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78)
제 333화
116화. 룬칸델이 암살자를 상대하는 법(1)
‘설마 귀신대의 암살자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
동선이 밟히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까지 요나와 함께 있었고, 완타라모 숲을 찾았을 땐 발레리아와 함께 변장 중이었다.
특히 요나가 있을 때 근처에 암살자들이 붙어있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요나 누님이 떠난 직후에 날 찾은 건가? 불과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았건만. 그 짧은 틈에 내 이동 경로를 어떻게 알아낸 거지?’
도무지 짐작되는 바가 없었다.
단순히 우연이라 치부하기엔 귀신대의 준비성이 꽤나 철저했다. 특등실 승객 전체가 변장한 암살자로 추정되니 말이다.
‘뭐, 놈들이 내 뒤를 어떻게 밟았는지는…….’
싹 족친 다음에 알아보면 된다.
마침 놀이를 빙자한 훈련에 당해 기분도 썩 좋지 않은 상태니까.
‘몸 상태는 썩 좋지 않지만, 요나 누님이 남긴 살기가 전투에 꽤 도움이 될 것 같군.’
평범한 살기에 ‘이질감’을 느낀다는 것.
요나의 살기가 하얀 도화지라면 평범한 살기는 색색의 물감이었다.
그건 그 자체로 일종의 거름망과 같은 효과를 발휘했다. 어느 방향에서 공격이 날아들든, 칼에 묻어난 살기 때문에 예측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반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가만히 눈만 뜨고 있어도 도화지 위의 색을 구분하는 건 무척이나 쉬운 일이다.
그렇기에 잔뜩 지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있었다. 핸디캡을 상쇄할 만한 이점을 갖고 싸우는 셈이니까.
하아.
안내원이 난처한 듯 주위를 살피며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 죄송합니다만 혹시 마약류나 그에 준하는 약품을 소지하고 계신가요? 잠시 확인해볼 테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안내원이 진에게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진은 앉은 채로 주먹을 내질렀다. 뚜드득! 안내원의 손가락뼈가 연달아 부러지는 야만적인 감각이 전해졌고, 그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손날로 목을 베었다.
쇠붙이가 아니다. 뼈와 살로 이루어진 손날임에도 불구하고 목이 잘려나간 절단면이 깨끗했다. 진 또한 온몸을 칼처럼 쓸 수 있는 경지는 이미 지나친 것이다.
스걱-!
오러로 물든 손날이 빛나는 궤적을 남겼다.
그 궤적을 타고 선혈이 튀었어야 했다. 그러나 실 끊어진 인형처럼 풀썩 주저앉은 안내원의 목에선 피분수가 뿜어지지 않았다.
속이 거의 비어 있었다. 인체구조와 유사한 부분들이 보이긴 했으나 안내원은 ‘탈’이었다. 인간과 짐승을 재료로 사용해서 만든.
손가락을 부러뜨렸을 때 익숙한 감각이 전해진 것은 그런 이유였다.
“어머, 터프한 것 좀 봐. 진짜 안내원이었으면 어쩌려고?”
안내원 탈을 쓰고 있던 것은 복면을 쓴 젊은 여인이었다.
그녀는 어느새 객실 입구까지 거리를 벌린 채 양손에 두 자루의 짧은 검을 쥐고 있었다.
동시에 사방에서 칼날이 검집을 빠져나오는 서늘한 마찰음이 이어졌다. 승객으로 변장하고 있던 암살자들이 무기를 꺼내든 것이다.
“특등실 승객에게 마약류 소지 여부를 물어보는 건 이동 관문 최고 관리자에게나 가능한 일이거든. 공부 좀 더 해야겠어.”
진은 그 여인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페이 프로치.”
프로치 가문.
그들은 본래 평범한 농민 집안이었으나, 백여 년 전 태어난 한 남자, ‘스마리온 프로치’로 인해 급격히 세상에 악명을 떨치기 시작한 가문이다.
스마리온 프로치는 농민의 피를 이어받았음에도 어릴 때부터 살인에 두각을 나타냈다. 가장 먼저 제 부모를 죽였고, 이후 셀 수 없이 많은 살인을 저지르다가.
마침내 수백 년간 귀신대를 통치하던 ‘세이갈가’를 몰락시키고 프로치가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스마리온은 죽기 전에 두 명의 자식을 남겼는데, 그게 귀신대의 현 수장인 라타 프로치와 그의 동생 페이 프로치였다.
그리고 그들은 스마리온과 마찬가지로 날 때부터 살인귀의 운명을 타고났다.
단 한 세대 만에 농민 집안이 살인귀 집단으로 변한 걸 두고, 사람들은 그 셋을 ‘프로치의 악마들’이라 불렀다.
“날 바로 알아보는군? 그래, 룬칸델 소문의 12기수. 원한은 없다만 여기서 죽어줘야겠어.”
그 말에 진은 차분히 흰 도화지에 들러붙은 색색의 살기를 살폈다. 페이 프로치를 포함해 총 열 명, 모두 극도로 훈련된 암살자들.
분명 뛰어나다.
하지만 달리 감흥을 주지 못했다. 두 시간 전까지, 진과 함께 있던 것은 살신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
“그러고 싶다면 조금 더 많은 인원을 데려오는 걸 추천하지.”
페이는 진의 도발이 불쾌하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신감, 온몸이 유린당하고 있을 때에도 계속 이어지길 기대하지.”
푸쉬시싯……!
페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객실 내부가 붉은 연기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환각과 신경마비를 일으키는 독연이었다. 독 자체의 치사율은 높지 않으나 단련된 무인들마저 순식간에 정신을 빼버리는, 귀신대의 상징 중 하나.
“흡!”
독이 객실을 가득 채우기 전에, 진이 한 차례 가득 공기를 입에 담으며 검을 뽑았다.
그리곤 페이가 가로막고 있는 객실 입구를 향해 전력으로 달렸는데, 그녀는 끝이라는 듯 복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챙-!
페이는 진이 다급히 내지른 일격을 간단하게 쳐내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나머지 아홉 명의 살수들도 진을 덮치고 있으니, 도저히 객실 밖으로는 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붉으락푸르락, 공방에서 밀려난 진의 얼굴에 절망의 빛이 스몄다. 식은땀이 흘렀고, 살수들은 거리를 천천히 좁혀왔다.
진이 독에 취해 쓰러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큭……!”
조금씩 휘청거리는 진.
살수들의 칼날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털썩!
“허억, 헉…… 혀, 협상을 요구한다.”
결국 한쪽 무릎을 꿇은 진이 간신히 입을 열자, 페이의 눈동자가 싸늘해졌다.
“그 호기롭던 기세는 다 어디로 간 건지 모르겠군.”
무척 실망스럽다는, 혹은 그럴 줄 알았다는 눈치였다. 페이 프로치는 실제로 기세등등하다 끝내 구차해지는 강자들을 그간 숱하게 보아왔었다.
“협상을…….”
“시체를 회수해서 복귀한다. 끝내도록.”
페이가 뒤돌아서며 명을 내리자 살수들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그 순간 진은 완전히 바닥에 쓰러져 브라다만테를 놓치기까지 한 상태였다.
검을 놓친, 그저 쓰러져 있을 뿐인 상대의 등에 검을 찌르는 건 그다지 조심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진은 독연이 퍼졌을 때부터.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귀신대의 살수들이 조심성을 잃고 방심하는 순간을.
‘놈들은 미리 해독제를 먹은 상태겠지만, 날 처치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이 독연 속을 빠져나가고 싶었을 거다.’
만독주.
음용자를 만독불침에 가까운 몸으로 만들어주는 사밀의 비전영약.
귀신대엔 그것이 없었다. 때문에 극독을 이용할 때면 그들 또한 어느 정도는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말하자면 귀신대가 독연을 쓴 것은, 본인들의 몸을 해하더라도 확실하게 진을 죽이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니 기껏 이렇게까지 공들여 죽이려는데, 진이 비굴한 모습을 보이니 페이의 신경이 날카로워졌던 것이다.
푹, 푹, 푹푹!
사정없이 검이 박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살수들의 검은 진이 아니라 그가 쓰러져 있던 바닥을 찌르고 있었다.
진은 엎어져 있었으니 살수들의 검이 어느 방향으로 날아오고 있는지 눈으로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
아무리 심안을 깨우쳤다 한들, 그런 상태로 살수들의 검을 정확히 피하는 건 평소의 진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심지어 이토록 피로가 누적된 상태라면 더더욱.
그러나 요나의 것과 다른, 이질적인 살기를 읽은 게 주효했다.
진은 눈을 감고도 그들의 검을 죄다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컥!”
객실을 나가려던 페이가 다시 진 쪽을 돌아본 것은 바로 그때였다. 살수 중 하나가 목이 꺾이며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른 바로 그 순간.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뭐……!?’
설마 방금까지, 진 룬칸델은 쇼를 하고 있던 건가!
즉시 깨달을 수 있었다. 만독주를 소지한 것이든, 쿠잔처럼 체질적으로 독이 통하지 않는 것이든, 진은 독에 면역을 갖고 있으며 그걸 이용해 쇼를 한 것이라고.
그러나 아무리 빨리 깨달았어도 이미 늦었다.
벌써 또 다른 부하 하나의 몸이 가로로 갈라지며, 그 사이로 영기에 물든 검을 악귀처럼 휘두르고 있는 진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추아아악-!
시뻘건 선혈이 호를 그리며 쏟아졌다.
“이러니 귀신대가 무명보다 못한다는 평가를 듣는 거다. 독? 그따위 것으로 룬칸델을 암살할 수 있을 것 같았나.”
진이 비소를 흘리며 잠시 페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시선이 스친 짧은 순간, 페이는 태어나 처음으로 진한 열패감을 느껴야만 했다. 그녀는 25년을 살아온 동안 이보다 굴욕적인 순간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죽여!”
돌진하며 소리치는 페이.
벌써 세 명의 살수가 죽음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대 1, 아직 순수 무력으로는 진을 충분히 죽일 수 있을 것이다.
페이와 살수들은 그렇게 판단했다.
진의 후방을 잡은 페이가 쌍검을 밀어 넣고, 이번엔 정말로 칼날이 그 몸통을 관통해 목숨을 끊을 수 있다고 기대한 순간까지는, 그렇게 판단했었다.
텅-!
그러나 진의 등을 찌른 페이의 쌍검은 쇠붙이에 튕겨지는 공허한 소음만을 일으킬 뿐이었다.
영기 갑옷.
귀신대가 진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은 만독주뿐만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 완성된 브라다만테의 영기 갑옷 역시 아직 그들이 모르는 정보인 것이다.
‘이런 망할!’
이를 악무는 페이.
페이가 이토록 쉽게 진의 후방을 한 번 잡을 수 있던 것은, 앞에서 주의를 끌고 있는 살수들 덕분이었다.
일곱 중 둘이 진에게서 억지로 틈을 만들기 위해 위험한 공방을 펼치고 있던 중이었다.
페이의 칼날이 무사히 진의 등을 관통했다면 그들의 목이 떨어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툭, 툭! 무심히 떨어진 두 개의 목이 바닥을 굴렀다. 남은 것은 페이와 살수 다섯, 그들은 급격히 가슴이 갑갑해지는 걸 느꼈다.
낯선 공포가 가슴을 죄어오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자신들이 우세하다는 마음이 있음에도 말이다.
그러나 그 우세하다는 마음조차 오래 갈 수는 없었다.
“페이 프로치, 네게는 두 번이나 기회가 있었군. 안내원 변장을 했을 때, 그리고 날 죽이려면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할 거라고 내가 직접 알려줬을 때. 그때 물러났다면 이렇게 속상할 일은 없었을 텐데. 아쉽게 됐어.”
“소문대로 비아냥거리는 것 하나는 일품이군. 방심한 것은 인정하지, 그러나 네가 죽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나라면 지금이라도 도망칠 거다. 이게 세 번째 기회인 것 같은데 말이야.”
“닥쳐라!”
페이와 살수들의 칼날에 서슬 퍼런 검염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죽음을 불사하더라도, 반드시 상대를 죽이겠다는 필살의 의지가 담긴 검염이었다.
“안타깝게도.”
후우웅-!
더 짙은 영기로 물드는 브라다만테. 그리고 영기에 젖은 칼날 위에 명왕족의 뇌기, 평식 압제의 힘이 덧씌워졌다.
칼날 속에서부터는 중압의 시퍼런 불꽃이 피어오르는 모습.
영기와 뇌기, 청화의 힘이 어우러지며 깊고 불길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마지막 기회마저 날리려는 모양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