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101)
제 1101화
257화. 마신대의 습격(5)
마신대로서는 벌써 창성을 여덟이나 잃었다. 심지어 사라진 함대는 곧 일만에 육박할 기세고, 론도의 말처럼 시론은 아직 검을 제대로 쓰지도 않았다.
“저 지독하고 검은 땅이 아가리를 벌려 백색함대를 씹어 삼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치가 떨리건만……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이오.”
“어찌하긴 뭘 어찌하오. 그래 봐야 적들의 창성 보유는 다섯에 불과하오! 싸움은 결국 우리가 이길 것이외다. 안 그렇소? 론도 경!”
공포에 질리거나, 억지로 공포를 밀어내고자 악을 쓰거나.
론도는 마신대 간부들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그나마 후자가 더 많다는 사실이 다행이나, 이런 식이라면 기세가 꺾이는 건 순식간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병력을 잃을수록 차원 간섭의 제약이 조금씩 강력해지고 있다. 시론이 흑해를 조종하는 게 설마 차원문 유지에도 영향을 주는 건가? 아니면 설마 말루기아의 의지가 작동하고 있는 것인가…….’
어느 쪽이든 마신대로서는 악재가 겹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흑해는 시론의 시선과 눈을 따라 사납게 출렁였다. 저 지독하고 검은 땅이 아가리를 벌려 백색함대를 씹어 삼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치가 떨리건만, 이제 론도의 눈엔 시론의 검이 새하얗게 빛나는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서둘러 함대를 더 내보내라. 창성도 계속 포함하도록! 다시 전선에 함대를 일천 이상 유지하는 걸 목표로 움직여야 한다. 놈들이 그 주포를 다시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직감적으로 론도는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라프라로사의 주포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함대 투입을 잠시 축소시킨 건, 분명 실수였다.
다시 천 대 이상의 함대를 한 번에 내보내려면, 이전보다 더 큰 희생을 치러야 할 것 같았다.
“그래, 와라…… 전부 오너라. 내게 맞서 도망치지 않는 적이란, 실로 오랜만이로다.”
그우우, 키이이이잉……!
바리사다의 칼날을 타고 원뿔처럼 오러의 폭풍이 뻗어지고 있었다. 그 폭풍은, 눈 깜짝할 새에 백색함대 함선 하나를 뒤덮고도 남을 정도로 거대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걸 단지 한 자루의 검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시론은 검이 아니라 마치 그의 손에 쥐기 좋게 변형된 성채, 혹은 산과 바다 같은 대자연의 일부를 거머쥔 듯이 보였다.
그토록 거대해진 칼날은 놀랍도록 가볍고 빠르게 움직였고, 시론은 씨익 웃으며 차원문을 가리고 있는 함대를 향해 횡으로 일섬을 휘둘렀다. 끝도 없이 확장된 칼날 때문에 함선을 치고자 검기를 쏠 필요조차 없었다.
폭풍이 된 검이 한 차례 함대를 휩쓸었다.
하늘이 만약 끝없이 거대한 한 장의 유리라면, 그 유리가 난데없이 박살이 난다면 바로 이런 풍경일 것이다.
순간적으로 상공 한가운데에 날카로운 균열이 일었고, 그 균열은 빛처럼 빠르게 확장되며 그 아래에 있던 함선들을 찢어발겼다.
약 오십 척에 달하는 함선이 일검에 파괴되고 있건만 폭음은 물론이고, 충격파조차 발생하지 않았다.
백색함대는 그저 부드럽게 물살이 갈라지듯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허공으로 셀 수 없이 많은 파편이 쏟아지기는 했으나, 그조차 잠시뿐이었다.
집채만 한 파편은 곧 바위 크기로, 바위는 곧 돌멩이로, 돌멩이는 곧 단 한 점의 빛나는 입자로.
시론의 일격에 당한 백색함대는 그렇게 소리 없이 어디론가 흩어지고 있었다. 함대가 파괴되며 생긴 빛나는 입자에 한동안 하늘이 대낮처럼 환해질 지경.
론도의 말이 옳았다. 그의 검에 비하면, 흑해를 부리는 권능은 한낱 잡기에 불과했다.
“이런 미친, 이건 또 무슨, 방금 무슨 일이 있던 것이오!?”
“단 일검으로 우리 함대의 1열을 없앴다고……?”
공포가 커진다.
마신대에게 시론 룬칸델은, 본래 익숙한 상대였다. 어느 차원에서나 그는 격렬하게 저항하다 최후를 맞이하고는 했으니까.
이 세계의 시론은 다르다.
마신대들은 처음부터 그 사실을 인지했다고 생각했다. 또한 설령 이 세계의 시론과 바멀 연합이 아무리 강해도, 반드시 승리할 수밖에 없는 병력을 이끌고 왔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공포는 확신을 흔들기 마련이다.
론도조차 일순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고 있었다. 과연 이대로 계속 싸우는 것이 옳은가, 켈리악 없이 과연 저자를 쓰러뜨리는 게 가능한 일이기는 한가.
‘……전략을, 수정할 수는 없다.’
뒤가 없다.
어떤 면에서, 그건 바멀 연합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마신대 또한 얼마 전 말루기아에게 본대 전역을 타격받았고, 지금도 병력 손실이 심각했다.
이제 와서 아무 소득 없이 물러나면 연합은 더할 나위 없이 편하게 솔더렛의 안배를 취할 것이며, 당연히 전쟁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츠아아악, 피이잇……!
바리사다라는 폭풍은 계속 백색함대를 집어삼켜 분해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인간이 전진하는 걸음에, 전 차원을 정복한 함대의 전선이 조금씩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심지어 시론은 아직도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다. 그와 함께 싸우는 다른 창성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가주께서 길을 열었다, 전선을 확보하라!”
진이 시론의 옆에 서며 소리쳤다. 다섯 창성들 뒤로, 라프라로사와 함대를 빠져나온 연합의 초인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하늘은 시론의 검이 잠시 멈출 때마다 여전히 두 함대의 포탄이 맞물리며 폭발하는 중이었다. 초인들은 무라칸과 베일, 함대의 보호막 지원을 받으며 빠르게 최전선으로 합류할 수 있었다.
“충격입니다, 아버지.”
“그러냐? 아직 이르다.”
툭, 시론이 진의 어깨를 한 차례 가볍게 두들겼다.
“막내, 너도 느끼고 있을 테지. 놈들이 창성을 더 많이 내보내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그들이 다 빠져나오기 전에 우리 전선을 물리고, 명왕포를 가동하는 게 좋을 것이다.”
진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진이 초인들을 최전선으로 전부 불러들인 이유는, 시론이 따로 신호를 주지 않은 까닭이었다.
자신감.
시론은 창성이 몇이 오든, 그들을 모두 베어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저들은 아직 나를 모른다. 그리고 나를 모르는 자는, 결코 내 검을 견딜 수 없다.”
함대가 얼마나 더 빠져나오든, 창성이 얼마나 더 빠져나오든, 한 번은 손쉽게 그들을 몰살할 수 있다.
시론은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이 보기에 그 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저희는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그래도 창성인 만큼, 내 검을 견디다 급격히 깨달음을 얻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래도 멀쩡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생존을 도모하지 못하도록, 변수를 만들지 못하도록 끝장을 내도록.”
“받들겠습니다.”
대화가 끝난 직후부터 한동안, 전장을 휩쓸던 바리사다의 폭풍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 틈에 감히 전진하지 못하던 백색함대는 다급하게 전선을 다듬었고, 차원문 밖으로 나오지 못하던 함대 또한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시론이 폭풍을 멈춘 이유는,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적들이 과연 계속 그의 예상대로 움직일 것인지, 아니면 폭풍이 멎은 걸 보고 전략을 수정하는 모습을 보일 것인지.
론도 지플은 이미 아까 명령을 끝냈다. 함대와 창성을 더 많이 밀어 넣으라고, 어떻게든 전선을 더 확보하라고.
함대가 움직이는 건 당연히 시론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보다 느리다. 게다가 마신대는 시론의 무위에 압도된 상태인 만큼,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전선을 확장하고, 차원문을 빠져나오는 마신대들은 시론의 검이 갑자기 잦아든 사실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시론 룬칸델과 바멀 연합은 이미 우릴 압도하고 있었다. 갑자기 역류나 마성화가 찾아왔을 리도 없지. 그런데 왜……?’
‘갑자기 길이 열리기 시작해서 일단 급하게 자리를 잡았건만, 이건 꼭…… 우릴 유인한 모양새가 아닌가?’
‘설마 주포를 사용하려고 일부러? 아니, 그렇게 보기엔 주포 타격 범위에 바멀 연합의 초인이 너무 많다!’
각 함대의 사령관과 창성들은 시론의 뜻을 읽지 못하고 있었다.
설마 그가 라프라로사의 주포 없이 단신으로, 자신들 모두를 끝장낼 계획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마신대는 시론과 창성들이 활약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열을 형성하고 있었다.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더 불안하다는 사실은 마신대에게 큰 치욕감을 주고 있었다.
열 명.
이번에 백색함대에 탑승한 창성은 무려 열 명이었다. 모두 자신의 차원에선 이견이 없는 절대자이건만, 시론에게 그들은 그저 특별한 병사로 보였다. 죽은 안드레이가 표현한 것처럼.
바멀 연합과 마신대는 한동안 함포만 주고받았다.
연합은 시론이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려야 하고, 마신대는 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다시 전선을 확보하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창성을 내보냈다고 한들,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마신대로서는 이제 창성 열 명이 자리를 잡았으니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감당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설령 연합이 차원문을 숨겨두었고, 그를 통해 시론과 주요 전력을 모두 후방으로 빼낸 후 명왕포를 쏘더라도 전처럼 전멸하지 않으리라 확신한 것이다.
‘시론과 연합이 준비한 수가 우리의 예상을 아주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이제 론도 경의 본대가 나올…….’
한 사령관이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돌연 시론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군과 적, 모두가 감각을 곤두세운 채 눈으로 그의 걸음을 좇았다. 함포가 폭발하는 것보다 그의 발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더욱 크게 전장을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
이내 시론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 네놈들에게 이 세계의 하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마.”
룬칸델 오의
무원경無願境
시론 룬칸델이라는 기사가 확인한, 검의 끝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