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5)
제 22화
10화. 진, 생도들, 수인, 그리고……(4)
‘놈들이 긴 시간 매복하고 있던 건 아니야. 메사를 데리고 있는 놈들도 분명 멀지 않다.’
달리는 진의 온몸에 비처럼 흐르는 땀이 흥건하다.
어제 낮부터 지금까지, 꼬박 24시간이 넘게 수색과 추격, 전투를 펼쳤으니 체력적으로 부담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추적을 위한 동시 영창과 ‘칼날 바람’을 몰래 사용한 것이 체력 저하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앞으로 남은 적은 약 열다섯.
최악의 경우엔 그들 모두를 상대해야 할 것이고, 운이 좋다면 지금처럼 두세 명씩 격파할 수 있을 터.
‘아직 내가 너무 어리다는 게 뼈아프군. 전생 정도의 전투력만 지니고 있었어도, 이깟 놈들을 상대할 때 수를 고민할 필요도 없을 텐데.’
추적하는 동안, 진은 킨젤로의 습격자들이 꽤나 허술하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전직 용병이나 기사였던 자들이 분명한데, 이동 흔적조차 지우지 않은 게 계속 눈에 들어왔다.
‘우릴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정확했다. 킨젤로는 룬칸델의 생도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룬칸델 소속이라 할지라도, 실전 경험 한 번 없는 애송이라고만 여기고 있는 것이다.
메사를 납치한 후, 2조를 마무리하기 위해 고작 두 명만 남겨 놓은 사실에서도 알 수 있었다. 이후 이어질 추적을 대비해 마법사 하나와 무인 둘을 매복시킨 것도 마찬가지고.
‘계속 얕보고 있어라. 제대로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
그들이 자신을 얕보고 있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무기였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도 놈들이 두렵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또 한 시간을 달렸다. 이번엔 매복을 살피면서 이동했으나 발자국이 계속 일정하게 찍히고 있었다.
게다가 발자국에 이어 마차 바큇자국이 보이기 시작했다. 잠시 멈춘 진이 바큇자국을 살펴보았다.
‘메사를 납치한 놈들이 여기서 다른 놈들과 합류했군. 메사를 마차로 옮기기 시작했어.’
마차라면 앞으로 따라잡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어젯밤 내린 진눈깨비 때문에 땅이 고르지 않아, 이동이 빠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얼마간 마차 바퀴를 쭈욱 따라가니 낯선 숲길이 나왔다.
수인들의 땅으로 이어지는 숲길이었다.
찬찬히 숨을 고른 진이 숲길로 들어섰다. 바큇자국은 숲 안쪽에 난 단 하나의 길을 따라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시작해볼까?’
이를테면 진은 지금 생도 구출 작전 중이다. 임무 중 돌발 사태가 발생해서, 수색이 구출로 바뀐 셈. 대부호의 아들내미를 수색하는 건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구출 임무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
말할 것도 없이 구출 대상의 신변과 안전이다.
‘놈들을 죽이는 것보다 메사가 다치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현재는 메사가 납치되고 대략 세 시간이 흐른 시점.
세 시간. 정도를 모르는 납치범들이 메사를 함부로 노리개처럼 부리기에, 이미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진은 아직 메사가 무사하다고 믿었다. 만약 메사를 욕보였다면 벌써 진에게 따라잡혔어야 했다.
진은 킨젤로가 어떤 성격의 단체인지, 회귀 전 소식지에서 확인한 게 전부다.
매우 극단적이며, 위계질서가 철저한 불법 무장 단체. 진이 정의 내린 킨젤로는 그런 놈들이었다.
철저한 위계질서.
진이 주목하고 있는 점은 바로 그것이었다. 메사가 지금까지 무사하리라 생각되는 건, 킨젤로는 ‘전리품’을 얻었을 때도 계급순으로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들어가면 놈들의 본거지가 나올 거고, 메사 역시 여기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삼십 분? 한 시간?
아마 그 정도 되었을 것이다. 납치범들이 상급자에게 이제 막 메사를 넘기고 있을 시점일 터였다.
즉, 메사가 무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1분이라도 더 빨리 구출하러 가야 하는 상황인 만큼, 정면으로 치는 게 가장 빠르다.
그러나 정면으로 놈들의 본거지를 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혹 남은 적이 모두 모여 있는 상태라면 일대다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고, 그들을 모두 죽인다 해도 인질극이 시작될 수 있다.
몇 초쯤 고민한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놈들이 당황하게 만들어야 한다. 메사를 어쩔 수 없을 만큼 당황스럽게. 다행히 여긴 숲이로군.’
진의 두 손바닥 위에 붉은 마력이 덩어리졌다. 아까 전 싸운 마법사가 사용한 4성 화염 마법, 화염 채찍이었다.
‘여기 오기 전에 마법 4성을 달성해서 다행이야. 3성의 화력으론 젖은 숲을 태우기 쉽지 않았겠지.’
화르르륵!
진이 화염 채찍을 사방에 흩뿌리기 시작했다. 화염 채찍은 화력도 좋지만, 한 번 대상에 들러붙으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성질을 지닌 마법이었다.
진눈깨비에 젖은 숲에 불을 지르기엔 더없이 좋은 마법이라는 의미. 진이 뻘뻘 땀을 흘리며 같은 마법을 재차 영창했다.
마법 방화는 세계적 중범죄.
그러나 룬칸델인 진에겐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근처에 충분한 불길이 형성되기 시작하자, 이내 진이 바람의 마력을 일으켰다.
‘파도 바람.’
역시 4성 마법이다. 영창이 끝나자 마력으로 물든 푸른 바람이 불길을 싣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름 그대로 파도처럼 넘실대는, 거대한 바람이었다.
불길이 숲을 잠식하고 있다. 처음엔 젖은 나무를 쉽사리 불태우지 못하더니, 한번 불길이 커지자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숲을 집어삼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진은 숲을 불태우며 앞으로 나아갔다. 불사조의 심장으로 얻은 내성을 이용해 화마 속에 몸을 숨기며 말이다.
4성 마법을 난사한 덕에 마력 소모가 극심하지만, 아주 성공적이었다.
이제 막 진의 눈에 들어온 저 멀리, 킨젤로의 지부 건물에서 하나둘 사람이 뛰쳐나오고 있었다.
“불이다! 숲에 불이 났다!”
“대장님께 보고해! 마법사들 빨리 튀어나오고!”
“물통, 물통 가져와아아!”
“갑자기 무슨 불이……!”
킨젤로 대원들이 악을 쓰며 뛰었다. 아직 불길이 지부와 가깝지 않으니, 근접하기 전에 잡으려는 것이다.
‘놈들의 대장이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숲에 불이 난 와중에도 전리품부터 취하는 미친놈은 아니겠지.’
이제 하나씩 죽이면서, 메사를 구출한다. 진이 부츠에 묶은 두 개의 단검을 빼 들어 영기를 둘렀다.
그러는 동안에도 킨젤로는 진이 자신들을 노리고 있다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갑작스러운 재난이 닥치면, 사람은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법이니까.
놈들 중 냉정한 인물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즉시 이 불길이 인위적이라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나 무인들은 허둥지둥 물을 뿌리고, 마법사들은 허겁지겁 얼음이나 물 계통의 마법을 사용하기 바쁘다.
불길에 몸을 숨긴 진이 그들 사이를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쉬익! 검게 물든 단검이 날아가 한 마법사의 목덜미에 꽂힌다. 마법사는 작은 비명 소릴 냈지만, 나뭇가지가 불타는 소리에 완전히 묻혀 버렸다.
‘일단 한 놈.’
진은 시체를 불길 속으로 던져 버리곤 곧장 다음 사냥감을 포착했다. 헐레벌떡 양동이를 들고 있는 무인, 그 역시 마법사와 똑같은 방식으로 절명했다.
불길 사이를 날아다니는 검은 단검을 포착하는 건, 4성 무인들의 수준으론 어려운 일이다.
던진 것 중 회수한 단검은 하나. 로브에 있는 것까지 아직 두 개의 단검이 남아 있었다.
‘계속 이런 식으로 처치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아무리 머저리들이라 해도 슬슬 눈치 챌 때가 됐어.’
몸을 낮게 낮춘 진이 놈들의 분위기를 살폈다. 그들 중 가장 계급이 높아 보이는 남자 하나가 뭔가 낌새를 챈 듯, 지휘를 시작하고 있었다.
‘일단 저놈부터 죽여야겠군.’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그의 곁에 모여 있던 킨젤로 대원들이 무기를 빼 들었다. 그러곤 지부 건물 근처로 하나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마법사 둘과 무인 둘만 불을 끄게 하고, 나머진 건물 경계를 시켰군. 나쁘지 않은 판단이야.’
여기 있는 게 내가 아니었다면 말이지.
진이 혼자 남은 남자에게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브라다만테는 일부러 뽑지 않았다. 쇳소리와 브라다만테 특유의 검광이 기습에 방해되기 때문이었다.
타타탓! 불길 속에서 별안간 진이 튀어나오자,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검을 휘둘렀다. 진은 급히 몸을 숙여 검을 피했으나, 이어진 남자의 발길질까지 흘리는 건 무리였다.
퍽! 발에 채인 진이 바닥을 한 차례 구르는 사이, 남자의 후속 공격이 이어졌다.
“이 쥐새끼가! 불을 지른 게 네놈이냐!”
푹! 푹! 남자가 땅바닥에 검을 찔러 댔고, 진은 쉴 새 없이 몸을 굴렸다. 이내 남자가 검을 놓고 뛰어들어 온몸으로 진을 덮쳤다.
“빌어먹을 꼬맹이, 너는 반드시 죽…….”
그러나 진은 일부러 잡혀 준 것이다. 발각된 후 브라다만테를 뽑지 않고 격투를 유발한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자에게 눌린 진의 몸이 뱀처럼 유연하게 움직였다. 남자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의식하기도 전에, 진은 이미 기형적인 자세로 그의 목을 완전히 꺾어 놓고 있었다.
우드득! 목뼈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입에서 주욱 침이 흘러내렸다.
‘마이어식 격투술을 써 본 것도 처음이군. 빌어먹을, 아프네.’
방금 진이 인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남자의 목을 꺾은 건, 마이어식 격투술 덕분이었다.
순간적으로 자신의 어깨를 탈골시켜 만들고, 그 사이로 다리를 집어넣어 놈의 목을 졸라 꺾었다. 마이어가의 비전 중 하나인, ‘도깨비 암살’이라는 기술이었다.
지휘자로 보이는 놈을 죽였다.
남은 것은 불길 속을 멍청하게 뛰어다니는 피라미들과, 한껏 긴장한 채 지부 건물 주변을 지키는 머저리들.
다시 어깨뼈를 고정시킨 진의 시야가 킨젤로의 지부에 고정되었다. 중급 귀족들의 저택보다 조금 작은, 오래된 석재 건물 속엔 분명 남아 있는 적이 많지 않을 터였다.
‘열쇠 뭉치도 있군.’
남자의 시신을 뒤적거리니 열쇠 뭉치와 금화 몇 개가 나왔다. 진은 금화를 남자와 함께 불길 속에 던진 후, 건물 대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끼이이…….
녹슨 철제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먼저 촛불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벽면에 의미를 알 수 없는 괴상한 그림이 몇 점 있었는데, 모두 킨젤로의 상징이었다.
‘기분 나쁜 놈들.’
벽에 딱 붙어 복도를 이동하던 중, 얼마 지나지 않아 진은 내부에 인기척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적어도 그가 있는 층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방마다 열쇠를 모두 맞춰 보니, 하나가 남았다.
‘지하실로 통하는 열쇠인가?’
건물 구조가 단순한 덕에 진은 곧장 지하실 입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 남은 열쇠가 자물쇠에 딱 들어맞았고, 계단을 내려가자 쇠사슬에 묶여 벽에 고정된 메사의 모습이 보였다.
“메사.”
그녀를 보자마자 진이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려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생도복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다만 폭행을 당한 듯, 얼굴 여기저기 멍이 든 모습이었다.
카지직! 카직!
진이 브라다만테에 오러를 둘러 메사를 묶은 쇠사슬을 잘라 냈다.
“위험… 합니다. 도련님, 대체 왜.”
메사가 내뱉은 첫마디를 듣자마자, 진이 이를 악물었다.
“메사 밀카노. 지금 내 걱정을 할 때냐? 걸을 수 있나?”
“뛰진 못할 것 같습니다.”
“알았다, 일단 내가 부축을…….”
콰앙!
두 사람이 흠칫하며 고개를 추켜들었다. 돌연 시작된 굉음과 함께, 건물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