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4)
제 44화
18화. 예상치 못한 변수(3)
“너흰 도대체 뭐 하는 년들이야!”
짝! 짝!
루나가 두 여인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 9성 기사의 완력이 곧이 담긴 손바닥이다. 얻어맞은 여인들의 짧은 신음이 묵직한 파공음에 묻힐 지경이었다.
쿵!
동시에 돌벽에 처박힌 두 여인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뮤와 앤이었다. 뺨을 맞은 순간, 그녀들은 오러를 일으켜 몸을 보호했지만 울컥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 붉은 피가 한 움큼 쏟아진다.
“애를 지플 땅으로 보내? 뮤, 너보다 열 살이나 어린애야! 정신이 있는 것이냐?”
루나는 최근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기 위해 검의 정원을 떠났다가 막 돌아온 참이었다.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진에게 임무를 배정한 두 동생을 부른 것이다.
동생들은 감히 큰언니의 눈도 쳐다보지 못했다.
그녀들에게 루나란 단순히 가장 나이 많은 형제가 아니라, 때론 아버지 이상으로 두려운 존재다.
“일어서.”
비틀대며 일어나는 두 사람. 이들도 진과 같은 동생이고, 피붙이다. 고개 숙인 모습을 보니 측은한 마음이 일었으나, 루나는 오늘 확실히 경고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왜 그랬느냐?”
뮤와 앤은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진을 콜론으로 보낸 것이, 서열 전쟁의 일환임을 뻔히 알면서도 묻는 큰언니가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루나 언니. 정말 몰라서 왜 그랬냐고 묻는 건 아니죠?”
어렵사리 말을 꺼낸 뮤를 보며 루나가 코웃음을 쳤다.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이라면 어쩔 것이냐? 설마 가문 기수라는 것들이 이제 중급반을 구르고 있는 막내와 서열 전쟁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것이냐?”
대꾸하지 못한 두 동생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부끄럽기 때문이었다. 룬칸델에서 서열 전쟁은 유구한 전통이지만, 기수가 기수 아닌 자를 상대하는 건 미스매치나 다름이 없다.
기수는 기수끼리, 기수가 아닌 자들은 기수가 아닌 자들끼리.
그렇게 싸우는 것이 룬칸델 서열 전쟁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룰은 아니지만, 최근 뮤와 앤의 행동은 도가 지나쳤다.
잠시 동생들을 노려보던 루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느새 루나의 얼굴엔 조소 대신 살기가 담겨 있었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너희들이 정녕 가문의 기수라는 게 나까지 수치스러울 지경이니까.”
“언니!”
동생들이 동시에 발끈하며 소리쳤다. 그러나 루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왜? 내 말이 심하게 느껴져? 내게 비웃음 당하는 게 싫어? 꼴에 기수라고 자존심이 앞서?”
“평소 가문 서열 다툼에 관심도 없던 언니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러는…….”
“너희들이 그 어린 막내를 건드려서 이기기라도 했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을 거야.”
“……뭐라고요?”
뮤와 앤의 눈동자가 커졌다.
“너흰 막내한테 이미 졌다고. 막내는 콜론 유적지 임무를 성공했다. 진은 좀 전에 복귀해서 어머니께 보고를 올리러 갔어. 돌아오는 길에 마주쳐서 직접 확인했거든.”
두 여인이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내가 수치스럽다고 말한 이유를 알겠지? 결과적으로 너희 둘은 막내에게 날개를 달아 준 모양새가 됐군. 룬칸델 역사상 과연 기수가 말석을 견제하다 이런 꼴이 된 적은 있는지 의문이구나.”
루나가 계속해서 비아냥댔지만, 동생들은 귀가 빨개진 채 말이 없다. 치욕스러워서 미칠 것 같았다. 또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이 일었다.
당분간 그녀들은 함부로 진을 견제할 수 없게 되었다. 막내가 성장하기 전에 짓밟으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셈.
뮤와 앤은 후에 진의 성장이 끝나면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몇 년 뒤부터 시작될 막내의 보복. 그때를 생각하자 두 자매의 등골이 싸늘해진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돌아서는 두 사람.
루나는 그녀들이 방을 빠져나가기 전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내가 그간 지켜본 바, 막내는 그다지 자비로운 아이가 아니야. 두 사람은 앞으로 조심하는 게 좋겠어.”
“……아직도 비웃을 게 남았나요? 언니.”
루나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아니, 이건 진심으로 너희가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다. 언젠가부터 계속 엇나가는 느낌이지만, 너희 둘도 내 동생이니까 말이야.”
뮤와 앤은 대답하지 않고 방을 나섰다. 그녀들이 떠난 자리를 지켜보던 루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딸각.
루나가 앉은 책상 앞에 찻잔이 놓였다. 반대쪽 방에 있던 루나의 유모, 타이뮨이 내려놓은 것이다.
“아, 유모. 고마워.”
“호호, 이 유모는 아가씨가 돌아오자마자 동생들을 패셔서 사춘기가 도진 줄 알았습니다.”
“내 나이에 사춘기는 무슨…….”
“아가씨 사춘기가 워낙 화려했어야 말이죠. 어휴, 그나저나 뮤, 앤 아가씨가 걱정이네요. 막내 도련님 성격상, 훗날에도 절대 잊지 않을 텐데요.”
“유모가 보기에도 쟤들이 진의 상대가 될 것 같진 않지?”
“음, 한 5년만 지나도 정식 결투조차 상대가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뮤, 앤 아가씨는 수명이 5년도 남지 않은 셈이군요.”
“끔찍한 소리 하지 마. 그래도 혈육인데, 막내가 커서 그것들을 죽인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네. 그나저나 유모, 저번에 말한 건 알아봤어?”
‘저번에 말한 것’이란, 폭풍성 안에서 진을 암살하려고 한 형제를 알아보는 일을 뜻했다. 정확히는 암살이 아니라 저주지만, 루나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또한 루나는 진이 폭풍성 안에서 암살 위협을 당한 시점이, 한 살이 아니라 대여섯 살쯤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진이 한 살 때의 기억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 일단 방금 아가씨께 두들겨 맞은 뮤와 앤 아가씨는 아니에요. 당시 그분들은 기수가 아니라 중급반에 있었으니, 딱히 캐 볼 것도 없더군요.”
“흐음… 그것도 그렇겠어. 메리랑 요나는 절대 아닐 거고. 토나 형제도 마찬가지인데.”
“그렇다면 남은 용의자는 조슈아, 디푸스, 란, 뷔고 도련님과 룬티아 아가씨겠군요. 란과 뷔고 도련님은 몰라도, 다른 분들은 함부로 조사할 수 없어요.”
“그래, 조슈아랑 디푸스, 룬티아는 기반이 워낙 확고하니까. 괜히 조사하다가 머리가 아파질 확률이 높겠지.”
“일단 란, 뷔고 도련님을 캐 볼까요?”
루나가 생각에 잠긴 듯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겼다.
“아니야. 일단 좀 지켜보는 게 낫겠어. 심증만으로 계속 들쑤시다간 유모가 곤란해질 테니까.”
“잘 생각하셨습니다. 폭풍성에서 암살 시도가 있었다곤 하지만, 진 도련님은 지금 잘 자라고 있으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범인이 누가 됐든, 이제는 내가 진을 챙긴다는 걸 알고 있을 테니 함부로 움직이지 않겠지. 아무튼 고생했어, 유모.”
“별말씀을. 식사 준비할까요?”
“응. 술도 좀 부탁할게. 늘 마시던 걸로.”
* * *
로사는 이번에도 임무를 해내고 온 막내아들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으나, 드러내지 않았다.
마미트와 콜론 유적지. 모두가 실패할 거라 생각한 임무를 막내는 보란 듯이 해내고 있었다.
천운이 따르는 건지, 아니면 바깥에 다른 조력자가 있어 그의 도움을 받아 성공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로사는 이번 일로 후자일 것이라 확신했다.
‘막내의 곁에 누군가 뛰어난 인물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막내는 그걸 이용해 임무를 해내는 중이고.’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임무를 처리하는 건 불문율에 반하는 일이다. 임무가 버거울 때 요청할 수 있는 건 오직 가문의 지원뿐이었다.
로사는 추궁하거나 탓하지 않기로 했다.
얼마 뒤면 각계 각지의 유력 인사들이 막내를 보기 위해 검의 정원을 찾는다. 시론이 주최하는 연회였고, 그 주인공은 막내.
가문 몰래 조력자의 도움을 받았다 할지라도, 살아서 돌아온 것 자체가 다행인 일이었다.
질책은 나중에 증거를 확보한 뒤, 적절한 시기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잘했다. 기수들에게 해야 할 보고는 생략하고, 오늘은 푹 쉬도록 해라. 내가 일러두겠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로사가 있는 안채를 빠져나오자마자 곳곳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생도들은 하나같이 동경의 눈빛을 보냈고, 수호기사들은 놀라워했으며, 기수들은 경멸 어린 시선이었다.
‘어머니와 다른 형제들은 내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임무를 성공했으리라 생각하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진은 당분간 오해를 풀 생각이 없다. 자신이 솔더렛과 계약한 마검사라는 사실은, 충분한 권력이 생겼을 때 밝히면 그만이니까.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길리가 진을 끌어안았다. 촉촉한 눈가가 뺨에 닿자 진은 길리가 자신을 얼마나 걱정했는지를 깨달았다.
“괜찮아, 길리. 나 강하잖아. 이제 곧 길리도 날 못 이길걸.”
“도련님께서 잘못되었다면, 이 유모는 목숨을 포기하고 아가씨들께 복수를 했을 겁니다.”
“어우, 딸기파이여. 무섭게 왜 그러느냐? 그대는 너무 다혈질이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는가?”
“그보다, 길리, 잠깐만. 무라칸. 이것 좀 봐봐.”
진이 유리병에 챙겨 온 생체 골렘의 심장을 꺼냈다.
“생체 골렘 심장이군. 너 운 좋다? 아직 멀쩡히 살아 있는 걸 보니, 실패작이야. 콜론 유적지에서 발견한 거냐?”
“갑자기 창고 경계병 둘이 괴물로 변해서 날 덮쳤어. 어딜 베어도 재생하더니, 심장을 찌르니까 그런 게 나왔고.”
진이 상황을 설명하자 길리는 안색이 파래졌고, 무라칸은 담담한 얼굴로 생체 골렘과 금지 마법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었다.
‘저번엔 묘지 거인이 보이더니, 이번엔 생체 골렘까지? 하여간 지플 놈들…….’
대체 무슨 꿍꿍이야?
무라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쨌거나 네 말대로라면 이건 지플 작품이로군. 콜론 유적지는 지플의 땅이라고 했으니까.”
“그렇지.”
“너 조만간 어떻게든 시간 내서 나랑 거기 다시 한 번 가 보자. 나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그놈들한테 직접 물어봐야 알 것 같으니까.”
생체 골렘 때문에 다시 가기 찝찝하긴 하지만, 무라칸과 함께라면 이번 임무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전할 터.
‘잘하면 그때 기회를 봐서 거울, 마력의 샘을 찾아볼 수도 있겠어. 어차피 거기서 또 무슨 일이 벌어져도, 지플 입장에선 금지 마법 때문에 숨겨야 할 거고.’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