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24)
제 111화
40화. 델키의 추적자들(2)
아무것도 못 봤다는 듯 바깥으로 나서자마자 다시 정오의 쨍한 햇빛이 두 사람을 비췄다.
“어우, 나리. 대체 저희가 뭘 본 겁니까요? 저것들이 왜 다 죽어 있는 건지.”
“8성 이상의 마법사한테 당한 것이다. 지옥풍에 쓸려 나간 흔적이야.”
“8성 마법사? 그쯤 되는 양반이 이런 밑바닥 건달들하고 원한을 살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델키에 오자마자 흉흉한 걸 봐 버렸네요.”
진과 제트가 안장에 오르며 고개를 저었다.
“딱 10분 정도만 근처 양민들 중에 가버 마리우스를 아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고 와. 난 오면서 본 분수대 앞에 있을 테니. 아는 사람이 없으면 바로 다음 생존자에게 간다.”
“예이.”
진이 분수대로 가 대체 넬타 자경단이 저리된 이유를 고민하려는 찰나, 떠났던 제트가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10분도 필요 없었습니다요, 나리. 어제 새벽에 가버가 술에 취해 자경단 본부로 들어가는 걸 본 사람이 셋이나 됩니다.”
“그럼 가버도 죽었다는 뜻이군. 알겠다, 출발하자. 다음에 만날 생존자는 누구지?”
“여기서 두 시간쯤 떨어진 동네에 있습니다. 웨더웨이 마리우스, 이 친구는 용병이군요.”
찝찝한 마음으로 넬타를 다시 빠져나가는 두 사람.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군. 8성 이상의 마법사 정도면 굳이 저렇게 난리를 치지 않아도, 깡패 따윈 얼마든지 손볼 수 있었을 텐데.’
굳이 휴페스터 연합국에서 마법 범죄를 일으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마법사가 깡패들을 학살한 이유는 대체 뭘까.
‘깊은 원한에 의한 살해라고 보기에는 너무 빨리 끝냈다. 고문 흔적은 전혀 없었어. 그냥 급습해서 벌레를 밟아 죽이듯 다 처리하고 곧장 자리를 떴다.’
단서가 너무 적어 유추에 한계가 있으나 그저 우연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껄끄러운 구석이 있었다.
그에 대한 의문은 두 시간을 달려, 웨더웨이 마리우스의 소재지인 용병단 대문 앞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끼익.
문을 열자 험악한 인상의 사내들이 두 사람을 반겼다.
“하하, 수고들 많으십니다. 웨더웨이 마리우스를 찾으러 왔습니다만.”
제트가 넉살 좋게 들어서자 사내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간만에 고객 좀 받나 했더니. 웨더웨이는 왜 찾소? 아, 혹시 어젯밤에 술집에서 그놈한테 두들겨 맞은 양반인가?”
“아, 그건 아니고. 옛 친구외다. 여행 중에 우연히 이쪽을 들르게 되어 얼굴이나 보고 가려고…….”
“이야, 그 잡놈에게도 친구가 있었다니. 신기할 노릇이군! 웨더웨이는 아직 출근을 안 했소. 약도를 그려 줄 테니, 찾아가 보시오.”
“고맙습니다, 형씨들!”
약도를 받아 대로와 골목을 가로질러 웨더웨이의 집 앞으로 도착하자. 이번에도 제트가 문을 두들겨 댔다.
“웨더웨이! 안에 있나?”
쾅쾅, 쾅쾅.
옆집 사람 몇이 시끄럽다며 소리를 칠 때까지도 굳게 닫힌 문은 열릴 기미가 없었다.
“오늘 남의 집 문 여러 번 따는구만.”
그리고 진이 시키기도 전에 제트가 자물쇠를 해제하기 시작했고, 딸각.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 순간.
“하.”
“이런.”
두 사람이 가장 먼저 본 것은 거실 한가운데 기묘한 자세로 쓰러져 있는 한 남자, 웨더웨이 마리우스였다.
“나으리. 음, 이 친구 아무래도 죽은 것 같은데요…… 숨을 쉬질 않습니다.”
“독살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사망한 지 얼마 안 됐어. 피부와 혈색이 독에 변색되지 않은 걸 보니, 잘 정제된 암살용 독이고.”
아직 시신의 가슴팍에 희미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기껏해야 지금으로부터 두세 시간쯤 전에 죽은 것이다.
“나리, 그렇다면……?”
“누군가 달의 희생 생존자들을 죽이고 있어, 실시간으로. 그리고 넬타 자경단을 죽인 범인과 마리우스를 죽인 자는 다른 사람이다. 스타일이 너무 달라, 최소 2인조라는 거지.”
두 번째 생존자의 죽음까지 확인하자.
진은 확신할 수 있었다.
‘범인들은 칠색조가 마리우스라는 이름에 대해 캐고 있는 걸 최근에 인지했고, 정보 유출을 우려해 달의 희생 생존자들을 정리하고 있다.’
이제는 우연일 리가 없었다.
또한, 진은 이번 일에 우연이라는 요소가 있다면. 그건 범인들 쪽에 더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범인들이 현재 나와 제트가 생존자들을 찾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는 알 수 없다. 안다면 계획적으로 우리에게 범행을 덮어씌우고 있고, 모른다면… 재수가 더럽게 없군.’
넬타 자경단이 학살된 것과 웨더웨이의 죽음에 대해 아무리 늦어도 오후부터는 조사가 시작될 터였다.
그런데 양민들이 보기에 마지막으로 넬타 자경단을 방문한 것은 두 사람이고, 웨더웨이의 경우엔 동료 용병들이 확실하게 봐 버렸다.
용병단으로 돌아가서 ‘신고하세요, 웨더웨이가 죽었습니다’라고 말해 봐야 통할 리가 없을 뿐더러, 기적적으로 믿어 준다 한들 진과 제트 역시 수비대의 조사를 받아야 할 터.
그렇게 되면 예비 기수의 신분이 밝혀질 위험도 있고, 남은 일곱 명의 생존자를 찾아보는 건 꿈도 꿀 수 없다.
으득!
진이 치솟는 짜증을 억누르며 이를 악물었다.
‘내가 아무리 예비 기수라지만, 감히 룬칸델의 땅에서 나를 갖고 놀아?’
현재까지 확인된 범인은 8성 이상의 마법사 하나, 독에 능통한 암살자 하나.
‘그것만으로도 달의 희생 생존자들을 처리하려고 투입하기엔 엄청난 전력이다. 그만큼 놈들 입장에서 중한 일이라는 뜻이겠지. 어쩌면 암살자가 더 있을 수도 있어.’
진이 웨더웨이의 집을 나서자 제트가 헐레벌떡 뒤따랐다.
“나리,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단 티칸으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요? 이번 건은 빼도 박도 못하게 우리가 덮어쓰겠는데요.”
“좋은 생각이야, 제트. 하지만 우린 남은 생존자를 다 만나고 간다. 빨리 움직여야 해, 암살자들이 그들을 다 죽이기 전에.”
* * *
세 번째 생존자.
네 번째 생존자, 다섯 번째 생존자…… 여덟 번째 생존자까지.
자정이 다 되도록 말을 세 번이나 바꾸고 이동 관문을 두 번이나 사용하며 미친 듯이 생존자를 찾았지만.
그중 주검이 아닌 자는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하나같이 두 사람이 도착하기 직전이나 몇 시간쯤 전에 사망한 모습.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암살자가 둘뿐이었다는 것이다. 사망자는 전부 바람 계통 마법이나 독에 당했다.
때문에 진은 거의 꼭지가 돈 상태였다. 매번 눈앞에서 달의 희생 생존자들이 죽어 나가고 있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아, 이번이 마지막 생존자입니다, 나리. 덴 마리우스. 이 친구까지 죽어 있으면 어쩌죠?”
“문부터 열어 봐.”
마지막 생존자, 덴 마리우스의 소재지는 델키 동부 지방 한 도시 외곽의 외딴집이었다.
네 번째 생존자를 찾을 때부턴 노크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안에 생존자가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 있기를 바라며 문을 열었을 뿐.
째깍, 째깍, 틱!
마지막 생존자의 집 대문이 열린 순간.
피익!
한 줄기 화살이 날아들었다.
제트는 반응하지 못해 움찔 몸을 틀었고, 진이 제트의 가슴께로 날아든 화살을 맨손으로 붙잡았다.
“어, 어헉! 이 미친, 나리! 덕분에 살았습.”
피잇!
챙!
재빨리 단검을 꺼내 든 진이 두 번째 화살도 쳐 내자, 거실에 서 있던 남자의 동공이 커졌다. 그러곤 겁에 질린 얼굴로 이렇게 소리를 치는 남자.
“누, 누구시오! 이 거리에서 석궁을 쳐 낼 정도면, 보, 보통 실력자는 아닌 것 같소만. 왜 남의 집 문을 막 열고…….”
“달의 희생 생존자 덴 마리우스. 맞나?”
남자의 입이 벌어졌다.
“그걸 어떻게…… 설마, 국왕파의 망령들이냐? 아니면, 그분께서 보내신 거냐……!”
남자가 덴 마리우스라는 걸 확인한 순간.
진은 하마터면 덴을 안아줄 뻔했다. 솔직히 덴이 살아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분이라. 타이뮨인가. 아니면, 알루가 말한 그분?’
어느 쪽이든 저주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줄 중요한 인물이리란 강렬한 직감이 일었다.
“덴.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다. 여긴 위험해. 곧 암살자들이 들이닥칠 테니, 일단 나와라. 난 널 구하러 온 셈이니.”
“그, 그게 무슨 소리요?”
“가버, 웨더웨이, 버트 등. 오늘 새벽부터 암살자들이 달의 희생 생존자들을 죽이고 있다. 너를 제외한 아홉은 모두 죽었어. 그들이 국왕파의 망령인지, 타이뮨 마리우스의 하수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란 말이지.”
“……당신, 타이뮨 님을 알고 있소!?”
“조금 혼란스럽겠지만, 일단 날 믿고 따라와라. 내가 널 죽이려 했다면 5초 이상 시간을 쓸 필요가 없어. 무슨 말인지 알겠나? 해치지 않겠다, 약속하지.”
몇 초쯤, 덴이 이를 악물고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딸아이가 자고 있습니다.”
“아이고, 이 친구야! 얼른 데리고 나와! 설마 마누라도 있는 건 아니겠지?”
“없소, 금방 데려오겠소!”
덴이 허겁지겁 잠이 덜 깬 딸아이를 업고 제트의 말에 올라탔다.
“여기서 동부 이동 관문까지 얼마나 걸리지?”
“세 시간은 부지런히 달려야 합니다.”
“멀군. 나머지 사정은 가면서 설명하지. 가자!”
히이이잉!
말들이 투레질을 하며 탁 트인 밤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후드를 눌러쓴 진과 제트, 그리고 애를 업고 있는 험상궂은 사내 하나.
시간대 때문에 다소 유괴범처럼 보이는 모양새였으나, 다행히 델키의 순찰대가 괜히 그들을 붙잡는 일은 없었다.
대로를 넘어 인적 없는 숲길로 들어서자 덴이 입을 열었다.
“나머지 형제들이 정말 모두 죽었습니까?”
“그래. 내 생각엔 국왕파의 망령들이 아니라, 네가 말한 그분이라는 자가 암살자를 보낸 것 같은데. 그분이 누구냐?”
덴은 아직 그것까진 말할 수 없다는 듯 대답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답답함을 느낀 제트가 욕설로 덴을 윽박지르려다, 그의 어린 딸을 보곤 다시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결국 말하게 되어 있어, 이 사람아!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실토하게. 나도 자네처럼 밑바닥 인생이었는데, 나리를 만나고 인생이 폈다니까!”
“……그보다, 아까 죽은 형제들이 아홉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직접 확인했다. 모두 사망했어.”
진이 대답하자 덴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다면 잘못 알고 계신 겁니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 말을 못 했지만, 달의 희생 형제들은 나를 포함해 총 열둘입니다.”
치이이익-!
진이 고삐를 잡아당기자 말들이 급히 달리기를 멈췄다.
“뭐라고?”
“두 명이 더 있습니다.”
“나머지 둘은 어디에 있지?”
“그건 저도 모릅니다. 그 녀석들은 저와 달리, 아직까지도 직접 지령을 받고 움직이고 있어요.”
그 말에 진과 제트가 서로를 쳐다보았다.
남은 형제는 둘.
암살자도 둘.
제트가 그에 대해 물어보려는 순간, 진의 시야에 어두운 수풀 한쪽에서 시퍼런 빛이 퍼지는 모습이 보였다.
마력이었다.
“습격이다!”
푸히이이잉!
수풀에서 빛이 쏘아지자, 말들이 무너지듯 쓰러지며 단말마의 비명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