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115)
제 1115화
258화. 전 차원의 포식자(5)
[알겠습니다.]불멸자, 켈리악은 인간이 신이라 부르는 존재들조차 수족으로 부리고 있었다. 이어 차원문 속에서 올타를 시작으로 쉬누, 멜자이어, 이텔미온, 릭타 등의 고위 신들이 나타나는 모습까지 이어졌다.
벨롯, 마니에르, 생키쉬를 비롯한 수십 마리의 불사조들도 차원문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하나의 계약, 하나의 불사조라는 질서는 당연하게도 켈리악에게 전혀 적용되고 있지 않았다.
[가아아악……!] [키이익!]그나마 다행이라면, 신들의 권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반면 불사조들은 켈리악의 마력에 공명해 이 세계에 익히 알려진 수준보다 강력한 화염을 뿜어냈다.
[오, 올타 님…….]퀴칸텔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퀴칸텔, 저건 너의 올타가 아니다!]무라칸이 소리쳤다. 당연히 퀴칸텔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본능에 짓눌려 움직일 수 없을 뿐.
올타의 손아귀에서 뻗어진 은빛 광선이 퀴칸텔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누구도 퀴칸텔을 도울 수 없었다. 무라칸은 아군 전체를 보호하느라 여유가 없고, 창성들은 켈리악과 그 권속들의 공격을 받아내는 중이었다.
그러니 스스로 피해야 하지만, 퀴칸텔은 은빛 광선이 심장을 꿰뚫는 순간까지도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푸욱……!
[컥……!]퀴칸텔의 입에서 핏물이 쏟아졌다. 그녀의 가슴에 난 구멍에서 부서진 심장 조각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은룡, 본래라면 그녀는 자신의 시간을 되돌려 죽음을 유예할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권능이 제한되었다고 하나 올타였다.
‘되돌릴 수가 없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올타의 광선은 퀴칸텔의 권능을 묶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이 다가왔다. 지난 세월이 퀴칸텔의 뇌리를 스치고 있었다.
주로 후회스러운 기억이었다. 천 년 전 검마전쟁에 나서지 못한 것, 무라칸을 잃은 것, 테마르를 잃은 것…….
‘마지막까지 후회만 하다 끝날 수는 없어.’
하지만 엔야를 만나고, 진을 만나고, 동료들을 만난 기억도 함께였다. 그리고 세상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기억도.
수호룡은 본래 어떤 상황 속에서도 계약자의 안전을 최우선한다.
그러나 지금, 퀴칸텔은 다른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내가 죽더라도, 동료들을 위해 시간의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그 일을 맡을 수 있는 건 단 한 사람뿐이었다.
엔야, 그녀는 지금 라프라로사에 탑승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면으로 퀴칸텔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게 느껴졌다.
‘……퀴칸텔 님!?’
‘엔야, 사람들에게 네가 필요해.’
시간의 힘.
엔야는 퀴칸텔이 가지고 있던 은룡의 권능이 자신의 내면에 물처럼 차오르는 걸 마주하고 있었다. 강처럼, 길처럼 은빛 물이 엔야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오로지 엔야에게만 보이는 강이었고, 엔야의 시선 속에선 오로지 그 은빛 강만이 출렁이고 있었다. 그 주변에 서 있는 다른 모두가 시간이 정지한 듯 멈춰 있었고, 함교 너머로 보이는 전장도 완전히 멈춘 상태였다.
‘그러니 길을 따라 이곳으로 오너라, 미안하구나.’
직감적으로, 엔야는 그 은빛 강을 지나면 자신이 창성들의 전장에 닿으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원리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퀴칸텔이 올타에게 저항하며 마지막으로 쏟아낸 시간의 힘이, 잠시 그녀와 자신을 이 세계의 시간에서 분리하고 있다는 것만은 선명했다.
‘갈게요.’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계약자를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전장의 격전지로 불러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건 오히려 엔야를 지키는 길이었다. 동료들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힘을 갖고도 이 다급한 시기를 놓쳐버린다면, 엔야는 자신을 인정할 수 없게 될 테니까.
엔야는 전력으로 은빛 강을 질주했다.
당장이라도 정지된 시간이 풀려서 때를 놓칠 것 같았다. 퀴칸텔이 이토록 절박하게 만든 기회를 물거품으로 되돌릴 수는 없었다.
“하아, 헉, 헉!”
숨이 차올라 죽는 한이 있더라도 간다는 일념으로 뛰었다.
은빛 강을 지나치자마자 마주한 풍경은, 다시금 어지럽고 빠르게 돌아가는 전장, 적들, 그리고 저 멀리 떨어진 퀴칸텔의 시신.
“나중에 다시 만나요, 퀴칸텔 님.”
엔야는 퀴칸텔의 시신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그녀가 은빛 강을 통과해 도착한 지점은 진과 발레리아의 바로 옆이었으니까.
“엔야? 어떻게.”
“발레리아! 제가, 퀴칸텔 님을 대신할게요.”
엔야의 지팡이에서 은빛의 마력이 흐르고 있었다. 시간의 마력, 그 힘은 바람처럼 부드럽게 흘러 발레리아의 푸른 마력 속으로 섞여갔다.
그러자 갑자기 늙어버린 진의 얼굴이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쪼그라든 근육이 차오르고, 얇아진 뼈도 다시 차올랐다.
그렇게 모두가 기적을 일으키고 있었다. 모두가 불이 되어 타오르고 있었다. 이제 진은 발레리아에 엔야까지 지켜야 하고, 두 사람은 켈리악의 노화에 당한 아군 모두를 회복시켜야 했다.
쉴 새 없이 갱신되는 기록창, 노화라는 조작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창 위로 새겨지는 은빛과 푸른빛의 마력.
“겨우 그 정도로 전부 되돌릴 수 있겠나?”
켈리악의 건조한 목소리가 전장을 울렸다.
기적이 이어지고 있어도, 발레리아와 엔야 두 사람의 힘만으로 그가 일으키는 조작과 왜곡을 틀어막는 건 불가능했다.
“으음……!”
시론 룬칸델, 그가 가장 격심하게 노화를 겪고 있었다. 그럼에도 시론은 늙고 쇠약해진 육신조차 초월하여 똑같이 싸우고 있으나, 분명 한계가 있을 터였다.
초 단위로 늙고, 젊어지기를 반복한다.
켈리악이 소환한 신과 불사조들은 그가 일시적으로 늙을 때마다 집요하게 권능과 불을 퍼부었다.
반과 루나, 오르갈이 켈리악의 비수를 최대한 막아내고 있으나 그 또한 미래는 정해진 듯 보였다. 창성 전부에게 잠시도 쉬지 않고 노화의 마력이 퍼지고 있었으니까.
[가아아아!]테스를 소환해서 켈리악의 불사조에 맞서려고 해도, 그들은 테스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전부 서슴없이 테스의 목을 물어뜯으러 하강하는 것이다.
“죽지 않기에 불사조, 그러나 나는 수많은 불사조들을 죽여왔다. 화염계가 없어지면 결국 1초도 존재할 수 없는 가여운 존재들이지. 너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테스.”
[그 수많은 세계를 정복하고도, 나를 얻지 못해 분노가 치미는 모양이구나. 해보아라, 켈리악. 과연 내가 다르지 않은지.]지이이익-!
불사조들이 물어뜯고 있던 테스의 오른 날개가 찢어졌다. 켈리악의 광선이 검처럼 베고 지나간 것이다. 자신의 불사조들도 함께 베였으나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양단된 불사조의 육신들이 테스와 진을 짓누르고 있었다. 열기에 보호막이 녹아내리고, 테스는 거친 숨을 토하며 켈리악을 노려보았다.
켈리악은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늘 끝, 그 너머에 고고히 존재하는 화염계, 윤회의 질서가 흐르는 땅을. 이내 그가 한 차례 손을 휘젓자, 하늘이 반으로 갈라지는 모습이 이어졌다.
‘화염계……!’
이글거리는 불이 가득한, 테스의 영역이 갈라진 하늘 사이로 드러나고 있었다. 아직 계약자를 선택하지 않은 수많은 불사조와, 윤회의 길을 걷고 있는 영혼들이 그 불 속에 있을 것이다.
“너와 동격인 지토는 네 계약자의 손에 당해 소멸했고, 지금 이 세계의 지옥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네 계약자조차 해냈으니, 내게는 손쉬운 일이지. 보아라, 네가 영겁의 세월 동안 지킨 질서는 이토록 연약한 것이다.”
그드드드득……!
켈리악이 주먹을 그러쥐자, 화염계 전체가 마치 한 장의 종이처럼 구겨지고 있었다.
윤회의 길은 끊기고, 그 길을 지나던 영혼들은 터져서 흩어지고, 불사조와 아직 다 빚어지지 않은 불사조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솔더렛과 마녀조차 화염계까진 오를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었을 테니, 자신만만했을 테지. 기껏해야 흔해 빠진 불멸자 중 하나인 주제에 내게 대적하려 하는가.”
화염계가 무너지는 건 테스의 본질이 찢어지는 것과 같다. 테스의 불꽃은 빠르게 희미해졌고, 진은 켈리악의 불사조들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던 중압의 힘이 약해지는 걸 느꼈다.
돌아보면 위기의 순간마다.
테스는 수도 없이 진을 구해주었다. 그러나 지금 진은 테스를 구해줄 수 없다.
[진! 그렇게 생각하지 마라.]어느새 테스는 한 마리 매처럼 보일 만큼 작아진 채 진의 어깨로 추락했다.
“테스…….”
[저길 봐라, 무너진 화염계에도 금빛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이 전장 전체에 피어나는 것처럼…… 너의 힘이다. 네 영향력이다. 네가 저놈에게 쓰러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나는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 존재했으나, 그중 네 곁을 지킨 이 짧은 시간이 가장 충만하였다.]그 말대로 이제 완전히 파괴된 화염계에도 진이 가진 재생의 권능이 일렁이고 있었다.
물론 나누고 싶은 말이 많다. 지금까지 죽은 다른 동료 모두와 마찬가지로, 하지 못한 말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진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테스는 그의 어깨 위에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테스는 그냥 소멸한 게 아니었다. 그녀는 퀴칸텔이 그랬듯이, 마지막 남은 모든 힘을 짜내 진의 광심장으로 깃들었다.
영원과 불멸, 불사조와 그들의 왕인 테스의 상징.
켈리악의 눈엔 하찮을 뿐이나, 테스의 영원불멸함은 이제부터 전쟁이 끝날 때까지 노화로부터 진을 지켜줄 예정이었다.
“……발레리아, 엔야. 이제 나는 놈의 조작에 늙지 않아. 그러니 다른 사람들에게 집중해줘.”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을 잃고, 수호자를 잃고, 동료를 잃어도, 결코 꺼지지 않는 불은 방금 꺼졌더라도.
저항의 의지는 계속 불타올라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