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34)
제 111화
44화. 진에게는 무모하지 않은 계획
1796년 4월 20일, 타이뮨이 죽은 후 약 2주가 흘렀다.
진은 동료들에게 사건의 전말을 조금 각색해서 설명해준 상태였다.
자신이 저주에 대해 한 살 때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만 배제한 채, 타이뮨의 자백을 기반으로 알게 된 정보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카시미르는 이번 일을 시론에게 전혀 보고하지 않았다.
진이 8성 기사와 마법사 둘을 상대로 대등한 싸움을 펼쳤다는 내용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손가락이 근질근질했지만, 엮여 있는 문제가 지나치게 민감했다.
“이 유모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질 않습니다, 도련님. 대체 조슈아, 그 찢어죽일 개자…… 앗, 죄송합니다. 도련님 앞에서 상소리를. 아무튼, 2기수가 대체 무슨 이유로 그 어린 도련님을 해하려고 했던 걸까요…….”
“딸기파이여, 마음껏 욕해도 된다. 테마르가 살아있을 적엔 상상도 못한 일이다! 조슈아인지 뭔지, 그 벌레 같은 놈은 내 직접 뼈째로 씹어 삼킬 것이야.”
“하! 정말 너무 화나요!”
“아이, 그냥 욕을 해도 괜찮다고 말했잖은가. 어서, 어서 질러버려! 참으면 화병이 난단 말이다. 응? 자, 따라 해봐. 개…….”
잠시 진의 눈치를 살피던 길리가 조심스럽게 욕설을 내뱉기 시작하자, 무라칸이 맞장구를 쳐주는 모습이 이어졌다.
차마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육두문자가 방 안을 가득 채우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언제 봐도 죽이 참 잘 맞는단 말이지…….’
두 사람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리는 진.
“듣다 보니 나도 좀 시원하긴 하네. 이제 좀 괜찮아, 길리?”
“후아! 조금은 낫네요. 여전히 그 작자가 왜 그랬는지 이해는 안 되지만요. 차기 가주는 따 놓은 당상이나 다름이 없는데, 막 선택의식을 끝낸 도련님과 무슨 원한을 졌다고!”
“내가 바리사다를 골랐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철저하게 나까지 경쟁자로 분류하고 미리 싹을 자르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지. 근데, 이유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그럼요?”
“오히려 깊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는, 놈이 암살 실패 후 내 계약을 알고도 지금껏 가만히 있었다는 부분이야.”
“아, 그것도 그렇군요. 15년 전엔 굳이 폭풍성의 금기까지 깨면서 저주를 사주했는데, 정작 본가에선 도련님을 공격한 적이 없으니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조슈아보다 권력이 한참 떨어지는 뮤, 앤도 꼬마를 죽일 작정으로 임무를 내렸었잖아? 놈은 더할 수도 있었을 텐데.”
“게다가 도련님은 본가로 입성하시자마자 늘 엄청난 두각을 드러내셨죠. 2기수는 도련님이 계약자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으니, 대놓고 도련님을 압박할 수 있는 명분도 있었고요.”
“맞아, 그 이유에 대해서 나도 지금까지 여러 가설을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놈은 루나 누님을 두려워해서 나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이게 첫 번째.”
“루나 아가씨께서 도련님을 아끼는 모습을 많이 보이긴 하셨죠.”
“일리는 있어. 네 누이의 힘이야 용들조차 겁을 낼만한 것이니. 하지만 그것만으론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군.”
“맞아, 그래서 상상력을 좀 발휘해서 만든 두 번째 가설. 놈은 키다드 홀에게 저주가 솔더렛의 권능에 막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를 살려두기로 했다.”
“네가 한 살 때 이미 솔더렛의 선택을 받은 인간이니까, 잘 포섭해서 아군으로 만들려고 노선을 바꿨다?”
“음, 그렇게 보기에는 2기수가 본가에 있을 때 도련님을 전혀 챙기지 않았어요.”
“그럼 대체 꼬마를 왜 살려둬?”
“안드레이 지플과 싸운 날을 기억하지?”
“물론이지.”
“그때 안드레이가 이런 말을 했었잖아.”
-이 기습은 칭찬해주지. 그러나 너와 너의 신은 마신석의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될 것이다, 진 룬칸델……!
-열둘의 신이 지금, 내 속에 잠겨 있다! 루나 룬칸델이여, 네게는 무엇이 있지? 여기 네 아비가 있었더라도 내게 대적할 순 없으리라.
당시 안드레이는 마신석이 마치 신의 계약자들을 ‘재료로’ 사용하는 물건인 듯 표현했었다.
“처음에 안드레이는 엔야와 유리아를 노렸었지. 둘 다 신의 계약자였기 때문에 마신석으로 잡아먹으려고 했던 게 분명하고.”
“음.”
“내 생각은 이래. 지플은 마신석으로 계약자를 잡아먹어, 강제로 계약을 해지시킨다. 그 다음 자신들이 원하는 인물과 해당 신을 다시 계약시킨다.”
추론처럼 말했지만 확신이었다.
이미 진의 전생에서 지플은 엔야의 계약을 강탈한 적이 있는 것이다.
“어, 그때 무인도를 빠져나오면서 그런 얘기를 했던 것도 기억이 나는군. 그렇다면 네 말은, 조슈아는 이미 15년 전에 그 방법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네 계약을 훔칠 생각을 했다는 거냐?”
“거의 비슷해. 하지만 그때도 마신석이 존재했는지는 알 수 없고, 조슈아가 지플과 그렇게까지 긴밀하게 내통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다만.”
톡, 톡. 진이 검지로 탁자를 가볍게 내리치며 뒷말을 이었다.
“계약을 옮기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 신의 계약을 강탈할 수 있는 물건이나 방법이, 세상에 과연 마신석 하나뿐일까?”
길리와 무라칸의 눈동자가 커졌다.
“아! 2기수가 본가에서 도련님을 건들지 않은 건, 계약을 강탈하기 위해서란 말이죠?”
“아직 가정에 불과하지만, 가능성이 꽤 높다고 생각해. 조슈아는 루나 누님이 왕좌 경쟁에서 물러난 이후,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가문 내 입지를 단단히 굳혀갔어.”
“그러나 가주께선 2기수를 지금까지도 못마땅하게 여기시죠.”
“그건 놈의 무위가 부족하기 때문이야. 서른넷에 9성 초입, 분명 대단한 성취지만 루나 누님이 있는 이상 룬칸델의 가주가 되기엔 모자라지. 놈에게 필요한 건, 아버지나 루나 누님처럼 초월적인 무위.”
진이 손바닥에 영기 구체를 형성했다.
“조슈아는 아마 이 힘이 미치도록 탐나지 않았을까? 아직 확실한 방법을 찾지 못했거나, 준비가 덜돼서 빼앗지 못하고 있었을 뿐.”
“확실히…… 그럴 수 있겠어. 솔더렛이 마법보다 검의 신에 가깝다는 비사쯤이야, 네 어머니가 알려줬을 것이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이 가설대로라면 저주 실패 이후 조슈아의 행동이 얼추 납득이 된단 말이지. 뭐, 진실은 조슈아와 놈의 수족들을 족치면서 직접 들어야 알겠지만.”
똑똑.
한창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와중, 카시미르가 진의 방을 찾았다.
“진 공자, 그의 거처를 찾았습니다.”
그.
키다드 홀, 전생의 진 룬칸델을 불구로 만든 장본인, 진이 눈빛을 바꾸며 카시미르를 쳐다보았다.
진은 당연히 티칸으로 돌아오자마자 키다드를 찾기 위해 칠색조를 투입한 상태였다.
“어디랍니까?”
“동부 대륙, 멜타도어 제후국에서 은거하고 있더군요. 지플의 고등 마법 교육관에서 사직한 후, 줄곧 그곳에서 연구를 하고 있던 모양입니다.”
카시미르가 진에게 칠색조의 보고서를 내밀었다. 보고서엔 키다드 홀의 인적사항과 추적 가능한 지난 모든 행적이 연도별로 빼곡히 서술되어 있었다.
“……1765년 2월, 비먼트 아카데미의 교육장으로 부임하다. 부임 첫해부터 학생을 열다섯이나 내쫓다. 그 과정에 비먼트의 귀족들과 큰 마찰을 빚다. 와, 30년 전의 기록까지! 대단합니다, 카시미르 경.”
“제가 아니라 제 부하들이 대단한 것이죠, 하하. 현재 그의 거처를 비롯해, 최근 그가 가장 자주 다니는 식당까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살펴보니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칠색조는 키다드라는 인간의 나날을 완전히 해부해서 가져왔다.
아무리 키다드 홀이 명성 자자한 9성 마법사라 할지라도, 수십 년 전의 행적까지 낱낱이 파헤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카시미르 경.”
진심이었다.
그러나 보고서엔 오직 회귀자인 진만이 알고 있는, 키다드에 대한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빠져 있을 것이다. 키다드를 죽이기 위한 핵심이.
“이번 정보 수색엔 제트도 투입되었습니다. 그 친구, 수습 기간도 안 끝났는데 일 정말 잘 하더군요. 공자 덕에 인재를 하나 얻었습니다.”
“밥값은 한다니 다행이로군요. 자아, 멜타도어 제후국이라…… 꽤나 먼 곳에 있군요. 이동관문으로 직행할 수도 없으니, 바로 준비해서 내일쯤 떠나야겠습니다.”
“예? 내일요?”
“도련님, 내일이라뇨?”
“꼬마, 내일 당장 찾아가서 그놈을 죽이겠다고?”
동료들이 당황한 목소리로 묻자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혼자 갈 거야, 이번에는.”
“게다가 혼자? 너 얼마 전에 8성 둘한테 죽을 뻔한 거 잊어버렸냐?”
“농담이시죠, 도련님?”
“공자, 혹시 계획이 있는 겁니까?”
“야, 미물. 그 키다드라는 인간, 9성 마법사라고 하지 않았냐?”
“맞습니다, 무라칸 님. 은거에 돌입하기 전까지는 지플을 제외하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마법사 중 하나였고요. ‘역류의 키다드’라면 지금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그런 놈을 꼬마가 내일 당장 혼자 찾아가서 어떻게 죽여? 파티 제대로 구성하고, 치밀하게 작전을 세운 다음에 적절한 기회를 잡아야 죽일 수 있는 것 아니냐? 응? 말을 해봐, 미물. 지금 머리에 열이 빡 오르니까.”
“그러게요……? 그…… 런데 무라칸 님. 왜 저한테 화를 내시는지 여쭤도.”
“저 미친 꼬마가 또 자기가 불나방인 줄 착각하고 있잖아! 키다드는 모닥불이고. 그리고 나는 수호룡인데, 화풀이를 미물 너 말고 누구한테 해? 불쌍한 딸기파이한테 할까?”
“아, 아아. 이해했습니다. 예, 제가 받아드려야죠. 하지만 무라칸 님, 진 공자가 이렇게 당당한 걸 보면 뭔가 확신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세 사람이 동시에 진을 쳐다보았다.
“음…… 일단 무라칸, 너는 카시미르 경 좀 그만 괴롭혀. 세 사람 다 당황하지 말고 내 얘기 잘 들어봐요. 계획은 있고, 행여 실패하더라도 위험도가 그렇게 높지도 않습니다.”
이내 진이 키다드를 제거할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하자 길리와 무라칸은 반신반의하며 눈동자를 끔뻑였고.
카시미르는 손뼉을 치며 그 계획을 납득했다.
“미물, 넌 이게 가능하다고 보냐?”
“오히려 파티를 짜서 습격하는 것보다 진 공자의 방법이 훨씬 깔끔하고 안전할지도 모릅니다, 무라칸 님. 진 공자 말대로 실패 시에도 무사히 복귀할 가능성이 높고요. 혜안입니다, 제 생각엔.”
“딸기파이는 어떻게 생각해?”
“도련님이 안전하다면, 한 번 시도해 볼만 하겠네요. 하지만 도련님을 꽤 오래 못 볼 수도 있다는 건 속상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나도 찬성해야겠군. 저 망할 꼬마 놈이 없는 동안, 내가 더 잘 챙겨줄 테니 속상해 할 필요 없다, 딸기파이여.”
결국 세 사람 다 동의했다.
그리고 카시미르는 벌써부터 손가락이 또 근질근질해지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진 공자가 8성 둘을 상대한 건 알려드릴 수 없어 계속 아쉬웠는데, 어쩌면 곧 더 큰 건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론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