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20)
제 111화
38화. 네가 거기서 왜 나와
이후 한 달 동안 ‘콜론 원주민 학살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디노가 기사를 내고, 룬칸델을 비롯한 적대 세력들이 여론전에 가담하자 지플은 그 모든 일을 뮤론 지플이라는 개인에게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부서진 ‘코젝’의 부품이 추가 증거로 드러나자 지플은 한동안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플은 코젝이 투입된 것 또한 뮤론 지플의 일탈이라 일축했다. 온갖 소식지에 막대한 뒷돈을 먹이고, 언론의 최중심지인 비먼트 측에도 황금을 가득 실은 범선을 몇 척이나 보내며 말이다.
휴페스터 연합국의 양민들은 분노하고, 루테로 마법 연방의 양민들은 쉬쉬하는 와중.
비먼트가 앞장서서 지플의 결백을 지지하자 끓는 냄비가 가라앉듯 흉흉한 추문이 잠잠해져 갔다. 더러운 거래가 상당히 성공적으로 이뤄진 셈.
결과적으로 이번에도 룬칸델은 반사 이익을 얻었고, 비먼트는 돈을 얻었으며, 지플은 명예와 위신을 잃었다.
특히 ‘선’과 ‘정의’를 절대 가치로 내세우던 지플의 체면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것이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지플은 한동안 숨을 죽여야 할 거야. 최근 부가주 사망부터 시작해 콜론 학살 사건까지. 서서히 지플의 추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데, 위신이 꺾이는 걸 막을 길도 없지.”
디노가 펜대를 굴리며 말했다.
그와 원주민들은 얼마 전 휴페스터 연합국에 도착해 루나의 보호를 받았다. 아직 루나를 직접 만나진 못했지만, 영지의 관리인들은 꽤나 극진한 대우로 그들을 감동시키고 있었다.
“진 공자. 그 어린 나이에 이 모든 흐름을 정확히 꿰뚫을 줄이야, 다시 생각해도 놀라워. 룬칸델엔 검에 미친 사람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하지만 진 공자가 예상치 못한 일도 하나 있잖아.”
티카가 미소를 지으며 창 아래, 저택 마당을 가리켰다.
그곳엔 세계 각국에서 콜론인들에게 보낸 성원이 쌓여 있었다. 온갖 후원 물품들 속에 애도와 응원을 전하는 편지가 가득한 것이다.
저택의 관리인들은 벌써 며칠째 그것들을 정리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공자께서 우릴 구해준 덕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콜론에 관심을 갖게 된 거야. 지난 수백 년간 모두가 외면했던 우리를.”
티카가 천천히 돌아서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촛불을 다시 밝혔다.
라오사를 비롯해, 죽은 동족들을 추모하기 위한 촛불이었다.
“앞으로 우리의 기도는 클람, 그분이 아니라 진 공자에게로 향하겠지. 세상 사람들이 네 기사에 적힌 ‘지나가던 행인’들이 누군지 정확히 알게 되는 게 언제쯤일지 궁금하네.”
지나가던 행인.
디노는 기사에 콜론을 구한 영웅을 그렇게만 기입했다. 사건이 꽤 잠잠해진 지금까지도 그 행인들이 대체 누구냐는 의문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그 어느 소식지도 밝혀 내지 못한 상태였다.
디노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말로 모른다’며 답답한 모양새를 잘 연출했고 말이다.
“그게 진 공자 일행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건, 아마 진 공자가 룬칸델의 기수가 된 다음일 거야. 자연스레 이 사건이 한 번 더 조명될 거고, 진 공자도 그때는 룬칸델의 기수로서 정식으로 입장을 다시 표명하시겠지.”
“우리가 지키고 있던 신물, ‘거울’에 대한 내용까지 공개하면서 말이지?”
고개를 끄덕이는 디노, 그는 그때를 기대하고 있었다.
기수가 되고, 룬칸델의 패권을 쥐게 된 진이. 하나씩 명분을 앞세워 지플을 침몰시키는 모습을.
* * *
발신자 : 카시미르
수신자 : 시론 룬칸델
보고 사항 : 이번 ‘콜론 학살 사건’의 핵심 인물인 ‘지나가는 행인’은 진 룬칸델과 무라칸, 그리고 본인임. 그리고 진 룬칸델은 본인, 무라칸과 힘을 합쳐 뮤론 지플을 살해했음.
비고 : 뮤론 지플의 시신은 지플이 회수했음.
흑해.
칸에게 막 서신을 전달받은 시론의 이마에 굵은 핏대가 불거졌다.
‘가주께서 분노하고 계신다. 이번엔 귀검이 대체 무슨 내용을 적었기에……?’
안 그래도 텁텁한 흑해의 공기가 한층 더 무거워졌고, 덕분에 칸까지 괜히 눈치를 살피는 사이.
후…….
시론이 화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가주님. 혹 막내 도련님께 변고가 생긴 것입니까?”
“그건 아니다, 칸. 오히려 반대지. 이번엔 뮤론 지플의 목을 땄다는군.”
“콜론 학살 사건의 핵심 인물이 막내 도련님일 거라 예상은 했지만, 직접 들으니 놀랍긴 하군요. 안드레이 지플에 이어 7마탑의 마탑주까지. 기수가 되기도 전에 굵직한 순혈을 둘이나 해치우셨습니다.”
“그런데 너도 이 서신을 한번 봐 봐라.”
편지를 살피자마자 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설마 귀검, 그자가 저번부터 가주께 이토록 성의 없이 보고를 올렸단 말입니까?”
“형식이 간단한 건 내가 짧게 쓰라고 전한 결과니 괜찮다. 하지만 이번엔 귀검이 일부러 내게 정보를 은폐했어. 감히……!”
시론의 말대로, 카시미르는 이번 서신에 적혀 있어야 마땅할 중요 보고 사항 대부분을 적지 않았다.
으득!
시론이 한 차례 이를 갈자, 흑해 중심 지역에 미약한 지진이 일었다.
“요 근래 세상이 온통 이번 사건으로 떠들썩했단 말이다. 하지만 막내 녀석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코젝까지 감당할 정도는 아니지.”
“예, 분명 다른 누군가가 개입되었을 겁니다. 귀검이 그걸 모를 리 없고요.”
콜론에 관한 모든 기사엔 진 일행의 이름만이 빠진 게 아니었다.
비궁주 탈라리스 엔도르마와 그녀의 딸 시리스. 그 두 사람이 관여했다는 사실 역시 단 한 줄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래서 세인들은 그저 예측할 뿐이었다. 귀신대나 흑왕단의 1진이 나섰다거나, 론 하이란이 움직였다거나, 비궁이 참전했다거나, 룬칸델의 기수들이 현장에 있었다거나 하는 식으로.
기자 디노와 지플 양측이 입을 닫고 있으니 시론조차 아직 코젝을 막은 게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감히 가주께 그만한 정보를 은폐하다니. 분부만 내려 주시면, 제가 당장 가서 귀검을 교육시키고 오겠…….”
휘이익!
별안간 시론의 바로 앞쪽에 새하얀 차원문이 열렸다. 칸이 반사적으로 발검하려는 찰나, 시론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보오옹!
하얀 차원문 속에서 튀어나온 건 당연하게도 눈두꺼비 모트. 그리고 그 위에 타고 있는 탈라리스였다.
“흐응, 혹시 네가 명상터를 옮겼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말이야. 다행히 잘 찾아온 모양이군, 오랜만이야. 시론.”
“탈라리스?”
“오랜만에 보는데 더 살가운 반응일 순 없는 거야?”
칸이 탈라리스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고, 시론은 한동안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내 그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탈라리스가 손사래를 쳤다.
“어머, 그 눈빛. 더 마주하면 달아오르겠어. 전처럼 한판 붙자고 찾아온 건 아니니까 표정 좀 풀어 줘.”
“너였군.”
“뭐가?”
“코젝을 막은 인물. 진을 도와준 모양이로구나, 탈라리스.”
시론이 눈빛을 풀자 탈라리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리고 본의 아니게 네 심복이 말하는 걸 엿들었는데 말이야. 카시미르가 네게 정보를 숨긴 모양이지?”
그러자 시론이 탈라리스에게 서신을 내밀었고 탈라리스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화날 만했네, 내가 연루되긴 했지만 감히 너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정보를 숨기다니. 그래서. 저 친구를 보내 흠씬 두들겨 패 주려고?”
“가벼운 경고를 줄 생각이다.”
“나는 그러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은걸. 이건 오히려 칭찬해 줘야 할 일이잖아.”
“칭찬?”
“그래. 카시미르는 이번 편지로 자신이 누구의 사람인지 확실히 알렸을 뿐이잖아. 나는 시론 룬칸델이 아니라, 진 룬칸델의 사람이라고 말이야.”
시론이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곧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시론.
“……그것도 그렇군. 내게 보고하는 것도 내가 아니라 진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겠다는 건가.”
“그만큼 네 막내아들이 사람을 잘 얻었다는 뜻이겠지. 카시미르 그 녀석, 비궁을 찾아왔을 때도 목숨을 건 눈빛이었어. 진을 위해서 말이야. 꽤 쓸 만한 녀석인 것 같으니 괘씸해도 좀 봐주지 그래.”
결국 시론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그녀의 말대로, 카시미르는 결국 자신이 진의 사람이라는 걸 못 박은 셈. 그리고 시론을 상대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말 그대로 극소수였다.
“하마터면 막내 녀석의 심복을 괴롭게 만들 뻔했군. 네게 한 번 빚진 셈 쳐 주마, 탈라리스.”
“네 아들이 내게 빚진 건? 흐응, 코젝. 그거 막는다고 꽤나 힘들었거든. 지플하고 척질 뻔했다고.”
“설마 그 빚을 받고자 찾아온 거냐? 그건 막내한테 알아서 받아라.”
“농담이야. 내가 오늘 널 찾아온 건…….”
잠시 뜸을 들이는 탈라리스.
“내 딸아이와 네 막내아들. 그 둘이 결혼하는 거, 어떻게 생각해?”
듣고 있던 칸의 입이 떡 벌어졌다.
* * *
흠칫.
“왜 그러세요, 도련님?”
“아, 아냐. 갑자기 뭔가 싸한 기분이 들어서.”
“공자도 그걸 느꼈습니까? 저도 요즘 툭하면 왠지 모르게 오싹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진과 카시미르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인지 한 번씩 등골이 서늘한 것을 빼면, 콜론을 다녀온 이후 이들은 꽤나 한가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휴식이 필요하기는 했다. 예비 기수가 되어 가문을 떠난 후, 하루가 멀다 하고 큰 싸움만 해 온 것이다.
테싱을 괴멸시킨 일부터 시작해 콜론 학살 사건까지.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대부분의 사건엔 진이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그야말로 일취월장이라 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검술 6성, 영기 5성. 그리고 거울을 얻어 단숨에 마력은 7성이 되었다.’
거울로 마력을 향상시키는 건 되도록 자제해야 할 일이다. 솔더렛의 봉인이 헐거워지면 세상은 끝장이니까.
하지만 콜론에서 티칸까지 거울을 소지하고 이동한 것만으로 자연스레 마력이 올라 버렸으니 어쩔 수 없었다. 또한, 그만한 고생을 하고 이 정도 보상도 없다면 곤란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진은 왠지 모를 조급함을 느끼고 있었다.
거미손 알루.
진의 큰형님. 조슈아 룬칸델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는 인물. 어쩌면, ‘진에게 저주를 내린 마법사’와도 연관되었을 인물.
칠색조는 아직까지도 알루에 대해 이렇다 할 정보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어차피…… 너는, 그분을 막을 수 없다.
-뭐?
-그때는 실패했어도…….
알루를 죽이기 직전, 놈과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
지금까지도 계속 신경 쓰이는 내용이었다. 지플의 비리와 폭정을 밝히고, 세상의 여러 비밀을 들춰 보는 것도 꽤나 보람찬 일이지만.
진이 가장 궁금한 건 바로 전생에서 자신에게 ‘날붙이의 미망’이라는 저주를 내린 인물인 것이다.
‘알루에 대한 모든 정보가 지워져 있다는 점이 계속 마음에 걸려. 칠색조조차 지금껏 캐내지 못할 정도면, 영영 못 찾을 수도 있다…….’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한 하인이 카시미르를 찾았다.
“주인님.”
“무슨 일인가?”
“저, 웬 남자가 저택을 찾아왔습니다. 행색은 걸인인데, 자신이 정보상이었다고 소개하더군요. 주인님 밑에서 일을 하고 싶답니다.”
“하하, 이 친구야. 그런 놈들이 일 년에 어디 한둘인가. 보나마나 살길 막막해진 뒷골목 잡배가 내 소문을 주워듣고 찾아온 것이겠지. 목욕하고 식사할 돈 적당히 쥐여 주고 쫓아내게.”
“그러려고 했습니다만. 칠색조 비밀 본부 한 군데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더군요. 그래서 어떻게 처리할지 주인님께 알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카시미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우리 비밀 본부 하나를 알고 있다고? 그자, 지금 어디에 있나?”
하인이 조심스레 창밖을 가리켰다.
“허허, 공자 앞에서 우스운 꼴을 보였군요. 칠색조의 보안이 나름 대단하다고 여겼는데…… 부끄럽습니다.”
자연스레 카시미르와 진이 창가로 가 문제의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카시미르는 문지기들에게 엉겨 붙어 빌고 있는 몰골의 남자를 보자 짜증나는 듯 이마를 짚었고.
진은 깜짝 놀라 속으로 그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제트……!?’
카시미르를 찾아온 건, 아킨의 정보상 제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