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93)
제 111화
62화. 나침반 탈취 작전(6)
곧장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마력광선이 날아들어 칼의 사지를 관통했다.
“커헉……!”
“칼 경!”
칼이 쓰러지자 셋 남은 기사와 마법사들의 눈에 절망이 스몄다. 이 판국에 추콘까지 자신들을 공격한다면, 그들로서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추, 추콘, 네놈잇.”
“나는 자네가 했던 행동을 그대로 돌려줄 뿐이야. 클클.”
진이 어깨를 으쓱인 순간, 추콘의 보호막 속에 있던 마법사들이 일제히 공격마법을 펼쳤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진이 아니라 칼의 몇 안 남은 하수인들을 조준하고 있었다.
“추코오온!”
절규가 끝나기도 전에 지플의 기사와 마법사들 전원이 죽음을 맞이했다. 진이 칼을 노리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추콘은 방관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사실상 예정되어 있던 수순이었다.
“눈치가 아주 없지는 않군, 추콘. 이렇게까지 협조적일 줄은 몰랐는데. 이러면 테스가 할 일이 별로 없어지잖아.”
칼은 그대로 까무러쳤고, 진은 다친 팔로도 그를 가볍게 들어서 추콘 쪽으로 던져주었다. 추콘 앞에 칼이 떨어지자마자 킨젤로의 마법사들은 치유마법을 펼쳤다.
소중한 인질이 과다출혈로 사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칼 다음엔 네놈 차례라는 생각은 들지 않더냐?”
“안즈 대평원의 절대자가 그렇게까지 멍청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뭐, 염두에 두긴 했지. 다만 네놈들이 내게 덤벼도 상관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뿐.”
“끝까지 허세로구나. 테스를 소환했다고 이 추콘 톨더러를 어쩔 수 있을 것 같나, 심지어 성치도 않은 몸으로.”
“하하하…….”
가아악, 가악가각!
진과 테스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추콘 톨더러, 넌 나를 죽일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어. 그래서 킨젤로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을 선택한 거다. 내가 제시한 방향을 말이야. 그러니 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집어치워.”
한동안 진과 추콘이 살기 어린 시선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 다 맞는 말을 하고 있었다. 진은 허세를 부렸고, 추콘은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영기까지 다 꺼낸다고 해도, 이 상태로 추콘과 싸우는 건 미친 짓이지. 몸 상태가 최고일 때도 억지로 온갖 변수를 만들지 않고서는 사실 꺾을 수 없는 상대다. 놈이 진짜로 싸울 마음이라면 도주해야 해.’
‘정체불명의 뇌검에 테스가 선택할 정도의 마법. 또 무슨 숨겨둔 힘이 있을지 모른다. 나침반을 회수하는 건 이미 틀린 분위기고, 칼 지플이라도 챙겨서 무사히 돌아가야 단장을 볼 낯이 서.’
돌격대장급 백랑족 다섯을 잃었고, 상급 단원도 대부분 잃었으며, 나침반은 탈취 당했다.
하지만 칼 지플처럼 모든 걸 잃은 건 아니었다. 항구의 배엔 나침반을 제외한 부바르의 다른 작품들이 가득 적재되어 있기도 했다.
진이라는 변수는 어차피 아무도 예상치 못한 재앙이다.
‘괜한 자존심을 부렸다가 행여 일이 더 틀어지면, 그때는 단장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단장은 보고를 받으면 분명, 저놈을 어떻게든 우리 사람으로 만들려고 할 터. 추적할 만한 정보도 충분히 얻었다.’
추콘이 먼저 물러났다.
“좋다, 오늘은 서로의 실리를 챙기도록 하지.”
“나이를 헛먹진 않았군. 어쩌면 너희 단장은 나침반보다 칼 지플을 잡아온 걸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테스의 소환을 해제했다.
‘1층이 아까부터 갑자기 잠잠해졌어. 상황이 종료된 건지, 전장이 바깥으로 확대된 건지 모르겠군.’
쾅!
이내 한 차례 강하게 발을 굴러 바닥에 커다란 구멍을 내는 진. 그것조차 명왕검의 기본 체술에 속해 찌릿찌릿 뇌기가 흘렀다.
“그럼 다음에 보도록 하지.”
구멍으로 내려서자 곧장 난잡한 1층 풍경이 보였다.
2층과 마찬가지로 꽤나 격렬한 전투가 있었던 듯, 사방에 시체와 피, 부서진 사물이 가득했다.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무라칸, 퀴칸텔, 카시미르, 알리사 정도의 파티를 감당하려면 2층에 있던 전력 전부가 1층에 있어야 했으니까.
‘모두 탈출 지점으로 간 건가? 아니면 도박장 외부에 있던 하수인들을 처리하러 간 건가.’
어쩐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아냐, 도박장 내부를 다 정리했다면 분명 나를 도우러 올라왔을 것이다. 뭔가 문제가 생긴 거야.’
도박장을 나서자마자 진은 고양이로 변신하고 있는 무라칸을 만날 수 있었다.
“냥.”
그는 1층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진이 위기에 몰릴 경우를 대비해 지금껏 정체를 숨기고 있던 것이다.
“무라칸.”
펑!
무라칸이 인간으로 변신하며 진을 와락 끌어안았다.
“꼬마, 대체 얼마나 강해진 거냐!? 싸우는 거 거의 다 봤다, 씁. 기특해서 눈물이 다 날 것 같네. 딸기파이는 아마 울 걸. 팔은 아주 걸레짝이 됐네, 명왕족 새끼들 애를 어떻게 굴린 거야?”
“이게 명왕족이 입힌 상처겠냐?”
“흠, 농담은 줄었군.”
“상황은?”
“네놈 광팬은 일단 무사히 섬을 빠져나갔다. 나침반 잘 챙겨서.”
“후! 일단 반년의 노고가 헛되진 않았군.”
“어, 그런데 나머지 상황이 썩 좋진 않아.”
“어떤데?”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세력이 둘 더 있었다.”
“하나가 아니라 둘이나 된다고?”
“비먼트 특임대랑 룬칸델.”
“음…….”
“우리처럼 확실한 정보로 움직이는 건 아니야. 그냥 지플과 킨젤로가 여기서 만난다는 것 정도만 파악한 모양이라더군. 오가는 물건이 뭔지도 모르고. 그래서 섬 중부에 있다가, 도박장이 뒤집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일단 달려온 거지.”
“까딱하면 막판에 꼬일 수도 있겠군.”
“일단 미물이랑 알리사, 네 애인 셋 다 그것들 상대하거나 따돌리는 중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침반은 이미 탈취가 끝났으므로, 그들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고 섬을 빠져나가면 그만인 문제니까.
룬칸델과 비먼트 특임대가 지플과 킨젤로에 관한 정보를 다 파악하지 못했듯.
지플과 킨젤로 역시 섬에 그들이 와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특임대랑 우리 가문이 나침반에 대해 모른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그거 다 알고 왔다면 그 정도만 보내진 않았을 거라더군.”
“하긴, 그럼 세 분은 각자 따돌리고 탈출 지점으로 가기로 한 건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그것도 가장 큰 걸로.”
“젠장, 하나도 쉬운 게 없네. 말해봐.”
무라칸이 짜증스러운 듯 미간을 좁혔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진의 등 뒤로 펼쳐진 바다를 가리켰다. 돌아보니 바다 위, 저 멀리 촘촘하고 콩알만 한 무언가가 한가득 펼쳐져 있었다.
“군함이다, 저거 전부. 곧 이 섬은 완전히 포위돼. 흩어진 놈들 모아서 10분 내로 배에 오른다고 쳐도, 얼마 못 가 추격당할 거다.”
이 섬엔 이동 관문이 없다.
배를 타거나, 헤엄을 치거나, 하늘을 날아야만 들어서고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당연하게도, 섬이므로 도망치거나 숨을 곳도 없었다. 그리고 진 파티가 준비한 탈출용 배들은 싸구려 해적선, 군함을 따돌릴 만큼 빠른 배가 아니다.
“……벨라도 제후국에서 보냈군. 유사시에 섬에 대기 중인 대원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특임대 본부 차원에서 준비한 걸 테고. 안에는 특임대가 득실득실할 거고.”
그렇다면 진 일행에겐 ‘무라칸을 타고 튄다’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았다.
그건 반년 전 회의 때에도 최후의 최후로 남겨두기로 한 탈출 수단이었다.
무라칸이 본 모습을 드러내면 당장은 탈출할 수 있을지 몰라도, 영원토록 비먼트와 지플, 킨젤로의 특별 추적 대상이 될 터.
세상에 그것만큼 피곤한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환장하겠네.’
2층에서의 싸움이 가장 쉬운 일이었다고 느껴질 지경.
“어떻게 할 거냐?”
무라칸은 언제나처럼 진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선택지가 하나뿐이라면 고민할 것도 없지. 널 타고 탈출한다, 특별 추적 대상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문제야.”
“그러려면 일단 흩어진 녀석들을 다 찾아야겠군. 지금부터 날아다니면서 찾을까?”
“아니, 그건 좀 위험해. 이 근방 탈출 지점 근처 위주로 나뉘어서 찾고, 30분 뒤에 다시 이 자리에서 모이는 걸로. 그때까지 합류 못한 동료가 있으면 비행 수색 시작.”
우지끈……!
우저적……!
동료를 찾기 시작하고 5분 만에, 다소 먼 거리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진의 귓가를 울렸다.
북쪽 항구에서 룬칸델 수호기사들이 정박되어 있던 배를 부수는 소리였다.
“배라는 배는 다 부숴! 벨라도 제후국의 군함이 도착할 때까지 아무도 탈출하지 못하도록.”
“특히 젤리아라는 여인은 놓치면 안 된다! 분명 이번 사태의 핵심 관련 인물이다!”
룬칸델은 과연 룬칸델스러운 일처리를 보여주고 있었다.
남의 땅에서, 남의 군함이 오고 있는 마당에, 남의 배를 다 때려 부수며 일단 목표 대상의 탈출부터 막으려는 것이다.
룬칸델이기에 가능한 패악이었다. 각종 기물 파손이야 차후 본가에 요청해 돈을 물어주면 되고, 군함이 도착하고 관련자가 색출된 후엔 필요한 사람을 강제로 데려가면 된다.
‘장차 내 것이 될 가문이긴 한데…… 참, 뭐랄까. 여러모로 엄청나긴 하단 말이지.’
그 과정에 비먼트나 다른 세력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특히 이렇게 거대 세력들끼리 구린내를 풍기는 장소에서라면 더더욱.
“아이고, 기사님들, 왜 이러십니까!”
“우린 그냥 생선 잡아다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선량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배를 다 부숴버리면……!”
배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내들이 수호기사들에게 다가가 고개를 조아렸다.
“이 섬엔 해적이나 거지, 마약 중독자밖에 없다는 걸 모르고 왔을 것 같나? 이제부터 헛소리를 지껄이거나 개수작을 부리는 놈들은 모두 사살하겠다.”
실제로 한 척도 빠짐없이 전부 해적선이긴 했다.
그러나 해적들 입장에선 패악질도 이런 패악질이 따로 없었다. 그렇다고 룬칸델 수호기사들에게 덤빌 수도 없는 노릇이니, 속이 타들어가는 찰나.
“아이, 씨. 저것들 대충 서쪽 남쪽에 있는 것들까지 다 합쳐봐야 열 명밖에 안 돼! 순혈도 아니고 그냥 수호기사인 것 같고. 그냥 배 타고 튀어, 이것들아! 배는 우리의 목숨이자, 영혼이다! 섬은 또 구하면 된다!”
수호기사를 피해 숨으려던 해적 하나가 대뜸 목소리를 높였다.
“맞아! 룬칸델 수호기사라도, 겨우 열 명이 우릴 어떻게 다 잡아. 북쪽 항구에 남은 배만 오십 대가 넘는다!”
“어차피 군함도 우릴 감방에 다 처넣으려고 보낸 걸지도 모른다고. 싹 어떻게든 배에 올라타서 닻 내려, 무운을 빈다, 이 벌레 같은 놈들아!”
“저놈들 피해 배에 오르는 놈만 살아남는 거야!”
와아아아!
별안간 항구 곳곳에 숨어있던 해적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들은 ‘룬칸델 수호기사’를 너무 가볍게 보고 있었다. 밑바닥 해적들이 세계 최강 검술명가의 기사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알 턱이 없었다.
“밑바닥은 밑바닥들이군, 우리가 통제하는데도 배를 탈 생각을 한단 말이지.”
북쪽 항구엔 수호기사 열 명 중 셋이 있었다.
그 세 사람만으로도 수호기사들은 개떼처럼 달려가는 해적들을 모조리 벨 기세였다.
동료가 죽든 말든, 미친 듯이 달려 기어코 배에 오르는 해적이 몇 있기는 했다. 닻을 올리지도 못하고 검기에 배와 함께 쓸려나간 게 문제지만 말이다.
‘생지옥이 따로 없군. 일단 이 근처엔 동료들이 없는 것 같고…… 그나저나, 처음에 배에 오르라고 선동했던 놈은 오히려 도망치고 있잖아?’
슬쩍 돌아서려는 순간.
펑!
펑……! 펑! 펑, 펑!
벨라도 제후국의 군함들이 섬을 향해 포탄을 쏴대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룬칸델 수호기사들과 같은 생각인 듯 보였다. 우선, 아무도 탈출할 수 없도록 섬에 있는 배를 모조리 침몰시키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