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12)
제 333화
95화. 그녀를 찾는 사람들(3)
히스터라니! 설마 이 시기에, 이런 장소에서 또 그 이름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조슈아가 세운 공이, 히스터가와 관련이 있는 건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현재 살아있는 히스터는 단 한 명, 발레리아뿐이었다.
“들어본 적 없습니다.”
가까스로 표정을 관리한 진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과거 마법으로 지플을 위협했던 유일한 가문이다. 그럼에도 네가 들어본 적 없는 이유는, 그들이 지플에 의해 멸문당하고 역사에서 지워졌기 때문이지. 지금은 관련 사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아, 숙부님 말씀을 듣고 보니…… 예비 기수 시절 한 번쯤 그 이름을 들어본 것 같습니다. 관련 사료가 거의 남지 않은 이유는 알만하군요. 지플이 죄다 없앴겠지요.”
“그렇다. 지플이 놈들을 어지간히 신경 쓰기는 하는 모양이더군. 멸문한 지 수백 년이나 된 가문에 아직까지 현상금을 걸어놓았으니 말이다.”
“생존자가 있는 겁니까?”
“딱 한 사람이 남았다. 지플이 그자를 찾고 있다는 건, 우리 룬칸델도 이미 몇 년 전에 파악했던 바지. 그래서 가문에서도 극비리에 히스터의 행방을 찾고 있었고.”
룬칸델이 발레리아를 찾고 있었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전생의 진은 기수가 되기는커녕 가문에서 쓰레기 취급을 받았으니 이런 정보를 알 수가 없던 것이다.
‘스승도 내게 룬칸델의 추적을 받았었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어. 인지를 못 한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내가 괜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말하지 않은 거겠지.’
전생에서 진과 발레리아는 ‘룬칸델’에 대해 거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전생의 진에게 룬칸델이란 이름은 그 자체로 인생의 가장 큰 상처와 실패였기 때문이었다.
“그럼 2기수가 세운 공이라는 게, 그자를 포획한 것입니까?”
희박하긴 하지만, 발레리아가 사로잡혔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회귀 전엔 그녀가 잡혔다가 풀려난 것일 수도 있으니까. 혹은 도주했거나.
“아니, 그건 아니다.”
진이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드가 잠시 뜸을 들이며 주위를 살폈다. 훈련장에 엿듣는 귀가 있을 리 없으나, 그만큼 비밀스러운 정보라는 걸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포획하진 못했으나, 그자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이름을 알아낸 모양이더군.”
“소재지를 파악한 것도, 신병을 확보한 것도 아닌, 고작 이름을 알아낸 것만으로. 어머니께서 켈리악에게 직접 거래를 제안하러 가셨단 말씀이시군요.”
“그래서 중히 함구하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놀랍군요. 멸망한 가문의 후손 하나가 그만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니…… 꼭 지플이 히스터라는 가문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히스터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까지는 내가 알 수 없어. 다만 내가 그들을 주목했던 건, 지플이 그들의 기록 마법을 역사 왜곡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문득 미샤의 말이 떠올랐다.
결코 왜곡되지 않는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마법. 지플은 실제로 그 마법이 다시 세상에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무튼, 이만하면 되었느냐?”
“숙부님, 혹시.”
“또 무엇이냐.”
“그자의 이름을 알고 계십니까? 그리고 어머니께서 협상을 통해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설마 했더니, 염치라는 걸 대체 어디에 팔아먹은 것이냐? 욕심이 과하군. 아니면 이 숙부를 물로 보고 있거나.”
“죄송합니다. 다만, 저는 숙부님의 체면 값이 그런 정보들보다 비싸다고 생각했습니다.”
“밖에서 아부꾼들과도 좀 연을 맺었나 보군. 그것들은 알려줄 수 없다.”
“솔직히 절 아끼시지 않습니까. 알려주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얼굴에 철판 깐 무뢰배들하고도 어울린 것 같고…… 아까 말하지 않았더냐? 조슈아가 세운 공을 정확히는 모른다고 말이다. 그자의 가명은 나도 모른다. 가주 대행이 원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고.”
“아쉬운 이야기군요.”
사실 아쉬울 것은 없었다.
‘가문이 스승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수확이다.’
생각지도 못한 귀한 정보를 사실상 공짜로 얻었다.
로사의 목적까지 파악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그건 차차 얼마든지 캐낼 수 있는 문제였다.
“아쉬워? 이런 고얀 놈이. 이제 결전기에 관해 한 번만 더 딴소리를 해보아라. 꽤나 재밌는 일을 겪게 될 테니.”
“물론입니다, 숙부님.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는 진.
그 능청스러운 태도에 제드가 쯧 혀를 찼다.
진짜로 불쾌한 것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자신을 상대로 호기를 부리는 조카의 모습이 오히려 즐겁게 다가왔다.
물론 호기만 가득했다면 즉시 불호령을 내렸을 테지만, 제드가 보기에 진은 그저 야무지게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있을 뿐이었다.
우우웅, 제드의 검이 오러를 머금으며 빛을 발했다.
“감사하면 차후 원로들에게 가문 결전기 진보의 단서를 발견했다는 걸 잘 증명하도록.”
이어 제드가 결전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룬칸델 제4결전기 낙화의 개량형.
진은 숙부의 검을 집중해서 살펴보았다. 검신을 감싼 오러를 일부러 분열시키고, 위태롭게 만든 후 꽃잎 형태를 맺는 것까지, 처음 보았을 때와 모든 것이 동일했다.
오러의 꽃잎들이 도저히 읽을 수 없는 궤적으로 사방에 휘날리는 것도 똑같았다.
하지만 종으로 떨어진 칼날이 회수된 순간.
콰아앗……!
별안간 낙화가 펼쳐진 자리에서부터 오러의 기둥이 솟구쳤다.
꽃잎들이 그 기둥으로 모여들었다 다시 퍼지기를 반복했는데, 꼭 오러로 이뤄진 거대한 나무가 바람에 휘날리는 것 같았다.
“네가 보여준 명왕검 절기 폭포는 이름처럼 검이 지나간 자리에 뇌기를 쏟아댔지. 반대로 낙화는 상승의 형태다. 뇌기 대신 오러를 이용한 가장 효율적인 식을 고민해보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기존의 낙화와 큰 차이가 느껴졌다.
“감상이 어떠하냐?”
“낙화를 처음 보았을 땐 폭포보다 격이 떨어지는 검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등한 검으로 보이는군요. 폭포가 일대일에 어울린다면, 개량된 낙화는 다수를 상대하기에 더 용이할 것 같습니다.”
씨익, 제드가 귀에 입이 걸릴 기세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정확하게 보는군. 기존의 낙화가 폭포보다 열등했던 것은, 사실상 두 검이 같은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낙화는 폭포에서 뇌기를 배제한 것일 뿐이니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지.”
제드에게 폭포를 보여준 뒤 겨우 한 달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제드는 그 짧은 시간에, 단 한 번 본 검을 연구해서 결전기 낙화를 진보시켰다.
‘진보가 아니라 완성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수준이군.’
진이 감탄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데, 숙부님.”
“말하라.”
“정말로 개량된 낙화에 제 이름을 넣으실 겁니까? 여러 번 생각해보았으나, 이건 제 공이 아닌 숙부님의 업적입니다.”
“나는 이미 낙화에 네 이름을 붙이겠다고 말하였다. 번복은 없느니라.”
“하지만.”
“네 말마따나 원로회는 널 달갑게 여기지 않지. 그리고 너는 낙화에 네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결국 어떤 식으로든 원로회의 평판을 뒤집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네놈은 언제나 그래왔으니.”
“그러면 왜 굳이 숙부께서 이룩한 업적을 제게 넘기시겠다고 고집하시는 겁니까? 이미 원로회에 제 도움을 받았다고 말해놓았기 때문입니까?”
그러자 제드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나? 그렇다고 네놈이 대단히 예뻐서는 아니고, 빚을 하나 지워둬서 나쁠 게 없을 것 같아서다. 뭐, 최근 네가 가문을 위해 큰일을 해내기도 했고 말이다.”
제드가 말한 ‘큰일’이란 바르톤 비체나를 사살한 것이었다.
“그러니 이 숙부가 밀어주려는 마음이 들 때 알아서 처신을 잘 하도록. 단, 저번에도 말했듯. 네놈이 어긋나면 나는 가장 앞장서서 칼을 들이밀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생각이 바뀌었다.”
“어떤 생각 말씀이십니까?”
“네놈이 원로들에게 결전기에 대한 증거를 보여주는 것은 좀 미루는 게 좋겠군. 제6결전기 전광, 그것에 대한 개량까지 끝낸 다음에 말이다. 보여 다오, 디푸스가 겪었다는 명왕검의 또 다른 절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대신, 숙부님께서도 이것 하나는 알아주십시오.”
“무엇이냐?”
“저 또한 숙부님이 아닌 다른 원로였다면, 혹은 다른 가족이었다면. 제가 가진 결전기들을 함부로 개량하지 못하도록 막았을 겁니다. 그리고 제6결전기 전광도 개량에 성공한다면, 꼭 숙부님의 이름을 넣어주십시오.”
“싫다, 그것도 네놈의 이름을 붙일 것이니 어서 펼쳐나 보아라.”
두 사람은 밤까지 훈련장을 빠져나오지 않고 명왕검과 결전기를 펼쳤다.
제드는 진이 새로운 명왕검을 보여줄 때마다, 그걸 기반으로 결전기들을 다듬을 생각에(차후 원로회가 진과 자신에게 매달릴 생각에)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 모습이었다.
* * *
후!
조슈아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걸터앉았다. 담뱃불을 붙이자 피곤에 찌든 얼굴이 도드라졌다.
그의 옆으로 한 여인이 다가왔다.
“조슈아, 어떻게 되었어요?”
그녀는 조슈아의 아내였다.
“……켈리악 지플, 그자가 어머니의 거래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더군.”
로사와 켈리악의 협상은 결렬되었다.
그러나 로사의 입에서 ‘히스터의 이름을 알아냈다’는 말이 나온 것만으로도 켈리악은 이득을 본 셈이었다.
“가주 대행께서도, 우리도 어느 정도는 예상한 바였잖아요.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이름만으로는 부족해. 히스터를 아예 포획해야, 어머니께서 켈리악을 제대로 압박할 수 있다.”
여인이 조슈아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며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이름을 알았으니, 그년을 잡는 건 시간문제예요. 더러운 쥐새끼처럼 잘 숨는 재주가 있으니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결국 지플보다 우리 손에 먼저 잡힐 것이랍니다.”
지플은 아직 ‘아리아 아울하트’라는 이름을 모른다.
따라서 룬칸델이 먼저 발레리아를 찾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때가 되면 켈리악은 이번에 제시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토해내야 할 테죠. 그러니, 조급하게 생각 말아요, 조슈아…….”
* * *
1799년 3월 마지막 날.
벌레처럼 악당들이 꽉꽉 들어차 우글거리는 도시 위로, 뙤약볕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다.
잡초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척박한 땅, 밑바닥 무법자들의 도시.
마미트.
‘옛날 생각나는군.’
현생에서 이곳을 처음 찾은 것은 열다섯, 중급반 시절이었다.
그사이 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눈부신 성장을 이뤘으나 마미트는 그때와 똑같은 풍경이었다.
도시의 거주자들은 여전히 끔찍한 범죄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았고, 거리엔 오물과 더불어 누군가 흘린 오장육부, 손가락, 머리통 같은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굴러다녔다.
4년 전처럼 마미트의 범죄자들은 막 도시로 들어선 진을 보곤 신선한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그때와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면.
‘지, 진 룬칸델이다…….’
‘미친, 저런 거물이 이 똥통을 왜 찾아온 거야?’
‘이 등신들아! 눈 마주치지 마. 까딱하면 모가지 댕겅이다.’
태도였다.
진을 의식하는 마미트 범죄자들의 눈빛에 공포가 묻어나고 있었다.
“메사.”
“예! 주군.”
“여관 달빛우물에 가서 마미트의 왕들에게 전해. 내가 도착하기 전까지, 한 놈도 빠짐없이 앞에 나와 무릎 꿇고 있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