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02)
제 333화
93화. 테마르의 두 번째 무덤(1)
주인장은 조거비에게 가게를 맡기고 먼저 집으로 돌아간 상태였고, 손님이라곤 진과 동료들이 전부인 와중.
허겁지겁, 와구와구, 챱챱챱 오도독……!
올망고가 쿠키를 씹는 소리가 도드라졌다. 그는 거의 쿠키에 미친 신처럼 보였다.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물이라도 만난 것처럼 그야말로 쿠키를 흡입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신이 이래?’
진으로선 다소 황당한 기분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더 많은 쿠키를 준비해둘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근처에 있던 동료들도 자연스레 근처로 와 그 모습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신이 바구니에 머리를 박고 쿠키를 먹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은.
[더, 더 없나!?]바구니 속 쿠키가 7할쯤 사라졌을 때, 올망고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그게 전부입니다.”
[더 있다고 해줘.]실로 간절한 눈빛.
“있기는 합니다. 저기 바다 건너 티칸 자유도시 3층 다과점에.”
[힝…… 그럼 이건 아껴 먹어야겠군. 계약자 녀석도 맛을 봐야 하고.]올망고가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바구니를 닫았다.
귀여워! 엔야는 저도 모르게 그렇게 소리를 질렀고, 나머진 어깨를 으쓱였다.
[흠흠.]새삼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민망한 듯, 올망고가 헛기침을 했다.
[그래도 내가 신인데, 잠시 추태를 보였군……. 가능하다면, 티칸의 다과점 주인에게 좀 전해주게. 이 올망고가 맛본 최고의 과자였다고. 이건 인간의 솜씨가 아니야.]정말 인간이 아니지만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꼭 전해드리도록 하죠.”
[좋아, 좋아. 그래, 네가 진 룬칸델. 말하자면 솔더렛이 말한 천 년의 계약자다, 이 말인가?]“그렇습니다.”
[증명해봐.]진이 손바닥에 주먹만 한 영기 구체를 형성하자 올망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하군. 사실, 난 네가 살아서 내게 당도하지 못할 것 같았다. 기수가 되기도 전에 지플을 상대로 그 난리를 치고, 수배령이 떨어졌었으니…… 내심 분명 죽을 거라고 생각했어.]휴페스터에 사는 모든 사람이 그렇듯, 조거비와 올망고 역시 성국 사건의 전말을 잘 알고 있었다.
[솔더렛, 그 친구는 결국 천 년 후의 일을 맞췄군.]“이봐, 조개의 신 양반. 우리 바빠. 얼른 열쇠나 주쇼.”
무라칸이 퉁명스레 말했다.
그는 올망고가 솔더렛을 ‘친구’라 부르는 것에 약간의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
긴 잠에 빠지기 전까지, 무라칸은 솔더렛이 올망고와 어울리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실제로 세간에 알려진 올망고의 능력은 기껏해야 계약자의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고, 손쉽게 어패류들을 유인하는 것이 전부였다.
거기에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조개를 아주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축복 정도.
그렇기에 늘 무라칸이 올망고를 잡신으로 여긴 것이다.
그건 무라칸이 특별히 무례해서가 아니라, 세상 사람 대부분은 올망고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올망고의 계약자인 조거비가 이런 외진 주점의 점원으로 지내는 건 그런 이유였다.
[말하는 걸 보아하니 넌 흑룡 무라칸이겠군. 솔더렛이 네 걱정을 많이 했다.]“나한테는 전언 하나 없이 당신이나 피콘 민체 같은 녀석한테만 테마르의 무덤에 이르는 열쇠들을 남겼는데, 날 걱정했다고?”
[솔더렛에게 그만한 사정이 있지 않았겠나?]“헹! 뭐 아는 것 있수? 그 사정이라는 것.”
고개를 젓는 올망고.
무라칸은 그 초롱초롱한 눈매가 괜히 짜증났으나, 올망고에게 따질 일은 아니었다.
동료들은 퉁명스레 말하는 무라칸을 보며 그가 무척 속상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피콘이야 천 년 전 다 함께 알고 지낸 사이지만, 무라칸의 입장에서 올망고는 정말 뜬금없는 상대였다.
[뭐, 아무튼. 쿠키도 다 먹었으니 룬칸델 초대 가주의 두 번째 무덤을 열어주도록 하지. 그런데, 진 룬칸델.]“예.”
[다 같이 들어갈 건가?]진이 의아한 듯 올망고와 눈을 맞췄다.
“그게 가능한 겁니까?”
[안 될 건 없지. 누군가를 기리기 위한 무덤일 뿐이잖나.]무라칸이나 미샤를 제외한 동료들과 테마르의 무덤을 찾아가는 것은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였다.
[단, 특별한 무덤인 만큼 위험을 감수할 준비는 되어있어야겠지.]위험.
첫 번째 무덤을 떠올리면 즉시 이해할 수 있는 말이었다. 실더레이 룬칸델처럼, 십대기사를 본떠서 만든 수호자가 있다면 단순히 위험한 수준이 아니었다.
진은 웬만하면 동료들을 그런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때로는 동료들의 힘을 빌리는 것이야말로 그들을 존중하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도 했다.
‘다들 무조건 같이 가겠다는 눈치로군.’
동료들은 이미 선택을 끝냈다.
안 그래도 동료들은 요즘 전처럼 진을 활발하게 돕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던 참이었다.
“올망고 님, 두 번째 무덤 안에 어떤 수호자가 있는지 아십니까?”
[나는 대답해줄 수 없다.]“왜죠?”
[그에 대한 모든 기억이 사라졌어.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너무나 희미한 형상만 생각날 뿐이지.]십대기사 중 역사에서 지워지지 않은 인물은 단 하나도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 그는 지쳤을 것이다. 이미 지플이 몇 차례 그 무덤을 훼손하며 큰 전투가 있었으니까…….]첫 번째 무덤의 수호자, 실더레이는 지플이 묘를 헤집은 후 빚어진 수호자였다.
‘천 년의 계약자가 찾아온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발현되는 수호자였던 것이다.
반면 두 번째 무덤의 수호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무덤을 지키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생각나지 않는 얼굴을 떠올리려 애쓰는 올망고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가자.]진과 동료들이 올망고를 따라 주점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유난히 별이 많이 뜬 밤이었다. 어쩐지 별빛이 걷고 있는 그들을 비추며 길을 만드는 것 같았다.
올망고가 걸음을 멈춘 곳은, 일행이 내내 수영을 하며 놀았던 바닷가였다.
“……두 번째 무덤이 설마 여기에 있는 겁니까?”
[그래.]찰방……!
올망고가 바닷가로 들어서며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멀뚱히 서 있지 말고 따라오라는 의미.
[일렬로 잘 따라와라.]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올망고의 느릿느릿한 걸음을 따라 물 위에 ‘길’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그는 평지를 걷듯 바다 위를 걸었는데, 과연 신이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당연하게도 물 위를 걷는 것은 모두 처음이었다.
“우와…… 저분이 정말 신은 신인가 봐요, 진 공자.”
“맞습니다요. 이 제트가 나리 덕에 또 신기한 일을 체험하는군요. 사방에 잔잔히 파도까지 치는 것이, 제가 본 풍경 중 최고로 운치 있습니다요.”
“정말 마음에 드는 휴가예요, 도련님.”
퀴칸텔마저 올망고의 권능에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무라칸은 그저 물 위를 걷는 것일 뿐이잖아, 라며 구시렁대기만 했지만.
한 시간을 걸었다. 뒤를 돌아보면 온통 별빛에 물든 바다였고, 육지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슬슬 열어도 되겠군.]“뭘 연다는 거요? 열쇠를 주는 게 아니었어?”
무라칸의 말에 올망고가 두 손을 펼쳤다.
[내 권능이 열쇠다, 무라칸.]다음 순간.
솨아아아아……!
별안간 올망고의 앞에 놓인 바다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천이 두 조각으로 찢어지듯이.
“허. 이런, 미, 미친. 이게 무슨!”
그때만큼은 내내 언짢아했던 무라칸마저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진조차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릴 지경인 것이다.
콰아아, 르르르륵, 쏴아아! 올망고의 손길에 따라 바다가 두 개의 폭포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 기적 같은 풍경을 조개의 신이 그리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봐야 아무도 믿지 못할 터였다.
심지어 바다를 가르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맙소사, 저게 뭐야?’
진과 동료들이 갈라진 바다 사이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엔 조개가 있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거대하고 매끈한…… 분명히 세상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을, 조개가 주둥이를 쩍 벌리고 있는 것이다.
웬만한 성채와 비교해도 좋을 크기였다.
[오랜만에 힘을 썼더니 벅차군. 무라칸, 솔더렛이 날 선택한 건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이만한 봉인을 다룰 수 있는 존재는 세상에 정말 흔치 않거든.]쿠키에 환장하던 하찮은 모습이 다 거짓말 같았다. 일행은 (무라칸마저) 한마음으로 올망고에게 경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조개의 신, 올망고가 세간에 잡신으로 알려진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늘 힘을 비축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올망고가 신으로서 가진 사명은 그 힘을 이용해 마땅한 때, 필요한 이를 위한 이야기를 거대한 조개 속에 감춰 보호해주는 것이었다.
후우우웅, 후웅……!
마치 흑진주처럼.
조개 속에 거대한 영기의 봉인이 꿈틀대고 있었다. 바로 그 봉인이 테마르의 두 번째 무덤으로 이르는 입구였다.
[그러니 솔더렛에게 너무 서운한 마음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군. 다들 어서 가봐.]“고맙습니다, 올망고 님.”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야. 아, 그리고.]올망고가 진과 눈을 맞추며 뒷말을 이었다.
[누군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안에 있는 친구에게 좀 전해줘. 그간 고생 많았다고 말이야.]“잊지 않고 전하겠습니다.”
일행이 하나둘씩 조개가 품은 영기의 봉인 속으로 몸을 던졌다.
모든 일행이 영기의 봉인으로 빨려 들어가자, 올망고의 조개가 거대한 입을 다물었다.
* * *
이번에도 영기로 이루어진 아공간이었다.
그러나 끝도 없이 어두컴컴하고, 마냥 황량하기만 했던 첫 번째 무덤과 달리.
두 번째 무덤은 들어서자마자 곳곳에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 가득했다.
옛 지플의 마법사로 추정되는 백골이 발에 차일 정도로 바닥을 나뒹굴었는데, 손을 대면 가루가 되어 바스라졌다.
“어우, 방금까진 엄청 신비로웠는데. 여긴 엄청 쓸쓸하고 스산합니다요.”
“……백골이 대체 몇 구지? 이곳의 수호자가 혼자서 대체 몇 명을 상대한 건지 짐작이 가질 않는군요, 진 공자.”
제트와 카시미르가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일행이 어느 방향으로 걸어야 할지 잠시 고민하는 사이, 저 멀리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쩐지 저 멀리서부터 소란스러운 기운이 느껴졌지. 그래, 네가 올 줄 알고 있었다…….]일행은 즉시 감각을 곤두세우며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무라칸은, 이번에도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를 즉시 알아보았다.
“사라? 사라 룬칸델, 너 맞지?”
[무라칸…….]이윽고 수호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녀는 실더레이처럼 룬칸델 수호기사와 흡사한 갑옷을 입고 있었으나, 그 갑옷은 온통 찢어지고 구멍이 나 처참한 상태였다.
갑옷뿐만이 아니라 육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팔과, 언뜻 보기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상처들에서 피처럼 영기가 흐르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냐? 이 빌어먹을 자식.]수호자가 무라칸과 눈을 맞추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