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61)
제 444화
131화. 감이 좋은 사람들, 감이 좋지 않은 사람들(6)
붙잡을 새도 없이 순식간이었다.
“무라칸, 쫓아가자!”
또다시 급하강이 시작되었다. 날개를 좁게 젖히고 내려서는 무라칸은 크르륵 신경질적인 소리를 냈다.
[망할, 뭐가 저렇게 빨라?]프로치 남매를 감싼 탁기의 요람을 보며 한 말이었다.
요람은 최고 속도로 하강하는 무라칸보다도 훨씬 빠르고…… 난잡하다, 라고 표현해야 할 만큼 기묘한 궤적을 남기며 달아나고 있었다.
하나였던 요람이 두 개로 나뉘어 남매를 따로 품고, 그러다 또 하나로 합쳐지며 빙글빙글 돌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탁기에 시야가 뿌옇게 변해 요람은 더더욱 정신 사납게 보였다.
[어머어머, 우리 애기들. 얼마나 내가 보고 싶었으면 이렇게 찾아왔어, 응?]게다가 또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깥에 형성된 거대 부바르의 입이 아니라 안쪽 탁기에서 번진 목소리였다.
이제 진과 무라칸은 그 목소리의 주인이 아멜라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또한 그녀가 당장 라타와 페이를 살해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호감이 아니라면?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군요. 저흴 장난감이나 놀이 상대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해야 할까요. 말은 심심하다고 하면서 손은 칼을 휘두르고 있다던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한 번은 그런 기습에 이마를 베인 적도 있습니다.
군도에 들어서며 일행이 나눈 대화처럼, 지금 아멜라가 ‘우리 애기들’ 운운하는 대목처럼.
아멜라에게 프로치 남매는 사랑스러운 장난감이었다. 쉽게 부서지게 둘 리가 없는.
[잘 자라- 우리, 아가들-.]심지어 아멜라는 자장가까지 부르고 있었다.
날뛰는 요람과 탁기와 공명하며 메아리치는 아멜라의 자장가 때문에 꼭 누군가의 장난스러운 꿈속에라도 들어온 기분이었다.
후우우욱-!
무라칸이 속도를 줄였다. 진과 무라칸의 눈에 이제 요람은 보이지 않았다.
[아멜라라는 녀석도 상당히 머리가 아픈 친구인 것 같군. 요즘 어째 만나는 것들이 약간 다 저런 식인 것 같다. 제피린, 그 망할 놈도 그렇고.]요람 대신 보다 더 짙고 검은 탁기의 덩어리가 보였다. 요람은 그 속으로 들어가 사라진 것이다.
[어쩔래? 꼬마.]저 어둠 너머까지 쫓아갈 것이냐, 다른 수를 모색할 것이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탁기의 효과는 저주야. 어차피 우린 면역이고, 거대 부바르가 숨결을 토하는 걸 보니 물리적 파괴력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닌 것 같군. 따라간다. 단.”
[단?]“아멜라와 직접 소통이 되기 전까지는, 공격이 있더라도 방어하거나 회피만 하자. 반격 없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중앙 섬에 도착하자마자 아멜라가 했던 말 기억나?”
-[너흰, 날 너무 귀찮게 했어.]
거대 부바르의 입으로 말하긴 했지만 그건 분명 아멜라의 목소리였다.
[그게 왜?]“4대 세력이 나보다 먼저 이곳을 찾았을 때, 아멜라와 정확히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는 알 수 없지. 하지만 아멜라는 그들을 다 죽여도 좋을 만큼 귀찮다고 표현을 했어.”
단지 말로만 표현한 것도 아니었다.
룬칸델은 아직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것 같으나 지플, 킨젤로, 비먼트 측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피해를 받았다.
애초에 4대 세력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아멜라를 포섭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군도를 찾은 4대 세력은 포섭은 고사하고 그녀와 사생결단을 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귀찮다는 표현이 평범한 인간에게서 나온 말이라면 다른 의도가 숨어 있으리라 생각했겠지만, 상대는 ‘혼돈’에 물들어 있으리라 추정되는 인물.
아멜라는 그런 사소한 이유로 4대 세력과 완전히 척을 지는 것도 얼마든지 불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요나와 비교해본다면 말이다.
“이미 바깥 놈들은 다 틀어졌는데, 우리까지 아멜라를 자극해 귀찮은 대상에 포함될 필요 없잖아?”
진이 이러한 내용을 설명하며 말하자 무라칸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 이 무라칸이 두들겨 맞기만 해야 한다니. 비참하고 통탄스럽군.]“그리고, 발카스 경과 라타 경에겐 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어.”
이런 이야기란 다름이 아니라, 아멜라의 전투 방식을 뜻했다.
3대 용병이자 순수 1인 능력으로는 발카스조차 인정한 세계 최고의 대용병.
발카스와 라타는 전장에서 아멜라를 몇 번씩 마주친 적이 있고, 특히 발카스는 그녀가 흑왕단 전체보다도 전쟁을 잘한다고 말했으나.
그 설명엔 어디에도 아멜라가 저주나 이런 듣도 보도 못한 탁기를 사용한다는 대목이 없었다.
“무기술과 각종 전쟁 장비 사용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전략 전술이 미친 듯이 대단하다는 표현만 있었지. 혼자 움직이면서도 이해가 안 될 만큼 전장 곳곳에 많은 함정과 장비를 심어둔다고도 했고.”
[흠, 그건 그렇군. 그럼 아멜라가 능력을 숨기고 있었다는 건가?]“능력을 그렇게까지 감췄는데 전쟁에서 혼자 흑왕단을 압살할 정도면, 아멜라가 사실 창성에 가깝다는 뜻일 테지. 그럴 것 같지는 않거든. 내 생각엔 모종의 이유로 아멜라에게 변화가 생긴 게 아닐까 싶은데.”
[변화?]“부바르 가스톤의 혼돈과 아멜라의 혼돈이 만나 어떤 증폭이 이루어졌다거나. 그리고 그건 부바르보다 아멜라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거나.”
직감에 의한 판단이었으나, 근거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바깥에 형성된 거대 부바르는 아멜라가 조종하고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아멜라가 별다른 이유 없이 탁기로 부바르를 빚었을 것 같지는 않은 것이다.
부바르의 탁기, 말하자면.
부바르가 가진 혼돈의 힘을 조종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의 형상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진은 이내 그런 추측에 다다를 수 있었다.
[흐음, 비약 같기도 하고, 그럴싸한 것 같기도 하고.]“아멜라가 유독 프로치 남매에게 관심과 호감을 보이는 이유도 혼돈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
[뱀 눈깔 녀석들은 네 누이나 아멜라랑 좀 다르지 않나?]“다르지. 하지만 두 사람의 아버지는 스마리온 프로치야. 혼돈에 잠식되어 괴물이 된 인물이지. 어쩌면 그자의 혼돈이 프로치 남매에게 조금 묻어 있고, 아멜라는 그것에 호의를 느끼고 있을지도 몰라.”
[그럼 부바르는? 왜 프로치 남매에겐 호의를 느끼고 부바르는 저렇게 굴리고 있는 거냐?]“그건 나도 모르지. 어차피 지금까지 말한 것들도 모두 추측이니까. 음, 그런데…… 부바르는 솔직히 누구에게나 혐오감을 주는 편인 것 같군. 놈을 싫어하는 것에 딱히 다른 이유가 필요할까 싶은데.”
[아오, 머리 아파. 뭐가 됐든 직접 만나봐야 네 가설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어. 일단 가보자고. 반격하지 않으면서.]콰아아, 콱! 쿠구궁……!
바깥에서부터 들려오는 먼 폭음이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었다. 거대 세력들과 아멜라가 펼치는 전투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잠시 정신을 집중해보니 대장급 인물들이 악을 쓰는 소리도 있었다.
“집행기사들을 기준으로 방어 검진을 펼쳐라……! 내가 길을 열겠다!”
“조장이 당했다, 물러나! 탁기가 몰려든다!”
“최고전사와 왕호들을 따라라, 등을 보이는 적호들은 모두 죽일 것이다!”
“마탑주의 불을 놓치지 마라! 불을 벗어나면 탁기에 침식된다……!”
거리가 꽤 되는데도 그들의 목소리는 상당히 선명하게 전해졌다. 꼭 아멜라가 잠시 그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귀를 기울이기로 한 것처럼.
[에잇, 우리 귀염둥이들만 남기고 다 죽이든가 해야지. 그게 좋겠지, 예쁜이들?]그렇게 말하는 아멜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4대 세력을 모두 상대하고 있는데도 패배하는 것은커녕, 자신이 반드시 승리하리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어봐도, 아멜라 쪽이 압도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긴 하군.’
그렇기에 진 역시 더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모종의 이유로 아멜라는 평소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가진 상태라고 말이다.
비록 각 세력 모두 최상위 기수들은 보낸 것은 아니나, 이 정도 인물들을 홀로 압도할 수 있는 인간은 세상에 정말 몇 사람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가이파 군도가 그녀의 본거지인 걸 감안하더라도, 발카스와 라타의 설명에 빗대어보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무라칸의 검은 날개가 소리 없이 탁기를 가르고 있었다.
요람이 사라진 탁기 덩어리로 진입하자 시야가 뿌연 것을 넘어 완전한 어둠이 펼쳐졌다. 손바닥에 불꽃을 형성해도 어둠은 옅어지지 않았다.
심안을 개방하고 잔뜩 신경을 곤두세운 채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안쪽에서부터 들려오는 먼 노랫소리와 흥얼거림, 무언가 기분 좋게 속삭이는 듯한 말소리를 이정표로 삼은 채였다.
꼭 인형 놀이에 심취한 어린애가 혼잣말을 하는 것 같았다. 소름이 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요나가 떠올라 묘하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멜라가 흥얼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가까워질수록 탁기의 어둠이 서서히 걷혀나갔다.
저 멀리 빛나는 공간이 있기 때문이었다. 진과 무라칸은 자연스레 그 빛나는 공간이 섬 전체를 뒤덮은 탁기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가운데엔 아멜라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용병들이 흔히 사용하는 위장복을 입고 있었다. 다만 풀과 나뭇가지로 만든 그 위장복은, 평범한 물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랗게 짜여 있었다.
때문에 아멜라는 옷을 입었다기보다는 아예 둥근 덤불에 파묻혀서 온몸을 가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위장복 바깥으로 빼꼼 빠져나온 두 손은 작은 나무 인형 같은 것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총 세 개의 나무 인형이었는데, 진은 그것들이 각각 무엇을 뜻하는지 곧장 알아보았다.
프로치 남매와 부바르였다.
각각의 인형에 대응하는 실제 인물들이 아멜라의 앞에 떠서 그 손길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부바르는 꼭 영혼처럼, 실체가 없군.’
프로치 남매는 본모습 그대로인 반면, 부바르는 빛나는 영혼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부바르의 인형은 프로치 남매 인형과 멀찍이 떨어져 주먹질을 해댔고(이게 바깥, 거대 부바르의 행동인 듯 보였다) 프로치 남매 인형은 차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는 식.
무라칸이 인간으로 변신하며 진과 함께 지상에 발을 디뎠다. 그러자 아멜라가 흠칫하며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녀는 무라칸과 진이 이곳까지 들어온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 뭐지? 너희 뭐야.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살아 있어?]아멜라가 눈동자를 붉게 물들이며 말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대며 말이다.