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59)
제 111화
55화. 암흑마법회의 잔당들(1)
1796년 10월 22일.
진과 엔야가 생도들의 종자가 되고 닷새가 흘렀다. 칩의 말대로 다른 생도들은 두 사람을 보고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세 생도는 엔야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눈치였다. 변장이 진의 생각보다 효과적인 데다, 대부분 후드로 얼굴을 가린 덕이었다.
‘오늘부터는 본격적인 소탕 작전이 시작되겠군.’
지난 닷새 동안 암흑마법회의 잔당들은 한 번도 도시를 침략하지 않았다.
호슨에 파견을 나온 아카데미의 마법사는 총 서른여섯 명.
3, 4성 정도의 생도가 각 세 명씩 열한 개 조를 이뤘고, 나머지 셋은 정식 마법사로 6성 둘에 7성이 하나였다.
닷새간 그들은 영주의 병력과 연계해 암흑마법회 잔당들이 있는 숲길을 정찰했으나, 교전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아카데미 마법사들은 소탕 작전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이 묵고 있는 여관 안에 긴장감 따윈 감돌지 않았으며, 하나같이 지루한 소풍이라도 나온 듯 심심한 얼굴들이다.
‘소탕 대상이 우리를 보자마자 겁을 먹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생도들끼리만 정찰을 할 때도 습격 한 번 없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진에겐 그들이 기고만장한 애송이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오십 가까이 되는 적이 저쪽 숲 어딘가에 잔뜩 숨어 있는데, 이토록 해이한 분위기라니. 전공 몰아주기의 일환인 걸 알고 있다 할지라도, 좀 심하군.’
하나부터 열까지 엉망이어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다. 정찰 중 습격은 없었으나, 암흑마법회 잔당들이 퇴각한 흔적도 없으니까. 잔당들은 아카데미 마법사들과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는 거야.’
숲길 안에 함정조차 설치하지 않았다. 잔당들은 그들이 머물고 있는 동굴 속으로 마법사들이 찾아와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잔당들이 있는 동굴 내부는 위험해서 정찰하지 않았다지만, 사실은 귀찮았을 뿐이지. 몰아주는 전공을 거저먹고, 돌아가서 대충 무용담이나 늘어놓고 싶을 테니까.’
생도들이 생각이 없는 건 이해라도 간다. 그러나 6, 7성이나 되는 정식 마법사들까지 이 모양일 줄이야.
진이 절레절레 고개를 젓자 마우라, 오렐, 칩이 눈치를 살폈다.
그나마 세 생도는 다른 이들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 입장에선 특임대가 이번 소탕 작전을 감찰하고 있으니 허술하게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진, 엔야와 함께 있는 1분 1초가 가시방석 같았다. 자신들이 보기에도 아카데미 마법사들의 기강이 개판인데, 특임대가 있다고 발설하는 건 꿈도 꿀 수 없으니 당연했다.
“저, 종자님. 혹시 저희가 뭐 실수라도…….”
“아니, 서른여섯 마법사 중 네놈들만 그나마 정상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게 문제지. 요즘 아카데미 마법사들은 설마 파견을 나갈 때마다 이 따위인가?”
“그, 그건 아닐 겁니다. 저희 셋은 첫 파견이라 잘 모르긴 하지만…….”
“작전이 시작되기 전에 짐이나 똑바로 싸놓도록. 생도 파견임무 수칙에 적힌 규범을 그대로 따라라.”
“알겠습니다!”
생도들이 물러가자 엔야가 진의 곁으로 왔다.
“볼수록 신기해요. 형님은 어쩜 그렇게 얼굴이 두꺼워요? 연기 봐, 진짜. 극단에서 활동하면 대박 나겠는데요? 분명 쟌 왕국 최고의 배우, 다니엘 마프리오보다 형님이 더 유명해질 걸요.”
“칭찬 맞지?”
“그럼요! 다니엘 마프리오보다 형님이 더 잘생겼어요.”
“그보다, 내 생각에 이번 소탕 작전은 분명히 망해. 그러니까 작전이 시작되면 절대로 내 옆을 벗어나지 마.”
“정식 마법사도 셋이나 되는데, 정말로 그럴까요? 7성도 있는 걸요.”
얼마 전까지 아카데미 소속이었던 엔야의 입장에서, 아카데미 출신 정식 마법사는 하늘같은 존재였다. 게다가 7성이라면 구름위의 용이나 다름이 없었다.
“7성이라고 다 같은 7성이 아니야. 지난 닷새 동안 모든 일이 그자의 지휘 아래 이뤄졌는데, 답이 없어. 성취만 높을 뿐 경험은 적은 듯 보이고, 나이는 많지. 40대 중반쯤 되는 것 같더군.”
“나이가 많은 건 왜 문제가 돼요?”
“성공가도만 달린 어른은 아랫것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법이거든. 사실 본인이 이룬 성공이 배경과 출신에 기대 얻은 경우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말이야.”
만약 소탕 작전이 진의 예상대로 시작과 동시에 어그러지기 시작한다면.
진은 마우라, 칩, 모렐의 입을 빌려 첨언을 할 생각이었다. 그의 머릿속엔 온갖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들이 가득 들어찬 상태니까 말이다.
‘그러나 들을 리가 없지.’
사실 진의 입장에선 손해될 게 없긴 했다.
어차피 진이 암흑마법회를 찾아온 이유는 역류계 마법 수련과 엔야의 경험을 쌓아주는 것이다.
역류계 마법은 암흑마법회 잔당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이고, 엔야는 아카데미 마법사들이 실패하거나 성공하는 걸 지켜보기만 해도 분명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터.
“준비 끝났습니다, 종자님. 그리고 방금 명령이 내려왔어요, 한 시간 뒤, 저녁 여섯시부터 작전 시작이랍니다.”
세 생도가 짐을 싼 가방을 들고 와서 소식을 알렸다. 얼마나 열심히 쌌는지, 셋 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
“알겠다.”
* * *
저녁의 숲은 어둡다.
해가 지면 도시는 곳곳마다 마법등이 환히 빛나지만, 숲은 햇빛을 가리는 나무 때문에 벌써 한밤처럼 캄캄하다.
그래야 정상인데.
아카데미의 마법사들은 단체로 자그마한 마법등을 켠 채 이동하고 있었다. 마치 우리가 왔다는 걸 광고라도 하듯이.
‘언제 교전이 있을지도 모르는 숲길에서, 마법등이라. 기습해달라고 광고라도 하는 건가. 적을 얕보는 일에 정도가 없군. 이러니 비먼트 마법 아카데미가 지플의 교육 기관들을 감히 넘보지도 못하지.’
물론 아카데미의 모두가 이 모양은 아니다. 지플이 너무 뛰어날 뿐, 비먼트 아카데미 역시 숱한 대마법사를 배출한 명문 중의 명문이다.
하아암-!
당장 지금 하품을 하고 있는 7성 지휘 마법사도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면 지금보다는 나을 터.
다만 전공 몰아주기의 달콤함과 편리함에 취해 오합지졸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하긴, 아카데미 마법사들에게 암흑마법회 잔당 따윈 길거리 잡배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이겠지.’
진과 엔야는 대열 후미에서 생도들의 짐을 들고 있었다.
“여기서 잠깐 휴식을 취한다!”
미친, 여기서?
진이 경악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낮은 바위가 몇 개 깔려 있을 뿐, 길 사방에 숲이 가득해 뛰어난 저격수 한둘이 마음만 먹으면 생도 파티를 전멸시킬 수도 있는 위치였다.
“칩 생도님.”
“아, 으응.”
칩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혹 다른 이들이 들을 수 있으니 진과 엔야는 경어를 쓰고, 세 생도는 반말을 하는 것이다.
“이건 아니라고 전해주세요. 여기서 30분만 더 가면 더 나은 휴식지가 있다고 말이죠. 5분쯤 뒤에 나올 큰 바위 하나를 지나 왼편으로 꺾으면 나온다고도.”
진도 지난 닷새 동안 두어 번 종자로서 정찰에 참여했다. 그때 휴식지가 될 만한 곳을 봐둔 것이다.
“그게…….”
“명령입니다.”
“저, 아츠 경!”
아츠는 이번 파티의 부대장 격인 6성 마법사였다. 그가 뒤를 돌아보며 칩을 찾았다.
“왜 그러나?”
“여기서 30분만 더 가면 더 휴식하기에 더 좋은 땅이 있습니다. 곧 큰 바위가 하나 나오는데, 그걸 지나 왼쪽으로 가면…….”
“쓸데없는 소릴 하는군. 걱정되면 자네는 보호막이라도 치고 휴식을 취하도록 하게.”
“하지만.”
“점수를 따고 싶은 건가? 좋아, 정찰 때 다들 놀기만 한 줄 알았더니 그래도 생각 있는 생도가 있었군. 돌아가면 자네 담당 교수님께 상점 추천서를 올리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이쯤 되니 진도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사실 자신이 참견할 일도 아니고 말이다.
그렇게 휴식하기를 30분, 다행히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듯 보였으나.
“어어?”
별안간 대열 왼쪽 숲에서부터 두 인영이 튀어나왔다. 암흑마법회 잔당들이 고문으로 길들인 오크였다.
그러나 오랜 고문에 시달려서인지, 두 오크는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힘이 없고 몸집이 작은 편이었다.
“캬아악!”
오크가 들고 있던 도끼를 내던지며 소리를 치자 정식 마법사들이 재빠르게 보호막을 펼쳤다.
동시에 가장 가까운 생도 2조가 마법을 영창했고, 나머지 생도들도 지팡이를 움켜쥐며 전투태세를 가다듬었다.
쉬이익! 생도 2조가 쏜 얼음송곳이 오크들의 가슴팍과 복부를 찔렀다. 수풀에 쓰러진 오크가 쇠를 긁는 듯한 비명을 내질렀고, 정식 마법사들이 피곤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오크? 별 거지 같은…… 아츠, 자네가 1, 2, 3조를 데리고 저것을 부린 놈들을 찾아보게. 발견하면 사살하지 말고, 내게 데려오고.”
“알겠습니다.”
“나머진 다시 이동을 시작한다.”
안 그래도 적에 비해 수가 부족한데 뻔한 교란에 전투 인원을 나눴다. 세 개 조가 빠지면 남은 인원은 스물셋. 종자들까지 포함하면 오십이 좀 넘지만, 종자들은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십중팔구 아츠라는 마법사는 적당히 생도들과 농이나 부리다 뒤늦게 합류할 터.
속으로 지휘 마법사를 비웃으려던 진이 흠칫하며 그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건 심하게 이상한데…… 설마?’
경험 적은 엘리트 출신이 적을 얕보는 일은 정말 흔한 일이다.
하지만 출신과 배경으로 이룬 성공이라 해도, 7성은 결코 가벼운 성취가 아니다. 7성 마법들의 복잡한 수식을 이해할 정도면, 기본적으로 머리도 비상한 편에 속해야 하고.
그런데 지휘 마법사는 첫날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빠짐없이 계속 최악의 판단만 내리고 있었다.
‘지휘 마법사가 일부러 이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생각해봐야겠군. 7성 마법사가 암흑마법회의 첩자이거나, 생도들 중 누군가에게 원한이 있어 작전이 실패하기를 바라고 있거나.’
다시 행렬 시작되자 진은 마우라와 칩, 오렐에게 7성 지휘 마법사, ‘오턴 멜슨’에 대한 정보를 물었다.
지금까지는 특임대 신분을 의심받을까봐 일부러 묻지 않았으나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생도님들, 오턴 경에 대해 아는 바가 있습니까? 지휘가 영 이상한데요.”
“으음, 글쎄. 몇 년 전까지는 아카데미 정교수 자리를 노리셨다고 들었는데. 헨서크 가 선배님들에게 밀려 계속 조교수로만 머물고 계시는 걸로 안다만…….”
“아마 짜증이 나셨을 거야. 조교수로 머무는 것도 서러운데, 새파란 생도들과 같이 파견을 나왔으니.”
“다른 특이 사항은요?”
“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데…… 아, 오턴 경이 어제 고기를 먹더군.”
“고기를 먹은 게 왜?”
“아, 그게. 그분은 원래 꽤나 엄격한 채식주의자야. 내가 알기로는 말이지.”
칩의 대답에 마우라와 오렐도 고개를 끄덕였다.
세 시간 뒤.
진과 엔야, 그리고 마법사들의 시야에 커다란 동굴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대지 마법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바위 동굴, 암흑마법회 잔당들의 본거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