렸다면 동력에 묶이는 일은 없었을 터인데. 그 부분은 아쉽게 되었군.]블리기에트와 넵돌은 벨티안의 ‘폭주’를 막는 역할이었다. 벨티안은 구속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엄청난 태양기를 방출하는 중인데, 그게 동력에 손상을 줄 정도로 심해지면 두 자아가 막는 것이다.
“동력 개발은 근시일 내에 완성될 겁니다. 빠르면 며칠 안에도 끝날 수 있습니다.”
진의 말에 태양신의 자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벨티안을 사로잡은 순간부터 동력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미 완성된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 남은 건 안정성 향상을 위한 장치 개발뿐이었다. 그마저도 황금함대에 사용된 부품을 개조하는 수준이니 빠를 수밖에 없었다.
투신전 공중요새 개발 관련은 모든 게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었다.
넵돌과의 전투 이후 지난 이틀 동안은 지플에 의한 민간인 학살도 발생하지 않았다. 꿈 능력으로부터 정보를 얻은 문제들에 대해서도 아직 별다른 보고는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대신 연합은 또 다른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다.
[아무리 빨라도 오늘 안에 끝나진 않겠지? 진.]“예, 넵돌 님.”
[뀨우, 큰일이네. 분명, 크라고스가 깨어나고 있는데…….]파멸의 자아, 크라고스.
태양신의 자아들은 그가 깨어난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어떤 거대한 힘이 그들의 감지 능력을 방해해서 그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
태양신의 자아들이 알기로 그만한 힘을 부릴 수 있는 건 단 한 명, 말루기아였다.
[분명히 말루기아가 우리가 크라고스를 찾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거야. 게다가 크라고스에게 어느 정도 힘을 나눠주기도 했을 테고.]넵돌이 두려운 듯 몸을 떨며 말했다.
[부하 2호의 말대로, 우린 이제 말루기아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상정한 채 움직여야 한다. 그 말은 곧, 켈리악 지플은 꼭두각시가 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뜻이지. 말루기아의 힘 앞에, 그 필멸자는 한낱 축생에 불과할 테니.]“쯧, 켈리악 놈은 이미 로키아한테도 목줄이 잡혀 있었는데, 그보다 더한 놈한테 걸린 셈이로군. 로키아가 켈리악에게 한 협박은 이제 다 무위로 돌아간 것 아닌가?”
무라칸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직 알 수 없어. 꿈 능력에 의하면 애초에 켈리악이 보는 앞에서 마신석으로부터 말루기아를 분리하려 했을 때, 말루기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 그러니 말루기아의 현 활동 상태는, 상시가 아닐 수 있다는 뜻이지.”
[뀨, 그 말이 맞아. 말루기아는 간헐적으로 힘을 드러내서 활동하는 중일 것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미 크라고스를 깨우고 우리로부터 감추기까지 하고 있으니, 으으…… 그 녀석, 대체 무슨 생각이지. 차라리 벨티안처럼 멍청하면 편할 텐데.]벨티안은 깨어난 순간부터 오로지 파괴만을 부르짖다 손쉽게 당했지만, 말루기아는 여러모로 극히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천 년 전부터 깃들어 있던 엘로나 지플로서 활동할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적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엘로나 경…… 아니, 말루기아는 태양신의 자아들이 지금처럼 수면 위로 드러나기 훨씬 전부터, 다중세계의 진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지 이 세상의 파멸이 목표였다면, 천 년 전부터 기회는 셀 수 없이 많았으니 말이죠.”
677번 차원, 지금 이 세계를 파멸시키는 게 목적이었다면 말루기아는 언제든 그 일을 실현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바멀 연합이 역대 최강에 가까운 전력을 이루기 전 인세의 역사엔, 아예 창성이 한 명도 없던 시기가 훨씬 길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말루기아는 한 번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헤일린 룬칸델이 루시에게 남긴 말도 의미심장했다.
-모든 세계를 파괴하려면 로키아 가네스토가 필요해. 엄마랑 마코스는 여기에 남아.
‘엘로나 경께 깃든 말루기아, 그리고 헤일린 님께 깃든 아락시온은 천 년 역사 조작이 시작된 순간부터 이미 차원 분화를 인지했고, 따라서 모든 차원의 파멸을 위해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앞뒤가 딱딱 들어맞기는 하는군. 게다가 블리기에트 님이 말하기를, 말루기아는 지금 지플에게 잡혀준 것이라고 하였으니…….’
말루기아가 모종의 이유로 지플에 잡혀주었듯이, 아락시온 또한 비슷한 상황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켈리악뿐만 아니라 로키아 또한 파멸의 자아들의 꼭두각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말루기아는 하필 지플을, 그리고 아락시온은 왜 하필 가네스토를 고른 것인지가 의문이구나.] [뀨, 그건 나도 동감하는 바야, 블리기에트. 차라리 권능 없이 우리 힘을 가장 많이 이어받은 반을 선택하는 게 여러모로 나았을 텐데.]“지플은 역사 조작을 통해 차원 분화를 만든 장본인들이고, 가네스토는 필멸자 중 혼돈의 힘을 가장 자유자재로 사용합니다. 그 두 가지 요소가 전 차원의 파멸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일 것 같군요.”
[아, 그럴 수 있겠군. 역사 조작과 혼돈…… 너와 너희 가문은 천 년 전부터 그에 가장 강력하게 저항해왔지.] [그건 그럼 솔더렛이 너희 룬칸델을 선택한 이유겠네. 말루기아와 아락시온에 대항하기 위해. 네 아버지가 흑해에서 솔더렛의 안배를 찾아내면 모든 실마리가 풀리겠지.]“무엇보다 지금의 지플은, 마신대의 입장에선 일종의 교두보에 가까운 위치입니다. 제가 말루기아라면, 지플을 이용해 마신대를 이 차원으로 끌어들여 없앨 생각을 할 것 같군요. 혹은 마신대를 이 차원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그들의 본진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거나.”
[그 또한 일리가 있구나.]“이 가정이 사실일 경우, 혼돈의 힘은 아마 차원 간 간섭과 관련해서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부분은 오르갈을 통해 마녀에게 확인을 받으면 좋…….”
진은 갑자기 튀어나온 오르갈을 보고도 이제 고개를 젓거나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
과거 그와 그의 3류 테러집단 킨젤로가 추악한 일들을 저질러온 건 사실이나, 이제 적어도 현재는 믿을 만한 동맹이라 할 수 있었다.
‘오르갈도, 나도. 결국 언젠가는 속죄에 평생을 바치게 될 테지. 그는 진실을 알게 되기 전까지 이 세계에서 부린 패악들을, 나는 회귀자로서 수많은 사람의 삶을 무너뜨린 죄악을.’
오르갈은 오자마자 넵돌의 매끈매끈한 머리를 만지며 실실 웃음을 터뜨렸다.
[어유 귀여워, 이런 순한 녀석이 다른 차원에선 마신석의 재료가 됐단 말이지.] [손 치워!]“이번엔 무슨 일로 왔나, 오르갈.”
[이제 크라고스를 잡으러 가야 하잖아? 나도 거들려고 왔지. 그 망할 파멸의 자아는 말루기아의 비호 아래 어디서 안전하게 이 세상을 다 때려 부술 작정을 하고 있을 테지. 진, 그런데 이번엔 조심해야 한다.]“조심?”
[놈이 말루기아의 힘을 받은 게 기정사실이잖냐. 제대로 싸우지 못하면…… 아니, 제대로 싸우더라도 우리 쪽 역시 적잖은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을 거다. 경우에 따라선, 꽤 많은 동료가 죽게 되겠지.]오르갈은 유쾌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으나, 그 속엔 오랜 시간 여러 차원을 넘나들며 셀 수 없이 많은 동료를 잃은 이의 공허감이 묻어 있었다.
[동료, 전우가 죽는 감정이라는 건 말이야. 나처럼 많은 경험을 한 놈도 익숙해질 수가 없어. 게다가 적이 크라고스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니…… 최악의 경우, 이야기의 탑이나 말루기아, 아락시온까지 상대해야 할 수도 있다.]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루기아의 힘을 받은 크라고스, 다른 차원에서 비슷한 상황에 싸워본 적이 있나?”
[있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각오는 해둬. 누가 죽더라도 네가 마성화에 빠지는 일만큼은 없어야 하니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투신전 본당의 공중요새화다.]“수색과 방어 인력을 제외하고는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아, 말이 나오니 생각이 나는군. 부바르 가스톤, 그자를 건조장으로 보내줘.”
[아! 부바르! 그래, 모두가 그 녀석을 싫어하지만, 그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 의외로 나름 의리도 있는 놈이거든, 그거. 부바르와 함께 차가운 조도 보내도록 하지. 그 생각을 못 했군.]이내 오르갈은 다시 강철문을 열며 진을 돌아보았다.
[다른 놈은 몰라도, 너는 절대 죽으면 안 된다, 진. 그럼 두 사람 보내주고 다시 올 테니 크라고스 수색을 시작하자고.]“알았다. 너도 죽지 마라.”
오르갈이 떠나고 바멀 연합이 본격적으로 수색 준비에 돌입하기 시작한 순간.
크라고스는, 바멀 연합의 한 중요 지역에 막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제국 수도, 단테의 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